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맑고 해사한 모습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사춘기 소녀는 어느새 스무 살의 아가씨가 되었다.  그사이 가진 것도 이룬 것도 많은 수현이지만, 지금 스무 살의 청춘은 또 다른 모험을 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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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 티셔츠는 뎁 세레모니(Debb Ceremony),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모두 피 바이 파나쉬(P by Pan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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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패턴 원피스는 YMC.

이수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가수, 악동뮤지션,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남매 뮤지션, 뷰티 유튜버, 모찌피치 등등. 갓 스무 살,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선 수현은 ‘실화냐 다큐냐 맨큐냐’라며 장난스레 급식체를 구사하다가도 음악 얘기를 꺼내면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진지해진다. 10대 시절 이미 많은 꿈을 이뤘지만, 스무 살의 청춘은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단다.

요새 뭐 하고 지내요?
얼마 전까지 JTBC <비긴어게인2> 촬영차 해외에 2주간 나가 있었어요. 그 외에도 자잘하게 할 게 많았어요.

앨범 활동 계획은 없어요?
‘언제 어떤 앨범을 발매해야지’라고 딱 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앨범의 형태가 무엇인지, 시기가 언제인지 정확히 말할 순 없어요. 그래도 준비는 하고 있어요. 제가 준비가 되는 대로 회사를 들들 볶아볼 생각이에요. 일단 그 전에 스스로 준비가 되어야겠죠?

어떤 준비가 필요해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해요. 오빠가 군대에 간 후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자책도 해보고, 우울해하기도 하다가 이제 좀 정신을 차렸어요. <비긴어게인2> 촬영차 선배님들과 해외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힘을 얻었거든요. 같이 노래할 땐 물론이고, 노래를 하지 않는 순간까지 배울 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제야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첫 솔로 앨범은 어떤 콘셉트로 채우고 싶어요?
첫 솔로인 만큼 가장 저다운 노래를 하고 싶어요. 작사도 해보려 노력 중이에요. 근데 가사를 쓰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빠한테 편지나 메일을 보낼 때 제 이야기를 많이 써 보내요. 그러면 오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면서 그대로 노래를 만들어 보내주기도 해요.

가수 이수현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는 조금 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같아요.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많이들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곡 녹음할 때도 노래를 부르려 하기보다 진심을 전하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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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인터뷰에서 오빠한테 ‘군대 가기 전에 솔로 곡 좀 만들어 주고 가라’고 한 적이 있어요. 곡 좀 주고 갔나요?
몇 곡 만들어 주고 갔어요. 입대 직전까지 제 노래를 열심히 만들다 갔거든요. 심지어 부대에서도 틈틈이 곡을 만들고 있대요. 그런 면에서 정말 고맙죠. 근데 저흰 가족이니까 어차피 한 명은 벌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녹음실에서는 보통 무슨 생각을 해요?
가사와 곡이 가진 감정을 많이 생각해요. 가벼운 이야기면 상관없는데 ‘그때 그 아이들은’이나 ‘오랜 날 오랜 밤’처럼 스토리가 있고, 진심을 담아 불러야 하는 곡들의 경우 녹음 전 오빠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오빠가 쓴 가사이니까, 제가 완전히 가사에 몰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오빠의 빈자리를 대신해 다른 가수와 듀엣을 한다면, 어떤 아티스트와 작업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사실 오빠의 빈자리는 그 누구도 채울 수 없어요. 오빠랑 함께 있을 땐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많았는데, 혼자 남게 되니까 오히려 다른 분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게 돼요. 그 빈자리를 채우기가 아직도 좀 버거워요. 확실히 오빠가 입대하고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작년 7월, <얼루어>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와 오빠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좀 애틋함이 생겼어요. 그저 좋은 동업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떠나고 난 후 오빠의 존재와 오빠가 담당했던 역할이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마운 거였단 걸 깨닫게 됐거든요. 그래서 ‘예전엔 그걸 몰라서 미안하다. 전역하면 나도 역할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편지를 쓰다가도, 전화하면 결국 또 야야거리면서 툭툭대요.

몇 달 새 스무 살 아가씨가 되었네요.
열아홉 살과 한 살 차이일 뿐인데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스무 살이 되고부터는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신나요. 원래도 젊긴 했지만 더 젊어진 기분이고, 이전보다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듯해요.

분위기도 좀 여성스러워진 것 같아요.
스무 살 된 지 몇 달 안 됐는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고요. 그사이에 오빠가 입대해서 더 성숙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오빠를 믿고 마냥 날뛰는 소녀였다면,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리고 ‘음악이란 무엇인지, 인간은 왜 사는 건지,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좀 차분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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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산드로(Sandro).

새론, 보라, 예리양 같은 절친들과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죠? 요샌 친구들과 뭘 하고 놀아요?
늘 똑같아요. 여전히 만나면 닭발 먹고, 요새 꽂힌 음식은 감자탕이에요. 저희가 감자탕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다들 번화가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주로 저희 집 앞이나 애들 집 앞에서 만나요. 그러고선 그 동네에 맛있는 감자탕 먹으러 가죠.

어느덧 ‘모찌피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65만 명을 돌파했어요.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엉뚱함과 어설픔, 풋풋하고 어리바리한 매력? 유튜브 시작 초반에는 걱정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화장도 잘 못하면서 유튜브는 왜 시작했어’라고 할까봐. 그래서 나름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척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더니 감사하게도 다들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영상을 보면 엄마미소를 짓게 돼요.
문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엄마미소를 짓는다는 거예요! 그래도 다 고마워요.

10대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로 연애를 꼽았었어요. 올해의 버킷 리스트는 뭐예요?
제가 연애라고 말했었죠? 그때 그랬는데… 그건 고대로 올해의 버킷 리스트로 밀렸어요.

자서전을 쓴다면 제목을 뭐로 하고 싶어요?
음, 그냥 제 이름 세 글자로 하고 싶어요. 자서전은 제 인생을 담은 책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제 자신, 제 이름만이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거죠.

젊다는 것, 청춘이란 뭐라고 생각해요?
‘패기’요. 속된 말로’ 깡따구’라고도 하죠. 청춘 특유의 패기는 조금만 어리거나 나이를 먹어도 나오지 않는다 생각하거든요. 걱정이 많거나, 주변 눈치를 너무 많이 보거나. 근데 스무 살은 걱정도 하고 고민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저지르기 가장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나이 자체가 핑계가 되잖아요. ‘스무 살 땐 다 저래’라고 주변에서 웃어 넘겨주기도 하고. 저는 청춘은 용감해질 수 있는 패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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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 티셔츠는 뎁 세레모니,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모두 피 바이 파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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