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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ER’S HIGH / 박윤호

<스터디그룹>부터 <미지의 서울>, 그리고 <트리거>까지. 자유롭게 내딛는 박윤호의 청량한 달리기.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팬츠는 아미(Ami). 팔찌는 크롬하츠 (Chrome Hearts). 벨트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니트는 인스크리어(Inscrire). 쇼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비즈빔(Visvim).

니트는 인스크리어.

후디 니트는 르메르(Lemaire). 팬츠는 카미엘 포트젠스(Camiel Fortgens).

톱은 언유즈드(Unused). 팬츠는 꼼데가르송. 슈즈는 발리(Bally).

후디는 베트멍(Vetements).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 빈티지(Levi’s Vintage). 벨트는 르메르.

모처럼 선선한 날씨예요. 유독 뜨거웠던 올여름을 어떻게 보냈어요?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간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 등 기다리는 게 많았거든요. 하나하나 기다리다 보니 올해 여름은 유독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여름보다 뜨거웠던 그 시간 속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였어요? 
<미지의 서울>이 공개됐을 때요. 호수를 화면에서 만나기를 오래 참고 기다렸어요. 작품이 방영되는 한 달 동안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어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고, 좋은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전작 <스터디그룹> 속 현우와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죠. 같은 배우가 맞나 싶었어요. 
현우와 호수 모두 치열하게 준비했어요. 특히 현우는 데뷔하자마자 만난 캐릭터라 잘하고 싶어 학교에서 배운 걸 전부 다 꺼내 요리조리 적용해봤어요. 그중 하나가 ‘그 인물로 일기 쓰기’였죠. 최근 일기장을 다시 꺼내 봤는데, 세상 험한 욕으로 가득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때의 제 모습이 많이 낯설었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어요. 반평생 공부한 것들이 확실히 도움이 됐나 봐요?
인물의 시선이나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이해가 됐을 때, 비로소 제 연기가 납득되고 명확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 점에서 하면 할수록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져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인가요?
맞아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대범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는 먹던 것 먹고, 가던 곳만 가면서 안정적인 인생을 살아왔는데,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게 돼요. 평소 저라면 하지 않을 법한 일도 ‘뭐,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커지고 즐기게 됐어요. 그 한계를 깨는 게 상당히 재미있더라고요. 

최근에는 어떤 일이 새로웠어요? 
현우를 연기할 때,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싶어 작품에서 쓴 ‘듀퐁’ 라이터를 손에 익숙해지도록 계속 쥐고 있었어요. 유튜브에서 다양한 기술을 찾아보고, 호수 역을 할 때는 한쪽 귀에 노이즈 캔슬링을 끼고 연습했어요. 생각보다 정말 어지럽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동물적인 연기’의 순간일까요?
연기를 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낄 때가 바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와 호흡이 착착 들어맞는 순간이에요. <트리거>를 촬영하면서 그런 감정을 한 번 느꼈어요. 김남길 선배님과 대치하다 총을 내려놓는 장면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선배님이 뭘 하려고 하지 말고 힘 빼고, 내 눈을 보고 내 이야기를 잘 들으라고 조언해주셨거든요. 그 말씀대로 했더니 계산하지 않았던 어떤 감정이 왈칵 나오더라고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지?’ 해요. 

지금 표정도 그래요. 환상의 나라를 본 것 같은 눈빛이에요. 
완전히 새로웠고, 그래서 그때 그 감정과 에너지를 마음에 콕 박아뒀어요. 지금도 종종 선배님께서 조곤조곤 설명해주신 말씀을 떠올려요. 새롭고 신기한 점을 발견할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또 ‘이 일이 정말 좋다’의 이유를 하나 더 찾았어요. 

그게 어떤 거죠? 
제가 추억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여행 가면 좋았던 곳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 장소의 로고가 있는 휴지나 봉투 같은 물건을 수집하는데, 연기는 일을 하면서 좋았던 시간을 ‘작품’이라는 형태로 항상 기록해준다는 점이 특별해요. 치열하고 좋았던 순간이 작품 속에 남아 있으니 그 자료를 언제든 찾아볼 수 있어요. 이 인터뷰도 언젠가는 제 추억으로 남을 거고요. 

