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리얼을 만드는 사람들
지금 가장 필요한 뉴스를, 가장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뉴스는 오늘도 새롭다.
씨리얼
김지수 팀장, 신혜림 PD, 박준형 PD, 황민아 PD
CBS의 디지털콘텐츠국이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로 뉴스를 전달할 뿐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플랫폼으로 운영 중이다.
어느새 5년이 훌쩍 넘은 미디어 채널이 됐다. 어떻게 기획한 건가?
특별한 기획보다는 20대 타깃의 젊은 친구들을 위한 뉴스 콘텐츠를 만들 팀이 필요했고 그렇게 대학생 인턴들이 모여 시작한 팀이다. 여러 변화를 겪으며, 제작자들의 특성을 반영하며 지금의 씨리얼이 되었다.
팀 전원이 4명밖에 안 돼 놀랐다. 영상 퀄리티와 채널 규모에 비해 적은 인원인데 제작 과정이 어떻게 되나?
PD는 기본적으로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 모션그래픽까지 전담한다. 하나의 아이템을 한 명이 끌고 가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도 올인원이 가능한 인력을 뽑는다. 제작의 분업에 대해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 기획에 방점을 찍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확실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깊이 있게 뽑아내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기본회의에 관심 있는 화두를 발제하면 팀의 목표, 색깔, 방향성, 정체성에 맞는지, 시의성이 있는지 등을 다 같이 논의한다. 선정 후 발전 과정에서도 피드백을 주고받고 마지막으로 영상을 모니터하는 시사식을 거친다.
회의를 비롯해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뉴미디어라 할지라도 수직적인 분위기인 곳들도 있다. 씨리얼 회의는 정말 할 말을 다 할 수 있다. 채널의 목표나, 들려주고 싶은 목소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것 같다.
최근 당사자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형식이 늘었다. 이 포맷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가 일단 듣고 싶었다. 소외된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목표에 있어 제작자인 우리가 정리해서 대변자가 될 수도 있는 거지만, 때로는 그 주체의 이야기를 그냥 담담하게 들어주었을 때 메시지가 가장 빛날 때도 있다. 팀내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판을 깔아준다’는 거다. 우리가 찾아간 사람들이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빛날 수 있다면 기쁘다.
섭외 과정이 궁금하다.
새로운 팀원들은 전형화된 섭외 프로세스 경험이 없다 보니 오히려 새로운 섭외 방법을 시도한다. 덕분에 더 잘 조사하고 생각지 못했던 주변의 사람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영상마다 섭외 경험이 다른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판이 없어서 말하지 못했던 것뿐이지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니까. 그리고 씨리얼 채널이 5년간 쌓아온 신뢰도 섭외의 큰 부분이다. 왜곡하지 않고 목소리를 그대로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이 사람이 노출됐을 때 공격당할 소지가 있는 것은 다 뺀다. 특히 피해 당사자인 경우는 더 엄격하게 살핀다. 인터뷰를 중립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 당사자 인터뷰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성착취 피해자, 알코올중독 등 예민하게 다뤄질 수 있는 소재가 많다.
자극적으로 소비하려면 한없이 자극적일 수 있는 이슈들이다. 그렇기에 더 조심하는 게 맞다. 조현병 당사자가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한 콘텐츠가 있지만 여러 고민 끝에 제목에는 조현병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되 인터뷰이가 소비되는 방식은 지양한다. 그 선을 지키려고 가장 애를 많이 쓴다. 그래서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웃음) 이게 우리의 방향이고 색깔이다.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로 방향을 잡은 건가?
밝은 것도 하고 싶은데 자꾸 우선순위가 밀린다. 당장 스피커가 필요한 사람과 상황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비극은 언제나 있는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시의적으로 지금의 비극을 말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우리가 안 하면 언제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기억에 남는 댓글?
<임계장 이야기> 저자 인터뷰 영상에 인터뷰이였던 선생님이 직접 댓글을 남기셨다. 당시 비슷한 상황이었던 경비노동자의 비극적인 뉴스에 크게 좌절하신 상태로 쓴 댓글이었는데 그 밑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연대한다는 대댓글을 남겼다. 세대를 넘나든 연대의 모습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독자의 반응으로부터 니즈를 파악하고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나?
성평등 육아가 그랬다. 그때 제목이 ‘유치원 갔더니 내 딸이 핑크공주가 되어버렸다’였다. 댓글에 성평등 교육하는 유치원 선생님들도 있는데 제목이 조금 속상하다는 말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 바로 유치원 선생님들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속 아이템에 대한 기획은 댓글을 많이 보면서 부응하려 한다.
평소 어떤 콘텐츠를 즐겨 보나?
메신저 방 중에 아이템 거리를 나누는 방이 있다.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모든 콘텐츠를 모두 공유하는 방이다. 우연인지 네 명 모두 유튜브를 잘 안 본다. 오히려 텍스트에 더 익숙하다. 책도 많이 읽고 긴 기획기사와 뉴스를 챙겨 읽는 편이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운영 중인가?
현재로서는 외부 협업 중심인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뉴얼을 다듬고 있다. 외부의 제작 지원을 받을 때는 채널 정체성을 훼손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그 줄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펀딩처럼 콘텐츠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 중이다.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지는 채널이 되고 싶다.
