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진화하고 환생하는 요즘 칵테일

칵테일이 지속 가능한 주류 문화에 이바지하는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방법.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4년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음식의 약 3분의 1은 소비되지 않고 버려진다.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는 기후 위기의 주원인 중 하나다. 그리고 거대한 땅 미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중 절반가량이 식품업계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바텐더들은 음식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독창적인 칵테일을 고안하고 있다. LA에 위치한 이자카야 레스토랑 엔/소토(N/Soto)의 바 선반에는 각종 과일 절임 병이 빼곡히 나열되어 실험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실험실 주인은 과일 껍질과 일본식 증류주를 활용한 ‘쇼추(Shochu) 칵테일’을 발명한 바텐더 리드 윈들(Reed Windle)이다. 윈들이 항상 품에 끼고 다니는 두툼한 공책은 지금까지 실험해온 무수한 시행착오가 빠짐없이 기록된 실험 일지다. 각 과일의 당도가 칵테일의 복합적인 풍미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부터 쌀 보드카와 궁합이 잘 맞는 과일, 자두를 발효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시간 등 그의 모든 비법이 꼼꼼히 적혀 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는 식재료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요리를 메뉴에 올리는 게 좋을지 결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엔/소토의 주류 메뉴는 주방에서 남은 자투리 식재료를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음식과 음료에 같은 재료를 활용함으로써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생관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LA 차이나타운의 퓨전 중식 레스토랑 퍼스트본(Firstborn)의 바 총괄 책임자 겐조 한(Kenzo Han)은 단지 지속 가능성 때문만이 아니라 맛의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버려진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식당의 음식 메뉴를 변경할 때마다 한은 이에 맞춰 칵테일에 어떤 재료를 더 넣을지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그는 30일간 드라이 에이징한 양 등심에서 떨어진 기름을 로브 로이(Rob Roy) 칵테일에 첨가해 고소한 풍미를 더하는 식으로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며 세상에 없던 칵테일을 창조한다.

“요즘은 효모와 유익균이 서로 공생하며 발효하는 콤부차 생산의 순환 구조에 큰 관심이 있어요.” 한은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미량의 알코올이 재료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고, 박테리아가 그 알코올을 다시 소모하는 방식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퍼스트본에서는 이런 콤부차 베이스에 요리 후 남은 제철 과일을 조합해 무알코올 칵테일을 완성한다. 그래서 퍼스트본의 주류 메뉴는 다른 곳에서 흔히 볼 법한 클래식 칵테일 중 일부는 과감하게 제외했다. 메뉴에 없는 주문을 하는 손님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는 데 능숙해진 한은, 대신 제철 과일 자투리를 활용한 개성 있는 칵테일을 추천해 손님의 마음을 돌린다. “바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메뉴를 갖춰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라고 한은 말한다.  

괴상함과 독창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 

아무리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라 해도 남은 음식으로 만든 음료를 마시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지 않다. 2023년 브루클린에서 문을 연 캐주얼 리스닝 바 미스터 멜로(Mr. Melo)가 선보이는 업사이클 칵테일은 이런 거부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세심한 고민을 메뉴 곳곳에 녹여냈다. 바의 공동 소유주이자 바텐더인 니콜라스 바게나스(Nikolas Vagenas)는 ‘컴포스트 칵테일(Compost Cocktails)’ 메뉴를 구성하는 데 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훈연한 가지를 우려낸 테킬라 칵테일부터 페타 치즈 보관용 염수를 사용한 페타 치즈 마티니 등 상상조차 못한 기발하고 대담한 메뉴 구성이 그 증거다. 바게나스 역시 ‘퇴비’라는 뜻의 ‘컴포스트 메뉴’를 보고 일부 사람이 질색할 수 있으며, 남은 음식물을 칵테일 재료로 재활용한다는 발상이 누군가의 식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 할머니라는 뜻의 단어 ‘이야(Yiya)’의 의미를 담은 ‘이야 칵테일’은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차치키 소스에서 영감 받은 칵테일로, 할머니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자투리 오이를 절여 만든 올레오 시럽과 감귤 껍질 즙을 베이스로 깔고, 마지막에 요거트에 절인 양파 염수를 더한 차치키 폼을 띄워 완성하는 이 메뉴는 무엇이든 허투루 버리지 않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완성한 작품이다.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맛과 평균 17달러의 칵테일 사이에서 13달러라는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이 업사이클 칵테일을 시도하는 데 충분한 동기가 되었을 거라고 바게나스는 설명한다.

