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세련된 언어로 전하는 위로는 부처의 말씀이다.

새벽 4시의 절은 이상하리만큼 동시대적이다. 스님과 수행자 모두 아무 알람 없이 조용히 몸을 움직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말 대신 숨을 고르고, 스마트폰 대신 목탁 소리를 듣는다. 새벽 예불은 하늘과 땅, 물, 지옥에 있는 중생의 극락왕생을 위해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울리는 소리 뒤로 대웅전에 앉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지 스님을 비롯한 모든 스님이 한마음으로 불경을 읽어 내려가는 의식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따르게 되는 엄숙한 풍경이다. 예불이 진행될수록 졸린 눈이 맑아지고, 어젯밤까지 나를 괴롭히던 일은 어느새 싹 잊힌다. 지금 이곳에는 향 내음과 목탁 소리, 나와 내 주변 사람의 안위를 바라는 기도만 가득하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종교의식이 최신의 웰니스 공간에서도 느끼지 못한 충만함을 선사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불교가 종교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방식으로 소비되는 흐름 속에서 나는 몇 년 전 경험한 새벽 예불의 순간을 종종 떠올린다. 불교적 순간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종교의 포용력이 현대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웰니스’를 앞세워 홍보하는 그 어떤 명상 공간과 호텔보다 압도적 경험이 이곳에 있다. ‘무소유 하러 갔다가 굿즈 풀 소유한다’는 요즘 불교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지난 4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는 약 25만 명이 몰렸고, 관객의 70% 이상이 MZ세대였다. 박람회라는 무거운 이름과 별개로 전통적 종교 행사의 이미지를 벗고 ‘티케팅’을 치러야 하는 가장 뜨거운 축제의 장이 되었다. 올해 참가한 관객의 40%가 무종교인이라는 통계 결과는 불교 콘텐츠를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즐기는 흐름을 방증한다.
콘텐츠 구성 역시 다채롭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 문구와 함께 기획된 이번 박람회는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空)’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는데, 이 중 하이라이트는 봉은사에서 열린 ‘반야심경, 공파티’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 래퍼 우원재와 DJ 웨건이 힙합 무대를 펼치고 스님은 목탁 소리 아래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다음 날에는 DJ 소다의 공연이 이어졌다. 봉은사에서 울려 퍼지는 힙합과 목탁, ‘반야심경’과 EDM 음악의 향연은 여느 힙합 콘서트 못지않은 열기로 달아올랐다. 불교계가 요즘 세대에게 믿음보다 감각으로, 교리보다 경험으로 불교를 전하는 방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나는 절로’를 론칭하고 전국 각지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에 이어 지난 9일 진행된 대구 동화사 편에서는 총 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는 풋풋한 소식도 전해졌다. 매회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나는 절로’는 오는 7월 강원도 낙산사 편을 앞두고 있다. 로테이션 차담, 도량 산책 등을 통해 사랑을 찾는 여정의 배경이 ‘절’이 된다는 건 이 공간의 낯섦과 경계가 그만큼 무너졌다는 의미 아닐까.
한국은 물론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사찰 음식’ 역시 경험적 불교의 대표적 사례다. 스님들의 수행의 과정에서 탄생한 이 식문화는 식재료 재배와 생산, 준비와 조리, 입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까지 엄격한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게 한다. 단순히 ‘먹는 일’을 ‘웰니스의 여정’으로 바꾼다. 음식이 마음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먹지 않는 문화 역시 흥분과 욕망, 분노가 잦은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습관이다. 많은 사람이 불교를 신앙보다 쉼의 기술, 일상의 휴식과 행복을 위한 경험 콘텐츠로 받아들인다. 이제는 보편화된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 역시 불심을 채우기보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싶어서’ ‘밀도 높은 하루를 피하고 싶어서’ 절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불교일까?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의 저자 토니 페르난도는 부처를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인류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설명한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출가를 결심한 계기로 불교에 대해 알게 될수록 부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지 정밀하게 관찰하고, 분노와 불안, 집착 등이 왜 반복적으로 생기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부처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고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종일 울려 대는 스마트폰과 쉬지 않는 알고리즘, 높은 생산성과 끝없는 자기 계발의 압박은 일상이 됐다. 과잉 연결 사회 속에서 우리는 늘 긴밀히 이어져 있지만, 정작 나 자신과는 단절되었으니까.
