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20년 이상 활동했지만, 커플 화보는 오랜만이라고요?
미요시 23년간 모델 활동을 했는데, 커플 화보를 찍은 경험은 별로 없었어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늘 굉장히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성시경 화보 자체를 많이 찍지 않았죠. 커플 화보는 정~말 오랜만이고요. 저도 재미있었어요. 너무 웃겼던 게, 아무도 제게는 디렉션이나 요구를 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냥 맥도날드 인형처럼 앉아 있었는데, 미요시가 다 알아서 해줬어요. 프로! 화보 촬영은 정말 쉬운 게 아닌 것 같은데, 오늘 사진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미친맛집> 시즌4의 일본 촬영 후 오랜만에 만난 두 분의 호흡이 빛났습니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성시경 보기에 되게 쿨한 이미지잖아요. 말도 쉽게 못 걸 것 같은 차가운 이미지인데 수더분해요. 잘 먹고, 잘 웃고, 다정하고요. 그런 갭에서 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을 엄청 좋아하고요. 언어라는 게 그렇게 급하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을 좋아하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 보이니 한국 사람으로서 고맙죠. 파주에서 촬영하면서 추워 죽을 뻔했다는 일화를 들려주면서도 일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니까요.(웃음)
미요시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신다! 제 맛집을 소개하는 일본 촬영을 먼저 진행했는데, 첫인상을 느낄 겨를도 없이 걱정만 했어요. 저는 정말 맛있다고 느낀 집인데, 시경 씨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시즌4까지 함께한 마츠시게 유타카 씨와는 다른 ‘케미’로 화제입니다. 혹시 댓글 보셨나요?
성시경 봤어요. ‘형, 그렇게까지 행복하길 바란 건 아니었어.’ 근데 제가 그만큼 열심히 해서 복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마츠시게 선생님을 열심히 모시며.(웃음) 이번 시즌은 데이트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하는데, 저희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분명합니다. 미요시는 일본 사람으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본의 맛을, 저는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거죠.
밥 친구가 달라지며 특별히 기대한 호흡이 있었나요?
성시경 프로그램의 ‘맛’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보다도 맛있고, 좋고, 신나는 분위기. 요즘 유행하는 것도 캐주얼하게 이야기하고요. 시청층 역시 좀 더 어려진 것 같아요.
미요시 ‘내가 이런 방송에서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해보니 재미있어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매번 설렘을 품고 진심으로 임하게 돼요. 저희의 진심이 시청자분들께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내일부터 서울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미요시는 한국에 오면 즐겨 먹는 음식이 있나요?
미요시 서울에 오면 무조건 순댓국집에 가요. 닭도리탕, 평양냉면, 간장게장, 일본에서는 먹기 힘든 생간도 먹고요. 맛있는 커피집도 많아서 카페 탐방도 즐겨요. 다양한 한국 음식 중에서도 순대를 가장 좋아해요.
시경 씨가 소개하는 이번 서울 리스트에 순대 전문점도 있나요?
성시경 있어요. 순댓국 종류가 많잖아요. 가려고 한 곳 중 촬영 허가가 안 나서 다른 곳에 가게 됐는데, 충분히 맛있고, 오래된 집이고, 절대 나쁘지 않은 곳이죠.
미요시 분식 순대, 토종 순대 다 좋아해요.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과 지난 여러 시즌에 이미 많은 맛집을 소개했는데, 여전히 추천할 맛집이 있나요?
성시경 <미친맛집>의 추천 방식이 오롯이 제 입맛만 반영하는 건 아니거든요. 미요시가 일본에서 소개한 곳을 기준으로 저도 맛집을 선정해요. 가령 미요시가 면, 그중에서도 ‘츠케멘’을 좋아한다니까, 그럼 우리나라의 냉면을 소개해볼까 하는 식이죠. 미요시가 소개한 맛에 호흡을 맞춰 진행하게 돼요. 리스트를 정할 때는 미요시를 포함한 일본 사람들이 먹었을 때 ‘성시경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최근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꼭 사전 답사를 진행했어요.
미요시 뻔한 곳을 소개하지 않겠다는 시경 씨의 열정이 느껴져요.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도 굉장히 구체적이고요.
미식가의 어떤 사명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성시경 어떤 사명감이 있기도 해요. 저 역시 매번 새로운 맛과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게 즐겁거든요. 현지인 미식가 친구가 없었다면 죽을 때까지도 알 수 없는 곳이죠. 누군가의 보물 지도 속에서 그런 발견을 할 때 너무 짜릿해요. 그러다 보니 일본인에게 유명한 한국 맛집이 아닌, 그들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한국 음식을 맛보게 하고 싶어 좀 더 움직이게 돼요. 유튜브 채널용으로 숨겨둔 후보도 정말 많이 넘겼어요.(웃음) 이번 시즌의 라인업도 꽤 좋아요.
