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작품 포스터 외에 이런 화보 촬영은 오랜만이시죠?
맞아요. 잘 안 찍어요. 지금 민호와 연극을 같이하고 있으니까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는 것도 좋죠.
오랜 시간 연기에 전념해오신 만큼 일상도 규칙적일 것 같습니다. 연극을 앞두고 있을 때의 하루는 어떤가요?
일찍 일어나요. 세면하고 나서 혹시 전화 온 데는 없는지 확인하고 아침 먹고. 그러고 나서는 대본을 봅니다. 작품을 하거나 작품 연습을 할 때는 비슷해요.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준비하고, 그걸 실행하고, 또 자꾸 생각하고. 항상 긴장해 있어요.
오늘도 연습이 예정되어 있죠.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이제 초반이죠. 연극은 작품 분석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길어요. 아주 길게 가기도 하는데, 저는 같이 앉아서 하는 건 한 2주 정도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어떤 의견을 말씀하세요?
저는 항상 연기하는 사람, 배우의 이야기에 집중해요. 연출이나 미술, 여타의 분야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해요. 이른바 무대예술은 배우 예술이기 때문에 배우끼리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법이라든지, 그때 처한 환경에 대한 분석이라든지, 그리고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서 자기 생각을 담을지 고민하는 거예요. 단순히 ‘그 인물을 표현한다’가 아니고, 배우의 생각에 따라 인물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영화나 드라마는 그렇게 토론하는 시간이 없죠.
영상매체에선 그런 시간이 없는 대신 순발력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모든 연기의 기초는 무대 연기죠. 무대에서 충분한 훈련을 거친 후 영상 연기에 도전해야 해요. 준비 없이 신인들이 와서 애쓰는 걸 보면 안타깝죠.
무대예술은 배우 예술이라고 하죠. 왜 연기의 기초가 무대에 있을까요?
영상매체는 배우의 순간적인 모습을 포착해 편집하기 때문에 연기의 역동성이나 생동감은 크게 떨어지죠. 반면, 무대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는 ‘관통 행위’를 해야 해요.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 자리에서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니까 어렵죠. 모든 영상매체 연기의 기본이 바로 무대 연기예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해석은 무엇이었나요?
이번 극은 말하자면 부조리 연극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아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면 그건 확실한 부조리 연극인데, 이 작품은 완전한 부조리는 아닌 거예요. 소외된 사람들의 애달픈 이야기. 각자 희망하는, 고도처럼 기다리듯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이제 처음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과 인생 막바지에 와서 이거 아니면 안 되는 사람. 이 두 사람이 모여서 한 무대를 바라보고,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언더스터디(대역 배우)’를 하는 거죠.
그 무대에 영영 못 올라갈 수도 있는 대역 배우죠.
안 올라가는 게 당연해요. 그러다 보니 이들이 갖는 간절함과 소망 같은 것, 사람으로서 갖는 그런 부분을 섬세하게 표현하자고 했어요. 인생에서 우리도 뭔가를 기다리고, 뭔가를 이루려고 할 때 좌절도 하고 희망도 품고 뭣도 오듯이, 그런 과정을 한번 담아보자는 얘기죠. 그러니까 연극에서 배우는 작가가 쓴 걸 우리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스토리텔러’가 아니죠, 내 몸으로 느끼고 나의 생각을 담는 게 연극이에요.
이 작품은 두 배우가 시작부터 끝까지 끌어갑니다. 그만큼 해석과 집중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배우의 수가 적을수록 더 어렵겠죠. 그러나 인원이 많거나 적거나, 모든 배우는 극 속에 완전히 몰입해야 해요. 어느 누구든 잠시라도 본인으로 돌아가면 절대 안 되죠. 대사를 하든 안 하든 역할 속에서의 자기 생각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런 것이 몸으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게끔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오랜 시간 연극무대에 오르셨는데, 시대의 변화도 느끼시나요?
40년 전, 그러니까 제가 젊은 시절 연극을 하던 때는 신파극이 신극으로 바뀌고,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가 활성화되던 시기였어요. 연극이 상업극으로 발전하려던 찰나, 영상매체가 확 커지는 바람에 저는 영상 쪽으로 와버렸죠. 그러다 40년이 지난 뒤에 돌아와 보니 연극이 멈춰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생활이 너무 어려우니까. 아주 적은 돈으로 생활하고 투잡, 스리잡을 하다 보니 자기가 맡은 역할의 부분만 조립하는 거예요. 이건 연극이 아니죠. 그걸 되찾고 싶었어요.
