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양식의 품격
후후 불어 먹던 크림 수프와 마요네즈에 버무린 ‘사라다’까지. 추억의 맛이 그리울 때면 경양식집으로 향한다.
까사빠보 토로토로오므라이스
1971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 첫 문을 연 ‘백화점 1호 식당’으로 당시엔 한식과 중식 등 다양한 요리를 다루었으나 현재는 일본식 경양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곳의 오므라이스는 계란과 밥이 통째로 하나의 오믈렛 형태를 이루고 있다. 베이컨과 양파를 넣어 볶은 필라프와 한 몸이 된 오믈렛은 더없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토마토 소스에 갑각류로 맛을 낸 아메리칸 소스가 반반 담겨 나오는데 각각 다른 느낌으로 번갈아 먹기 좋다. 기존의 익숙한 데미그라스 소스가 그립다면 고기가 들어간 하야시 오므라이스를 추천한다.
가격 1만8천원
주소 서울 중구 소공로 63 본관 6층
문의 02-310-5169
마음과 마음 함바그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조도 낮은 조명과 아늑한 느낌의 벽돌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펼쳐진다. 대표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경양식집의 추억을 그대로 살린 이곳은 오사카 양식당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일본 현지의 경양식을 선보인다. 250g의 넉넉한 고기양이 특징인 함바그는 힘을 주지 않아도 나이프가 슥 들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달걀 프라이 대신 에그 무스가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함바그에 한 스푼씩 곁들이면 촉촉한 육즙과 계란의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로스가츠와 새우튀김, 햄카츠와 굴튀김 중 사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꾸덕한 포켓 타마고 산도도 꼭 맛보길.
가격 1만5천원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5길 8 지하1층
문의 02-790-5284
데미타스 소고기 찹스테이크 덮밥
한적한 부암동 언덕에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데미타스에서는 단란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이름처럼 곳곳에 빈티지 에스프레소잔인 데미타스 컬렉션과 빈티지 그릇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인기 메뉴는 부채살과 갖은 야채를 달달 볶아 고실고실한 밥 위에 얹은 소고기 찹스테이크 덮밥이다. 우러나온 야채의 단맛이 그 자체로 훌륭한 소스 역할까지 해낸다. 직접 끓여 만든 수제 포도주스는 와인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것 같은 편안함을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면 디저트까지 맛보길. 부암동의 풍경을 내다보며 먹는 콩가루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가격 2만원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3 2층
문의 02-391-6360
그릴 데미그라스 비프 스튜
서울 경양식의 대표로 꼽히는 그릴데미그라스는 벌써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함박 스테이크와 비후까스도 맛있지만 한번 맛보면 다시금 생각나는 메뉴로 비프 스튜를 빼놓을 수 없다.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메뉴이지만 그 수고로움을 들일 만하다. 고기와 양파, 토마토를 푹 끓여낸 맛의 깊이가 남다르고, 고기는 더없이 부드럽다. 식전에 나오는 사라다빵도 이곳의 인기를 만든 주역 중 하나다. 모닝빵을 갈라 마요네즈에 버무린 감자사라다와 계란사라다를 꽉꽉 채워 먹으면 된다. 담백하면서도 정감 있는 이 맛에 이곳의 단골이 된 사람도 여럿이다.
가격 2만7천원
주소 서울 중구 삼일대로2길 50
문의 02-723-1233
관훈맨션 경양식 돈까스
문을 열자마자 다른 시대로 이동한 듯한 착각이 든다. 투박한 듯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원목 인테리어와 화려한 샹들리에가 어우러지고, 3층으로까지 이어지는 높은 층고는 웅장하다. 얇게 편 고기를 튀긴 것이 특징인 경양식 돈까스는 소스와의 조합이 생명이다. 기분 좋게 새콤달콤한 소스와 바삭한 튀김옷이 조화롭다. 후추를 톡톡 뿌려 나오는 오늘의 수프는 언제 먹어도 따뜻하게 속을 감싸주는 추억의 그 맛이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포트와인으로 만든 와인에이드를 곁들여 기분을 내는 것도 좋다.
가격 1만2천8백원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8길 6-3
문의 02-730-5777
을지다락 가츠산도
을지로 인쇄골목 사이, 길고 좁다란 계단 끝에 자리 잡은 을지다락의 공간은 묘한 재미가 있다. 가장 아끼는 것을 비밀스럽게 모아둔 어느 다락처럼 음식도 아기자기하게 담아낸다. 육즙이 가득한 로스가츠로 만든 가츠 산도는 다른 소스를 넣지 않아도 간이 딱 맞아 로스가츠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담백한 등심의 감칠맛에 마지막까지 눅눅해지지 않는 바삭한 튀김옷을 입히고 폭신한 식빵으로 감쌌다. 오므라이스는 소스가 살짝 매콤해 질리지 않고 끝까지 맛볼 수 있다. 보기엔 단순한 구성이지만 요소마다의 조합이 한 치도 틀어지지 않았기에 낼 수 있는 맛이기도 하다.
가격 1만원
주소 서울 중구 수표로10길 19 4층
문의 070-8844-4484
- 에디터
- 정지원
- 포토그래퍼
- KIM MYUNG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