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진화된 웰니스

데이터를 중심으로 몸의 신호를 해석하는 웰니스의 새로운 언어. 

‘웰니스’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그려지는 풍경은 상징적이다. 싱싱한 채소로 가득한 식탁, 평화로운 풍경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는 사람들. 요즘은 소셜 사우나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취향이 드러나는 공간까지. 몸과 마음의 연결, 감각의 회복에 집중한 웰니스가 이제 과학적 데이터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걸음 수와 칼로리 트래킹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넘어 ‘롱제비티(Longevity)’와 건강 최적화(Human Optimization), 건강 수명(Healthspan), 바이오 해킹(Biohacking)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CES>를 통해 확인한 웰니스 트렌드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집 안이 건강검진실이 되는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신진대사를 추적하는 스마트 체중계, 바라만 보면 피부 노화와 혈류 상태를 측정하는 거울, 매일 소변 상태를 분석하는 변기, 수면 패턴을 읽는 베개 등 일상 사물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자세한 사례가 궁금하다면 <얼루어> 5월호 기사를 참고하길). 웰니스의 다음 장면은 더 작고 조용한 웨어러블을 넘어, 집 전체가 건강 데이터를 읽는 환경으로 확장되는 데 있다. 여기에 생애주기와 신경계 회복, 건강 수명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면서 웰니스는 단순한 ‘오늘의 컨디션 관리’를 넘어 ‘미래의 몸을 설계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주목할 건 이런 기기는 전형적인 테크 제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스마트 워치의 알림과 메시지 속에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시대는 이미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웨어러블 기기는 ‘덜 보이는 기술’로 디지털 피로감을 줄이고 더 똑똑하게 진화한다. 약 4년 만에 완전체 컴백으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된 BTS 멤버 뷔가 일상에서 착용한 오우라 링(Oura Ring)이 대표적이다. 그가 검지에 낀 반지는 그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모던한 실버 링’ 정도의 액세서리로 인식되었다. ‘오우라 링4’는 수면 단계와 심박수, HRV(심박 변이도), 체온 변화, 스트레스 지표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사용자의 회복 상태를 분석한다. 오우라 링이 기록하고 안내하는 지표는 단순한 데이터 추적이 아닌 스트레스와 회복까지 분석하는 웰니스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지난달 NBA 선수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가 인스타그램에 패브릭 소재의 연회색 배경에 주황색 포인트가 있는 밴드를 착용하고 경기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템의 정체가 지난 5월 7일 밝혀졌다. 바로 구글이 새로운 건강 플랫폼 구글 헬스와 함께 공개한 초경량 웨어러블 디바이스 ‘핏빗 에어(Fitbit Air)’다.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제거한 이 기기는 손목에 착용하는 순간부터 24시간 심박수, 산소포화도, 피부온도, 수면 데이터를 조용히 수집한다. 사용자는 그저 AI 기반 구글 헬스 코치가 분석해주는 인사이트만 확인하면 된다.

현재 이 흐름을 가장 선도적으로 이끄는 건 웨어러블 디바이스 후프(WHOOP)다. 기존의 걸음 수, 칼로리, 운동 시간 같은 데이터 대신 운동 부담도(Strain), 회복 상태(Recovery), 수면(Sleep)의 카테고리 속에서 몸의 컨디션을 측정하고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밴드와 앱을 ‘구독’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심박수, 심박 변동성, 활동 강도, 혈중 산소포화도, 호흡수 같은 신체 데이터를 분석한다. 착용한 상태에서 배터리 팩을 올려 충전할 수 있고, 방수 기능까지 갖춰 샤워 중에도 데이터 누락을 최소화했다. 24시간 신체 데이터를 놓치지 않겠다는 집요한 의지다.

실제로 카를로스 알카라스(Carlos Alcaraz),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y),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등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이 애용하는 이유다. 이들의 데이터는 경기 전후 선수의 몸 상태를 분석하고 훈련 일정과 회복 계획, 부상 위험 구간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몇몇 선수는 지속적인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산업의 밝은 미래를 목격했는지 투자자로 나서기도 했다. 신체 여러 데이터 중 특정 영역에 집중한 산업 또한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연속 혈당 측정기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혈당 변화를 분석하는 앱 ‘레벨스 헬스(Levels Health)’ ‘링고 바이 애봇(Lingo by Abbott)’, 덱스콤(Dexcom)의 스텔로(Stelo)는 당뇨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앱이다. 개인의 혈당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건강한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안착하도록 돕는다.

여러 글로벌 뷰티 브랜드는 피부 수분, 온도, 노화 속도를 분석해 스킨케어 루틴을 추천하는 AI를 개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CES>에서 스킨사이트(Skinsight)를 선보이며 피부에 부착하는 초박형 센서 패치와 모바일 앱을 공개했다. 수면 역시 많은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파고드는 분야다. 전문 운동선수만 활용하던 데이터가 웨어러블을 통해 대중화하고, 환자가 아니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개인화된 생체리듬이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현실적인 방법은 데이터의 존재를 내 몸의 패턴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숫자 자체의 의미보다 일정 기간 수집한 숫자가 보여주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후프의 창립자 윌 아메드(Will Ahmed)는 S&P글로벌의 팟캐스트 ‘리더스(Leaders)’에서 “미래의 헬스케어는 1년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몸의 데이터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웰니스가 잠시 멈춰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방식이었다면 데이터가 접목된 웰니스는 내 몸과 시시각각 더 깊게 연결되는 방식에 가깝다. 오랫동안 무시해온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사소하지만 매일 들여다보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그리하여 컨디션을 향상된 상태로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웰니스의 지향점이자 우리가 데이터 웰니스를 환영하는 이유다. 일상에 스며드는 기술이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요가, 명상, 사우나, 다도 같은 감각적 웰니스가 더해진다면, 우리는 보다 효율적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일러스트레이터
    PETRA PETER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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