연극의 본질을 말이죠?
그래서 시도한 게 <아버지>와 <세일즈맨의 죽음> <고도를 기다리며>와 이번 연극까지죠. 그러니 정통극을 자꾸 해봐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해체주의를 하든 인상주의를 하든 표현주의를 하든 그때 가서 변화를 주면 되는 건데, 기본이 약하니까 우리 배우만 자꾸 뒤처져요. 미술이나 연출, 작가 모두 굉장한 수준에 올라왔는데, 정작 배우들이 많이 뒤처진 것 같아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공부를 해야 하는데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공부를 안 해요.(웃음)
배우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텍스트를 자꾸 보고 연습해야죠.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보면, 보여주기식의 연극도 많아요. 그러니 서로 맞지 않고 배우들도 조화를 이룰 수가 없어요. 연극은 무조건 조화를 이뤄야 감동을 줄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무척 아쉽더라고요. 티켓 파워를 위해서 스타를 불러다 쓰는 것도 좋아요. 그렇지만 연극 자체가 탄탄하지 않으면 스타를 데려와도 소용없는 일이죠. 스타가 와서 잠깐 하고 가더라도 중간의 튼튼한 부분이, 튼튼한 조연이 사람들이 연극에서 보고 싶은 그런 부분이 되는 거예요.
배우의 관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뭔가요?
연극이라는 건 여러 예술이 결합한 종합예술이고, 그중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게 배우란 말이에요. 무대예술은 배우 예술이니까. 그래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더 향상해서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40년 전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외국의 조그마한 소품을 가져다 ‘원세트’로 대극장 공연을 해요. 다양성이 적어지는 게 아쉬워요.
신구 선생님과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셨고, 이번엔 그 오마주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올립니다. 두 작품을 오가는 재미도 크겠습니다. 너무 재밌죠. 연기의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작품마다 표현하고 싶은 바를 관객에게 인정받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거죠.
지난 <고도를 기다리며>의 수익금을 연극인을 위해 기부하셨죠?
오랜 시간 연극을 통해 받은 많은 혜택을 젊은 연극인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일을 신구 형하고 대화하다가 정했어요. 우리가 연극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도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공부하고 나와 봐야 그 이론과 실제의 간극을 좁힐 기회가 너무 부족해요. 배우들이 무대에서 필요한 부분이 뭔지 교육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연극에서 많은 걸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럼요. 오늘날 저희가 이렇게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도 연극으로 시작해서 된 거니까요. 저는 1958년 원각사 시절부터 연극을 했어요. 그게 꿈이었죠. 연극배우가 되는 것. 연극을 하다 영상이 생기고, 영상매체로 넘어와서 큰 사랑을 받았으니 정말 고맙죠. 고생도 엄청나게 했기에, 젊은이들의 고생도 덜어주고 싶어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연극은 젊었을 때는 꿈이고, 노년인 지금은 희망이다”라고 하셨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는 본인이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물러설 자리를 빨리 알고, 연극이라는 기본으로 되돌아오는 거예요. 이제 보니 노년의 희망은 연극 활동을 계속하는 거네요. 그게 희망이야.(웃음)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지만, 한 4, 5년 남았을까요?
꿈도 희망도 손에 잡히지는 않는 것이죠.
안 잡히죠. 끝이 없죠. 다른 것이 아니고 정신세계의 이야기에 끝이 있을 수가 없죠. 발전하면 정신세계도 같이 발전해야 하니까. 끝이 없죠.
연극은 찰나고 영상은 오래 남아요. <모래시계>를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요즘이죠. 그 작품을 TV로 본 저조차 감개무량한데, 어떠신가요?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모래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야… 저렇게 어색하게 해서 무슨 연기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굴에 50년 지난 그 인생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빤빤한 젊은 얼굴이에요.(웃음) ‘내가 저걸 겁 없이 했구나.’
과거 콘텐츠도 OTT로 볼 수 있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도 볼 수 있어요. 만약 배우 박근형의 특별전이 열린다면 어떤 작품을 선보이고 싶으신가요?
