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광장>에 이어 다시 액션으로 돌아와요. 이번에는 납치된 딸을 찾아 떠나네요. 또 한번 이 장르에 끌린 이유가 있나요?
<광장>을 하고 액션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도 액션을 하면 어떨까 하던 차에 <김부장>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액션이라는 장르에 끌렸는데, 대본을 볼수록 그 안에 담긴 서사와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처절함이 강렬하더군요.
‘평범하고 어설픈 김부장’ ‘고등학생의 아빠’는 배우 소지섭에게도 낯선 영역이었죠?
아이 아빠 역할을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 큰 딸을 둔 아빠는 또 처음이었어요. 액션이 많고 화려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녀 관계에 더 집중했어요. 서툴고 어색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딸과 아빠, 딸이 사라졌을 때 아빠가 어디까지 처절해질 수 있는지 등의 감정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김부장의 선택을 보며 ‘정말 딸을 위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저 역시 낯설었죠. 아이가 태어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홀로 키우는 모습을 촬영하며 그 감정을 찾아가는 재미가 또 있더라고요. 함께한 배우 최대훈과 윤경호 모두 자녀가 있어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이면 아빠로서 어떻게 할 것 같아?” 하고 물어봤는데 답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런 것을 조합해 녹여보려고 했어요.
라인업이 공개된 이후, 배우 최대훈, 윤경호과의 합도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어요.
두 사람 다 연기를 너무 잘해요!
정말 단호하고 빠른 답변이네요. 현장은 어땠나요?
정~말 잘해요. 세 캐릭터의 연기 패턴과 맛이 다 다른데 잘 살리더라고요. 경호 씨는 온몸으로 에너지를 표현하는 캐릭터고, 대훈 씨는 말맛을 살려 자근자근 표출해요. 저는 말보다 눈빛이나 행동으로 가는 편이고요. 그래서 셋이 모였을 때는 ‘이 장면을 어떻게 살릴까, 이 대사를 어떻게 할까’ 항상 회의를 했어요. 얘기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새로운 것이 조금씩 나오더라고요.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으니까요.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죠.
셋이 모이면 현장의 공기도 달라졌겠어요.
엄청요. 자칫하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세 친구가 모일 때 환기돼요. 아저씨, 오랜 친구, 아빠 같은 평범한 순간이 만들어져요.
이번 작품에서도 엄청난 액션을 예고했어요. <광장> 속 액션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광장>이 처절한 응징이라면 <김부장>은 딸을 구하러 가는 과정일 뿐이에요. 사람을 해하는 목적이 아니라 딸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액션이죠. ‘김부장’의 목적은 오롯이 딸을 되찾는 거예요.
액션의 목적이 다를 때 몸의 움직임도 달라지나요?
그럼요.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몸을 통해 전달돼야 하죠. 불필요한 움직임을 걷어내고, 감정까지 보이는 액션을 좋아해요. 액션보다 감정이 중요할 때는 움직임을 줄이기도 하고, 또 보여줘야 할 때는 확실히 보여주려고 하죠.
결국 몸 전체로 연기하는 거네요?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캐릭터마다 할 수 있는 액션이 다르거든요. <광장>의 액션은 투박하고 직선적이었다면, <김부장>은 다양한 도구와 상황을 활용해요. 그런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무술팀과 여러 스태프 분들이 함께 노력했고요. 대표적인 게 ‘은사’인데, 꽤 어려웠어요. 실 같은 특수 소재의 도구를 사용해 화면에 그럴싸하게 비춰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어려움 앞에서 답을 찾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 저는 너무 재미있어요.
<광장>의 ‘남기준’도 그렇고, ‘김부장’ 역시 과묵한 인물이에요. 그런 인물에 끌리는 편인가요?
