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TIME / 숏박스
무대 아래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재밌는 작당을 벌이는 숏박스.
SHORT BOX
김원훈과 조진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5분 내외의 짧은 스케치 코미디 영상을 업로드한다. 객원 멤버 엄지윤과 함께한 ‘장기연애’ 시리즈로 상승세를 탔다.
요즘 스케줄이 쏟아진다면서요?
원훈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지윤이는 ‘엄지렐라’ 채널도 따로 하고 있고, 저희도 숏박스 콘텐츠를 기본적으로 하되 유튜브 협업이나 방송,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진세 바빠도 무조건 일주일에 영상 한 개는 올리려고 해요. 최대한 두 개까지도요. 정확히 날짜를 정해놓은 건 아닌데 찍으면 바로바로 올려요.
모두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이고 개그콘서트의 마지막을 함께했어요. 그 이후는 어떻게 지냈나요?
지윤 거의 집에 누워만 있었어요. 뭘 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서요. 유튜브가 잘되면 좋은데 그땐 또 안 되더라고요. 빠그라진 채널만 해도 서너 개는 돼요.
원훈 <개그콘서트>를 할 때 ‘우낌표’ 채널을 병행했어요. 폐지 후에는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그마저 잘되지 않아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죠.
기존 채널이 있었음에도, ‘숏박스’를 새롭게 만든 이유가 있나요?
원훈 우낌표 때는 한창 유튜브에서 몰래카메라 콘텐츠가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그 콘텐츠를 많이 올렸는데, 하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개그의 결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예전부터 스케치 코미디를 하고 싶었고, 정확한 타기팅을 위해서는 새로운 채널이 필요했거든요.
왜 스케치 코미디였나요?
진세 ‘키 앤 필’이라고 외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남자 듀오팀이 있어요. 그 팀이 방송에서도 스케치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근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런 걸 시도한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았어요. 뭔가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우리나라 감성에 맞출 수도 있을 거고요.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진세 일단 회의를 하면서 5시간 정도 대본을 쓰고, 촬영도 5시간 정도 걸려요. 편집은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그렇게 영상 하나에 3~4일이 소요돼요. 지금까지는 저희가 촬영과 편집까지 다 직접 했는데 이제 편집자를 구해서 같이 해볼 생각이에요.
회의는 어떻게 해요?
진세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누가 툭 한마디를 던져요. 그러면 그걸 다른 사람이 바로 받아서 회의 자체를 상황극으로 이어가요. 그래서 회의 중에 재밌는 대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저절로 흐름이 생기기도 해요.
원훈 작가는 접니다. 진세랑 지윤이는 거의 떠들다 가고 같이 얘기하면서 저 혼자 적고 있어요.
콘텐츠의 유행을 의식하는 편인가요?
원훈 요즘은 이런 게 SNS에서 유명하더라. MZ 사이에서는 이런 밈이 돌더라. 이런 걸 활용하기도 하죠.
진세 또 그런 유행은 지윤이가 되게 캐치를 잘해요. 저희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말투나 행동도 잘 알고 있더라고요. 툭툭 뱉는데도 웃겨요.
지윤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웃기대요. 가끔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이것저것 해달라고 써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보면서 참고할 때도 있죠.
6개월 만에 1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어요. ‘장기 연애’ 에피소드가 빠른 성장의 전환점이 되었죠. 이때부터 코미디언 엄지윤이 합류하게 되었고요.
지윤 처음부터 시리즈를 정해놓고 같이 해보자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한 번 도와달라고 해서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했던 거죠. 서로 가벼운 마음으로요. 그런데 장기 연애 콘셉트가 잘되면서 인연이 길어지게 된 거죠. 심지어 원래 같이 찍기로 했던 콘텐츠는 장기 연애도 아니었어요.
진세 그날 촬영을 하려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카메라가 안 켜지는 거예요. 못 찍은 채로 돌아와서 회의나 하자고 했는데 그날 바로 장기 연애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대본도 금방 쓰고 촬영도 2시간이 채 안 걸렸어요. 촬영이 원래대로 진행됐다면 장기 연애는 아예 안 나왔을지도 모르죠.
