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버전의 명상 트렌드 요약해드립니다
특별한 수행으로 여겨졌던 명상이 달라졌다. XR 기기와 AI를 만나 한층 똑똑해진 상담 앱까지. 지금 마음 챙김 트렌드.

봉은사에 성덕대왕신종이 울려 퍼졌다. BTS의 새 앨범 <ARIRANG>의 트랙 ‘No.29’에 인용되며 여운을 남긴 성덕대왕신종 소리가 강남 한복판에 등장한 이유는 ‘2026 국제선명상대회(Seon Meditation Summit 2026)’ 때문이었다. ‘AI 시대의 선명상’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 3일부터 5일까지 펼쳐진 이 행사에 참가한 인원은 5만여 명, 그중 2030세대가 5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명상’ 옆에 ‘트렌드’라는 세속적 단어를 붙여도 된다면, 명상의 높은 인기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흐름 중 하나다. 국제선명상대회보다 2주 앞선 3월 20일에는 ‘세계 명상의 날 국제포럼’이 열렸다. 작년 10월 스위스에서 공식 출범한 UN 세계 명상의 날 위원회의 두 번째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된 것이다. 2019년 설립한 국내 디지털 헬스 케어 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의 인기 앱인 ‘하루콩’은 1000만 회가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마음 챙김 명상 앱 ‘마보’의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은 2028년까지 연 9.3% 성장하며 약 9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젠지들이 명상, 혹은 마음 챙김(Mindfulness)에 빠지게 됐을까? SNS의 영향으로 행복하고 부유한 이들이 많다고 착각하기 쉬워진 지금,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최초 연구 기관인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설립된 배경도 비슷한 맥락이다. 학생 4명이 생을 연이어 마감하고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쓴 재학생 대자보가 붙기도 했던 2011년, KAIST는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첫 명상 수업을 전격 도입했다. 현재 이곳은 뇌신경 및 인지심리 과학을 통해 명상의 메커니즘을 입증하며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고 있다.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내 마음 상태를 돌보는 주체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그저 매일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본 건강 앱에 개인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꾸준한 기록과 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이 한층 용이해졌다. 뇌를 가장 쉴 수 없게 하는 것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뭐 어떤가? 도구는 쓰기 나름인 법이다.
내 감정을 꾸준히 적는 감정 기록(Mood Tracker)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음 챙김이다. 우리 뇌에는 ‘부정 편향’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감정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 패턴과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는 행위는 감정 관리 능력 향상과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존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감정 기록 앱의 트렌드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를 활용하는 것이다. 마인드시프트(Mindshift)와 무드핏(Moodfit)이 대표적. 지속적인 기록을 유도하고, 이를 그래프나 색으로 분석해주는 앱 기술과 질문을 통해 왜곡된 자아상을 바꿔 행동의 변화로 이끄는 CBT는 완벽한 조합일 수밖에 없다.
AI를 통한 분석과 상담도 마음 챙김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국제선명상대회에서도 AI가 분석한 참가자의 마음 유형을 토대로 스님과 상담하는 ‘마음처방전’이 가장 인기를 모았다. 상담자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줄 전문가와 객관적 시선이 부재한 챗GTP를 통한 심리 상담의 위험성은 이미 잘 알려진 지금, 신뢰할 수 있는 심리학 자료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제작한 AI 상담 앱은 오프라인 상담의 훌륭한 대체제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AI 심리 상담 서비스 ‘라임(Lime) AI’의 프리미엄 구독료는 월 9천원 정도. 의료계도 AI 상담의 잠재력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라임 AI’는 텍스트 기반의 AI 심리 상담 앱이 정신 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국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명상 앱은 현재에 몰입하는 것이 어려운 현대인이 빠르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초보자를 위한 5분짜리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전문가의 음성, 백색소음 배경음악, 호흡법을 제공하며 단계별로 몰입을 돕는다. 몰입 ‘끝판왕’,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기기를 활용한 명상 앱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 모두를 포괄하는 최상위 개념의 몰입형 기술을 지칭하는 말. 넷플릭스 명상 콘텐츠로 친숙한 ‘헤드스페이스’는 2024년, ‘헤드스페이스 XR’을 출시해 300여 개의 명상과 10여 개의 마음 챙김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SBS 대선 개표 방송을 맡은 국내 XR 콘텐츠 기업 엔피(NP)도 2024년 명상 앱 ‘무아(MUA)’를 출시하며 명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엔피 박창준 이사는 “몰입감이 중요한 XR 콘텐츠의 핵심 키워드는 공감과 교감인 만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과 결이 맞는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KAIST와 공동 개발한 감정추론 알고리즘을 적용해 스마트워치와 연동되는 버전을 선보엿고, 올 3월에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기술 박람회 MWC에서 1인용 공간 박스인 ‘무아홈’을 공개하기도 했다. 혈압과 심박수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 분석을 토대로 이에 맞는 XR 명상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최첨단 기기다. 다만 XR 기기 가격은 250만~400만원으로 개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정서 관리에 관심이 많은 만큼, 언젠가는 회사 휴게실에 명상을 위한 XR 기기가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명상과 마음 챙김 활동은 그저 지금 내 마음을 돌보기 위함이 아니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공포심 또한 커진 지금. 뇌 건강과 인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노년의 필수 요소가 됐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기억 처리와 신경 생성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몸의 상태와 뇌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명상 분야의 연구가 뇌파와 심박 변이도, 정서 인지, 호흡, 뇌 기능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어깨의 힘을 빼고, 깊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복잡한 생각은 잠시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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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E AI
‘하루콩’과 ‘무디’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블루시그넘에서 2025년 출시한 텍스트 기반 AI 상담 앱이다. 과학적 연구 기반의 무제한 대화 환경 조성과 매일 개인별 웰니스 리포트를 발행한다. 월 9천원.
데일리저널
한국어 질문을 제공하는 CBT 기반의 저널링 앱으로, 스트레스와 불안 해소, 관계, 마음 챙김 등의 카테고리에 맞춰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저널링인 만큼 적극적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연 2만3천5백원.
PRANA BREATH
현대인이 제대로 된 호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식욕 억제와 불안감 저하, 두뇌 활동 향상, 숙면 유도 등 다양한 호흡법을 제공하는 앱으로, ‘2025 최고의 앱’에 선정된 바 있다. 연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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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
- RAVEN JI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