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를 만나다.
매 시즌 쏟아지는 새로운 디자인과 트렌드 속에서 옷은 쉽게 소모되고 버려지는 소비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의 의미를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과연 옷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바로 유니클로가 던지는 질문이다. 옷은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일상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가는지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삶의 태도를 대변한다. 지금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모습까지 비추는 가장 섬세한 지표로서.

옷이 만드는 더 나은 일상
패션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은 오랫동안 환경문제의 틀 안에 머물러 있었다. 재활용 소재와 탄소 배출, 친환경 생산 공정 같은 키워드는 이제 패션 브랜드에게 익숙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속 가능성의 의미는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무엇으로 옷을 만드는지’에서, ‘옷이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라는 보다 근원적인 논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니클로는 이를 ‘라이프웨어(LifeWear)’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안하고, 그 옷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기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철학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의 경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패스트리테일링은 전 세계 3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아래, 의류산업이 사회와 환경에 책임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유니클로의 지속 가능성 역시 이런 가치 속에서 성장했다. 2001년 ‘사회공헌실’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유니클로 서스테이너빌리티 활동. 당시 조직은 사장 직속 부서였고, 구성원은 두 명뿐이었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쟁으로 고통받던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방한 의류를 기부한 것이 첫 활동이었다. 이후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사업 거점에서 의류 회수 활동을 진행했고, 이를 난민과 피난민 그리고 취약한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지금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유니클로가 시행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사회적 노력은 ‘장애인 고용’이다. 2001년 당시 오프라인 매장 수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1.2%에 해당하던 일본 장애인 법정 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유니클로는 전사 차원에서 ‘매장당 장애인 1명 고용’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법정 기준만 간신히 맞추는 선택도 가능했지만, 브랜드는 더 큰 사회적 변화를 이뤄내길 꿈꿨다. 그렇기에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했으며, 국내에서는 법정 고용률 3.1%보다 높은 5.24%(2025년 7월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지역사회에서 브랜드의 옷이 가치 있게 사용되길 바라는 유니클로의 염원은 2004년 부서 이름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로 변경하며, 협력 공장의 노동 환경을 점검하는 글로벌 기준을 마련했고, 2016년에는 ‘서스테이너빌리티 부서’로 개편하며 환경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 경영 체계를 완성했다.


LifeWear, 순환을 설계하다
앞서 말한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철학은 단순히 메시지에 머물지 않는다.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소비 이후 단계까지 의류의 전 생애 주기를 살피고, 가치사슬 전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셸바 에이코(Eiko Sherba)는 브랜드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 포인트로 투명성을 꼽는다. “라이프웨어의 실현 자체가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기여이자 사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속 가능성이 메시지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잘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포함한 모든 진행 상황을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체 없는 메시지는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 이미지는 축적된 노력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철학은 실제 경영 시스템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2021년부터 ‘서스테이너빌리티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도쿄와 뉴욕, 런던에서 매년 투자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성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사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활발하다. 전 세계 임직원이 모이는 ‘FR 그룹 컨벤션’에서는 매 회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세션을 진행하고,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서스테이너빌리티 위원회를 통해 정책과 환경 보전, 사회공헌, 다양성 등 전방위적인 방향성을 제의한다. 이런 변화는 공급망 구조에도 반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출범한 ‘아리아케 프로젝트’다. 이는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제품만 정확한 수량으로 생산, 유통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다년간 고객과 매장 직원으로부터 수천만 건의 피드백을 수집해 시스템에 반영했고, 그 결과 과잉 생산을 줄이고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생산 파트너사와 20~30년 넘게 이어온 장기적인 협력관계 역시 공정 개선과 설비 투자라는 지속 가능성 활동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한편 패스트리테일링은 기후변화 대응 역시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파리협정 목표에 맞춰 2030년까지 자사 운영 시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90% 줄이고, 제품 생산과 관련된 공급망에서도 30%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원재료의 50%를 재활용 소재 또는 저탄소 소재로 전환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 매장과 사무실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공급망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한다.