저는 대사를 많이 하지 않아도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연기가 좋다고 생각해요. 상황과 연기만으로 설득되는 작품요. 물론 정보 전달은 필요하지만, 그 정보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눈빛과 상황으로 연기하는 걸 좋아해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것도 좋고요. 밝은 작품도 있고 어두운 작품도 했지만, 어두운 작품을 더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특별히 제가 어떤 이미지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일을 계속할 거니까요.
예고편을 보니 의상도 과묵하더라고요. 아쉽지는 않았나요?
딸이 사라지고 나서 며칠 안 되는 기간의 이야기에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 입던 평상복과 출근용 양복 한 벌, 원작 웹툰에도 나왔던 검은색 언더아머 운동복이 전부예요. 아주 심플하죠. 저는 오히려 그런 편이 좋았어요.
30년 전과 비교해 콘텐츠 환경이 빠르게 변했어요. 그럼에도 현장에서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촬영 시간이 줄긴 했지만 현장은 늘 똑같은 것 같아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뜨겁게 달려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일을 할 때는 시간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변치 않는 원칙입니다. 그 다음은 소통이에요. 모두가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잘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누구에게나 부족한 점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끝났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해요.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대표하는 작품도 많아요. 여전히 도달하고 싶은 성취가 있나요?
이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솔직히 관심도 없고요.(웃음) 제가 참여한 작품에 공감하고 재미있다 해주시면 그걸로 됐어요. 개인적인 성취보다 오히려 같이 참여한 사람들이 잘되면 그게 저를 훨씬 행복하게 해요.
요즘 경험해보고 싶은 현장은 어디인가요?
기회가 닿으면 누아르도 또 하고 싶고,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도 환영입니다.
이 일을 꾸준히 사랑하는 이유가 뭔가요?
늘 새로워요. 아직 시즌제를 해본 적이 없어 비슷해 보여도 제게는 늘 새로운 캐릭터였어요. 새로운 인물,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시청자와 관객이 공감하고 재미있다고 해주면 그 자체로 에너지가 생겨요. 또 다른 걸 하고 싶어지고요.
촬영이 없을 때는 루틴대로 사는 걸 좋아한다고요. 대체로 어떤 일상을 유지하나요?
촬영할 때는 생활이 불규칙하잖아요.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정확한 루틴대로 움직이려고 해요.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 가고, 업무 보고, 오후에 또 운동을 한 뒤에 저녁 먹고 쉬어요. 이 루틴이 깨질 수 있는 약속은 웬만하면 주말로 미루고요. 거의 그렇게 지내요.
정말 직장인처럼 사네요. 어딘가에 존재할 김부장처럼요.
그렇게 각 잡고 루틴을 지켰을 때 행복해요. 무너진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그런 루틴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여기에 가끔 하는 여행, 많지 않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아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려는 마음도 커 보여요. SNS나 음악 활동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했다고요.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여전히 저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죠. 이렇게 무뚝뚝한 배우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 더 크게 느껴요. 그래서 저도 더 노력하게 돼요.
<김부장>을 본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웹툰을 본 분들은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을 기대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재미도 작품 곳곳에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김부장의 모습 그리고 함께 처절하게 도와주는 친구들의 우정이 보이면 좋겠어요. 그 아름다운 마음들요.
최대훈
쇼트 팬츠, 시스루 등 오늘 의상이 꽤 파격적이었죠?
어후, 맞아요. 몇 년 전 <얼루어>와 처음 만났을 때도 <희극지왕>을 콘셉트로 강렬한 의상을 준비해주셨죠.
캐릭터 소개를 보니 세 명의 아빠 중 ‘비주얼’을 담당하신다기에 도전해보았습니다.
하하하. 우선 감사드리고요. 하지만 그럴 리가요? 설마요!(웃음) 오늘 현장에 오며 지섭이 형과 같이 화보를 찍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길을 걷다 쇼윈도 너머로, 지면으로, TV로 보던 ‘톱 모델’이잖아요. 덕분에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왔어요.
<김부장>을 선택할 때도 동료의 힘이 컸나요?
