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위한 하이엔드 엔트리 워치

요즘 세대들의 손목에 하이엔드 워치가 자리 잡았다. 기존과는 많이 달라진 접근방식으로.

지난여름부터 분더샵 청담이 빈티지 시계 판매를 시작했다. 까르띠에 탱크를 포함해 약 100점 이상의 빈티지 시계가 진열되고 원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시계 전문가가 상주하며 판매와 컨설팅을 돕는다. 청담동 한복판, 하이엔드 패션을 상징하는 이곳에서 흔히들 부르는 중고, 세컨드 핸드를 판매하다니 문득 달라진 소비 문화를 체감하게 된다. 명품 시계를 향한 대중의 폭넓어진 관심은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 여의도에 문을 연 더 현대 서울은 ‘MZ 세대를 열광시키는 힙한 브랜드들의 총집합’을 콘셉트로 설계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빈티지 워치 브랜드 용정콜렉션을 입점시켰다. 결혼 예물이나 중년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손목시계가 MZ 세대를 위한 공간에 디스플레이된 건 시계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계층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래식한 탱크 워치는 까르띠에 by 용정콜렉션(Cartier by Yongjung Collection).

오랜 시간 꾸준히 인기가 많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데이저스트 워치는 롤렉스 by 용정콜렉션. (Rolex by Yongjung Collection).

이렇듯 놀라운 변화에 힘을 보태고 있는 곳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용정콜렉션이다.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용정콜렉션은 한국을 대표하는 빈티지 워치 브랜드다. 1965년도 설립 이후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판매와 관리, 유통 등 모든 단계에서 가족 경영 방식을 고수한다. 어느 때보다 다양해진 연령대의 고객을 접한다는 용정콜렉션의 김문정 대표는 최근 달라진 트렌드의 저변에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해외 경매에 시계가 출품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투자 가치를 꿰뚫어보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 또 한 가지는 다양한 문화를 주도 중인 MZ 세대의 막강한 영향력이 보태졌다는 의견이다. 손해보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는 실용적인 소비 패턴과 SNS 채널을 통해 노출된 시계의 가격을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소비와 가까워진 셈이다.

새롭게 출시되는 블루 린 컬러의 아뜰라주 밴드를 장착한 애플 워치는 에르메스(Hermes).

실용적인 스틸 브레이슬릿이 장식된 난투켓 워치는 에르메스.

로즈 골드 소재의 난투켓 워치는 에르메스.

물론 시계 브랜드도 이러한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선두엔 애플 워치와 꾸준히 협업 중인 에르메스가 있다. 에르메스는 2015년, 애플과의 첫 컬렉션을 출시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진화한 시계가 아니라 ‘패션’이라는 키워드를 갖게 된 시작이었고 더 나아가 에르메스의 가치를 접하지 못한 세대에게도 동경심을 부풀려준 계기가 되었다. 에르메스는 올 하반기, 애플 워치 에르메스 시리즈 7 론칭을 앞두고 있다. 기존보다 경쾌해진 컬러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스카이 블루 계열의 블루 린, 버건디 컬러 루즈 에이치 아뜰라주 스트랩과 상큼한 오렌지, 라임 컬러로 구성된 체크무늬 점핑 스트랩이 대표적이다. 애플과의 컬래버레이션뿐 아니라 에르메스 워치도 한층 젊어진 감성으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에르메스는 이번 시즌, 역동적이고 캐주얼한 체인 스트랩으로 꾸민 새로운 난투켓 워치를 제안한다. 1991년 론칭된 이 시계는 아담한 사각형 케이스와 손목에 한 번 또는 두 번 감는 우아한 스트랩이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좀 더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브랜드의 상징적인 모티프인 샹 당크르에서 영감받은 체인 디테일의 브레이슬릿 버전이 탄생한 것. 매일 착용하기에 부담 없는 실용적인 스테인리스 스틸과 로즈 골드 소재 브레이슬릿으로 구성된다.

오렌지 컬러 베젤과 인덱스가 특징인 플래닛 오션 6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워치는 오메가(Omega).

그린 컬러가 특징인 리베르소 트리뷰트 스몰 세컨즈 워치는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견고한 블랙 세라믹 소재의 J12 워치는 샤넬 워치(Chanel Watch).

까르띠에, 롤렉스, 오메가, 샤넬처럼 오랜 시간 드림 워치로 군림해온 워치 브랜드 역시 비슷한 노선을 걷는 듯 보인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디테일로 치장하기보다는 부담스럽지 않고 실용적인 변신을 거듭하는 중. 최근 오메가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을 기존 모델보다 스포티하게 재해석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시그니처 오렌지 컬러로 베젤과 인덱스를 통일했고, 600m 방수 기능을 더해 다양한 레저 생활을 즐기는 MZ 세대의 취향을 배려했다. 예거 르쿨트르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론칭 90년을 맞이한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컬렉션은 독창적인 컬러를 콘셉트로 한 새로운 리베르소 트리튜트 스몰 세컨즈 워치를 선보인다. 예거 르쿨트르의 보금자리를 둘러싼 소나무 숲의 짙은 녹색에서 영감받았고, 한층 슬림해진 8.5mm 사이즈의 케이스를 접목해 착용감이 우수해졌다. 또한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 컬렉션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했고 지난 6월 상하이의 패션과 예술의 중심지인 K11에 예거 르쿨트르의 1931 카페를 오픈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이스트리 셰프 니나 메타예와 함께 시계 케이스와 동일한 직사각형 헤이즐넛과 초콜릿 디저트를 개발했으며 360도 회전하는 듀얼 케이스의 구조를 쉽게 설명해줄 전시도 마련했다. 지난 8월, 상하이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1931 카페 프로젝트는 이번 가을, 파리에서의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시계를 향한 관심과 수요는 어느 때보다 넓고 깊게 퍼지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가치 있는 소비가 늘어나고 그 중심에는 세월이 지나도 존재를 잃지 않는 시계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손목에는 과연 어떤 시계가 채워질까?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라질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이선화(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COURTESY OF CHANEL,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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