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 – 세상에는 프리랜서도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1년. 세상은 여전히 같아 보이지만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럼에도 모두는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 1년의 기록.

세상에는 프리랜서도 있다

코로나19가 불어닥친 프리랜서 업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엔 나는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클라이언트가 일부 줄어들었지만, 일부 늘기도 했고, 하루를 서너 구획으로 쪼개어 촘촘하게 쓰는 바쁜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기내지를 만드는 동료, 여행책을 쓰는 동료,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동료들에 비하면 내가 입은 코로나19 타격감은 가벼운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코로나 영향권에서 절대 멀리 떨어질 수 없다는 것,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안에서 누구도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1년이 지나서야 선명하게 깨달았다.

지금 이 원고를 쓰는 책상은 오늘 처음 앉아보는 책상이다. 지난 6개월간 꽤 널찍한 사무실에서 멋과 여유를 즐기며 업무를 보다가 어쩐지 어깨를 반으로 접는 기분으로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이곳으로 이사를 한 이유는 딱 하나다.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비교적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일을 해도 시간과 에너지가 곱절은 많이 들었다. 고료도 슬쩍 낮아졌다. 당연히 수입도 알게 모르게 줄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절대적으로 ‘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인터뷰’를 서서히 화상으로 바꾸었다. 인터뷰이가 말하면서 다리를 떠는지, 혀를 가볍게 차는지, 갑자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이야기에 몰입하는지, 화상으론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 준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촘촘해야만 했고 질문도 훨씬 더 많이 준비했다. 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맛집, 술집 소개’ 기사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난달엔 한 매체로부터 ‘시장 맛집’을 취재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음식점에 전화를 돌려 섭외를 하는 그 순간부터 사장님도, 나도 보이지 않는 한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홀에 카메라를 들이댈 공간도 나오지 않을 만큼 북적이는 가게이지만, 홀 한복판에 덩그러니 둘만 앉아 메뉴가 어떻다, 전략이 어떻다 이야기하는 일이 서글프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저녁 늦게 영업이 시작되는 데다 배달까지 할 수 없는 바(Bar) 취재는 엄두도 못 냈다.

해외 트렌드를 작성하는 기사를 쓸 땐 아무리 탄탄한 브랜드였더라도 아직 있는지, 이 가게가 곧 폐업을 앞둔 건 아닌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긴 시간을 투자해 꼼꼼히 취재할 요량으로 준비하던 해외 출장은 모두 기약 없이 취소됐다. 정기적으로 해외에 나가 트렌드를 파악하고, 또 이런저런 신문물을 구입해서 돌아오던 ‘영감 줍기’가 멈추어버리니 스스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미팅과 미팅 사이 노트북을 펴고 앉을 마땅한 곳이 없다는 점, 밀접 접촉자 발생 소식에 공유오피스를 몇 번이나 퇴실하고 온종일 마스크를 껴야 하는 점은 오히려 감수할 만하다.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 것이 프리랜서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면, 거기에 하나 더 보태 주어진 일을 하는 방법조차 싹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고민은 이 작은 책상 위에 매일매일, 차곡차곡 쌓인다.

– 손기은(프리랜스 에디터) 

    에디터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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