소지섭, 윤경호라는 이름을 듣고 주저하지 않았어요. 강력한 끌림이 있었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지섭이 형님에, 동갑인 윤경호 배우까지. 윤경호 배우와는 대학로에서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알고 지낸 세월은 길지만 사실 교류가 많지는 않았는데, 참 신기하죠? 싫은 사람은 이유 없이 싫고, 좋은 사람은 이유 없이 좋기도 하잖아요. 경호는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존재였어요. 대본 역시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렸고요. 이 모든 요소가 새로운 도전, 새로운 만남,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어요.
현장의 모두가 실제 세 분의 ‘케미’가 굉장히 좋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더라고요.
두 분 모두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무엇을 챙겨야 하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배우고요. 적대감이나 의심 같은 게 전혀 없고, 다들 텍스트 중심으로 충실히 임했어요. 자연스럽게 서로 응원하는 관계가 형성되니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컸죠.
정말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 같았겠어요?
아무리 좋아도 현장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거든요. 각자의 고충도 있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날도 있는데, 그런 어려움이 보일 때는 품앗이하듯 적극적으로 주고받았어요. 누구 한 명이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으면 두 명이 달라붙어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던지고 토론해요. 의지가 많이 됐죠. 셋이 만나는 날은 출근길이 정말 즐거웠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여전히 기억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셋이 처음 만난 촬영 날요. 한 고깃집에서 오랜만에 셋이 만나는 설정이었는데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았어요. 그 순간이 사진처럼 찰칵 기억돼요.
‘성한수’는 무려 1440도 발차기와 엄청난 태권도 실력을 갖춘 인물이죠. 체력적으로 부담은 없었나요?
직접 그렇게 돌아보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굉장히 어려웠어요. 성심성의껏 액션을 했는데, 어떻게 나왔을지 저도 궁금해요. 웹툰 팬이 워낙 많아 설레는 동시에 우려도 컸어요. 그때 지섭이 형이 형님답게 잘 잡아주셨죠. “우리의 길을 또 만들어가자”라고요. 그 이후에는 부담 ‘킵’해두고 각자의 스타일과 생각으로 감독님, 작가님과 의견을 나누며 빚어냈어요.
‘성한수’는 어떤 아버지인가요?
마음만큼은 하나뿐인 아들을 사랑하고 아끼지만 애써 표현은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조금은 딱딱하고 뾰족한,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노는 아버지요.
이 작품이 공개되고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길 바라나요?
촬영 내내 개인적으로는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여러 형태의 사랑, 일상의 행복과 감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이 시청자에게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가족의 사랑, 함께 산다는 것, 희생하는 것과 접촉할 수 있는 순간을 가져다주면 좋겠어요
<김부장>은 배우 최대훈에게 어떤 도전으로 남았나요?
액션을 이렇게 정식으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기존의 것은 유지하되 새로운 접목과 시도를 통해 액션이라는 옵션이 하나 더 생긴 순간을 맞이한 것 같아요. 그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했고, 반가웠고, 설렜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옵션을 늘리고 확장해가는 일은 아마 모든 배우의 바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요. 이미 아시겠지만 새 장르, 새 이미지를 받기가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저를 통해 도전을 맡겨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는 너무 감사하죠.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의 두려움과 염려도 있지만,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 확장할 수 있다는 건 이 작업을 이어가는 큰 원동력이에요. 에너지이고, 개척이고요.
지금까지 그런 확장을 가장 크게 느낀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드라마 <괴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에 심나연 감독님과 작업한 적이 있는데, “다음에 더 좋은 역으로 만나자”고 하셨거든요, 그 약속을 지켜주셨어요. 지금도 부족하지만 더 부족했던 제게 베팅해주셨어요. 그 기회를 계기로 저를 믿어주는 분들의 용기에 대한 감사를 몇 배로 알게 됐고, <괴물>을 통해 여러 각도로 저를 봐주는 분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괴물>의 ‘박정제’는 잊을 수 없는 고요하고 살벌한 빌런이었죠.
