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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CLIMB / 서인국

배우 서인국은 기꺼이 도전하고 극복해 자신만의 조각을 만드는 중이다.

레더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스트라이프 블레이저는 아미리(Amiri). 블랙 슬랙스는 세비지(Savage). 부츠는 생 로랑(Saint Laurent). 이어링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 코듀로이 팬츠, 펜던트 네크리스, 부츠는 모두 버버리(Burberry).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머 재킷은 로에베(Loewe). 슬리브리스와 팬츠는 꾸레쥬(Courreges).

골프에 빠져 있나요? 찰나의 대기 시간에도 스윙 연습을 하더군요.
올여름을 함께 뜨겁게 보내고 있어요. 3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목표는 완벽하게 컨트롤해서 멋진 드로우샷을 하는 거예요. 원하는 대로 공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소질은 있는 것 같아요?
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까지 말씀드릴 수 있어요.(웃음) 

한번 흥미가 생기면 푹 빠지는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주기는 짧아요. 이번에는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즐거움 하나로 푹 빠진 취미예요. 일이든 취미든 재미있어 보이는 일에는 일단 ‘해보자!’ 하고 뛰어들어요.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재미있어 보인다!’ ‘해보자!’
맞아요. 예능은 늘 도망치기 바빴는데, 피디님과 <마리와 나>로 인연이 있었고, 제가 주도적으로 웃기거나 이끌지 않아도 되는 형식이라 마음 편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단 ‘모태솔로의 연애’라는 주제에 끌렸고요. 시작할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과몰입할 줄은 몰랐죠. 

T(이성)와 F(감성)가 적절히 섞인 ‘썸 메이커스’로서의 활약도 엄청났죠. 평소 지인들의 연애 고민도 잘 들어주는 편이었어요?
아휴, 웬만하면 피해요. 열심히 듣고 조언해도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거든요.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경우도 많고요. 그리고 개인과 개인의 문제에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 상황을 판단한다는 건 다소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양쪽 입장을 모르기에 명확하지 않고요. 

하지만 A부터 Z까지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목격한 이번에는 달랐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었어요. 친구들의 서툰 모습에서 어린 시절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가슴이 답답하다가 불타오를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혼란의 순간들요. 

그래서 사랑과 재채기는 숨기지 못한다잖아요.
문득 2000년대 초반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던 장면이 겹쳐 보이는 게 신기했어요.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출된 장면이라면 촌스럽다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결국 그게 현실인 거죠.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했죠. 언젠가 이런 사랑을 해야 하는 캐릭터를 맡게 됐을 때, 떠오를 것 같아요.  

뜨거운 인기만큼 반응도 엇갈렸어요. 모든 상황을 다 아는 멘토로서 아쉬운 순간도 있었죠?
배려가 넘쳐 실수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아팠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짝사랑하는 걸 알고 자신의 감정을 거짓말하는 재윤이,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전하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한 정목이의 행동 모두 말도 안 되는 배려죠. 하지만 모태 솔로로서 사랑이 얽힌 관계를 처음 겪는데, 모든 게 서툴 수밖에 없잖아요. 이 친구들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고,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이 친구들을 실제로 만나서인지 더 몰입하고, 더 안타까워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만났던 그 힘이 생각보다 여운이 길었어요. 

‘썸 메이커스’에 이어 배우 서인국의 모습이 담긴 작품도 공개돼요. 전작 <이재, 곧 죽습니다>가 2023년 작품이니 시청자는 2년 만에 작품 속 서인국을 만나게 되는 셈이에요?
와, 2년간 쉬지 않고 여러 작품을 촬영해서 그렇게 느끼지 못했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배우 마동석을 필두로 인간 세계를 지키기 위한 천사 크루가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만화적, 극적 재미를 두루 갖췄죠. 

동양의 12지신을 모티프로 한 영웅의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저 역시 ‘12지신’이라는 지점에 끌렸어요. 그중 저는 원숭이의 천사예요. 

원숭이라….
하하. 저도 처음에 똑같은 반응이었어요. ‘원숭이라니. 이 동물을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나?’를 고민했죠. 천사 크루에서 장난스러움과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해요.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를 가진 동시에 원숭이의 민첩성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파쿠르 훈련도 받고 액션팀도 좀 귀찮게 했어요. 

