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진보한 웰니스의 기술도 결국 근본으로 돌아간다. 웰니스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이하 CES)>에는 160개국의 기업 4300여 곳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 9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매년 눈이 번쩍 뜨이고 상상하지 못했던 삶의 질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축제의 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웰니스의 확장’이다. 피트니스와 보조 기기로 존재하던 헬스 테크의 영역이 ‘AI(인공지능)’와 ‘맞춤형’ 기술과 만나 더 나은 삶의 웰니스 영역으로 성장한 것.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장수와 예방 중심의 ‘롱제비티(Longevity)’ 흐름이다. 기술을 일상에 촘촘히 넣되 노화 과정을 개인이 영민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도록 한다. 국내 스마트 헬스 기업 세라젬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살아 숨 쉬는 집’을 주제로, 생리 신호와 일상 루틴, 환경 데이터 등을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해석해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하는 웰니스 공간을 하나의 집에 구현했다. 출품한 아이템으로 12개의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 부스는 10대부터 80대까지 인간의 생애주기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AI 기술이 적용된 아이템이 돋보였다. 젊음에 집착하는 대신 생애주기에 맞춰 최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식이다. 일상 속 활력을 추구하는 10~20대를 위한 부스는 집중과 재충전을 위해 스트레스 상태를 분석하여 집중력을 높이는 소리를 제공하는 ‘브레인 부스 위드 AI코치’를, 일상 속 활력을 찾기 위한 40~50대를 위해서는 피로 원인을 분석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스터 AI 멀티 테라피 팟’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사우나를 하고, 피부 상태를 분석해 물의 온도와 pH 농도를 조절하는 ‘밸런스 AI샤워 시스템’을 선보였다.
개인의 생활 습관과 심박수, 뇌파, 심전도, 근전도, 혈중 산소포화도, 호흡수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빠르게 고도화되며, 웰니스의 근본인 ‘나 자신 들여다보기’도 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생활 습관, 의료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과 치료 반응을 사전에 전망하는 예측형 헬스케어가 기술의 주축에 섰다. 누라로직스(NuraLogix)의 롱제비티 거울(Longevity Mirror)은 얼굴을 30초간 스캔하면, 심장과 대사, 노화 점수를 측정하고, 비부(Vivoo)의 스마트 화장실(Smart Toilet)은 광학 센서를 활용해 우리 집 화장실에서 한 소변 검사를 통해 수분 부족 여부, 영양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변기에 간단히 센서만 설치하는 비접촉식 검사 방식으로 위생적이고 관리도 간편하다. 이 밖에 15~30분만 부착하면 경피적 미주신경을 자극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뉴로티엑스(NeuroTx)의 윌슬립(WillSleep), 가정에서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뇌파, 심전도, 근전도, 코골이 등을 측정하는 위스 메디컬(Wis Medical)의 테드림(Tedream) 등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수면과 회복, 멘탈 웰니스 영역도 고도화됐다. 0.6초마다 300만여 개의 음이온을 방출해 공기를 정화하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아이블(ible)의 에어비다 T1S(Airvida T1S)는 호흡 환경을 개선해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관리하는 이어버드를 선보였다. 착용하기만 하면 안락한 공기 질을 제공하는 신기한 제품이다. 이 외에 잠자는 동안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매트리스, 베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몸의 변화를 조용하고 촘촘히 관찰해 예방과 루틴 관리를 돕는 기술이 다각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본격적인 케어에서는 뷰티 기기가 단순히 ‘아름다움’ 추구를 넘어, 관리와 회복의 영역으로 흡수되는 흐름도 포착된다. 키엘의 더마 리더 2.0(Derma Reader 2.0),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사이트(Skinsight) 모두 고도화된 측정으로 피부 표면과 속까지 촘촘하게 측정하는 기술로, 슬로에이징과 지속 가능한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각종 기술의 진화는 ‘나’를 알고 인식하는 웰니스의 시작 과정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라젬 메디스파 올인원
‘올인원’이라는 이름처럼 뷰티 디바이스에 에스테틱 수준의 관리 기능을 응집했다. 초음파, 고주파, 미세전류, LED, EP(전기천공) 등 에스테틱의 핵심 기술 5가지로 묶어 탄력과 진정, 라인 관리, 화장품 흡수 등을 돕는다. 5가지 기능은 따로 또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른 다양한 조합 루틴이 50여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도 고민별 맞춤 케어가 최적의 순서와 기능으로 알아서 작동하니 원하는 효과를 선택한 뒤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거울 부분에 장착된 모니터로 가이드 영상을 보고, 핸드 피스는 괄사형과 돌출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웰트 슬립Q 2.0
식약처 허가를 완료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 의료기기 슬립Q가 한 단계 진화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복약 타이밍 플랫폼 에이전트Z(AgentZ)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수면 행동, 생리적 신호, 스트레스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면 약물의 복용 시점과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방법을 개인화한다. AI가 수면 일지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생체 지표 등으로 불면 징후를 예측하는 데이터 분석 기능 역시 눈에 띄는 발전 요소다. 불면 앞에 ‟할 수 있어”라는 무력한 응원 대신 잠을 재워주는 실질적 기술인 셈이다.