낯선 국가, 타인의 맛집을 탐험하는 일의 기쁨은 뭔가요?
성시경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이런 경험을 두고 ‘미지와의 조우’라는 표현을 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대사기도 하고요. 내가 몰랐던 세상과 우연히 마주하는 기분은, 정말 굉장해요.
미요시 한국 음식은 새로운 곳이라도 일단 맛을 보면 이상하게 그리운 기분이 들어요. ‘어? 이거 아는데?’ ‘그래, 이거다!’ 하며 그립던 누군가와 만난 느낌이에요. 낯선 음식이지만 처음 먹었을 때 어색하기보다는 ‘역시 이거다!’라는 감정이 느껴져요.
성시경 그래서 제가 항상 미요시는 분명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을 거라고 얘기해요.
다시 먹고 싶은 음식과 굳이 안 먹어도 되는 음식의 기준이 있나요?
미요시 사람과 분위기요. 맛은 기본이지만, 맛있어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으면 꺼려져요. 맛집을 찾는 것도 인연이라 믿거든요. 처음 마주했을 때 제 기분과 느낌, 분위기가 영향을 끼쳐요.
성시경 저는 오롯이 맛이에요. 진짜 친절한데 맛없으면 다시 안 가고, 불친절해도 맛있으면 재방문해요. 물론,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저는 사람들이 점원이나 사장님의 불친절에 너무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어요. 완성도 높은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단히 까다로워야 하고 들어가는 노력도 상당하잖아요.
결국 맛이 가장 중요하네요. 퀄리티만 유지된다면.
성시경 그렇다면 재방문할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맛집 중 친절하지 않은 곳도 많아요.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으니까요. 그들이 ‘괜찮으니 오지 마’라고 해도 가고 싶은, 그게 구르메(Gourmet)의 마음인 것 같아요.
두 분은 왜 미식을 좇나요?
미요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요. 맛있는 음식은 순수한 행복을 선사하잖아요. 돌아보면 아주 어릴 적부터 ‘맛’에서 얻는 기쁨이 컸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초등학생 때부터 재료와 레시피를 한 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그걸 받으면 더 맛있게 먹으려 요리조리 조리법을 상상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늘 적힌 레시피에서 조금씩 변주해갔죠. 오롯이 제 감에 의존해서요. 늘 가장 맛있는 버전을 찾아 즐기고 싶었거든요. 그 과정도 재미있었고요.
성시경 우리 세대는 인간의 1차원적 욕구와 본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식탐 있다’고 평하거나 맛집에 해박한 사람에게 책을 읽거나 더 고차원적인 걸 해야 한다고들 했죠.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어요. ‘남’을 위해 살았다면 요즘은 ‘나’를 위해 살잖아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 ‘식’은, 대단한 무게를 갖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부끄러워했던 세대라면, 이걸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하고 즐기는 걸 목격하는 게 의미가 커요.
‘미식’이 하나의 유산이 되기도 하죠.
성시경 맞아요. 그게 곧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거든요. 단순히 생명 연장을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원초적이지만 사실 대단히 중요한 문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라마다 식문화가 다르고 그 이야기가 끝없이 즐거워요. 그게 제게도 큰 행복이고요. 패션이나 인테리어는 모르지만 음식에 있어서는 정말 자신 있어요. 요리를 하고, 맛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과 교류하는 게 즐거워요.
성시경 씨는 <더 시즌즈-성시경의 고막남친>의 MC로서, 미요시 아야카 역시 영화 <타짜:벨제붑의 노래>의 개봉을 앞두고 있죠. 서로를 위해 추천하고 싶은 응원의 음식이 있나요?
미요시 음, 생강을 가득 넣은 돈지루요. 불끈 힘을 내라는 의미로요.
성시경 그럼 저도 그런 느낌으로 받겠습니다! 일본에 생강이 있다면, 한국에는 그 의미가 마늘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들의 소울 푸드인 제육볶음에는 마늘이 들어가고, 일본의 쇼가야키에는 생강이 들어가잖아요. 저는 힘을 내라는 의미로 마늘을 산더미처럼 넣은 오리탕을 추천하고 싶어요.
미요시 일본에서도 카모(かも)는 많이 먹는데, 탕은 없어요. 굽거나 찌는 정도거든요. 와! 배고파요.
성시경 다음에 오리도 한번 하자. 전라도 광주 명물인데, 미나리를 엄청 넣어 샤부샤부처럼 팔팔 끓여 먹는 집이 있어요. 마지막에 밥을 넣어서 죽으로 먹으면,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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