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부 장관 성시경의 다음 행보는 토토가 래퍼? ‘이윽고’로 시작해 ‘잘 자요’로 마무리 할 줄 알았던 발라드 황제의 일탈, <성시경의 고막남친>이 되살린 20세기 댄스 세포에 대해.
성시경이 랩을 한다 성, 성, 성?!


“여러분 이로나 주세여!” 김조한이 관객들을 일으켜 세운 첫 회 엔딩부터 조짐이 보였다. ‘천생연분’의 전주가 시작되자 보이그룹처럼 한 명씩 객석을 향해 몸을 돌린 ‘발라드 황제’ 성시경, ‘R&B 대디’ 김조한, ‘국민 록커’ 윤도현, 그리고 ‘발라드 세손’ 정승환. 허경환의 몸짓으로 랩을 하는 정승환에 이어 올 화이트 차림의 성시경이 공중에 손을 휘저으며 랩을 했다. “이래서 우리는 어쩔 수가 없나 봐!”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 ‘미소천사’를 부른 발라더는, 이제 이 시대 최고의 래퍼 자리까지 노리는 걸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그리고 다음주, 이재훈이 등장했다. 첫 곡은 1994년 쿨의 데뷔곡 ‘너이길 원했던 이유’. 14년만의 음악 방송에 얼마나 신이 난 건지 ‘베이비(스와입스)’를 세 바퀴나 도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90년대 음악 방송의 상징이었던 360도 회전 기법을 촬영팀에 직접 전수했다는 이재훈. 방송국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음색, 춤, 폐활량, 가르마 전부 90년대 그대로’.
팀 이름처럼 90년대 여름을 책임진 쿨의 히트곡들은 팬이 아니어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 시절 댄스곡의 안무는 <엑스맨>의 ‘좋아 댄스’처럼 좌우로 왔다 갔다 스텝이 기본. 쿨의 안무는 일단 오른쪽으로 가고 봤다. 뻥디기뻥디기 뻥벙벙(!)으로 시작하는 ‘슬퍼지려 하기 전에’(1995) 전주가 흐르면 양팔로 파도를 만들며, ‘작은 기다림’(1995)의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 때면”은 세 박자에 나누어 머리, 어깨, 몸통을 보내며, ‘운명’(1996)의 “정말 답답해 짜증이 나, 어떡해야 해 빠빠이야”는 양팔 좌우로 나란히 하며 오른쪽으로 갔다. 다음은? 왼쪽!
나는 전주가 흐르면 춤을 춰

한동안 90년대 댄스 가요를 기반으로 한 클럽이 유행할 때, ‘밤사’인지 ‘토토가’인지를 다녀온 90년대생 후배는 그 시절 히트곡들에 맞춰 ‘군무’를 추는 3040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다 알죠?”
글쎄, 유튜브 없던 시절엔 음악 방송이 세상 제일 재미있던 거라? 생방송으로 보고 녹화해서 보고 N차 관람하면 저절로 외워지던데? 물론 역할 분담해서 안무도 외웠지. 교실에서 추고 노래방에서 추고 롤러장에서 추고… 지금으로 치면 그게 팬덤 커뮤니티이자 동호회 활동이자 SNS 챌린지였던 거지.
전주 듣고 노래 맞추기 게임도 아닌데, ‘빰빰빰’이 나오자마자 무슨 노래인지 알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 역시 신기하면서도 우스운 광경이었다. 글쎄, 6개월에서 1년씩 차트에 있던 히트곡들은 주입식 교육만큼이나 강력한 것이라? 비장하게 시작하는 도입부를 들으면 저절로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니까?
춤추면서 부르는 떼창 역시 놀랍다고 했다. 앨범 전곡을 외우던 세대인데 뭘 그 정도를 갖고?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노래방을 정기적으로 ‘다닌’ 사람들은 웬만한 그룹 노래는 혼자 부를 수 있었다.
솔리드 노래를 부를 땐 김조한이 되었다가 정재윤이 되었다가 이준이 되었고, 쿨 노래를 부를 땐 유리가 되었다가 이재훈이 되었다가 김성수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이다. 질주하는 크라잉랩으로 시작해 목에서 피맛 나게 고음을 질러야 하는 룰라의 ‘천상유애’라면 모를까, 샤크라의 ‘한’ 정도는 혼자서 거뜬히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모다?

‘아는 노래’다.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 전자음 도입부로 예열하고 ‘후비고후비고’, ‘뻥디기뻥디기’, ‘쪼코파이쪼코파이’ 같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그 시절 댄스곡을 들으면 오감이 그때로 돌아간다. 음악 방송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고, 디스코볼 조명과 싸이키가 내 몸을 감싸며, 스모그 냄새와 축축함까지 느껴지는 공감각적 환희.
4세대 이후 아이돌을 좋아한 세대라면 <성시경의 고막남친>을 보고 어깨춤을 추는 이 글에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십 년 정도 뒤라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어디선가 에스파의 ‘위플래시’가 흐르는데 갑자기 고개가 한쪽으로 확 꺾이더니 뒷목을 잡으려고 할 때. 미리 환영하는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