전문가분들이 선택해주시는 게 맞다고 봐요. 재작년에 촬영한 영화가 있는데, <사람과 고기>라는 작품이에요. ‘아, 이건 굉장히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년의 이야기를 직접 다루었기 때문에, 이건 좀 기대하고 있어요.
만약 청년 박근형으로 돌아와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면 어떤 연극을 하고 싶으세요?
지금은 창작극을 하고 싶어요.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난리이고 우리 문화가 굉장하다는데 연극만 처져서 아쉬워요.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문학도 발전했는데, 왜 무대에 올릴 희곡은 부족한 걸까.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인정받았는데 연극에는 우리 것이 없어요. 역사는 5천 년이나 되고, 전쟁 등 별걸 다 겪었는데 좋은 희곡도 나와야 할 것 아닌가요. 국가에서 희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선발되고 공연되고 공연된 이후의 수익금까지도 보장해줄 수 있게 장려해야죠. 영화, 텔레비전에 돈 다 쓰다가 한 번에 무너지니까 지금 다들 큰일 났잖아요.
좋은 연극을 위해서는 좋은 희곡이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업계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셔서 놀랍습니다. 제작이 부쩍 줄어서 다들 걱정이 많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많이 놀아요. 가슴이 아프죠. 그래서 연극무대로 돌아오라는 거예요. 연극에서 다시 부흥하면 돼요.
항상 무대에서 후배들을 기다리고 계시나요?
아, 무조건이죠. 잘나고 못나고 상관없어요. 배우면 돼요.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고 예쁘면 더 좋죠. 그러나 아무리 못나고 별스럽더라도 연기만 잘한다면 최고죠.
평생 완성이 없다는 연기에 골몰해오셨습니다. 완성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요?
완성, 아직도 안 됐죠. 어느 게 완성인지 저도 알 수 없죠. 아마 제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하는 도중에 간 거죠.(웃음) 연기가 정신세계의 일이라는 생각은 확고해요. 모든 예술은 완전하고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연극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야 하죠. 각기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두가 한꺼번에 다 같이,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노력해서 조화를 이루는 그 묘미밖에는 생각이 안 나요. 어떻게 할 다른 방법이 없어요.
최민호
오늘은 특별히 박근형 선생님과 함께하는 화보와 인터뷰죠. 대선배와 연기하는 건 어떤가요?
박근형 선생님은 여러 세대와 시대를 경험하셨는데도 항상 후배들을 존중하세요. 그런 부분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도 배우지만, 무대 밖에서도 매일매일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어떤 의견이든 경청하시는 부분이 매번 놀라워요.
연극, 쉽지 않죠?
연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저만의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풀어가는 과정을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에요. 같이 연기하고 호흡하려면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저만의 과정이 되는 거죠.
하하, 선생님을 어떻게 알아가고 있어요?
무엇을 좋아하시는지부터, 지금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지를 계속 여쭤봅니다. 편하게 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셨어요.(웃음)
작품을 위해 2주간 토론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대본이 70페이지 정도 되는데, 대사 안에서 하나하나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표현하는 방법도 찾고. 이게 무궁무진해요. 사실 2주도 부족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공연을 했는데도 새로 보이는 관점이 많아요. 시간이 부족해요.
<얼루어>에서 민호를 여러 번 만났죠. ‘연극배우’ 최민호는 새롭네요.
작년, 처음 연극무대에 섰을 때 어릴 적 꿈을 이뤄서 설레고 좋았고,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어렵고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하고 싶은 걸 하니 신나서. 마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하고, 고민하고, 마냥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하나씩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막막함이 즐거움으로 바뀌었어요.
어떤 수수께끼가 있었나요?
영화나 드라마는 한번 찍은 장면을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연극은 한 무대를 끝내면 그다음 날 똑같은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이 쌓이고, 그러다 보면 감정의 폭과 생각이 점점 깊어져서 작품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 흐릿했던 스케치가 점점 완성되더라고요.
연습해서 무엇을 완성하는 건 익숙하잖아요.
항상 그래왔으니까. 정말 해보니까 어떻게든 됐어요. 그런데 잘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중요했죠.
