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안녕을 고하고 있다. 올해도 문화 전반은 분주히 돌아갔고, 기억할 만한 일들은 기억될 것이다.

 

BTS의 기록은 계속된다

2018년에 세운 기록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쓴 기록을 셀프로 경신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14개월간, 23개 도시를 돌며 62번의 대장정으로 진행된 월드 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다. 방탄소년단은 이 공연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206만여 명의 ‘아미’를 직접 만났다. 미국 뉴욕의 시티 필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퀸, 비틀스, 마이클 잭슨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꿈의 무대인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물론 전 공연은 매진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스타디움에서도 해외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으니 이들의 월드 투어가 세운 기록만으로 책 한 권이 나올 판이다. 지난 10월 29일,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마지막 무대로 그들의 집인 서울을 찾았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3일간 이어진 피날레 공연은 당연히 매진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신기록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전망이다.

 

‘초동’ 신화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은 다시 쓰였다.

➊ 방탄소년단 / MAP OF THE SOUL: PERSONA 213
➋ 세븐틴 / AN ODE 70
➌ X1 / QUANTUM LEAP 52
➍ 강다니엘 / COLOR ON ME 46
➎ 백현 / CITY LIGHTS 38
⁎출처 한터차트(11월 12일 기준)

 

THIS IS LIM KIM

어쿠스틱한 감성 듀오 투개월의 보컬로 알려진 김예림이 림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앞세워 180도 달라진 모습과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는 앨범 작업을 위해 시스템 안에 소속되는 대신, 텀블벅을 통해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약 2000명에 가까운 후원자로부터 9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펀딩받는 데 성공했고 첫 EP 앨범 <Generasian>을 발매했다. 총 6곡이 담긴 앨범을 통해 ‘동양’과 ‘여성’을 향한 기존의 편견을 부숨과 동시에 강렬한 주장을 담았다. 지금 림킴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모험을 하는 중이다. 그를 주시해야 할 이유다.

 

뜻밖의 세기말

모두들 뜬금없이 세기말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서기 2000년은 ‘미래’ 그 자체였다.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은 지금 레이디 가가를 멈칫하게 하는 파격 무대를 선보였고, H.O.T나 젝키, 핑클, 스페이스 A, 백지영 등도 모두 펄이 잔뜩 들어간 메이크업을 하고 ‘미래 전사’가 되어야만 했다. 세기말을 기억하는 자, 오늘 밤 ‘온라인 탑골 공원’에서 정겨운 정모를 갖자. 바야흐로 5G의 시대에.

 

예뻐서 산 음반들

엄청난 ‘띵곡’이 흐를 것이다. 듣지 않고 보기만 해도 느낌이 온다.

Kindness <Something Like A War>
뮤지션들이 존경하는 아티스트 카인드니스가 5년 만에 내놓은 스튜디오 앨범이다. 길었던 공백기가 무색하리만큼 대담하면서도 한없이 감성적인 곡으로 가득하다. 아무런 글자도 없는 앨범 커버가 그의 자신감과 닮아 보인다.

 

Madonna <Madame X>
마돈나는 지난 2년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지냈다. 축구팀 SL 벤피카 에 입단한 아들을 위해서였다. 새로운 도시에서 우울증을 앓았고 그 힘으로 ‘마담 엑스’를 만들었다. 압도적인 앨범 커버는 사진가 스티븐 클라인의 것이다.

 

Shura <Forevher>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안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앨범 커버와 수록곡이 마치 하나인 듯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앨범이다. 슈라는 사랑과 연애, 인간관계, 그리고 퀴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려낸다. 신비롭고 아득하고 황홀하다.

 

잔나비 <전설>
좀 침울한 얼굴의 남자의 초상은 2016년부터 일러스트레이트로 활동하고 있는 콰야가 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다. 제목은 ‘어딘가 푸른빛을 한 남자의 초상’. 올 한 해 잔나비는 이 그림이 새겨진 정규 2집 앨범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마치 전설처럼.