물러날 데가 없었어요. 너무 어려운데, ‘난 뒤돌아볼 여유가 없다’ 하면서 스스로를 좀 밀어붙였어요. 지금도 여전히 도전하려 애쓰지만, 당시에는 도전과 도약을 한 번쯤 크게 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또 발굴해보고 싶은 얼굴이 있나요?
곧 로맨스가 있는 작품을 시작하는데, 그 캐릭터로 또 지평을 열고 싶어요. ‘최대훈은 로맨스하고는 안 어울려’가 아니라 ‘저것도 잘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로맨스뿐 아니라 어두운 누아르도 그렇고, 안 해본 건 다 해보고 싶죠.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무대부터 매체까지 20년 넘게 ‘연기’를 이어오고 있어요. 지치거나 정체되는 순간은 없었나요?
체력이 달리거나 인물을 만드는 데 난항을 겪은 적은 있는데, 늘 힘든 만큼 기쁨이 곱절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좋고 맛있는 것도 쉽게 얻으면 ‘뭐, 그냥 맛있었어’ 하고 끝나는데, 어렵고 힘든 건 부담도 되지만 붙들고 앉아 있는 시간이 재미있기도 해요. 그리고 돌아보면 그~렇게 크게 힘든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진짜 힘든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이, 괜찮아’라고 넘길 수 있는 기질이 부모님이 주신 선물, 제 기능 중 하나예요. 자기 최면과 암시를 걸어도 될까 말까 한 부분인데, 부모님이 그걸 챙겨주셔서 감사하죠.
요즘의 최대훈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나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지만 가장 큰 걸 꼽자면 ‘재미’예요. 그게 꽤 괜찮은 에너지원이에요. 이 일이 저를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머물고 싶은 세상이고요.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폭싹 속았수다>의 ‘부상길’로 남자조연상을 수상한 뒤 소감이 화제였어요. 6월 기준 조회수가 350만 회를 넘었고요.
진짜 놀라워요. 저는 그냥 진짜 제 기분과 생각을 말한 건데 참 신기해요.
당시 ‘마음에 만선’이라는 표현을 썼죠. 요즘은 어떤 순간 만선을 이뤘다고 느껴요?
일적으로는 귀한 대사, 좋은 파트너,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스태프들을 만날 때요. 오늘처럼 내 안의 스타와 함께할 때도 그렇고요. 예전에 브라운관으로 보던 사람들과 작업할 때, ‘와, 옛날 그 스타가 나와 함께!’ 하는 느낌이 있어요. 오늘도 지섭이 형과 촬영하면서 청바지 브랜드 스톰(Storm) 얘기를 엄청 했거든요. 그런 분들과 함께한다는 게 신나요.
개인적인 삶에서는요?
딸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요. 밥 먹는데 악기 연주를 해주는 순간 같은. 오늘 딸이 연주회 하는데 같이 못 갔어요.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춘 괜춘!” 하더라고요. 오면서 아내가 보내준 영상을 보는데 처음으로 딸의 결혼식 때 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좀 울렁거리는 묘한 감정이 들었죠.
인간 최대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 있나요?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김부장>에서 액션을 하다 보니 오랜만에 몸을 살펴보게 됐는데, 심상치 않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몸 쓰는 걸 좋아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자신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오히려 홀대하고 무관심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건강을 다시 챙기려고 해요. 제 에너지가 건강하고 충만해야 누군가를 아끼고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윤경호
지난 4월호에 이어 <얼루어>와 석 달 만에 다시 만났어요. 여전히 차기작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요.
자주 봐서 좋아요. 가장 바쁘고 정신없던 시간은 좀 지난 것 같아요. <김부장>을 촬영하는 동안 가장 긴장하고 바삐 달렸어요.
추울 때 시작해서 더울 때 끝났다고요?