작년 마지막 무대를 내려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 대한 채찍질이 또 시작된 것 같아요. 더 잘해야 했던 거 아닌가. 모든 걸 끝낸 뒤에 오는 아쉬움? 그런 건 본인이 더 잘 느끼기 때문에. 나 잘했나?
‘잘했나?’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은 뭐였는데요?
처음 치고 나쁘지 않았다.(웃음) 만족감도 있었지만, 계속 그렇게 안주하면 다음 단계가 없다고 항상 생각해서. 이미 ‘아쉬운데’라는 마음이 벌써 모락모락 올라와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등장인물도 배우라 감정이입이 더 쉬웠을 것 같아요.
첫 작품으로 완벽했어요. 무대에 올라가는 주인공이 아니라, 스태프도 아니라, 제3의 인물이잖아요. 관객도 아닌, 스태프도 아닌, 배우도 아닌 제3자 입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언제 올라갈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항상 배우보다 더 긴장하고, 내가 언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연극무대에 서고 싶은 게 제 마음과 일맥상통해서 신기했어요. 작품에 빠져들어 ‘이거 내 이야기인가?’ 하는 순간, 누군가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고민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이 작품은 정말 나를 위해 쓰였나?’ 하는 순간이 매번 온다고요.
샤이니 콘서트를 보면 3시간이 넘게 공연하는데, 춤이며 노래며 흐트러짐이 없더라고요. 그 힘은 역시 체력에서 나오나요?
어떤 무대든 보러 오시는 분들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어도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꾸준히 운동하는 게 중요해요. 운동할 때마다 매번 그 순간이 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나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내 생명력은 점점 떨어진다’고. 언젠가는 더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그것도 못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어쩔 수 없음에서 오는 것 말고는 끝까지 에너지를 고수해야겠다는 마음이 크죠.
연극을 할 때도 체력 덕을 보죠?
그럼요. 끝까지 그 에너지를 갖고 있어야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기고, 그 집중이 깨지지 않아야 생각했던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오.
이번 연극에서 민호 씨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직접 보고 느끼셨으면 해요. 제가 맡은 ‘밸’ 캐릭터는 사회 초년생을 대변해요. 이제 일을 시작한 햇병아리. 운이 좋아 잘 풀릴 수도 있고, 실력은 있는데 운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인물이죠. 영원한 기다림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과정이고, 성공하는 것도 한 인간의 삶이기 때문에 밸의 순수한 마음을 같이 느끼셨으면 해요.
이번 연극에 대한 각오인가요?
연극은 관객이 직접 찾아가서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좋았어’ ‘나빴어’와 같은 평은 어떤 작품에나 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평가를 받든 관객의 마음에 뭔가를 남기는 작품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할 수 있어요. 보러 오신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작년 이순재 선생님, 올해 박근형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는 건 어떤가요?
정말 멋진 어른이시죠. 진짜 많이 배워요. 매일 배우는 것 같아요. ‘멋진 어른이란 이런 거구나, 멋진 어른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선생님이랑 함께 있으면.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뭔가요?
연기로 보면, 이순재 선생님은 절대 커브가 없어요. 계속 직구만 던지세요. 박근형 선생님이 오히려 직구만 던지실 것 같은데 변화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에너지 넘치시고, 열정적이신 건 똑같아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끝까지 해내시는 게 정말 놀라워요. 함께 작업하지만 저는 지금 돈 주고도 못 살 레슨을 받고 있는 거예요.
연극은 조화라고 계속 말씀하셨는데 화보에도 해당되죠.
그래서 어쩐지 저도 좀 긴장을….(웃음) 선생님이 체격도 좋으시고, 어릴 때 운동을 하셔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남다른 포스가 느껴져요. 그래서 연습실에서도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포스를 잘 받을 수 있고, 내 포스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지점도 있고요. 이렇게 대단한 분과 함께 있으면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는데, 또 밀리기만 하면 안 되니까. 제가 미는 부분도 필요하니까.
‘같은 무대에 올라가면 모두 동료’니까요.
맞아요. 항상 그 말씀을 하시죠. “우리는 같은 시선에서 같은 걸 바라보며 같은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연극에 진심이셔서 후배 입장에서는 무척 감사하죠. 이제 막 시작한 연극배우로서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에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잘 기억해놨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잘 전하고 싶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 배우는 미학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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