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만난 호시! 비가 좀 와서 그런가, 새 시즌 옷이 잘 어울리던데요.
하하! 잘 지내셨죠? 버버리 의상이 너무 예뻤어요. 이번 컬렉션은 힙하다고 생각하면서 입었어요. 슬림하게 딱 붙는 옷이 있었는데, 그게 특히 마음에 들더군요.
날씨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겪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것도 운명이다.(웃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자. 거스를 수 없는 거니까요. 공연할 때도 비가 오면 그냥 “비 오네” 하고 끝이고, 이번에 화보 촬영할 때도 “비 오네”.
올해는 3배의 시간을 사는 것 같아요. 엄청 많은 일을 하고 있죠.
어제도 찍었고 오늘도 찍고 내일모레도 찍을 거고. 개인적으로 쉬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캐럿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을 시기인데 바빠서 생각할 겨를도 없겠어요,
별로 생각이 많지 않아요. 그냥 다 가는 거고 후딱 갔다 와야죠.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영감을 많이 받고, 느끼고, 배우고 싶어요. 성장하는 계기로 삼고 싶고요.
1월부터 한번 돌아보면 어때요? 계속 달렸을 것 같은데.
계획한 건 아니지만, 캐럿들을 좀 더 볼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작년부터 쭉 달린 것 같아요. ‘MAESTRO’ 활동, 콘서트, 앙코르 스타디움 공연, 그 와중에 앨범 내고, 또 앙코르 공연하고, 그다음에 <SPILL THE FEELS> 앨범, 월드 투어를 시작하고, 부석순 하고 호시×우지 하고, 정규 앨범도 했고요. 지금은 공백기 콘텐츠를 준비 중이에요. 아니다. 저는 10년을 달린 것 같아요.(웃음) 음악이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음악과 춤이 좋아서. 사실 안 좋아하면 이렇게 못할 거예요. 이제 <얼루어> 커버까지 다 태웠으니 다음 후반전을 준비해야죠.
어쩌면 그렇게 항상 긍정적이에요?
늘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디폴트가 긍정인 거 같기는 해요. 살면서 해봤는데 되는 일이 많았어요. 계획대로 된 건 거의 없지만 ‘이거 하고 싶다’ ‘언젠간 해야지’ 싶은 것들은 다 이루어졌어요.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어요. 진짜.
만족도 최상! 회귀할 필요가 없겠어요.
저는 진짜, 진짜, 매일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이런 모든 것이 원래 다 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바꾸고 싶은 게 없어요. ‘이렇게 하면 덜 상처받을 수 있는데’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상처마저 배움이 되는 거니까요.
그 모든 걸 이뤄낸 스스로에게는 칭찬도 해주나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기는 한데, 그걸 이뤄냈을 때의 저 자신이 너무 예뻐서 저를 너무 사랑하기도 해요. 가끔 제 노래도 많이 듣는 게, ‘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하면서 듣는 것도 있어요.(웃음)
지금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믹스테이프를 혼자만 듣고 있는 거예요?
네. 사실 작업해놓은 곡은 엄청 많아요. 조금 혹독한 기준으로 하는 편이죠.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 중요하죠. 어느 손을 들어주는 편이에요?
그런 대화를 정말 한 적이 있어요. 제가 그랬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히트하고 싶다”고. 일단 제가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야 진짜 ‘바이브’가 전달될 거니까요.
올해 세븐틴을 만나면 10주년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호시에게 가장 중요한 장면은 뭐였나요?
너무 여러 일이 많았지만 잠수교에서의 쇼케이스는 할 때보다 지금 더 기억에 남아요. 나중에 무대 모니터를 녹화한 걸 봤는데, 한강에 폭죽이 터지고, 사람도 진짜 많고, 유동인구만 20만 명이라고 하니까요. 서울 그것도 잠수교에서 세븐틴이라는 팀이 10주년 생일을 맞아서 공연을 한다니. 이런 타이밍과 운에 감사하며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9월 16일에 음원이 하나 나오는데, 거기에서도 2절에 ‘잠수교의 폭죽 팝 아웃’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사실 오늘까지도 그걸 준비했어요.
정말 마지막까지….(웃음) 어떤 곡이에요?
조금 강렬한 곡이에요. 레이지 장르의 힙합곡인데, 제 솔로 곡 중 랩으로 채운 노래가 없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동생들과 작업하다가 너무 좋은 곡이 나와서 공개하게 됐죠. 완전 기대돼요.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도 제 마음에 들게 나왔고요.(웃음)
너무 행복한 표정이네요. 항상 ‘찢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멤버잖아요. 올해의 모든 활동을 원하는 만큼 찢었어요?
성공의 기준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 만족도 면에서는 찢은 것 같아요.
세븐틴이 몇 년 동안 정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기록을 세웠어요. 호시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 분야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받은 느낌. 그리고 저희 멤버들과 캐럿, 스태프분들 다 같이 이룬 하나의 청춘 같아요. 우리가 열심히 해서 이렇게 이뤄냈구나. 그런 기록 하나하나가 어떤 벽을 깨부수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깨부숴온 거죠.