결국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활동은 하나의 지향점으로 향한다. 누구나 입는 옷 앞에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두가 평등해지는 것. 사람과 사회를 중심에 둔 이런 실천은 차곡차곡 쌓여 단단한 토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환경까지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구조로 확장된다.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은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바로 유니클로 코리아가 ‘세상을 바꾸는 옷의 힘’이라는 경영 이념 아래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도맡고 있으며, 대표적 사례가 ‘우리 아이 행복한 공간’ 캠페인이다. 이는 사회복지 연구에서도 꾸준히 제기돼온 아동양육시설의 생활 환경 개선 필요성과 맞닿아 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환경이 정서와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의류 순환을 목표로 하는 리유니클로(RE.UNIQLO)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매장 내 의류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옷 가운데 재사용이 어려운 의류로 업사이클링 가구를 제작하고, 이를 아동양육시설에 지원하고 있다. 가구 제작에 쓰이는 플러스넬 섬유 패널은 폐의류를 파쇄한 뒤 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소재로, 유해 접착 성분이 없고 목재보다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지녔다. 해당 프로젝트를 함께 운영 중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아동복지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버려지는 의류를 새로운 가구로 재탄생시켜 아이들의 생활 공간을 개선하는 동시에 자원 순환의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유니클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금 3억5000만원을 전달하고, 전국 아동양육시설 30곳에 업사이클 가구 약 500점을 지원한다. 유니클로 직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은평구 소재 아동양육시설 ‘꿈나무마을 초록꿈터’에서는 매장 직원이 직접 방문해 업사이클링 가구를 설치하고, 생활 공간을 정리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옷을 오래 입는 방법’을 주제로 한 자원순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아이들이 옷 관리와 수선 방법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밖에 전국재해구호협회,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취약계층을 지원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임직원 봉사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천천히 함께 만드는 세상
이처럼 옷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은 한국 사회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브랜드가 공통의 철학을 공유하더라도 각 지역이 마주한 현실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셸바 에이코는 “사회공헌 역시 각 지역의 상황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통 캠페인도 있지만, 각 국가가 마주한 사회적·환경적 과제에 맞춰 로컬 팀이 직접 활동을 기획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글로벌 기업이라 하더라도 사업을 펼치는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식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방향 속에서 유니클로의 사회공헌은 글로벌 공통 활동과 각 지역의 상황에 맞춘 활동이라는 두 축으로 운영된다. 국내 현실에 맞춰 시작된 ‘천천히 함께’ 교육지원사업 역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현재 국내 초·중·고등학생 약 576만 명 가운데 약 13.6%인 약 78만 명이 경계선지능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능지수(IQ) 71~84 사이에 해당하는 이들은 지적장애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평균보다 낮은 인지 능력으로 인해 학업과 또래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제도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니클로는 이 같은 현실에 주목해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2023년 ‘천천히 함께’ 교육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낮은 인지 능력으로 학업과 또래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느린 학습 아동을 지원하려고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사업의 핵심은 일대일 맞춤형 멘토링 교육이다. 퇴직 교원과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 느린 학습 아동 전문 교사, 교육대 학생 등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아동과 짝을 이뤄 읽기·쓰기·셈하기 같은 기초 학습을 돕는 동시에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고, 또래와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그룹 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이 작은 성취를 경험하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돕기 위한 과정이다. 유니클로 지속 가능성 파트를 맡고 있는 윤보람 담당자는 멘토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느린 학습 아동의 기초 학습과 정서 발달을 돕는 데 있어 멘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퇴직 교원과 전문 교사, 교육대 학생 등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아이들을 꾸준히 보살펴준 덕분에 참여 아동이 점차 밝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변화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로 네 번째 해를 맞은 ‘천천히 함께’ 사업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약 700명의 경계선지능 아동이 참여했다.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초학습 능력 진단 평가에서는 평균 백분위 점수가 21%에서 42%로 상승했고, 검사 결과를 평균 50으로 기준으로 환산한 T점수 역시 41.9점에서 47.3점으로 개선됐다. 사회정서역량 검사 분석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유니클로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3년간 기부금 약 31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약 12억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또 다른 의미도 지닌다. 퇴직 교원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멘토로 참여하며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역할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공로는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으며 공식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를 따라가다 보면 매장에서 옷을 고르는 순간조차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디자인이나 가격, 계절보다 먼저 그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젠가 옷장을 떠난 뒤에는 어디로 향할지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라이프웨어가 만들어내는 가장 조용한 변화일지 모른다. 옷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는 것.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활동 역시 이 생각에서 출발한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지탱하는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하는 보호막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이 새로운 공간과 기회를 만드는 자원이 되기도 한다. 유니클로 글로벌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인도주의 활동가로 알려진 배우 케이트 블란쳇 역시 비슷한 경험을 들려준다. 그는 열여섯 살 생일에 받은 데님 재킷을 지금도 입고 있다며, 옷은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고 말한다. 오래 입는 옷에는 결국 그 사람의 시간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은 결국 사람에게 돌아온다. 한 사람의 몸을 감싸고,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지탱하며, 때로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돕는다. 어쩌면 이것이 라이프웨어가 말하는 옷의 힘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입는 평범한 옷 한 벌이 누군가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되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작은 변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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