씨리얼의 목표는?
중요하지만 안 볼 것 같은 뉴스를 가장 볼 수 있게 만드는 채널.
듣똑라
김효은 팀장, 이지상 기자, 홍상지 기자, 이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들이 진행하는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로 밀레니얼에게 필요한 뉴스, 커리어,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다. 2015년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2019년 정규 편성되었다.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팟캐스트는 정해진 회의 일정이 없어도 계속 기획과 제작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뉴스나 관심사에 대해 서로 끊임없이 공유하면서 그중 더 발전시키고 싶은 아이템이 나오면 진행하는 식이다. 에피소드마다 돌아가며 메인 라이터를 맡고 기획부터 대본, 편집까지 모두 책임진다. 유튜브는 제작팀과 회의를 통해서 만들고 있다.
모두 기자로서 연차가 높은데,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하는 만큼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전형적인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이제는 기획자이자 출연자이고, 진행자이자 기술자이기도 한 복합적인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그 과정을 거치며 혼란스럽기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전에 비해 한 이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루게 되니 더 책임감을 갖게 된 것도 있고.
새로운 미디어인 만큼 톤앤매너에 대해 고민이 컸을 것 같다.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다. 우리의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있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면 아예 다시 말할 때도 있고, 편집도 오래 걸린다. 예전 방송을 들으면 조심했음에도 감수성이 결여된 표현들이 있다. 현재도 불완전할 거다. 그렇기에 계속 배워나가고 있고 피드백에 귀 기울이려 한다.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인 척하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매주 인터뷰이가 기대되는 방송이다. 섭외의 비법이 있나?
일순위는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콘텐츠를 보고 만드는 일을 하니 어떤 사안에 대해 전문가를 보는 눈이 생겼다. 섭외가 매번 성공적인 건 아니지만 인터뷰이의 커리어와 인사이트를 전달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성심껏 말하면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신다.
이수정 교수, 황정아 박사 등 빛나는 여성 게스트가 참 많았다.
우리의 롤모델을 찾다 보니 늘어나게 된 것도 있다. 여성이 오래 일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서는 계속해서 롤모델을 찾아가고 만들어가야 한다. 막상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 조용히 있을 뿐이다. 의외인 것은 분명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는 멋있는 여성임에도 제안을 받으면 주저한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막상 방송에 나오시면 자신이 걸어온 길이 후배들에게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듣똑라 역시 그 디딤돌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구독자와 함께한 작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그중 대학생 참가자분이 우리처럼 ‘멋진 언니’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더라.(웃음) 사실 우리에게도 멋진 언니가 필요하다. 그래서 당장은 숨어 있는 멋진 언니들을 소개하고 싶다.
같은 뉴스일지라도 듣똑라로 들으면 더 재미있다고 한다. 차이가 뭘까?
듣똑라는 처음부터 다른 가정에서 시작했다. 밀레니얼이 뉴스에 관심 없는 게 아니라 공급자가 맞춤 서비스를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후로는 기존의 뉴스 문법을 잠시 내려놓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듣는다면 어떤 게 더 궁금할지, 어떤 점이 불편할지를 의식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나도 같이 알아가고 싶은 문제를 나에게 익숙한 언어로 전달하니 듣는 사람도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독자와의 거리감도 남다를 것 같다.
항상 ‘온 디맨드’ 콘텐츠를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 독자의 니즈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독자의 반응에 에너지를 얻는다. 독자와 제작자의 거리가 긴밀하고 가깝다 보니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인다.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일수록 가볍게 넘길 수 없지 않나. 무엇보다 이전에는 독자가 추상적인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개개의 목소리가 느껴질 만큼 구체적이고 가깝게 느껴진다.
유튜브에서는 밀레니얼 여성에게 재테크 정보를 전하는 ‘워니’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나?
의외였다. 지금까지 성공한 재테크 콘텐츠는 남성 투자 전문가, 투자에 성공한 부자처럼 한정된 공식에 따르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공식을 따르지 않고도 좋은 반응을 거두어 다행이다. 모든 여자가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여자도 돈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거는 다른 거니까.
반응을 말하자면 #원헬스프로젝트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프로젝트였나?
인간, 동물, 환경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를 이룬다는 ‘원헬스’ 개념이 핵심이다. 6주 동안 환경, 동물권, 비건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매주 구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미션을 공개했다. 개인 컵 사용하기, 채식 한 끼 하기 등 일상 속에서 미션을 완수한 후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식이다. 우리만 올리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해줘서 감사했다. 검색해서 ‘좋아요’를 누르려고 하면 이미 홍상지 기자가 다녀갔더라.(웃음)
수익 모델은 어떻게 운영 중인가?
회사에서 기회를 주는 이유는 뉴미디어로서의 시장가치가 무엇인지 증명해보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 유료 오디오 콘텐츠 등을 통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듣똑라를 하며 변화한 모습이 있다면?
‘1일 1 배움’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일단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태도가 생긴 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경험은 언제나 배움을 남겼다. 자신에 대한 믿음도 커졌는데 팀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 덕분이다. 예전에는 실수하지 않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면 듣똑라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실수하더라도 팀원들이 책망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
듣똑라의 목표는?
밀레니얼 세대의 ‘습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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