 

Peggy Gou <DJ-Kicks>
버질 아블로가 찜한 페기 구는 지금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지금도 어느 파티장에서 음악을 틀고 있을 거다. 그는 한국인이지만 베를린에 산다. 호랑이가 늘어져 있는 저 방은 베를린일까, 아니면 서울일까, 아프리카 어디쯤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녀간 사람들

올해 상반기부터 마룬파이브를 필두로 톰 오델, 이어스 앤 이어스, 에이셉 라키, 트로이 시반, 제시 제이, 에드 시런까지 빌보드 차트나 그래미 어워드를 화려하게 수놓던 별들이 경쟁하듯 한국을 찾아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앨러거, 라디오 헤드의 프런트 맨 톰 요크의 가장 독창적인 무대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의미한 건 스타성과 티켓파워가 보장된 톱스타의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는 동시대의 아티스틱한 뮤지션의 소규모 공연도 지난 한 해 쉴 새 없이 열렸다는 점이다. 끝이 아니다. 올해의 마지막,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밴드 U2가 서울에 온다.

 

‘초동’ 신화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은 다시 쓰였다.

여성 뮤지션

➊ 트와이스 / FEEL SPECIAL 15
➋ 트와이스 / FANCY YOU 15
➌ 블랙핑크 / KILL THIS LOVE 14
➍ 태연 / PURPOSE 13
➎ 아이즈원 / HEART*IZ 13
⁎출처 한터차트(11월 12일 기준)

 

여성 솔로 뮤지션의 전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미와 청하는 음악, 패션, 스타일, 퍼포먼스까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내세워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마돈나는 이제 대중이 원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음악을 통해 사회 운동가의 면모를 선명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FKA twigs는 ‘아름다움’에 관한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어딘가 신비롭고 기괴해 보일 정도인데,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월간 1위의 주인공은?

➊월 엠씨더맥스 넘쳐 흘러

 

➋월 우디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➌월 엔플라잉 옥탑방

 

➍월 볼빨간사춘기 나만, 봄

 

➎월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➏월 임재현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➐월 장혜진, 윤민수 술이 문제야

 

➑월 거미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➒월 폴킴 안녕

 

➓월 AKMU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출처 멜론 월간 TOP 100 차트

 

이 ‘브금’이 무엇이더냐?

드라마보다 먼저 생각나는 OST.

윤하 <빛이 되어줄게>
KBS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윤하의 맑고 따뜻한 목소리 덕분에 노래를 들으면 바로 그 장면이 떠오른다.

 

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 흐른 곡. ‘흔꽃샴푸’라는 애칭으로 음원 차트 역주행 기록을 세웠다.

 

펀치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하반기 화제작 KBS의 <동백꽃 필 무렵>에 흐른다.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다수의 OST 히트작을 만든 음악감독 개미가 또 한 방의 펀치를 날린다.

 

폴 킴 <안녕>
음원 강자 폴 킴과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만났다. 섬세한 피아노 선율 위로 여진구의 얼굴이 겹치는 순간.

 

 

우연이 아닌 만남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BTS×Lauv ‘Make It Right’
방탄소년단을 향한 전 세계 뮤지션의 애정과 구애가 뜨겁다. 미국의 차세대 싱어송라이터 라우브가 피처링에 참여한 ‘Make It Right’의 어쿠스틱 버전은 기타와 베이스, 건반의 합주가 감미로우면서도 담백한 느낌을 준다.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

 

Katie×Ty Dolla $ign ‘Remember’
<케이팝 스타 4>의 우승자 케이티는 미국 시장을 노렸다. ‘리멤버’는 지난해 6월 케이티가 솔로 아티스트로서 처음 선보인 곡인데, 타이 달라 사인이 케이티의 목소리에 반해 특별히 피처링 버전의 싱글을 다시 한번 발매했다.

 

베이빌론 × 수지 ‘행복해지고 싶어’
수지는 여전히 노래를 부른다.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에 비해 한껏 힘을 뺀 담담한 목소리로. ‘행복해지고 싶어’를 통해 수지가 1년 6개월 만에 잠시 가수로 돌아왔다. 베이빌론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감성적인 피아노 라인과 수지의 목소리는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이소라×Suga of BTS ‘신청곡’
미처 상상하지 못한 만남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에픽하이 타블로의 곡에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랩 피처링과 랩 파트 작사에 참여했다. 보컬은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이소라가 맡았다. 따뜻한 공감과 위로가 매력적인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