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그리워하다

도서관에 마지막으로 간 것은 2월 9일 일요일 밤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앞으로 3주간 휴관한다는 문자를 받고 그 전에 책을 빌려놓기 위해서였다. 겨울 달빛 아래서 도서관을 나오면서 빌려갈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서가에 남아 있을 나머지 책들을 생각했다. 겨울방학 때 집에 가지 못하는 기숙학교 학생들을 두고 돌아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채 도서관에 놓인 책들을 단 한 번이라도 상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수완의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를 자기 이야기라 느낄 것이다. 지난 10년간 그가 발표한 세 권의 장편소설이 모두 그러하다. 그의 소설은 비블리오 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한 메타픽션으로, 그 안에서 책은 주제이자 배경이고 인물이 된다. PC 통신의 독서 동호회 같은 곳에서 활동했을 법한 작가의 책에서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레이먼드 챈들러, 리처드 브라우티건 같은 작가들의 향기가 깊게 묻어 있다.

작가의 말에도 쓰였듯이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브라우티건의 <임신중절>에 나오는 도서관과 유사한, 호펜타운이라는 마을의 도서관이 배경이다.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제2대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가 소설의 화자이다. 이 소설은 머레이가 묘사하는 도서관 이용자들에 대한 연대기인 동시에, 빈센트 쿠프만이라는 정체 모를 사람이 기증한 책들에 대한 카탈로그다.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사람과 어디선가 읽었을 법한 책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책의 생애와 인간의 생애가 얽힌다.

낱장의 그림으로 되어 있어 배열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책, 주석만 있는 책, 악마에게 영혼을 판 기타 제작자의 책, 추리소설 작가를 위한 시체 처리 방법에 대한 책, 우리가 절대 읽을 수 없는 100권의 책에 관한 책. 이런 책들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았고 팔리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호펜타운 반디멘 도서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도서관의 운명과 함께 떠나가게 된다. 그 많은 책은 어디로 갈까?

이 말에서 슬픔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도 또한 애서가라고 하리라. 독자로 자라나 작가가 된 사람들이 있다. 독자의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한 작가가 쓴 이야기는 대체로 사랑스럽다. 거기에는 우리가 공유하는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5월 초, 도서관이 비로소 문을 열었다는 문자가 왔다. 잠들어 있던 책들이 늦은 봄에 개학을 맞았다.

글 | 박현주(소설가, 문학 칼럼니스트)

가난의 문제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보다 출연료가 높다는 내용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사실 어디나 그렇다.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이 높고, 여성의 일자리는 적다. 그 말은, 우리는 언제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갑작스럽게 빈곤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타노 토모미의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20대 대졸 여성 ‘아이’가 홈리스가 되는 과정, 실업의 터널을 지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는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계약해지가 되었을 뿐인데 좀처럼 다시 일을 얻지 못한다. 한번 시작된 빈곤은 늪처럼 점점 더 가라앉기만 할 뿐이다. 여성 고용 차별, 비정규직 문제가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고 하는 일본의 상황을 충실하게 담고 있으며, 작가가 실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빈곤은 결국 모두의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JEONG JO 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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