“식재료를 재활용하면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칵테일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는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과일 껍질 재활용만으로도 이미 음식물 쓰레기가 현저히 줄었지만, 바게나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하는 새로운 기법은 ‘슈퍼 주싱(Super Juicing)’이다. 이는 레몬이나 라임 껍질에서 발생하는 천연 산을 첨가해 주스를 더 오래 보존하는 차세대 추출 방식이다. 두꺼운 과육은 과일 가죽으로, 한 번 사용한 올리브오일은 농축한 고체 형태의 퍽(Puck)으로 저장한다. 바게나스 같은 기발한 상상력이 있다면 남은 음식물로 새로운 칵테일을 빚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음식물 쓰레기 이후의 문제에 맞서기  

환경 전문가들은 남은 음식물을 재활용하려는 여러 창의적인 시도가 주목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다른 유형의 폐기물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선 미국에는 폐기물 퇴비화와 관련된 연방 차원의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특히 식용유 같은 일부 식품 폐기물은 현재 기술과 규정으로는 퇴비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애초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며,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텐더 켈시 라마지(Kelsey Ramage)에게도 식품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거리다. 그래서 지난 17년간 라마지는 ‘코부터 꼬리까지, 뿌리에서 열매와 줄기까지’라는 신념 아래, 재료가 무엇이건 버리는 부위 없이 활용하는 식문화와 조리 방식을 전파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트래시 티키(Trash Tiki)’라는 팝업 행사를 여러 도시에서 개최하며 지속 가능한 칵테일 레시피를 소개했고, 이제는 지속 가능한 칵테일 및 바 컨설팅 그룹 트래시 컬렉티브(Trash Collective)를 이끈다. 여러 활동 중 대량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식자재 유통업체 대신 지역 농가와 시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구매하는 행동은 지역 생태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활동 중 하나다. 다만 이럴 경우, 업주는 기존 메뉴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꼭 모든 식당에서 특정 메뉴를 영구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에 라마지는 “20년 전에는 없던 다양한 선택지가 지금은 넘쳐나니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콜로라도에 소재한 잭 래빗 힐 팜(Jack Rabbit Hill Farm)의 랜스 핸슨(Lance Hanson) 같은 소규모 증류주 생산자 중에는 환경 파괴의 주범인 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랜스는 증류주도 맥주처럼 스테인리스 재질의 케그(Keg)에 담아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당국에 ‘표준 충전 용량’ 규정을 완화해주기를 요청했다. 병 대신 케그를 사용하면 버려지는 유리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지사도 만났고,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도 찾아갔어요. 하지만 제 노력은 바위에 달걀 치기나 다름없었죠. 제게는 충분한 자금력도, 시간도, 인맥도 없었으니까요.” 랜스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겠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했다. 바로 칵테일계의 우유 배달원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현재 그는 빅 레드 F 레스토랑 그룹(Big Red F Restaurant Group)과 파트너십을 맺은 뒤, 멜 제로웨이스트 보드카(Mell Zero-waste Vodka) 병에 증류주를 담아 판매하고 있으며, 빈 병은 직접 수거하고 세척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한다. 핸슨의 계산에 따르면, 이 노력으로 지금까지 약 6200마일에 달하는 탄소발자국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분명한 쾌거지만, 거대 증류주 생산업체와 비교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말한다. 스테이크에 곁들여 먹는 술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포장됐는지 소비자가 의구심을 품기 전까지는 대형 주류 업체는 포장 폐기물 생산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랜스는 예측했다.

“칵테일이란 예술에서 지속 가능성을 향한 기회를 발견했어요. 소비자가 과거와는 달리 생소한 재료로 만든 칵테일도 시도해보려는 열린 태도를 보인다는 게 고무적이에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라마지는 단호히 말한다. 메뉴에서 일반적인 클래식 칵테일을 제외하는 건 분명 위험 부담이 따르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성공한다면 그 보상은 엄청나다. 한과 바게나스, 윈들처럼 남은 재료를 이색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시도는 결국 손님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핵심 열쇠라고 라마지는 믿는다. 물론 지속 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워도 사람들이 마시지 않으면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투리 재료로 만든 업사이클 칵테일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지만, 지속 가능한 음주 문화를 만드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ANNEMARIE DOOLING
    일러스트레이터
    LEURIN ESTÉV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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