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선율이 흐른다

마지막 원시의 땅, 아프리카의 선율이 흐른다.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술, 자수 등 민속적인 수공예 장식이 현을 따라 춤추고, 대지를 품은 편안한 색상과 간결하고 날렵한 선이 웅장한 자연의 울림을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집결시킨다

원시적인 손맛의 술이나 깃털 장식을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연출하기 위해선 간결하고 날렵한 실루엣과 광택 가공, 선명한 색상 등 현대적인 멋을 자연스럽게 곁들인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원시적인 손맛의 술이나 깃털 장식을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연출하기 위해선 간결하고 날렵한 실루엣과 광택 가공, 선명한 색상 등 현대적인 멋을 자연스럽게 곁들인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패션이 지닌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스타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프리카는 언제나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드넓은 초원과 울창한 밀림, 원시문명으로 이루어진 부족민의 삶, 자연이 빚어낸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예술적인 혼…. 아프리카의 살아 있는 숨결은 그 존재 자체로 독야청청한 멋을 발한다. 그 생경한 아름다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은 아프리카가 지닌 매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1부 ‘오모계곡의 붉은 바람’은 자연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조용히 포착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원시인들의 모습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들의 예술적 감성이었다. 비록 현대문명이 지닌 과학적인 기술과 현란한 기교는 없을지라도 그들에겐 자연 그대로의 재료와 순수한 혼, 정성스러운 손재주가 빚어내는 태곳적 예술미가 있었다. 다양한 색과 프린트를 섞는 감각은 타고난 것임에 분명한데, 이 재주를 활용해 식물에서 채취한 염료로 몸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나무를 다듬어 만든 장식으로 자기 부족만의 표식을 갖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야말로 장인이 손으로 한땀 한땀 지은 예술작품에 가깝다. 그들에게서 발견한 자연의 재료와 손맛이 어우러진 원시적인 아름다움, 이번 시즌 아프리카로의 스타일 여행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는 바로 이것이다.

밀림 탐험가를 연상시키는 사파리 룩, 원시 부족민이 걸치는 원색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 야생 동물에서 모티프를 따온 소재와 무늬, 나무 소재의 장신구 등 아프리카 스타일을 대표하는 요소는 많다.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아프리카 스타일의 이국적인 멋을 완성해내는 핵심은 앞서 강조했듯 원시적인 손맛이 느껴지는 소재와 장식의 표현에 있다.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프린지와 깃털 장식, 손으로 하나하나 엮은 듯한 꼬임과 교차, 정교함이 돋보이는 코바늘뜨개 느낌의 의상은 아프리카의 감성을 한층 고급스럽고 예술적으로 끌어올린다. 런웨이를 물들인 이 풍부한 원시의 멋이 그저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리얼웨이로 옮겨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적인 멋과 조화로운 어울림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수공예 장식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투박해 보이지 않도록 조율한 것은 허리를 강조한 날렵하고 간결한 실루엣과 선명한 색상, 절제된 디자인, 그리고 세련미를 부여하는 광택 가공이나 시퀸 장식 등. 이러한 요소들이 빚어내는 현대적인 멋은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감성을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걸쳐볼 기회를 제안한다. 그 표현력이 근사했던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통해 이번 시즌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아프리칸 무드의 스타일링 팁을 탐색해보자.

아프리칸 무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이국적인 멋이 풍부했던 구찌 컬렉션은 1970년대 입생로랑의 길고 날렵한 실루엣을 유지하는 것으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반면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골드, 오렌지, 초록 등의 강렬함과 그에 대조되는 차분한 베이지, 캐멀, 검은색 등을 조화시킨 컬러 팔레트, 광택을 머금은 깃털 장식과 마치 밀짚을 엮은 듯한 가죽 소재의 의상 등 강약을 잘 조절한 디자인 요소로 원시의 멋을 관능적으로 드러냈다. 또 꼬임 핸들이 달린 뱀피무늬의 토트백과 허리를 조인 태슬 장식의 벨트, 여러 개의 얇은 스트랩을 이은 슈즈 등 아프리칸 스타일의 묘미를 높이는 액세서리도 맛있게 사용했다. 여기에 구찌 쇼의 모델들처럼 머리를 뒤로 깨끗하게 묶어 넘기고 입술만 강조한 메이크업을 곁들이면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네스처럼 강렬한 여전사의 분위기를 드러낼 수 있다. 무릎을 덮는 좁다란 실루엣의 스커트와 술 장식이 춤추는 맥시 드레스 등 아프리칸 스타일을 여성스러우면서도 미래적으로 표현한 베르사체 컬렉션도 근사했다. 생생한 원색을 곁들인 기하학적인 무늬와 절개 장식, 군더더기 없이 똑 떨어지는 실루엣은 절제된 아프리칸 스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베르사체 컬렉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스타일링 팁은, 허리선을 높인 하이웨이스트 의상은 몸을 가늘고 길게 연출하는 기본일 뿐만 아니라 에스닉 무드도 우아하게 변신시킨다는 점이다. 손맛이 깃든 아프리칸 무드에 예술미를 한껏 드리운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도 놓치면 아쉽다. 맥퀸의 뒤를 이은 수석 디자이너 사라 버튼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준 이번 맥퀸 쇼에는 대지의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쑥쑥 자라나는 듯한 곡식을 표현한 밀짚 드레스와 잎사귀 자수 장식, 온몸을 휘감은 깃털 드레스 등 비록 리얼웨이에서 입지 못하더라도 자연의 재료와 장인의 손길이 어우러진 의상을 맘껏 감상해보고 싶다면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을 찬찬히 훑어보길.