디테일한 연기와 묘사가 숏박스의 핵심이에요.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원훈 대본이 가장 중요해요. 지문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쓰는 편이고요. 애드리브는 거의 없이 95% 이상이 대본이라고 보시면 돼요. 저희끼리 연기 연습을 따로 하진 않아요. 서로를 지도하지도 않고요. 알아서 다 잘하는 친구들이라서. 촬영 테이크도 많이 안 가요. 거의 두세 번이면 끝나요. 요즘엔 말을 좀 더듬어도 그냥 내보내요.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여서요.
지윤 무엇보다 저희가 다 직접 짜고, 처음부터 아예 대사를 읊으면서 쓰기 때문에 각자의 톤에 가장 적합한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헌팅처럼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정작 내용은 자극적이지 않아요. 의식적으로 조심하는 편인가요?
원훈 굉장히 많이 의식해요. 저희가 공영 방송인 <개그 콘서트>에서 활동을 했다 보니 그런 거에 대해 되게 잘 알아요. 사람들이 어떤 걸 불편해하는지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을 법한 것들은 무조건 다 빼려고 해요. 그런데 다 빼고 나면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게 솔직히 쉽지만은 않아요.
지윤 한 번 자극적으로 가게 되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지양하는 것도 있고요.
심의로부터 자유롭다는 건 희극인에게 장점이 아닌가요?
진세 더 다양한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건 좋아요. 작은 예시이지만 비속어를 사용할 수 있는 거요. 그렇다고 해서 거칠고 공격적인 욕을 넣는 건 아니고요. 일상에서 친구나 남매끼리 실제로 사용하는 느낌 있잖아요. 저희는 욕을 할 때도 미묘한 어감을 엄청 신경 쓰거든요.
유튜브 생태계에 진출하며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나요?
지윤 저는 제가 준비했던 채널들 다 잘될 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조회수가 100회도 넘기기 힘든 거예요. 그래서 금방 지쳤어요. 당장의 조회수에 연연하기보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데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진세 우낌표 영상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보면서 이건 호흡이 너무 빨라서, 이건 너무 느려서 안 됐구나 분석해보기도 했어요. 자꾸 뭐가 안 되니까 이유를 찾게 되잖아요. 그 이유가 다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렇게 돌아보면서 얻은 게 많아요. 그게 다 숏박스의 기반이 됐고요.
어떻게 지치지 않고 계속 만들 수 있었나요?
진세 ‘턱압프레스’라는 우낌표 영상이 있는데 그게 페이스북에서는 몇 백만 조회수가 떴거든요. 근데 당시 유튜브에서는 1만 회가 안 나왔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 영상 조회수가 많이 올랐더라고요. 이게 정말 운이 따라야 하고, 타이밍의 차이도 있겠구나 싶어요.
어떤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해요?
지윤 이번 주에 올라간 뉴스 편이 되게 재밌었어요. 일단 세트장도 굉장히 퀄리티가 높았는데 새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채널이 됐구나 실감이 나더라고요. 상황을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기도 했고요.
원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287번 101번’이요. 가장 많은 편집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고 곽자형 배우님이 실제로 출연해주셔서 감사했죠. 직전에 장기 연애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보니 계속 공감대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좀 더 다양한 걸 하고 싶었고, 이게 잘되면 숏박스가 더 다양한 콘텐츠를 할 수 있겠다 싶어 공을 많이 들였어요.
광고도 숏박스의 콘텐츠로 풀어내더군요.
원훈 만약 두 개의 광고가 있을 때, 가격이 낮더라도 숏박스 채널이 재밌게 풀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르려고 해요. 구독자분들은 얘네 광고하니까 재미없다 안 했으면 좋겠다 말씀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채널을 키우려면 광고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광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시도해봤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원훈 희극인들이 사랑받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요. 촬영부터 노래나 연기, 진짜 잘하는 친구들 정말 많은데 아직 알려지지 못했어요. 저희 채널을 발판 삼아서 그런 친구들을 알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추가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도 하나 있는데 신인으로만 구성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요. 다 같이 모여서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신인 개그맨이 적극적으로 조명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코미디언이 되고 싶나요?
지윤 선한 영향력을 주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은 콘텐츠를 하고 있는 지금이 좋아요. 자극적인 걸로 웃기는 거 사실 쉬워요. 욕을 하거나, 야한 걸 하거나, 더러운 거 하고. 그런데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거든요. 개그우먼으로서의 제 목표예요.
진세 보기 편안한 개그맨이요. 개그맨계의 차태현. 등장만 해도 편안함을 주잖아요.
지윤 차태현 배우는 잘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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