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THE WAY YOU ARE_오마이걸 유아
원하는 건 나다움이라고, 그거면 된다고 유아가 말했다. 처음으로 혼자 무대에 설 준비를 하면서.
계절이 바뀌고 있어요. 계절을 닮았다면,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저는 가을의 아이거든요. 9월생이고 가을을 좋아하지만 저를 닮은 계절은 아마도 여름인 것 같아요. 여름은 변화무쌍한 계절이잖아요? 밖에 있을 땐 너무 덥지만 안에 들어오면 너무 시원하니까요. 저도 온도차가 있어요. 오마이걸 유아랑 집에 있는 유아는 굉장히 달라요.
변화무쌍한 사람이라는 거군요.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요. 평소엔 아주 여유로운데 특히 활동할 때 많이 달라요.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정말 신기하게도 기분에 따라서 그날의 얼굴이 바뀌어요. 그날의 기분이 화면에 그대로 나와요. 기분에 따라 옷을 입기도 하고요. 마음도 스타일이니까요.
오늘은 어떤 기분이었어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오마이걸의 유아와 솔로 가수 유아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런 기대감이 느껴졌어요.
특히 이번 솔로곡은 제가 생각하는 방식도 바꾸고 싶었어요.
콘셉트가 ‘숲의 아이’예요. 트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공개된 티저를 보니 트롤은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많이 찾아봤어요. <타잔>, <원령공주>, <트와일라잇>도 다시 봤고,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인 <몽상가들>도 다시 봤어요. ‘타잔’도 있고 ‘정글북’도 떠올랐지만 그보다 조금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숲의 아이가 가진 순수함과 야생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는데, 무대에서 척을 한다고 될 것 같지가 않은 거예요. 제 마인드를 바꿔야 눈빛이 나올 것 같아서 평소에도 많이 노력했어요.
혼자 부른 노래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솔로는 이번이 처음이죠. 팀에서 정식 솔로 활동을 시작한 멤버도 당신이 처음이에요.
회사에서 솔로 제안을 먼저 해주셨는데 여러 번 거절했어요. 부담스럽고 멤버들과 있고 싶다고. 팀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이사님이 다시 저를 설득하셨어요. 회사에서 생각이 다 있다고 권유를 계속 해주셔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작했으면 대충 할 수 없잖아요? 맘 먹은 후에는 정말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마음은 있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부담스러워요?
성공을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고 싶다고 하셨고, 제 아이덴티티를 담은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세상에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이 있지만 ‘유아 스타일’은 없잖아요. 유아의 색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마냥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본질이 흐려지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보여지는 내 모습이 이랬으면 좋겠다’가 되어버리더라고요. 내가 이 노래를 통해서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꾸 지는 거예요. 남들한테 더 예쁘고 멋있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걸 잊어버리려는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무엇인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면 멋있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 어렵죠. 지금은 어때요? 답을 찾았어요?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너무 감사하지만 혹시나 좋아해주지 않더라도 이건 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요.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고요.
데뷔한 지 몇 해나 흘렀죠. 뭘 느꼈나요?
나는 늘 같은 모습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절 다르게 봐주세요. 사람들이 <퀸덤>을 통해 절 알게 되면서 나를 더 알아봐주시고 인정해주시는 걸 보면서 오히려 인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만약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말에서 오히려 진짜 유아를 봐달라는 간절함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모두 유아다운가요?
저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까 말한 변화무쌍한 여름의 유아예요. ‘나를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야’ 그런 느낌이에요. 타이틀곡은 처음엔 되게 맑고 밝은 느낌인데 중간에 드롭이 되면서 곡의 무드가 바뀌거든요. 오마이걸의 유아도 있지만 새로운 유아의 모습도 있어요.
무대가 기대되는 게 사실이에요. 오마이걸의 무대와는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 같거든요.
안무가의 꿈을 꾸면서 춤을 췄을 때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표현했는데 오마이걸의 유아가 되니까 6명과 동작이 똑같아야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슬럼프가 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머물면 이제 아무런 춤을 못 출 것 같은 거예요. 춤추는 게 너무 행복하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서 춤을 시작한 건데 내가 지는 느낌이 들어서 도전을 많이 했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도 안무에 의견을 많이 냈어요. 사람들의 눈에 마냥 편한 동작이 없었으면 좋겠다, 눈에 익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대무용을 넣기도 했고요.
가장 결정적인 한 장면이 있나요? 눈여겨봐줬으면 하는.
특히 중간에 정글사운드가 나오는데, 그 부분은 걸그룹 춤에서 많이 보는 동작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에너지를 표현하는 안무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굉장히 만족했어요. 기대해주세요.
솔로활동이 마무리되면 어떤 부분이 성장했을 것 같아요?
이미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실력이 늘었다는 게 아니라 원래 7명이서 했던 걸 혼자 하게 되니까 접근하는 마음도 다르고요. 혼자서 노래를 끝까지 불러본 적이 없었는데, 혼자 끝까지 해야 하니까 저도 점점 배우면서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일이 사람을 성장시키는가 봐요.