70년대풍 판탈롱 팬츠와 길게 늘어지는 프린지 장식으로 집시의 느낌을 강조한 로베르토 카발리의 컬렉션은 아마존 밀림에 살고 있을 법한 악어 가죽과 뱀가죽 무늬를 이용한 믹스앤매치 스타일링을 통해 야생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아찔한 레이스업 장식과 몸과 팔에 늘어지는 술 장식 등의 관능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컬러 팔레트와 만나 한층 정제된 아프리칸 무드를 연출한다. 샤넬 컬렉션은 깃털과 트위드 소재의 조화에 레몬, 하늘색 등 부드러운 파스텔 색상을 곁들여 원시의 멋을 새롭고 우아하게 표현했다. 이밖에도 살바토레 페라가모, 지안프랑코 페레, 에밀리오 푸치, 프링글스 오브 스코틀랜드 등의 컬렉션에서 수공예 장식이 발산하는 순수한 매력과 율동감, 예술적인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아프리카 스타일은 또 다른 잣대로 보면 결코 아프리카스럽지 않다. 그만큼 절제됐으며 현대적이다. 대신 손맛이 전해지는 율동감 넘치는 술, 깃털 등의 장식과 자연에서 가져온 듯한 소재가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기운을 은근하게 불어넣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획일화된 의상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멋을 발한다. 마지막 원시의 땅, 아프리카는 우리의 눈과 마음은 물론 스타일에까지도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을 선물한다.

1 프린트 스카프는 4만8천원, 에이 리스트(AList). 2 면 소재의 머플러는 51만7천원, 엘리자베타 프란치 바이 1423(Elisabetta Franchi by 1423). 3 송아지 가죽 숄더백은 27만원, 코치넬리(Coccinelle). 4 깃털 장식 카디건은 59만8천원 , 저스트 카발리(Just Cavalli). 5 리넨 소재의 재킷은 3백98만원, 마우리지오 페코라로(Maurizio Pecoraro). 6 스웨이드 재킷은 2백75만원, 엘리 타하리(Elie Tahari). 7 가죽 벨트는 37만원, 3.1 필립림(3.1 Phillip Lim). 8 자수 호피무늬 미니스커트는 50만원대, 쟈딕앤볼테르(Zadig&Voltaire). 9 라피아 소재의 토트백은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10 라탄 소재의 클러치백은 47만원, 토리 버치(Tory Burch). 11 비즈 장식의 뱅글은 54만4천원, 찬 루 바이1423(Chan Luu by 1423). 12 가죽 플랫폼 슈즈는 21만8천원, 게스 슈즈(Guess Shoes). 13 레이온 소재의 니트 원피스는 1백58만원, 랄프 로렌 블루라벨(Ralph Lauren Blue Label). 14 실크 슬립 드레스가 달린 니트 원피스는 99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15 술 장식의 카디건은 43만원, 하니와이(Hanii Y). 16 라피아 소재의 샌들은 29만9천원, 스티브 매든(Steve Madden). 17 염소가죽 소재의 플랫 슈즈는 가격 미정, 프라다(Prada). 18 가죽 벨트는 15만원대, 키이스(Keith). 19 가죽을 촘촘히 땋은 롱부츠는 가격 미정, 구찌(Gucci).

1 프린트 스카프는 4만8천원, 에이 리스트(AList). 2 면 소재의 머플러는 51만7천원, 엘리자베타 프란치 바이 1423(Elisabetta Franchi by 1423). 3 송아지 가죽 숄더백은 27만원, 코치넬리(Coccinelle). 4 깃털 장식 카디건은 59만8천원 , 저스트 카발리(Just Cavalli). 5 리넨 소재의 재킷은 3백98만원, 마우리지오 페코라로(Maurizio Pecoraro). 6 스웨이드 재킷은 2백75만원, 엘리 타하리(Elie Tahari). 7 가죽 벨트는 37만원, 3.1 필립림(3.1 Phillip Lim). 8 자수 호피무늬 미니스커트는 50만원대, 쟈딕앤볼테르(Zadig&Voltaire). 9 라피아 소재의 토트백은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10 라탄 소재의 클러치백은 47만원, 토리 버치(Tory Burch). 11 비즈 장식의 뱅글은 54만4천원, 찬 루 바이1423(Chan Luu by 1423). 12 가죽 플랫폼 슈즈는 21만8천원, 게스 슈즈(Guess Shoes). 13 레이온 소재의 니트 원피스는 1백58만원, 랄프 로렌 블루라벨(Ralph Lauren Blue Label). 14 실크 슬립 드레스가 달린 니트 원피스는 99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Vanessa Bruno). 15 술 장식의 카디건은 43만원, 하니와이(Hanii Y). 16 라피아 소재의 샌들은 29만9천원, 스티브 매든(Steve Madden). 17 염소가죽 소재의 플랫 슈즈는 가격 미정, 프라다(Prada). 18 가죽 벨트는 15만원대, 키이스(Keith). 19 가죽을 촘촘히 땋은 롱부츠는 가격 미정, 구찌(Gucci).

    에디터
    박선영, 패션 에디터 / 이혜미
    포토그래퍼
    Photo / KIM WESTON ARNOLD, 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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