7개월가량 촬영했어요. 사실 저보다 ‘김부장’ 역할을 맡은 지섭이 형이 거의 매 신 나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배우 소지섭과 최대훈 모두 세 사람의 케미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에 동의하나요?
좋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2025 SBS 연기대상’ 때 셋이 시상자로 나섰는데, 그때도 무대까지 30분 정도 남겨놓고 저희끼리 아이디어를 내서 대본보다 즉흥적인 느낌으로 준비했어요. <김부장> 속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서 만담처럼 해보자고요. 설정만 넣었는데 또 아이디어가 막 쏟아졌죠. <군함도> <자백>에 이어 지섭이 형과 세 작품째 함께하는데, 이렇게 훌륭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싶어요.(웃음)
작품 속 세 캐릭터 모두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 직장인, 중년을 표방하지만, 사실 비범한 능력을 숨기고 있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딱 그 포인트요! 소위 ‘힘숨찐(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이라고 하잖아요. 저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지나 지금의 AI 시대까지, 변화의 속도와 과정을 온몸으로 겪었어요. 젊은 세대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 고리타분한 ‘아재’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 아저씨들이 여전히 세상에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 ‘박진철’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는 인물이거든요. 그 모습이 조금은 오버스럽지만 진심으로 타인을 생각해서 그래요. 무섭고 귀여운 그런 ‘무대뽀’스러운 아저씨들이 한편에서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따뜻함을 읽을 수 있었어요.
세대적 공감도 있겠네요.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아저씨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 유쾌하게 말을 걸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에게는 반가움과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작품 곳곳에 재미난 장치와 반가운 특별 출연도 있으니 분명 재밌을 거에요.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또 한번 군복을 입어요. 수많은 전쟁을 경험한 일명 ‘전장의 신’으로 통하는 ‘박진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죠?
공교롭게도 <취사병>에 군복 입은 모습으로 나와서 시청자 분들께 기시감을 줄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완전 달라요. <취사병>의 행정보급관 ‘박재영’은 별일 없이 무탈함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면, ‘박진철’은 달라요. 숨겨진 힘을 상황에 맞게 터뜨리죠. 사건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해져요.
그 힘의 근원은 뭔가요?
뜨거운 심장이죠! 로큰롤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 인류애 그리고 자기애도 강합니다. 이런 사람이 우리 편일 때 오는 반가움이 있잖아요. 여기에 ‘딸바보’라는 정서가 섞이면서 친근하고 든든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진철’이 나타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재미를 줘요.
실제 두 자녀를 두고 있죠. 아빠 윤경호도 ‘딸바보’인가요?
‘딸바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바보가 되어버렸어요.(웃음) 딸이 처음 태어났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한 세 살까지는 너무 좋아서 안고 다니느라 세 걸음 이상을 못 걷게 한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이제 열한 살,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남동생이 생기며 맏이로서 책임감을 느끼는지 성격이 바뀌고 사춘기에 접어들려 하는지 저와 조금 거리감도 생겼어요. 당연한 성장 과정이지만 그때 오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우리 드라마 곳곳에 담겨 있고요.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찬밥 신세인 아빠들의 애절함과 짠함 같은 것들요.
동시대의 중년이자 아빠로서 개인적으로 통쾌했던 장면이 있나요?
9~10부로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에 처절하게 공감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만, 확실한 건 뒤로 갈수록 더 웃기고 뜨거워진다는 거예요. 제가 그 장면을 “도파민 터지는 쾌감과 우스꽝스러운 감동”이라고 표현했어요. ‘분명히 통쾌하고 시원한데 왜 자꾸 울컥하지?’ 싶은 장면이 나오는데 잘 전달된다면 이 시대의 아빠에게 뜨거운 한 방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만 벌써 5편의 작품이 공개되는데, 여전히 두려움과 걱정이 배우 윤경호의 동력인가요?
