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만났어요. 평소 이 시간에는 뭘 하나요?
맥주 한잔하면서 멸치 똥을 따거나 친구들이랑 영상통화를 해요. 남양주에서 제 일상은 대개 비슷하거든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데, 낮에는 집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하죠.
하루를 그렇게 일찍 시작하는 이유가 있어요?
다이어트 시작하고 야식을 자제하려다 보니 일찍 잠들게 된 것도 있고, 아버지가 늦게 일어나는 걸 너무 싫어하세요. 꼭두새벽부터 전화가 울려요. 다시 자더라도 일찍 일어나라고 하세요. 좀 피곤한데, 그게 저를 견디게 한 것 같아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보니까 정신상태가 확실히 좋아졌어요.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이 평균 조회수 300만, 채널 오픈 한 달 만에 구독자 70만에 이르렀는데, 달라진 풍경은 없나요?
남양주에서 제 일상은 똑~같아요. 유튜브를 잘 안 보니까 그 숫자가 높다는 것도 몰랐어요. 부모님과 오랫동안 함께한 스태프, 친구 등 주변에서 굉장히 좋아해주시고 평소 잘 연락하지 않던 분들까지 안부를 묻는 걸 보면 신기해요. ‘평정심을 잃지 말자’고 되뇌죠. 유튜브를 시작할 때 했던 ‘나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도 잊지 않으려 해요. 함께하는 팀이 있으니 책임감도 가져야 하고요.
유튜브 시작의 계기는 뭐였나요?
지난 10월쯤, 제가 한창 살이 올랐을 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켰어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켠 터라 각도나 구도 같은 건 고려 안 하고 침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턱 두었더니 얼굴이 엉망이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완전히 난리가 났죠. ‘서인영 충격 근황, 서인영 살쪘다’고 미국까지 소문이 나서 지인들한테 엄청난 연락을 받았어요. 이석로 피디도 그걸 보고, ‘요즘 서인영은 뭐 하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러다 한번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요.
그 호출에 응답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석로 피디가 유명한 건 알고 있었는데, 의아했죠. ‘왜 나를?’ 싶었어요. 얼굴 한번 보고 인사나 해야겠다 싶어 회사 구경을 갔는데, 술친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성격이 좋더라고요. 재미있게 대화하고 헤어지면서 ‘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하고 날을 잡았어요. 맛있는 밥 한 끼 해주려고 닭백숙을 준비했는데, 그날 줄줄이 스태프들과 함께 오더니 유튜브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 제목이 ‘개과천선 서인영’이었군요?
이 피디가 “제목 들으면 선배 안 할 것 같아”라고 해서 긴장은 했는데, 듣자마자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는 이 정도인가?’ ‘내가 그 정도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고 나서는 막 웃었어요. 극복하고 싶더라고요. 제가 필터 없이 얘기하는 스타일이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쁘면 그건 또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거든요. 대중이 보는 제 이미지가 그렇다면 그렇게 가야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게 맞는 거니까요.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추진됐나요?
한 달 정도 고민을 했어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숨으려고 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거죠.
그리고 첫 콘텐츠가 악플 읽기였죠. 영상 속 모습이 괴로워 보이기도, 후련해 보이기도 했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갔는데도 여러 사람 앞에서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던 영상을 마주하고 보니 괴롭더라고요. 정말로. 그런데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게 ‘지금까지 피하던 것, 싫어하는 것부터 뚫어버리자’였어요. 괴로울 때마다 ‘항상 겸손하라’는 아버지 말씀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매회 촬영할 때마다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라 뿌듯해요. 저는요, 요즘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해요.
개과천선한 서인영은 어떤 모습일까요? 상상해본 적 있어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완벽하게 개과천선할 수도 없을 거예요. 요즘은 하루하루 과거의 저보다 떳떳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을 수 있는데, 세상은 한 번 왔다가 가잖아요. 저는 그게 숙제를 푸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숙제를 좀 잘 풀어보자 싶어요. 제 예전 모습을 보면 창피함밖에 없어요. 분명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인생의 그래프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한 마음도 있었는데, 꼴 보기 싫은 영상이 된 거죠. 그래서 이제는 좀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걸 남기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게 또 가짜면 안 되잖아요. 시청자분들도 다 느낄 거고 저 또한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울 거니까요. 여전히 그 선을 지키는 게 어렵고 매일 간당간당해요. 과거에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실수를 할 수도 있고요. 실수를 하면 회개하고 사람들에게 혼쭐 나고, 받아들이고 이렇게 살고 싶어요.
단단해진 것 같아요. 가뿐해 보이기도 하고요.
인생에서 길을 잃어보면 그렇게 돼요. 인기가 있고 없고,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한 번 져봤으니까, 낭떠러지에서 발끝으로 위태롭게 버티는 걸 멈출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아무도 날 위해 싸워주지 못하고, 날 구원해주지 못해요.
요즘 인간 서인영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서인영의 행복! 나 자신의 행복이 제일 중요해요. 행복해지려고 최선을 다하죠. 문득, 갑자기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최대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별짓을 다해요. 예전에는 우울할 때 더 우울한 음악을 들으며 울면서 풀었거든요.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어요. 육수를 팔팔 끓여 요리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가발을 쓰고 혼자 사진을 찍으며 놀거나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춰요. “지금 이 기분에 지지 마! 이거 아니야!” 외치면서 눈물이 흘러도 묵묵히 그 일을 해요. 행복을 지키려고요. 아, 요즘은 댓글을 찾아 읽는 것도 정말 큰 행복이에요.
댓글 대부분이 ‘버텨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더라고요. 다 읽어봤죠?
아유~ 그런 말 하면 나 또 눈물 나요. 요즘 눈물이 많아져서.(웃음) 초반에는 계속 달리는 댓글이 궁금해서 새벽에도 1시간마다 깨서 확인했어요. 유튜브나 사람들의 반응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는데, 댓글을 볼 때면 마음이 동해요. 너무 감사하고 매일 보면서 감동해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해요. 동시에 애쓰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고 위로해주고 싶어요. 그분들의 고민을 듣고 위로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요즘은 그 고민을 하게 되네요.
서인영식 위로법은 뭔가요?
내 것부터 보여주자. 내 아픔부터 먼저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힘내라’는 사람들의 말이 조금도 위로가 안 됐거든요. 그 말에 힘이 하나도 안 났어요. 그냥 딱 죽어버릴 것 같은데, 어떻게 힘을 내겠어요. 제가 그런 상황을 겪다 보니 위로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몰랐던 서인영의 지난 10년이 정말 치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개념 없이 살아서 벌 받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남 탓 하는 건 못해서 늘 자책만 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게는 종교가 있으니까, 하나님이 나를 단련시키려고 하는구나 생각하기로 했죠. 하늘에 무언가가 있다면, 내가 나중에 물질로든 뭐든 이런 게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해서 지금 이 고난을 겪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좀 살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서인영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언제였어요?
지금!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이 너무 소중해요.
보컬리스트 서인영의 복귀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요. 준비 중인 계획이 있나요?
너무 하고 싶은데 어려워요. 사실 녹음은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쌓아둔 것도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아직 그 형태를 찾지 못했어요. 음악만큼은 완벽해지기 전까지 내놓지 못하겠어요. 지금까지 참여한 곡들도 많아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쥬얼리 멤버들과도 기회를 만들고 싶고요.
‘제가 만든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이제야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반짝이네요 그래서 용기를 좀 내보았어요’라는 유튜브 소개글이 더 깊이 이해가 돼요.
한때는 내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쁘게,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는데, 살려고 마음먹었으니까 예쁘게 살아보면 좋겠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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