위딩스 바디 스캔2
프랑스 기업 위딩스(Withings)의 바디 스캔2(Body Scan2)는 ‘체중계’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한다. 두려운 마음을 무릅쓰고 오르면 무심하게 숫자로 통보하던 몸의 상태를 전신 체성분과 60여 개 바이오마커 기반 장수 평가를 결합해 구석구석 꼼꼼하게 알려준다. 한 번 측정으로 팔, 다리, 몸통 같은 부분별 분석까지 가능해 운동 전후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 동기 부여와 체계적인 관리도 가능하다. 혈액검사 없이도 신진대사와 심혈관 건강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필요에 따라 예방과 경고를 돕는다. 매일 올라가는 순간 조용히 데이터를 쌓아 병원에 가지 않아도 몸의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건강 염려증에 휩싸이지 않고 빠르고 솔직하게 몸의 변화를 목격하는 반려 장비로 활약을 기대해 본다.

가민 베뉴4
고도로 진화한 스마트워치는 하루 컨디션을 숫자로 번역하는 장치에 가깝다. 심박수, 수면, 심박 변이도, 스트레스, 피부온도, 혈중 산소 화도, 수면 추적 등을 상시 측정하고 분석하다 ‘바디 배터리(Body Battery)’ 기능을 통해 몸의 에너지 잔량을 수치로 보여준다. 왠지 피곤한 하루, 왠지 에너지가 가득한 하루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좋은 컨디션 관리에 지속 가능성을 더한다. 데이터는 모두 가민 커넥트 앱에 모여 운동 추천, 회복 시간, 컨디션 분석까지 가능하다. 이번 에서는 앱 내에 ‘영양 추적 기능’을 새롭게 추가해 운동 데이터뿐 아니라 섭취한 칼로리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소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전 세계 음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코드 스캔이나 이미지 인식을 통해 기록하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식단 전반을 보조해준다. 베뉴4는 사용자 건강 상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분석해 맞춤형 운동과 수면 리듬 등 웰빙 트렌드를 파악하도록 돕는 웰니스 스마트워치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한국콜마 스카 뷰티 디바이스
이번 <CES>의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과 뷰티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기기다. 상처 치료와 커버 메이크업을 동시에 구현하는 스카 뷰티 디바이스는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하나의 기계로 10분 만에 해결한다. 전용 앱으로 상처 부위를 촬영하면 AI 알고리즘이 상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하고, 상처에 맞는 치료제를 압전 미세 분사 기술로 정밀하게 분사한다. 동시에 사용자의 피부 톤에 맞는 180여 가지 색을 조합해 자연스러운 커버 메이크업 파우더를 분사하는 식이다. 잉크젯 프린터가 전기신호를 받아 잉크를 분사하듯 압전 미세 분사 기술로 정교하게 피부를 덮는다. 분사량은 앱을 통해 확인과 제어가 가능해 전문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신경 쓰이고 번거롭던 일상의 불편함을 기술력으로 해결해 삶의 질을 끌어올린 아이템으로 하반기 본격 출시를 예고했다.
텐마인즈 AI 슬립봇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장비는 많았다. 하지만 늘 홀가분한 잠을 방해한다. 주렁주렁 기계를 달면 숙면의 장벽은 더 높아지기만 했다. 텐마인즈의 AI 슬립봇(AI SleepBot)은 베개처럼 생겨 눕기만 하면 알아서 작동하고 수면을 코칭한다. AI 슬립봇의 핵심은 센서다. ‘AI Air’ 기술을 기반으로 베개 내부의 공기 흐름과 압력 변화를 인지해 호흡과 움직임, 코골이를 감지한다. 그러면 베개 안의 에어백이 미세하게 팽창하면서 머리 위치를 바꿔 호흡을 유도하기도 한다. 잠자는 내내 총 수면 시간과 에어백 작동 내역, 수면 중 실내 온도와 습도, 뒤척임과 움직임 등을 분석해 점수와 ‘굿잠’을 위한 가이드까지 제안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눕기만 하면 켜지는 쉬운 조작 방식으로 모든 걸 알아서 관리한다.

바디프랜드 733
바디프랜드의 733은 마사지 기능을 근육 이완을 넘어 회복과 전략적 신체 관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바디프랜드는 이를 전신 자유 구동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AI 헬스케어 로봇으로 정의한다. 가만히 앉아서 마사지를 받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신체 밸런스를 더 나은 수준으로 회복시킨다. 양팔과 다리, 발목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실제에 가까운 전신 운동과 관절 케어, 근력 트레이닝이 안마 의자 위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특히 스탠딩 기술은 몸통을 일으켜 세우는 기능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용자도 부상 위험 없이 기계에 의지해 안전한 방식으로 운동할 수 있다. 적용된 안전 센서만 33개, 팔 마사지 각도를 최대 90도까지 조절할 수 있고, 발목 회전 기능으로 유연성까지 책임진다. 기능을 보다 보면 기계인가 물리치료사인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 일러스트레이터
- 신연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