오늘 이 인터뷰는 2025년 8월 박윤호의 한 시절의 기록이겠네요. 
맞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제 흔적이 다 남아 있으니 스스로를 계속 돌아볼 수도 있고, 과거를 보면서 성장해갈 수 있잖아요. 

촬영한 작품도 자주 들여다보겠네요?
작품도 그렇고, 현장 사진을 보면서 종종 추억에 젖어요. 현장에서 스태프, 동료, 선배들과 나눈 사소한 대화를 곱씹기도 하고요. 분명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면 전부 따듯하고 아름다워요. 그 힘든 순간을 잘 견딘 내가 이제 와서 보면 꽤 괜찮다, 해냈다는 뿌듯함도 들고요. 

그게 또 윤호 씨의 동력으로 작용하고요? 
그렇게 믿으려고 해요. 분명 모든 현장에서 나름의 고민이 있고 힘들었는데, 결국에는 해냈고 한 단계 넘어왔으니 현재의 모든 순간도 어떤 ‘과정’ 속에 있는 거라고 되뇌요. 

마라톤과 같네요. 오래오래, 멀리멀리. 
너무 정확하고 좋은 비유인데요! 저는 정말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오래 달리고 싶은 이 꿈을 처음 꾼 건 언제였어요? 
어릴 때부터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중학생 때 방송부를 하며 영상 제작에 푹 빠졌어요. 혼자 유튜브를 찾아 보며 프로그램 다루는 방법을 공부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UCC를 즐겨 만들었죠. 어느 날, 단편영화를 찍을 기회가 있어서 기획과 촬영을 맡아서 하고 있었는데, 화면 속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무척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몰래 예고에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시를 준비했죠. 

이 꿈을 공개했을 때 주변에서 적잖이 놀랐을 것 같은데요?
모두가 엄청나게 놀랐죠.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가게 됐다고 했을 때 친구들에게 엄청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어요. 종종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저 맞냐면서 무척 신기해해요. 

그런 반응을 들을 때면 어때요?
저 역시 신기해요. 저를 어떻게 찾았을까요?

배우가 된 지금은 어떤 모습을 상상해요?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 오른 순간요. 실제 그 무대에 오르면 어떨지 머릿속으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곤 해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 
오늘의 기분을 1부터 10까지 놓고, ‘오늘의 기분은 몇 점인가?’라고 물어요. 항상 하는 건 아닌데 답답하거나 너무 좋거나, 나쁠 때 묻게 돼요. 그 점수의 이유를 찾다 보면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더라고요. 제 감정과 관련한 일은 잘 덮어두는 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언젠가 나중에 또 똑같은 일이 생겼는데 이 질문을 하고 나서 원인을 알게 되니 피할 수 있게 됐고요. 유튜브에서 수면 명상을 찾다가 알게 돼서 재미 삼아 했는데 은근히 도움 돼요. 

여러 인터뷰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의지를 불태운다고 했어요. 가장 큰 자극을 준 작품은 뭔가요?
영화 <어느 가족>과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요. 쉴 때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보는 편인데, 결국 생각나는 건 이 두 작품이네요. 

두 작품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 사는 이야기네요?
그런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아요.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이야기기도 하고요. 새로운 콘텐츠 보는 걸 좋아해서 한 번 본 작품은 잘 안 찾는데 유일하게 여러 번 돌려본 작품이 이 두 편이에요. 그 이야기가 보고 싶어지는 시기가 어느 날 툭, 주기적으로 오더라고요. 

지금 가슴속에 가장 소중하게 품고 있는 꿈이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손주가 되자! 

지금도 굉장히 좋아하시죠?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아직까지 할머니가 여러 천을 덧대서 만들어주신 곰돌이 이불을 갖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애착 이불이었거든요. 두 분이 건강하실 때 화면 속 제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할아버지가 <트리거>를 밤새 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자랑스럽더라고요. 평소 밤 9~10시면 주무시는데 새벽 3시까지 보셨다는 거예요. 할아버지와 같은 헬스장을 다니는데 만나면 밀린 질문을 하시고, 저는 쫑알쫑알 답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그 시간이 참 좋아요. 

요즘 가장 몰두하는 건 뭐예요? 
잘 먹고, 잘 자기.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칼로리를 계산하고, 영양 성분도 꼼꼼히 보며 식단을 구성하고 있어요. 수면 시간도 7~8시간은 지키려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래오래 멀리 가려면 체력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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