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열과 구조에 따라 능력치가 달라진다. 다시 떠오른 펩타이드의 무한 가능성. 

‘스킨케어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펩타이드 성분에 대해 익히 들었을 거다. 2002년, 세계피부과학회에서 ‘레티놀 이상의 안티에이징 성분’ ‘항노화의 상징’이라는 마법 같은 키워드로 등장한 적이 있으니까. 당시 부흥기가 길진 않았지만, 높은 시장성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명확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펩타이드는 안티에이징뿐 아니라 브라이트닝, 보습, 진정, 재생, 장벽 강화 효과까지 지닌 ‘완전체’로 인정받는다.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펩타이드 효과 

영국 ‘코스메틱 비즈니스’는 2024년 5대 스킨케어 트렌드 중 첫 번째로 펩타이드를 선정했다. 소비자가 ‘피부 회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만족시킬 최적의 성분이 펩타이드라는 것.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기능성 성분도 많지만, 펩타이드는 특유의 피부 친화적 특성으로 자극이 없고 쉽게 산화하거나 변질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얻었다. 피부과 레이저나 에스테틱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펩타이드 재조명에 영향을 미쳤다. “농축된 펩타이드 성분의 화장품은 시술 이후 피부에도 효과적입니다. 피부 재생을 도와 빠르게 진정시키죠. 또 세포 단위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을 예방하는 등 시술 후 피부 치유를 유도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요.”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의 설명이다. 덕분에 지금 펩타이드 시장은 전례 없던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FMI(Future Market Insights)’는 전 세계 펩타이드 성분 화장품 제조 시장이 올해 2억4420만 달러(약 3360억원)에서 2034년엔 4억1190만 달러(약 5670억원)까지 확대될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가 자신의 뷰티 브랜드 ‘로드’ 론칭과 동시에 펩타이드 세럼을 출시, “가장 좋아하는 성분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완판을 기록했고, 국내 뷰티 브랜드에서도 펩타이드 크림, 펩타이드 세럼 등 제품 출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는 펩타이드 파운데이션, 펩타이드 틴트 등 펩타이드를 내세운 메이크업 제품까지 급속히 쏟아지는 중이다. 

단백질, 피부에 양보하세요 

마치 대체 불가한 ‘꿈의 성분’처럼 여겨지는 펩타이드, 대체 무엇일까? 펩타이드는 우리 몸속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단백질의 작은 단위를 뜻한다. 여러 펩타이드가 서로 뭉쳐 단백질이 되며, 이 펩타이드보다 더 작은 단위가 아미노산이다. 쉽게 말해 아미노산이 여러 개 모여 펩타이드로, 펩타이드가 여러 개 모여 단백질이 되는 셈이다. 우리 피부와 모발, 손발톱, 근육 조직이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음을 고려하면 노화가 오는 건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신호이고, 이 단백질을 채워주는 게 펩타이드 성분이다. 펩타이드 성분의 ‘프로티니™ 폴리펩타이드 크림’을 선보인 드렁크엘리펀트의 마케팅팀 황정은은 “우리 몸을 위해 건강한 단백질 파우더를 먹는 것처럼 피부에 건강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게 펩타이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펩타이드는 어떤 아미노산이 어떤 배열과 구조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아미노산이 2개 붙어 있으면 성분명 끝에 ‘디펩타이드’, 3개는 ‘트리펩타이드’, 4개는 ‘테트라펩타이드’, 그 이상은 펜타, 헥사, 옥타펩타이드 등으로 표기한다. 수없이 많은 합성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효능도 무한대로 달라지는 것이다. 그중 화장품에 사용하는 대표적 펩타이드 성분은 아래와 같다. 탄력, 주름 개선을 돕는 펩타이드, 재생과 회복 역할을 하는 펩타이드, 브라이트닝 펩타이드, 보습 펩타이드 등 선택지가 많으니 목적에 맞는 성분을 골라보자.

아세틸헥사펩타이드-3/8 ‘바르는 보톡스’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이며, 저분자 구조를 갖추고 있어 피부 침투력이 뛰어나다. 피하 근육을 이완하고 신경 반응을 조절해 피부 탄력을 강화한다. 주름 생성을 억제 및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팔미토일펜타펩타이드-4 콜라겐과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의 합성을 자극해 피부 손상 시 조직 재생을 유도하고 회복시킨다. 히알루론산 합성을 촉진하고 수분과의 친화력이 탁월해 건조한 피부에 도움을 준다.

테트라펩타이드-30 염증 및 색소침착을 완화해 피부 톤을 밝고 고르게 가꾼다. 멜라닌이 피부 최상층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고 표피세포의 멜라닌 함량 감소를 유도한다.

팔미토일테트라펩타이드-7 피부의 염증 반응을 감소시켜 건강하고 탄력 있게 만든다. 노화된 피부 조직의 재생과 치유를 촉진하며, 항염 효과가 있어 자외선 등 유해 환경에 의해 손상된 피부를 개선한다.

아세틸옥타펩타이드-3 보톡스와 매우 유사한 기전을 가져 ‘아지렐린’이라고 알려진 성분이다.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물질의 방출을 최소화해 주름 생성을 예방한다.

관건은 흡수율

다재다능한 펩타이드에도 한계는 있다. 수용성이고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지용성인 피부 장벽과 세포막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것. 펩타이드 화장품을 선택한다면 성분을 리포솜화하거나 지용성과 결합해 침투력을 높였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고주파, 초음파 디바이스와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 인체에 존재하는 친숙한 성분인 펩타이드. 그렇기에 노화가 진행될수록 체내 공급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피부 탄력이 떨어졌거나 칙칙할 때, 혹은 다양한 피부염으로 손상을 입었을 때 펩타이드의 힘을 빌려보자.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성분 중 부작용 발생률이 가장 낮으니 ‘안전성’을 방패 삼아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PEPTIDES FOR SKIN 

1 라네즈의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 펩타이드에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세라마이드 성분을 결합했다. 170ml 3만3천원.
2 폴라초이스의 프로콜라겐 멀티-펩타이드 부스터 앰플 펩타이드 6가지와 히알루론산 성분이 피부에 탄탄한 수분감을 채운다. 20ml 8만7천원. 

3 비클리닉스의 멀티펩타이드 범범 세럼 펩타이드 11종에 저분자 콜라겐 성분을 더해 보디 피부를 탄력 있게 가꾼다. 150ml 2만7천5백원.
4 드렁크엘리펀트의 프로티니™ 폴리펩타이드 크림 펩타이드의 유효 성분을 피부 속 깊이 전달하기 위해 가벼운 젤 텍스처를 적용했다. 50ml 9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