그런 시대에 불교는 원초적 메시지를 건넨다. 무소유와 잠시 멈춤, 고요와 평안이 대표적이다. 치열하게 일하던 중 유방암 3기를 진단받고 투병 과정에서 절을 다니게 되었다는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절을 꾸준히 찾은 이유를 ‘멈춤’이라 꼽았다. “몸과 마음이 무너졌을 때는 멍 때리는 것도 어려워요. 명상을 하려 해도 혼자서는 잘 안 돼고요. 현대인이 내 삶을 스스로, 혼자 멈추는 건 쉽지 않아요. 우연한 기회에 절에 오게 됐는데, 절에 와서 40분~1시간 불공을 드리며 기도하는 시간 자체가 명상처럼 느껴졌어요. 불경을 따라 읽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그 흐름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신실한 불자도 아니고 여전히 명상도 어렵지만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 있다는 게 위로가 돼요.” 봉은사 ‘선명상 아카데미’를 수료한 그는 ‘분별하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삶의 자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분별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시작이라고 해요.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분별에는 이면이 있기에 옳다, 그르다, 싫다, 좋다 같은 분별을 없애는 방법을 명상과 같은 방법으로 수련하는 거예요.” 불교는 유일신을 믿는 게 아닌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걸 목표로 하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다. 삶의 괴로움을 연구한 이 교리는 시대를 초월한 근본적 마음 챙김 방법으로서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 불교는 단순한 종교 트렌드가 아니다. 피로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회복하는 생존 방식인 셈이다.
불교 스스로 그 무게를 가뿐히 만들고, 그들의 방식대로 자발적 깨달음을 유도한다. 절에서 자주 듣는 인사인 ‘성불하세요’는 상대의 깨달음과 격려일 뿐 거창한 깨달음을 독촉하지 않고 그저 잠깐 쉬어 가라 권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불확실성과 과잉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지 모른다. 나 역시 최근 불교 서점에서 찾은 <선명상 길라잡이>의 한 문장을 마음에 담고 힘들 때면 떠올린다. “고와 락(낙)이 리드미컬하게 윤회합니다. 내가 주인공으로 살면 어느 곳에 있더라도 고락이라는 이 감정의 윤회가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 ‘업장(과거의 행동으로 인한 고난)’이 소멸해 중도의 마음 상태가 되면 여기 있든 저기 있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라는 뜻입니다.”
BUDDHIST ACTIVITIES
불교와 가까워지는 다양한 활동들.

EXPERIENCE
2026 부산국제불교박람회
지난 4월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놓친 사람이라면 부산으로 향하자.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동일한 콘셉트로 8월 6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 3홀에서 열린다. 명상과 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템과 굿즈, 사찰 음식, 명상, 마음 챙김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촘촘하게 준비됐다.
출가 학교
템플스테이보다 깊게 불교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출가 학교’의 문을 두드리자. 강원도 평창의 월정사에서는 삭발을 하지 않은 채 1주일간 수행자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낭만 출가 학교’를, 비구니 교육 도량인 운문사는 여성 출가 학교를 운영한다. 예불, 발우공양, 도량 운력 등 일상적 수행부터 스님의 교리 강의 등 불교에 더 깊게 닿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우수 아카데미
전통예술의 맥을 잇고자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무우수 아카데미에서는 ‘불화’를 배우고 그려볼 수 있다. 불교적 신념과 세계관이 담긴 그림의 문양과 종류, 기법을 이해하는 수업부터 불교 수행의 하나인 ‘만다라’를 그리는 원데이 클래스, 16주간 고려시대 불화 정수로 꼽히는 ‘관음지장병립도’를 완성하는 수업 등 다양한 깊이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깨달음으로 이끄는 부처, 안동 봉정사 괘불>
국립중앙박물관이 스무 번째 괘불전을 선보인다. ‘괘불’은 특별한 날 야외 의식에서 활용하는 대형 불화인데 압도적인 크기로 평소에는 마주할 수 없는 예술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안동 봉정사 괘불은 1710년 166명이 동참해 높이 8m, 너비 6m에 이른다. ‘영취산’에서 가르침을 펼치고 있는 장면이 담긴 이 괘불은 해설과 함께 보면 좋다.
