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민서’의 긴 흉터가 없으니 새롭네요. 오늘이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 마지막 방송인데, 촬영으로 못 보겠군요?
하하. 진짜 <아너>를 봐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엄마. 아빠를 죽여줘서.” 결정적 장면을 맡았잖아요.
맞아요. 반전의 반전은 ‘민서’가 다 갖고 있어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인데,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어요?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은 ‘민서’는 숨겨진 캐릭터라 신인 배우를 원하셨고, 이나영 선배의 딸 역할이니 외적인 부분이 나영 선배와 비슷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부분도 있다고 하셨어요. 물론 저랑 나영 선배가 닮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요.(웃음)
<마이 유스>로 처음 만났는데,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네요. <마이 유스>와 <기리고>, <아너>까지 매번 중요한 오디션에 합격하는 비결이 있나요?
음, 당당한 거? 기가 안 죽는 것 같아요.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라는 쟁쟁한 세 선배님들이 주연이잖아요. 여기에 기죽지 않는 ‘깡’이 있는 사람을 찾으셨다고 했어요.
오디션에서 그 ‘깡’을 어떻게 보여줬어요?
그때의 깡은 눈빛이지 않았나?(웃음) 그때 제가 <기리고>를 찍으면서 오디션을 봐서 감정이 좀 딥해진 상태였어요. 그 눈빛이 마음에 드신 것 같아요. 웃을 때와 무표정의 느낌이 다른 것도 좋다고 하셨어요. 오디션을 4차까지 오래 봤거든요. 오디션을 볼 때는 제가 나영 선배의 딸인지 몰랐고, 그렇게 큰 역할인지도 몰랐어요.
매번 다른 미션이 주어졌나요?
숙제를 계속 내주시는 거예요. ‘민서의 전사를 생각해서 오라’고 하실 때도 있었고요. 작품 속에서 자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왜 들어간 것 같은지’ 이런 숙제를 계속 내주셔서 오디션 과정이 ‘도장 깨기’ 같았어요.(웃음) ‘민서라면 어떨 것 같아?’를 계속 생각하게 해준 오디션이었어요.
지난달 주지훈 씨는 그런 프리 과정이 전부라고 말하더군요,
정말 그랬어요. 중요한 신은 리허설을 오래 하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움직임이나 진짜 세세한 거 하나하나까지 다 정해서 촬영했어요. 배울 게 많은 현장이었어요.
신인 배우로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은 어땠어요?
선배님들이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게끔 풀어놓으신 것 같아요. 먼저 “민서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물어봐주셨어요. 나중에는 제가 먼저 의견을 내기도 했고요. 세 선배님뿐 아니라 서현우와 연우진 선배님도 촬영 안 할 때는 엄청 장난을 많이 치세요. 민서는 너무 우울한 캐릭터지만 현장 분위기는 밝고 많이 웃었어요. 선배님들이 항상 ‘우리 주인공’이나 ‘우리 민서’ 이렇게 불러주셨거든요. 현장에 가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다 보니 촬영이 끝날 때 많이 섭섭하더라고요. 특히 나영 선배님과는 엄마와 딸의 관계다 보니까, 마지막 촬영 끝나고 차 안에서 울었어요.
두 현장이 정말 달랐을 것 같아요. <아너>는 선배 배우들과 합을 맞춰야 하고, <기리고>는 또래 배우가 많죠.
같은 나이대 친구지만 마찬가지로 선배님들이었죠.(웃음) <기리고>는 혼자 나오는 신이 많아요. 그때마다 감독님이랑 상의했어요. <기리고>는 액션에 집중된 장면도 많아서 <아너>보다 긴장한 상태로 촬영에 임할 때가 많았지만, 다 함께 어울리면서 진짜 재밌게 촬영했어요.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도 있을 텐데요. 그럴 땐 어때요?
