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피부 타입을 찾아서
피부 관리의 시작은 내 피부 타입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피부 타입이 정확한 걸까? 피부의 나이는?
내 피부의 현주소를 알고, 더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피부 타입을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1 제 피부 타입이요?
얼마 전 <얼루어> 뷰티팀에 테스트 제품이 도착했을 때 일이다. “선배피부 타입은 뭐예요?” “저랑 지수는 건성이고요, 명경이는 지성이에요.” 제품을 살펴보던 후배가 물었다. “응? 나는 민감성?” 매트와 수분 두 가지 타입으로 출시된 쿠션을 기자들이 나눠 써보고 코멘트를 해야 했는데, 이왕이면 피부 타입에 맞춰 지성 피부는 매트 타입을, 건성 피부는 수분 타입을 써보자는 의도였다. 이 외에도 뷰티 브랜드 홍보 담당자에게, 화장품 판매원에게, 친구에게 피부 타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그때마다 나는 항상 물음표가 붙은 대답을 해왔다. “난 건성일걸? 민감성인가?” 확신이 없었다. 피부과를 종종 갔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나 시술을 하기 위해 또는 취재를 하기 위해서였지, 내 피부 타입을 진단받기 위해 들러본 적은 없었다. 이제 내 나이도 서른 중반. 정확한 내 피부 타입이 무언지, 노화는 얼마나 진행된 건지 궁금해졌다. 포털 사이트에 ‘피부 타입 테스트’를 검색해보니 병원, 화장품 브랜드, 피부 타입 측정 기기 등 다양한 방법이 검색됐다. 그중 무엇이 가장 정확할까 고민하다 이왕 하는 거 종류별로 다 해보기로 했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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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부과 전문의에게 피부 타입을 묻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강남역 리노보클리닉. 정확한 피부 스캔을 위해 세안을 하고 야누스-Ⅱ라는 이름의 피부 측정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양쪽 반 측면과 정면, 세 면을 촬영한 후 기기와 연결된 모니터를 보며 이지수 원장님의 설명을 들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시네요. 미간 쪽 모공만 빼고요.” 모공, 주름, 색소침착, 피지, 피부톤 5가지의 피부 타입을 결정하는 요인을 수치로 볼 수 있었는데, 그의 말처럼 모공 관련 수치 말고는 모두 좋음 쪽에 가까웠다. 잠시 후 조금 더 자세히 모니터를 보더니 “그런데 포피린이 좀 많아요. 포피린은 피부 깊숙한 곳의 피지인데, 이 수치가 높으면 염증이 잘 생길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피부 표면에 유분이 많은 편도 아닌데 염증성 트러블이 자주 생겨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게 포피린 때문이었다니! 후에 검색으로 이 포피린은 특별한 파장의 햇빛에 노출되면 독성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게 나의 햇빛 알레르기 증상과 연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그럼 제 피부 타입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복합성. 하지만 건성인 부위가 더 많다고 했다.
S-Ray 야누스 피부 진단기 | RECOMMEND FOR 피부과 시술 전 체계적인 피부 타입 진단을 받아 보고 싶다면 POINT 피부 표면의 상태뿐 아니라 진피층의 상태를 포함한 모공, 주름, 색소침착, 피지, 피부 톤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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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장품 매장에서 피부 타입을 묻다
며칠 후 백화점으로 향했다. SK-Ⅱ 매장의 매직링 스킨 카운슬링을 받기 위해서다. 매직링은 피부결, 탄력, 광채, 기미, 주름의 5가지 외적 요소를 측정하는 테스트다. 때문에 지성, 건성 등으로 나뉘는 타입을 알기보다는 피부 나이, 즉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사실 매직링 테스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5년 전에 받아봤는데, 총점 90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와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은 어떨까? 다행히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피부 나이가 내 나이보다 9살이나 어리게 나온 것이다! 매직링으로 확인할 수 있는 5가지 요소 중 기미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기미가 적다는 의미), 피부결 점수가 가장 낮았다(모공 때문인 것 같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눈가 피부 영역을 지정한 다음 앞으로 관리를 하지 않았을 때와 적당한 관리를 했을 때의 사진 비교였다. 특히 눈가 탄력을 잃었을 때 눈매가 변한 사진이 큰 자극이 됐다. 생각보다 늙지? 않아준 피부에 고마워하며 백화점을 나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오늘부터 아이크림 꼭 발라야지.’
