품안의 사직서를 상사의 눈앞에 던지고 유유히 회사를 떠나는 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각종 서류에 동의해야 하고, 컴퓨터 등 회사 자산은 물론, 목에 건 사원증까지 반납해야 비로소 공식 백수가 될 수 있다. 깔끔한 안녕을 위한 퇴사 전 체크리스트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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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득과 실 따지기

‘백수’가 된다는 것은 직장인이기에 누 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한다는 의미이 기도 하다. 퇴사로 행복감과 자유로움 을 얻겠지만 잃게 될 목록도 만만치 않 다. 그 첫 줄에는 매달 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있다. 통장을 잠시 스쳐 가더 라도 고정 수입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 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과도 이별이 다. ‘직장인’은 나를 가장 간편하게 설 명해주는 단어였을 것이다. 이 수식어 와 멀어지면 더 많은 시간을 내서 나 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와 마주하게 될 지 모른다. 누군가를 만날 때 자기소개 를 하기도 애매해지며, 어쩐지 신분이 추락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소소하지 만 쏠쏠한 자기계발비, 직장에서 반을 부담하는 국민연금, 직장인이라 가능 한 낮은 대출이자 등 회사에서 제공하 는 복지도 누릴 수 없게 된다. 과연 이 런 혜택들을 포기해도 퇴사라는 선택 에 후회가 없을 것인가?

2 / 퇴사 D-Day 정하기

퇴사 만족도의 절반은 ‘좋은 날짜에 퇴사 하는 것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백수의 삶을 좀 더 유지하고 연장하 기 위해서는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통장 을 채워놔야 한다. 퇴사 날짜를 정할 때 한 가지 팁은 상여금이나 성과급이 포함 된 달 혹은 연봉이 인상될 때까지 기다 렸다가 퇴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1~2 월 사이에 전년도 성과급, 2월에는 설 상 여금, 3월에는 임금 인상이 있는 회사의 경우, 3~4월 퇴사자가 많다. 이직을 위 해서 경력도 최대한 유리하게 뽑아내야 한다. 연차 수당을 받는 대신, 퇴사 전 연 차 일수를 모두 소진해 경력 기간을 늘 리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퇴사는 사수나 직속상관에게 퇴사 의사를 밝힌 뒤 1차 면담과 팀장 보고 그리고 2차 면 담, 임원 혹은 인사팀과의 3차 면담을 통 한 최종 결재자 승인으로 진행된다.

3 / 인사팀보다 은행 먼저

퇴사 선배들은 말한다. ‘퇴사 전엔 반드 시 인사팀보다 은행을 먼저 가라’고. 우 대 금리, 마이너스 통장 등 당연하게 여 기던 각종 금융권 혜택은 퇴사 후 만기 시점이 오면 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 는 신용 카드 발급도 어려워진다. 기존 에 대출 내역이 있다면 일단 상환하고 다시 대출을 받아 만기 일자를 연기하 는 방법이 있는데, 한동안은 직장인과 같은 우대 금리를 누릴 수 있으니 참고 하자.

4 / 매너 지키기

퇴사를 알리고 업무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 매너 텀(Manner term)은 대 개 한 달로 본다. 회사와 합의할 사항이기는 하지만 퇴사를 결심했을 때 현 직장의 업무 마무리를 한 달 정도는 하겠다는 결심을 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이직 시에 도 한 달 정도의 여유는 주는 것이 보통이다 . 눈앞에서 당장 사직서를 처리해달라거나, 퇴 사를 알리고 3일 내 그만두겠다는 식의 최후 통첩은 나쁜 평판을 남긴다. 향후 이직 시 불 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헤드헌 터 입장에서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 매너 텀은 지키길.

5 / 깔끔한 인수인계

사표를 제출했으면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배운 건데…” “내가 없으 면 회사가 돌아가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인 수인계 사항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거나 대강 넘어가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사람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제 안 보겠지 하고 생각한 사람도 언제, 어느 순간 에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인수 인계서를 잘 쓰면 미래 설계에도 반드시 도 움이 된다. 자신의 장단점을 다시 한번 살펴 보고 앞으로의 직무 능력 발전 방향을 잡아 보는 등 경력을 관리하고 되짚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인수인계 서를 소상히 남기고 퇴사를 했다면 전 직장 에서 “이거 하나만 처리해주세요”라는 식의 업무 전화가 올 일도 없다.

6 / 기본 서류 챙기기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경력증명서 이 3가지는 퇴사를 준비하면서 기본적으 로 챙겨야 할 서류다. 원천 징수 영수증 도 잊어선 안 된다. 연말 정산할 때 반 드시 필요하며, 이직할 때는 연봉 협상 의 기초 자료가 된다. 모두 최소 3부 이 상씩 갖춰두자. 퇴사 통보 전에 발급을 요구하면 용도에 대해 질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는 은행 제출 같은 적당한 이유를 대면 된다. 혹 퇴사 후에 전 회 사에 서류를 요구하게 되는 상황이 오 더라도 민망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 하자.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관련 서 류가 필요하다”고 예의를 갖춰 부탁하 면 하루 이틀 내로 서류 파일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7 / 내 흔적 지우기

퇴사자의 마지막 미션이다. 개인 물품 을 치우고 회사 자산은 반납해 쓰던 자 리를 깨끗하게 비워줘야 한다. 컴퓨터 정리에도 꽤 많은 시간이 든다. 재직 기 간이 길었다면 자료를 백업하는 데만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업무 자료와 개인 자료는 삭제하기 전, 미리 분리해서 백 업해두자. 그간 직장 생활을 하며 작성 하고 수집한 데이터는 제2의 직장, 제2 의 인생에서 소중한 기초 자료가 된다 는 점을 기억하라. 개인 서류, 개인 자료 는 남김 없이 지운다. 백업 등은 회사마 다 가이드 라인이 있으니 확인하고 진 행할 것. 메신저 프로그램도 단순히 ‘로 그아웃’으로만 끝내면 안 된다. 로그인 아이디와 대화 내역이 사라지도록 프로 그램 삭제를 추천한다.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

회사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사력을 다해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무엇을 하든 패기 넘쳤던 신입사원 시절을 잊어버리고 만다. 간절히 원해 직장인이 되었는데, 나는 왜 지금 퇴사를 생각하는가.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일까?
퇴사로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려 하기 전에 평소 자신이 얼마나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 물음에 떳떳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한 고비는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예상되는 위험을 정확히 파악했는가?
“차라리 회사 다닐 때가 좋았어!” 충동적 퇴사 후, 이렇게 말하게 될지 모른다. 충동적인 퇴사는 일시적으로는 편안함과 해방감을 가져다주지만 더 큰 걱정과 후회, 불안이 밀려올 수 있다. 많은 변수를 위험으로 인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퇴사 후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감내할 역량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