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향 테라피, 인센스 스틱이 건넨 위로의 연기가 어쩌면 독이 되어 남을지도 모른다. 

‘향멍’이 호흡기를 위협한다 

새하얀 연기와 묵직한 내음을 가진 인센스 스틱은 찬 바람 불 때 헛헛해진 마음의 온도를 높인다. 스틱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거나, 차분한 향의 힘을 빌려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센스 스틱이 호흡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아는지? “인센스 스틱을 켜두면 실내에 미세먼지를 비롯한 수많은 오염 물질이 쌓여 공기 질이 나빠집니다. 이로 인해 폐 기능이 빠르게 저하하고 폐암 발생 위험도 높아지죠. 날씨가 추워서 자주 환기하기 힘든 겨울철에는 오염된 실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더욱 위험합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혁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몇 개월 전 태국에서는 6년간 집에서 인센스 스틱을 사용하던 여성이 심각한 폐질환을 앓아 논란이 됐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지도 않은 그의 폐에서 4cm가량의 종양이 발견됐고, 의사들은 주원인으로 인센스 스틱을 꼽았다. 국내 연구에서도 인센스 스틱의 유해성이 밝혀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인센스 스틱과 캔들 20종을 대상으로 연소 시 방출하는 유해 물질의 양을 조사한 결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아파트 욕실 넓이(약 10m²) 공간에서 인센스 스틱을 15분간 연소했을 때 신축 공동주택 실내 공기 질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벤젠이 검출된 것. 벤젠은 장기간 노출되면 혈액에 문제를 일으켜 빈혈이나 암 일종인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어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성 등급 1군’으로 분류할 만큼 위험한 성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센스 스틱을 사용하면서 느낀 심신 안정 효과 역시 향을 태움으로써 생긴 일산화탄소 중독, 저산소증 같은 부작용일지 모른다. 인센스 스틱이 타면서 방출하는 일산화탄소가 몸에 쌓이면 산소가 부족해지는데, 이를 나른하고 차분해진다고 여기기 쉽다. 심하면 의식 저하나 호흡부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연기가 비교적 적게 나는 캔들은 괜찮을까? 순수 파라핀 왁스만 함유한 캔들은 타들어갈 때 물과 이산화탄소만 발생하지만, 합성향료가 포함된 제품은 타면서 각종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이는 암과 호흡기 질환, 폐기종을 유발할 수 있다. 빠르게 타는 인센스 스틱보다는 천천히 타는 캔들의 위험성이 낮지만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태우지 않는 안전성 테스트?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인센스 스틱의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말하는데, 제품에 대한 제재는 없는 걸까? 이에 심각성을 느낀 환경부가 인센스 스틱 관련 유해 물질 기준을 마련했으나, 제품의 구성 성분만 규제했다는 점이 아쉽다. 정작 인센스 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유해 물질에 대해서는 어떤 안전 기준도 없는 상황. “인센스 스틱에는 레진, 에센스 오일, 아로마틱 분자, 합성향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성분 자체가 폐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런 성분이 화학반응을 거치면 호흡기에 유해한 물질이 생성될 수 있어요.” 김상혁 교수의 말처럼 인센스 스틱의 위험성은 해당 성분이 타면서 생기는 유해 물질에 있는데, 이를 피할 대책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환경부의 기준대로라면 현재 유통되는 인센스 스틱은 구성 성분에서 안전성을 통과한 것이 맞다. 하지만 불을 붙이는 순간 맞닥뜨릴 위험성은 그저 소비자가 똑똑한 사용법으로 피해가야 할 듯하다. 

 

안전한 인센스 사용법 

그래도 인센스 스틱을 포기할 수 없다면 무조건적인 환기만이 대안이다. 인센스 스틱을 켰을 때나 사용 후 창문과 출입문을 함께 열어 공기가 잘 통할 수 있도록 할 것. 창문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창문과 출입문을 20~30분간 열어두면 밀폐된 공간에 존재하던 공기가 1% 미만만 남게 된다. 반면, 창문만 연 채 출입문을 닫아놓으면 환기율은 10분의 1로 줄어드니 참고하자. 인센스 스틱의 연기를 직접 흡입하는 행동은 삼가고, 한 번에 여러 개를 태우지 않는다. 또 비염,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을 앓는 사람, 아이, 임산부는 연소 방식의 인센스 스틱과 캔들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인센스 스틱을 태운 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하기 힘들다면 호흡기내과를 찾아 검진받을 것을 권한다. 알레르겐에 의한 과민 반응으로 발생하는 과민성 폐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스테로이드 요법 등 전문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한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으며 보이지 않는 공기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정체를 숨긴 채 서서히 다가와 건강을 갉아먹는, 인센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안전한 사용’뿐이다. ‘주기적인 환기’를 기억하자. 새하얗게 피어오른 연기는 바람에 실려갈 때 더 신비로운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