떨어질 때도 있는데, 그냥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생각해요. 크게 낙심하거나 실망하는 편은 아니에요. 당일에만 매니저 실장님과 ‘왜 떨어졌을까?’를 분석하고, 그다음 날부터는 잊어요. 또 다른 오디션을 준비하느라 낙심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전소영 씨를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보여줄 기회죠!
그렇죠! “전소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얼굴은 왜 빨개져요. ‘깡’ 있는 사람이.
사실은 ‘나 전소영이다!’를 스스로 되뇌고 있는 느낌?(웃음) 사실 자신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에요.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켜주시면 다 잘해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자세로 나도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되는 때가 오겠죠. 그런 패기가 그때도 이어질 것 같아요?
패기는 끝까지 있으면 좋겠어요. 매번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분들, 관객분들을 만나뵐 거니까 끝까지! 제가 자신이 없으면 보는 분들한테 너무 죄송할 것 같아요. 스스로 깡을 잃지 않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은 뭐였나요?
<마이 유스> 그다음으로는 <기리고>요. <기리고>는 여러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래서 많이 준비해야 했어요. 오디션에서도 ‘세아라면 어떨 것 같아?’ ‘민서라면 어떨 것 같아?’가 아니라 제 생각을 물어보시면서 제 안에서 그 역할을 찾으려고 하신 것 같아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장소와 시간을 좋아하는지 같은 질문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저 자신에 대해 답하는 게 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고요.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기리고>를 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 <기리고>도 곧 공개 예정이죠. <기리고>에서는 저주를 풀기 위해 뛰어다니고, <아너>에서도 온갖 고난을 겪었죠. 실제로는 스물두 살 답게 활달하고 밝잖아요. 완전히 다른 감정을 연기하는 재미도 있었나요?
민서 상황 자체가 워낙 아파서 대본만 읽어도 웃을 수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여자 사람으로서 가장 힘든 것을 모두 겪은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웃음과 표정이 아예 없어지더라고요.
한동안은 <아너>의 민서로 불리지 않을까요? 현시점 대표작이죠.
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대표작. 시청률도 잘 나오고, 생각보다 민서를 기억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매번 새 작품이 대표작이 되는 건 최고죠. <기리고>가 나오면 새로운 대표작이 될까요?
그러면 좋겠어요. 첫 주연이기도 하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내용을 다루는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는 제 대표작이 <기리고>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기리고>의 세아’로 더 많은 분한테 각인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웃음)
소영 씨 검색하면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대형 신인’이라고 뜨던데요.
꺆! 어디에서요? 성장 중인가? 그러면 좋겠어요. 올해 나올 작품이 되게 많아요. <취사병 전설이 되다>도 나오고 또 다른 작품도 있어요. 작년에 찍은 영화도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부지런히 많은 작품을 촬영하고 있었군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쉬는 거랑 일하는 거랑 구분이 안 돼요.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고, 데뷔 후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실제 배우라는 일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모습과 같나요?
다행히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예상한 것만큼 재미있고, 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 과정들이 매번 다르게 펼쳐지니까 재밌어요. 성격 자체가 밝다 보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도 하고, 힘들었던 걸 빨리 잊어요. 직접 해보니까 한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6개월에서 1년을 애쓰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조금씩 경험해보니까 부담감을 갖고 마냥 쉽게 다가가서는 안 되는 직업이구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아너>가 종영했으니, 지금부터 <기리고> 공개를 무척 기다리겠군요?
<기리고>는, 이 작품을 끝으로 연기 생활을 하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만큼 모든 걸 다 쏟아부었죠. 사실 오디션은 반은 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신이 예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작품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오늘처럼 <얼루어>와 화보를 찍는 것도요! 운이 좋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밝음이 어두워질 때는 어떻게 해요?
운이 안 좋을 때도 있었는데,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차피 고민한다고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지 않거든요. 그럴 땐 제가 행복해할 만한 일을 찾아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전 그 친구만 봐도 행복하거든요. 그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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