SK-Ⅱ 매직링 테스트 | RECOMMEND FOR 노화 정도와 피부 나이가 궁금하다면 POINT 같은 나이 여성들의 피부와 내 피부 상태를 비교해볼 수 있다. 향후 관리를 통해 변화된 피부 사진을 볼 수 있어 동기 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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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이 순간 내 피부는? 뷰티 디바이스에게 묻다
전문가가 분석한 내 피부 타입과 피부 나이를 알게 됐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날마다 시간마다 다른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이번엔 웨이스킨이라는 뷰티 디바이스를 손에 넣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도넛 모양 웨이스킨은 앱스토어에서 관련 앱을 다운로드하고 휴대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기기다. 대표적인 기능은 피부 수분도 측정이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측정했다. 1월 3일 오후 7시 8% 매우 건조, 1월 4일 오후 3시 14% 매우 건조, 1월 5일 오전 10시 7% 매우 건조. 피부 땅김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좀 더 부지런히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물도 더 자주 마셨다. 정확한 수치를 시시각각 볼 수 있으니 피부를 위해 즉시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 피부 수분도 말고도 내 주변 환경(자외선 지수, 미세먼지, 기온, 습도)도 함께 보여준다. 이 밖에 생리주기에 따른 스킨케어 팁과 추천 제품, 사용하면 제품이 내 피부에 맞는 화장 품인지 분석해주기도 했다. 친절하고 영리한 기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좀 지치고 피곤하다. 피부 수분량의 노예가 된 기분이다.
가정용 피부 측정기 웨이스킨 | RECOMMEND FOR 전문가의 도움 없이 꼼꼼하고 체계적인 홈 케어를 계획한다면 POINT 당장의 피부 상태와 피부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인 요소들을 알려줘 시시각각 적당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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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부 타입 자가진단법
건강검진의 첫 스텝은 자가 문진표 작성이다. 자기평가, 즉 주관적인 판단은 진단을 받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이송정 박사의 책 <리얼 스킨>에 따르면 피부 타입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피부 생리학의 기초 위에 본인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요소, 피부 전문가의 시진·문진·촉진, 기기 분석을 통한 객관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피부 타입을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피부 전문가도 만났고, 기기 분석도 해봤고, 이제 남은 것은 자기평가다. 내가 선택한 건 바우만 피부 타입 테스트. 건성(Dry) vs 지성(Oily), 민감성(Sensitive) vs 저항성(Resistant), 색소성(Pigment) vs 비색소성(Non-Pigment), 주름(Wrinkle) vs 탱탱함(Tight)을 기준으로 피부 타입을 16개 유형으로 나눠 알려준다. 한국어로는 고운세상코스메틱 닥터지의 인터넷 공식몰에서 해볼 수 있다. 나의 테스트 결과는 ‘DSNW/건성, 심한 민감성, 강한 비색소성, 경미한 주름이 진 피부’라는 결과가 나왔다. 혹시 모르니 이것도 해볼까? 하고 진행한 3분 남짓 걸린 테스트로 얻은 결과치고는 꽤 구체적이었다. 솔직히 피부과 테스트 결과보다 더 크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테스트를 설계한 바우만 박사도 존경스럽지만, 피부 진단에 관해서는 주관적인 요소와 생활 습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바우만 피부 타입 테스트 | RECOMMEND FOR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에 가지 않고 간편하게 피부 타입을 알아보고 싶다면. POINT 생활 습관, 주관적 감각, 유전적 요인 등을 고려한 자가 테스트. 피부 타입을 결정하는 각 기준들을 한국인 평균점수와 비교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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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피부 타입은요!
종합해보면 내 피부는 이렇다.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중성· 복합성·건성·지성 중엔 복합성, 피부 나이는 25세, 바우만 테스트 결과로는 DSNW. 앞으론 이 테스트 결과들을 토대로 화장품을 고르고, 관리받을 예정이다. 피부과에서 추천한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주는 아쿠아 필 시술, 뷰티 브랜드 매니저가 추천한 묽은 제형 제품을 덧발라 속 건조 해소하기, 뷰티 디바이스가 내 피부 상태에 맞춰 추천해주는 화장품 사용하기, 바우만 테스트 처방전인 피부 장벽 강화, 염증, 여드름, 홍조의 지속적인 관리까지. 이제 속이 시원하다. 정확한 피부 타입만 알았을 뿐인데, 벌써 피부가 좋아진 기분도 든다. 너무 긍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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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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