맞아요.(웃음) 3일 뒤에 뭘 해야 된다고 했을 때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해내잖아요. 이번에도 많이 생각했는데요, 대중분들한테 기억되고자 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나다웠을 때가 가장 대중이 보기 편하고, 사랑받았을 때도 떳떳하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꾸며진 제 모습이 싫어요. 매일의 제가 다르지만 그 모습이 다 저거든요. 그런 모습을 다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내 MBTI를 알고 싶지도, 공개하고 싶지도 않다”라는 말을 했죠. 이제 이해가 되네요.
하하! 왜 알고 싶지 않냐면, 저는 저에 대해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이미 저에 대해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심리책 같은 것도 많이 읽었는데, 해보라는 걸 제가 이미 다 해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를 믿고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요. 옛날엔 미신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맞는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돌이 춤을 출 때 ‘춤선’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유아의 춤선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요. 춤선은 타고나는 것 같나요, 아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나요?
저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게 크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어요.
음색은 어떤가요? 음색도 타고나는 거라고들 하는데, 노래는 음색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아요.
음색은 물론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성대 구조랑 구강 구조의 영향이 크지만…(웃음) 저는 연습생 기간이 짧아서 노래를 배운 기간도 짧았어요. 처음 녹음을 하면서 너무 부족한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팀에 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춤 연습의 몇 배로 노래 연습을 했어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좋으면 그의 입 모양을 따라 하는 식으로요. 노래하는 입 모양이나 얼굴 표정을 따라 하면 신기하게 소리가 달라져요. 내 안에서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팀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느새 믿고 듣고 보는 오마이걸이 됐어요. 언제 대중에게 인정받았다고 느꼈나요?
<퀸덤>의 ‘데스티니’ 무대를 하고 촬영하러 롯데월드에 갔었어요. 거기서 다들 알아봐주시는 거예요. 저희를 알아봐주시는 게 신기했어요.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웃음)
그와 별개로 오마이걸이 잘될 거라는 확신은 언제 처음 가졌나요?
데뷔 전부터요. 전 멤버들을 정말 사랑해요! 막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우리 지효가 제일 센터상이고, 우리 효정 언니랑 승희가 노래 제일 잘하고…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연습생 때도 우리 애들이 제일 끝내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저희 대표님이랑 이사님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을 자주 하셨는데, 저는 항상 잘될 것 같다고 했어요.
이미 당신에겐 확신의 팀이었군요.
물론 처음 몇 년은 힘들었어요. 그래도 저희는 변한 게 하나도 없이 늘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섰어요. 저는 멤버들에 대한 자부심은 정말 커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뭐가 있나요?
음… 스스로 느끼기보다는 주변 분들이 해주시는 말에서 느껴요.
어떤 말을 들을 때 기뻐요?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때면 너무 고마워요. 확신이란 건 스스로 가질 수도 있는 거지만, 주변에서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회사분들이나 멤버들에게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정말 ‘찐친’이에요. 서로 마음을 주고, 문득 보면 잘하고 오라고 문자가 와 있고, 예쁘다고 캡처해서 보내주고…저도 멤버들한테 온갖 주접을 떨게 돼요. 쉴 때도 서로의 집에 가서 밥 먹고요.
‘살짝 설렜어’에서는 중간에 맹수 소리를 냈는데 반려묘 로랑이가 떠오르더라고요. 로랑이가 영감을 줬나요?
로랑이는 이번에 앨범을 준비할 때 영감을 많이 줬어요. 순수하고 맑은 눈을 가졌지만 그 안에 야생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로랑이가 딱 그렇죠. 내가 로랑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나저나 로랑이의 이름은 ‘생 로랑’에서 따온 건가요?
다들 그런 줄 아시는데 무늬가 뱅갈이에요. 그래서 호랑이 같다고 하다가 호랑이, 호랑이 하다가 로랑이가 됐어요. 로랑이가 원래 애교도 잘 부렸는데 요즘 시큰둥해요. 원래 샤워할 때도 따라왔는데 문 밖에 있어요. 조금 철이 든 건지 좀 변했어요. 그래도 잘 있어요.
멤버들과 있을 때 당신의 캐릭터는 어때요? 단톡방에서 가장 활발한 멤버인가요?
원래는 승희였는데 요즘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요즘은 비니가 은근 말이 많아졌어요. 저는 좀 허당이에요. 같이 살 때 멤버들이 저한테 아무것도 안 시켰어요. 과일 같은 것도 나르다가 다 엎어요. 제 별명이 ‘꼬막손’이에요. 승희랑 같이 방을 썼는데 승희가 지갑 챙겼어? 폰 챙겼어? 하면서 저를 하나하나 챙겨줬어요.
서른 살, 마흔 살에도 유아는 뮤지션일까요?
우선 제 목표는 가수로서의 유아예요. 계속 가수이지 않을까요?
신이 한 가지 능력을 주겠다고 한다면, 뭘 달라고 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능력이요. 제 꿈이 행복한 사람인데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생각해봤는데 돈 많은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예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뭘 해도 만족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그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결국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그래서 신에게 유시아라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살게 해주세요, 라고 빌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는 중이라, 아마 솔로 무대도 무관중으로 하겠죠. 첫 무대를 어떤 마음으로 올라갈 건가요?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팬분들이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가 큰 차이예요. 관중이 있으면 확실히 확 몰입이 돼요. 그래서 이번 목표는 느슨해지지 않는 것. 여유롭지만 마음은 안 느슨한 것. 이게 제일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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