<도솔산 선운사: 선禪에 들고 구름에 눕다>
불교미술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고유의 예술색이 짙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불교중앙박물관에서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백제 위덕왕대 577년에 창건된 ‘선운사’를 비롯해 참당암, 도솔암에 봉안된 국보와 보물을 조망한다.
전북 지역 사찰의 여러 성보도 함께해 조선시대 불교미술의 흐름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다.

CONTENT
불광미디어
1974년 광덕 스님이 설립한 불교 전문 출판사. 같은 해 11월 개간한 월간지 <불광>을 펴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기 쉬운 언어로 전하고 있으며 불교계 인사의 인터뷰와 일상 속 마음공부, 수행법 등 불교 정신을 꼼꼼하게 다룬다. 사회 이슈를 불교적 시선에서 해석하는 등 불교 안팎의 문제도 발 빠르게 전한다.
연등
불교 수행을 돕는 모바일 앱. 경전을 기반으로 고민에 대해 즉문즉설하는 AI 부처와 필사를 돕는 사경, 원하는 경전을 읽을 수 있는 TTS 불경 등 절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불교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4665권의 팔만대장경도 담겨 열람 가능하다. 모든 기록은 ‘나만의 수행 노트’에 저장되어 수행을 쌓을 수 있다.
불교여행자 강산
불교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는 명상에 대한 관심으로 사찰 순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사찰을 여행하자’는 일념으로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여행한다. 전국의 숨겨진 사찰 명소와 템플스테이 노하우부터 사찰 여행 꿀팁은 유튜브 채널 ‘아이고절런’과 SNS 계정 @Koreatemple에서 시청 가능하다.

BRAND
바반투
‘모든 존재가 행복하고 자유롭기를’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로카 사마스타 수키노 바반투(Lokah Samastah Sukhino Bhavantu)’에서 영감 받았다. 불교의 메시지가 스트리트 감성과 만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티셔츠와 팬츠, 모자, 러그 등 불교적 메시지가 엉뚱하고 유쾌하게 녹았다.
해탈컴퍼니
키링, 수건, 컵, 마우스 패드, 그립톡 등 아이돌 굿즈에서 볼 법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불교 덕질’에 불을 지핀다. 일상적 물건에 적힌 ‘중생아 사랑해’ ‘개큰지혜’
‘응~ 수행 정진하면 돼~’와 같은 유쾌한 멘트는 웃음으로 지친 일상에 불교적 마음가짐을 채운다. 지치고 힘들 때 보고 또 보며 해탈과 극락의 세계로 이끈다.
영천목탁
3대째 목탁을 만들고 있다. 경북 영천시 언하동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살구나무를 재료로 수작업한 목탁을 생산한다. 산살구나무 선별부터 건조, 제재, 가공까지 세심하게 작업해 청아한 목탁 소리를 구현한다. 완성도 높은 목탁부터 키캡, 키링 등 수행의 아이템인 ‘목탁’에 장인 정신과 유머를 함께 담았다.
티하우스 일지
수행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차와 향을 만날 수 있다. 조계사 앞이라 스님들 역시 자주 찾는다. 녹차, 백차, 황차, 우롱차 등 7종의 차와 향은 확고한 철학 아래 까다로운 작업을 거친다. 향은 천연 향 재료에 느릅나무 속껍질, 남목 가루 등의 식물성 접착 재료와 야생 꿀을 배합해 완성한다. 천연 재료만 고집해 공간에 편안한 공기를 선사한다.
- 일러스트레이터
- 신연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