네,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성해요. 하지만 그 뒤에 오는 쾌감이 있어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칭찬과 찬사를 받을 때 굉장히 짧은 쾌감이 팍! 스쳐요.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자 그럼 또 앞으로 어떻게 더 나은 연기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몰려오지만요. 항상 모든 게 리셋되는 기분으로 살아요.
그럴 때 도움이 된 응원이 있어요?
<좀비딸>을 같이한 조정석 씨가 해준 말이 있어요. “경호야, 이제 너는 네 연기를 할 때 ‘나는 윤경호입니다’라는 표정을 갖고 연기하면 좋겠어.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반가움을 피하지 말고 보여주면 좋겠어”라고요. 그 말이 되게 반가웠어요. 저는 늘 상대 배우가 돋보이도록 스포트라이트를 좀 피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카메라를 대할 때 피하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해요. 어떻게 비칠지 모르지만 숨기지 않고 전부 들키려고 해요.
작품을 계속 하다 보면 소비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생기죠?
무명 시절부터 그걸 제일 염려하고 살았어요.(웃음) 저는 김칫국을 많이 마시고 산 사람인데요, 데뷔 때부터 미래에 대해 항상 예상하고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하며 살아왔어요. 때로는 늘 착각 속에 살던 제가 지금 현실에서 상상하던 모습과 맞닥뜨려서 겁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의 이 사랑은 제게 잠깐 찾아온 행복이지 영원한 내 것이 아니라 계속 옮겨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경거망동하지 말자. 일희일비하지 말자.
그 시뮬레이션 속 노후는 어떤 모습인가요?
후학을 위해 연기를 가르치는 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고, 재미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제가 못해본 연기를 주변 동료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플레이어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제 머릿속 상상을 펼쳐내는 일도, 말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상담도 하고 싶어요. 상담을 토대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을 좀 더 따듯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익한 창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같은 직업 안에서 필요로 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누구든 정신적인 어떤 것을 떨쳐야 할 때가 많잖아요.
후배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후배들이 제게 그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열심히 노하우도 들려줘요. 그렇게 해서 도움 받는 친구도 많은데, 더러는 현장에서 역효과가 나는 친구들도 있어요.(웃음)
지난번 만났을 때 현장의 음악을 직접 선곡해줬잖아요. <김부장>과는 어떤 곡이 어울릴까요?
<김부장>, 특히 ‘박진철’은 아무래도 로큰롤이 떠오르죠. 스콜피언스(Scorpions)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이 어떨까요? 넘치는 패기와 활력, 그리고 어떤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년에게는 ‘나도 아직 살아 있다’ 하는 출전곡 같은 느낌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 또 본 조비(Bon Jovi)의 ‘It’s My Life’,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도 생각나네요. 석양이 지는 퇴근길 아래 소매를 딱! 걷어붙이고 넥타이를 촥! 풀고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는 뜨거움을 품은 중년을 위한 노래죠.
여전히 하루를 시작할 때는 이름을 한자로 쓰나요? 1만 번을 채우고 싶다고 했는데.
쓰는 순간에 집중하는 기분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어요. 그 1만 번은 길게 가져갈 생각입니다. 몇 자 못 쓰더라도 그냥 그걸 쓸 때면 ‘오늘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다스리고 나가요. 그게 되게 큰 도움이 되는 건, 굉장히 예민한 스케줄이나 막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흐트러지지 않게 해주는 데 도움이 돼요.
명상 같은 의식이네요.
제가 누구인지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에요. 들뜨는 마음을 차분히 해주고, 지쳐 있을 때 에너지를 채워주기도 해요. 누구와 대화할 때보다 사실은 침묵하면서 지키는 그 순간이 저한테 더 많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 포토그래퍼
- 김영준
- 스타일리스트
- 남주희(소지섭), 이한욱(최대훈, 윤경호)
- 헤어
- 홍승(소지섭), 마준호(최대훈, 윤경호)
- 메이크업
- 김수빈(소지섭), 김부성(최대훈, 윤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