연기를 하며 영웅 서사 특유의 통쾌함도 느꼈나요?
인간으로 살아갈 때 온전하지 못했던 힘이 악의 무리로 인해 초인적으로 폭발하는순간이 있어요. 각자의 고유 무기를 갖고 액션 연기를 하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시청자에게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라요. 

영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실제 서인국의 삶에서 영웅과 같은 존재는 누구예요?
신원호 감독님요. 저의 은인이자 영웅이죠. 감독님을 뵐 때마다 이 말을 늘 해요. 

은인에 영웅까지요?
2009년 <슈퍼스타K>에서 우승하고 몇 년간 다른 채널에 출연할 수 없었어요. 당시 그런 문화가 있었어요. 그 치열한 오디션에서 우승했으니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는데, 2년 정도 방송 활동을 거의 못했죠. 소속사 대표님과 매니저님, 저 모두 한창 고생하고 있을 때 신원호 감독님이 처음으로 타 방송사의 문을 열어줬어요. 당시 KBS2 <남자의 자격>을 연출하셨는데 합창 단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셨죠. 그 뒤에 일이 조금씩 풀려서 <뮤직뱅크>에도 출연할 수 있었고요. 몇 년이 지나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해주셨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분이죠. 

영웅이 찾아오기 전 어둠의 시간은 어떻게 버텼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책임감, 응원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 물론 저 개인의 꿈과 욕망도 있고요. 사실 매일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느낄 때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었어요.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요. 

그저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군요.
김연아 선수가 ‘연습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라고 말하는 유명한 ‘짤’ 아세요? 제 모토도 같아요. 뭘 어떻게 하겠어요. ‘내가 선택했는데 해야지. 해내야지’라는 마음이에요. 

그 길을 돌아보면 어때요?
잘 안 돌아봐요. 술 한잔하다 문득문득 생각날 때는 있는데, ‘그때 그랬지. 참 감사한 분들이 많았다’ 생각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 여정을 지치지 않게 해주는 동력은요?
음, 제 음악, 제 작품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얘기요.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에요. 그런 피드백을 볼 때면 더 책임감 있게, 더 신중하게, 더 확실하게 해야겠다 싶어요. 문득 이런 질문을 주기적으로 저 자신에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상시에는 그 생각을 전혀 못하고 살거든요.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못하다가 이렇게 대답을 하며 충전되고 더 굳게 다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작품에 들어갈 때 어떤 지점에 큰 가치를 둬요?
저는 늘 단순해요. 시나리오의 재미. 변치 않는 1순위의 조건이고, 그다음에는 제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있느냐죠.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 속에서 임팩트가 있고, 이야기에 어느 정도 가까운 위치에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인물요. 그래서 시청자의 가슴에 남고, 위로를 받고, 감정이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재, 곧 죽습니다>의 이재, <미남당>의 남한준,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김무영 등 성장형 캐릭터 전문이었네요.
지금 또 얘기하다 보니 ‘아 내가 그랬구나’ 싶어요. 그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매 순간 저 역시 정신적으로 단단해졌어요. 인간 서인국은 양팔에 튜브 끼우고 물에 둥둥 떠서 흘러가는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데, 왜 자꾸 도전해서 성장하고 이겨내고 싶은가 했는데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저도 저 자신을 알 수가 없어요. 

인생에서 가장 큰 ‘이겨냄’의 경험이 뭐였어요?
<슈퍼스타K> 우승요. 지금까지 제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결승전 장면을 오프닝으로 시작할 것 같아요. 처음이자 최고로 강렬한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한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도 도전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도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연습생이 될 거예요.(웃음) 더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지금보다 더 향상된 실력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아니다, 아예 갓난아기 때로 돌아갈래요. 모든 세포가 새것일 때 언어부터 모든 걸 더 많이 배워둘래요. 

어떤 시간으로 돌아가든 이 일을 다시 할 생각인가 봐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든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또 이 일을 할 거예요. 지금 이 직업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이 정말 충만하거든요. 현실의 저는 녹슬지 않도록 제 실력을 갈고닦아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윤활유도 넣고 더 반짝반짝하고 고성능의 아이템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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