항상 한계를 넘는 느낌을 대중도 함께 만끽했죠.
제가 글래스톤베리나 롤라팔루자에 갈지 몰랐어요. 거기는 아예 생각도 못한 영역이었어요. 닛산 스타디움까지 갈 줄도 몰랐고요. 제 꿈은 원래 돔에서 콘서트를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5대 돔 투어를 하고 스타디움에 서니까 무대를 하면서도 제가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것 같았어요. 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저기서 무대 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잖아요. 사람도 많고 그 열기로 공기가 자글자글한 느낌. 그런데 그걸 제가 무대에 서면서 느끼고 있으니까.
‘현실인가?’ 싶은 건가요?
진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춤을 추다가 마이크에 부딪쳐서 피가 나는데도 안 아파요. 그 정도로 도파민이 돌고, 말도 안 되는 힘이 막 솟아요. 공연이 시작되면 10곡 정도는 아무리 숨이 막혀도 그냥 막 가지는 거예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딱 앞만 보이고, 춤을 추고, 인이어 소리도 크니까 되게 정신없어요. 가상현실 같아요.
그러다가 언제 현실감이 다시 생겨요?
무대가 끝나고 애들이랑 밥 먹을 때, 시시한 이야기를 할 때 확 돌아와요.(웃음) 공연 끝나고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데, 멤버가 많아서 확실히 외로울 틈이 덜한 것 같아요. 멤버들 덕분에 중심을 잘 잡아온 것도 커요. 저희 멤버들은 소탈하고, 인간미가 있고, 모두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까요.
호시×우지의 타이틀곡인 ‘동갑내기’에도 나오죠. 중학교 2학년부터 함께했다고. ‘무대 위 범생이’라는 가사도 두 사람의 이야기겠고요.
올 게 왔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함께 수업하면서 항상 둘이 붙어 있었고 배틀도 많이 했어요. 서로 성격은 너무 다른데 취향은 정말 비슷해요. 그래서 음악 얘기할 때 늘 붙어 있고, 우지 작업실에도 자주 가죠. 꾸며낸 이야기보다 우리다운 것. 우리가 지금 할 이야기나 현재 우리 상태를 얘기해보자는 말을 많이 했어요. ‘우리 둘이 뭉침 호우 주의 첫 만남은 코찔찔이 중2’ 이것도 실제 이야기예요.
둘의 공연을 멤버들이 관객으로 보러 오는 것도 새롭죠?
맞아요. 다음 세븐틴 공연은 구경하러 가려고요. 세븐틴의 공연은 어떨까. 관객 입장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기대돼요.(웃음) 사실 저는 모든 공연을 볼 때 연구해요. 이번 세븐틴 공연도 공부하러 가지 않을까. 캐럿들의 반응을 확실히 볼 수 있으니까 그것도 기대되고요. 함성이 터지는 구간이 어디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 동안 세븐틴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본 건 어땠나요?
특히 감사한 게, 제가 유닛에 많이 속해 있어요. 세븐틴의 퍼포먼스 유닛, ‘리더즈’도 있고, 부석순도 있고, 호시×우지도 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유닛으로 세븐틴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도 대화잖아요. 인터뷰 때는 어떤 마음이에요?
편하게 해요. 거짓말할 게 없고 저는 질문을 받으면 하고 싶은 얘기가 막 생각나서요. 제가 아쉽게도 웃기는 멤버는 아닌 거 같지만.
인터뷰 등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뭐였나요?
인터뷰는 아니지만, “열세 명 진짜 다 친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너무 신기한가 봐요. 궁금할 수 있는데, 그런 말 들으면 사실 웃겨요. 그래서 가끔 귀찮을 때는 “안 친해요”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누가 봐도 친한데, 굳이 설명해야 하나?(웃음)
이루지 못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새롭게 이루고 싶은 건 뭔가요?
열세 명이 완전하게 뭉쳐서 좋은 앨범과 컨디션으로 캐럿들 찾아보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또 10년 동안 솔로 앨범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기회가 되고 제가 준비되었을 때 솔로 앨범을 꼭 내고 싶고, 솔로 콘서트도 해보고 싶다는 꿈은 있어요.
지금 타임캡슐에 소중한 걸 묻을 수 있다면 뭘 묻고 싶어요?
닛산 스타디움에서 한 ‘팔로우 어게인 투 재팬’ DVD를 딱 펼치면 맨 뒤 관객석에서 무대를 찍은 게 엄청 크게 나와요. 잘 챙겨놨거든요. 일단 그걸 묻어두고 싶어요. 나중에 먼 미래에 제가 딱 열었을 때, ‘이 무대에 내가 섰구나’ 할 수 있게끔.
보는 순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나요?
네, 그건 그래서 꼭 묻어두고 싶어요. 상상도 못한 꿈을 이룬, 제 20대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우리 멤버들이랑 함께 이룬 그 소중한 기억을 나중에라도 꼭 보고 싶어요. 그리고 ‘팔로우 어게인 투 서울’ 콘서트도. 아, 그건 DVD가 없는데…. 그건 기억을 넣어주세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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