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꿀 숙면을 취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들(1)
왜 잠이 오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잘 수 있을까? 수면 시간이 아닌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언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에 물었다.

MIND
수면 문제로 정신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40세대가 번아웃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50대부터는 노화로 인해 수면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모든 연령이 각각 수면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정신건강과 수면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다.
수면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불면증 때문에 오는 사람도 많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조울증, 조현병 같은 거의 모든 정신질환에서 어떤 형태로든 수면 문제를 함께 호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울증이 있어도 잠자는 데는 문제가 없고, 불면증이 흔히 동반되지 않는 정신과적 질환도 있다. 하지만 우울과 불안, 번아웃,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를 호소할 때, 수면이 이미 무너진 경우가 훨씬 많다.
수면과 정신건강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인데.
맞다. 불면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고, 정신질환에서 비롯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마음이 괴로우면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이 안 오면 마음도 괴로워진다. 또 수면 문제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전조 증상일 때도 많다. 잠을 못 자면 정신질환의 재발 위험이 커진다.
증상이 비교적 빨리 개선되는 경우는?
일시적 불면증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낫는다. 정신과 병력이 없는 사람이 하루이틀 잠을 못 자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해외여행 시차 같은 일시적 불면증은 수면 위생만 잘 지키면 좋아진다. 원인이 비교적 분명한 경우, 잠 자체의 문제보다 일시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잠이 얕아진 경우도 비교적 빨리 회복된다. 중요한 발표, 시험, 이직, 가족 문제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생긴 단기 불면은 원인이 정리되거나 몸이 안정되면 좋아진다.
반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경우는?
만성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잠에 대한 두려움’까지 학습된 경우가 많아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 ‘불면증’이라고 진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불면증은 단순히 ‘잠이 좀 안 온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낮 동안 집중력 저하, 불안, 기억력 저하, 의욕 감소 같은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같은 증상이 일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이라고 본다. ‘몇 시간 잤느냐’는 기준이 아니다. 7시간을 자고도 깊이 못 잤다고 여기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불면증은 수면의 양만이 아니라 수면에 대한 주관적 고통과 낮 기능의 손상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그렇다면 정신건강의학과와 수면 클리닉. 어디를 찾아야 할까?
두 곳이 완전히 분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경과 의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모두 수면 클리닉을 운영한다. 잠이 오지 않는 문제의 중심에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예민함, 강박적 걱정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가 더 적합하다. 누워서도 생각이 멈추지 않고, “오늘도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잠 못 잔 다음 날 컨디션에 대한 공포가 반복된다면 마음의 문제를 같이 다뤄야 한다.
반면, 수면 클리닉이 효과적인 경우는?
코골이, 수면무호흡, 심한 주간 졸림, 수면 중 이상행동, 다리 불편감, 렘수면행동장애, 기면증이 의심될 때는 수면 클리닉에서 수면다원화 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는다. 자는 동안 숨이 멎는다는 말을 듣거나, 잠꼬대 수준을 넘어 몸부림을 심하게 친다면 객관적으로 수면 양상을 검사해야 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수면다원화 검사다. 잠을 방해하는 것이 ‘생각과 감정’에 가까우면 정신과, ‘호흡과 뇌파와 신체 증상’에 가까우면 수면 클리닉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함께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흔하다.
‘7시간은 자야 한다, 5시간도 상관없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적정 수면 시간을 어느 정도로 보나?
어떤 사람은 수면을 통제하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잠을 못 잔다. 수면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만드는 현상이다. 그래서 치료도 ‘몇 시에 자라’ ‘몇 시간을 자야 한다’처럼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 성인은 대체로 7~9시간을 권장하지만, 절대 기준은 아니다. 사람마다 수면 요구량이 달라서다. 아침형 인간이냐, 저녁형 인간이냐처럼 적정한 수면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몇 시간이냐”보다 ‟어느 정도의 수면 시간이 그 사람에게 회복을 주느냐”다.
의사로서 이것부터 고쳐보라고 조언하는 습관은?
기상 시간 일정하게 유지하기. 주말에도 가급적 수면 리듬 지키기. 잠들기 전 스마트폰 보지 말기.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언급한다. 침대는 원래 잠과 휴식을 위한 곳인데, 불면이 오래되면 침대가 ‘불안과 각성의 장소’가 된다. 잠이 오지 않으면 20~30분 이상 버티지 말고 잠깐 나와서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다시 졸릴 때 눕는 것이 좋다. 이때도 스마트폰, 텔레비전, 밝은 조명은 금지다. 잠은 리듬이 중요하기에 어느 정도의 늦잠은 괜찮지만, 생체리듬을 깰 정도로 몰아서 자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
수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추천하는 것은 뭔가?
불면증 치료에서 약만큼, 아니 어떤 경우에는 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동과 습관의 재조정이다. 아침에는 햇볕을 쬐고, 낮에는 몸을 움직이고, 밤에는 조도를 낮추고, 잠과 관련 없는 각성 행동을 줄인다. 잠들려고 애쓰기보다 졸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가벼운 산책과 규칙적인 운동, 반신욕과 호흡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과 불면증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나?
매우 밀접하다. 잠이 회복되면 우울과 불안이 조금씩 완화된다. 불면이 지속되면 회복이 더디다. 불안한 사람은 누웠을 때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미래를 걱정하고, 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잠들지 못할까 봐 더 긴장한다. 우울한 사람은 너무 일찍 깨거나, 깊이 자지 못하거나, 아예 하루 리듬이 흐트러질 때가 많다.
‘잠을 자야 한다’는 불안 자체가 불면증을 악화시킬 때가 많은데.
불면증 환자에게 가장 괴로운 적은 때로 ‘잠 부족’ 자체보다 잠을 자야 한다는 압박감일 수도 있다. “오늘 못 자면 내일 망한다”는 생각이 뇌를 깨운다. 잠을 통제하려는 태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반드시 지금 자야 해” 대신 “지금은 쉬고만 있어도 된다”며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다. 잠들기를 목표로 삼으면 실패감이 커지지만, 휴식을 목표로 삼으면 긴장이 풀린다.
대중에게 알려진 수면 상식 중 가장 잘못된 오해는 무엇인가?
“남들은 다 잘 자던데, 나만 못 잔다. 매일 수면해야 정상이다”라는 생각이다. 일시적 불면증은 매우 흔하다. 특히 나이가 들면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게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수면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멜라토닌, 마그네슘 등은 실제로 의학적 효과가 있나?
일부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이 뒤로 밀린 경우, 시차 적응과 고령층의 일부 수면 문제에 도움을 준다. 다만 모두에게 강력한 수면 유도 효과를 보이는 건 아니다. 불면증이 심할 때는, 멜라토닌만으로 잠들기 어렵다. 마그네슘은 결핍이 있거나 근육 긴장, 불편감과 관련된 경우에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준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하나?
클래식 음악 듣기와 종이책 읽기. 잠이 잘 안 오거나, 중간에 깨면 이 두 가지를 이용한다. 나이 들면서, 나도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중간에 깨서 잠이 오지 않는다. 저녁에 운동이나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잠이 잘 안 든다. 그래서 매일 5km 이상 뛴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중이다.(웃음)
- 포토그래퍼
- JAMIE 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