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여행 그 잡채인 코펜하겐

지속 가능한 여행의 새로운 미래를 제안하는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법. 

기차 여행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코펜하겐에 기차로 도착했을 때는 더 특별한 감동이 기다린다. 기차에서 내려 중앙역의 천장을 올려다보면 고풍스러운 목조 아치가 눈에 들어오며, 드디어 덴마크의 수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중앙역은 도심까지 불과 몇 분 거리일 뿐 아니라 도시 전역으로 뻗은 여러 대중교통과 촘촘히 연결된 교통의 요지다. 뛰어난 접근성 외에 기차 여행은 항공편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90%나 적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코펜하겐에는 소소하게나마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뿌듯한 감정과 더불어 실질적인 보상을 마련해놓았다. 바로 도시 전역에서 운영 중인 친환경 시범 사업인 ‘코펜페이(CopenPay)’다. 2024년 7월 처음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여름 기간만 진행되는데, 기차로 도시에 도착하거나 그 외 다른 친환경 활동을 실천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일종의 관광 인센티브 제도다. 두 해 여름 동안 시행된 코펜페이 시범 사업은 대성공을 거두며 재생 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주최 측은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재생 관광의 모범 사례를 남겨 다른 유럽 도시도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코펜페이는 공원 쓰레기 줍기, 카약을 타고 도시 수로 정화하기(코펜하겐의 수로는 이미 유럽에서 손꼽힐 만큼 깨끗해서 따뜻한 계절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등 방문객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고안됐다. 노력에 대한 선물로 방문객은 박물관 입장권과 가이드 투어, 자전거 무료 대여 등 각종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번거로운 서류 작성이나 접수 절차, 앱을 다운로드 할 필요가 없어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이 제도는 철저히 개인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믿고 시행되며, 관광객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자전거를 빌려 도시를 여행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마파크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이 내려다보이는 수제 맥줏집 브리게리에트 아폴로(Bryggeriet Apollo)에 들어가 자전거 대여 영수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맥주 한 잔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정직함에 기반한 자발적인 시스템은 상호 간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덴마크의 높은 시민의식과 문화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

2024년 시행 이후 2025년의 코펜페이는 기간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대폭 확장되었다. 기존 한 달이던 운영 기간을 약 석 달로 늘렸고, 참여 기관도 100여 곳으로 늘어나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배경지로 유명한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뿐 아니라 덴마크 국립미술관 같은 주요 문화 기관도 다수 포함되었다. 나아가 방문객의 활동을 넘어 도시의 교통수단으로도 시야를 넓혔다. 만약 기차 혹은 전기차로 도착했거나, 4박 이상 머물렀다면 코펜페이의 사용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했다는 작은 증거만 제시해도 무료 자전거·보트 대여, 박물관 입장권 등을 비롯한 각종 액티비티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당시 나는 도시 운하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지는 대신 무료로 카약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코펜하겐의 비영리 환경단체 그린 카약(Green Kayak)이 고안했는데, 코펜페이 사업이 시행되기 훨씬 전인 2017년부터 이미 봉사자를 대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큰 양동이를 실은 카약을 타고 유유자적 노를 저으며 에르드켈그라벤(Erdkehlgraven) 운하 곳곳을 탐험하는 동안 쓰레기보다 더 자주 마주친 것은 왜가리와 물닭, 쇠물닭 등 다양한 새와 일요일을 맞아 수영,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시민의 모습이었다.
카약 체험이 끝나면 봉사자들이 양동이에 수거한 쓰레기 무게를 재어준다. 내가 수거한 쓰레기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45분 동안 내 눈에 들어온 쓰레기는 고작 와인병 하나에 음료 캔 하나가 전부일 정도로 운하는 깨끗했다. 코펜페이의 혜택은 무척 다양해 다른 정화 프로그램에서는 무료

사우나와 식사, 콘서트 입장권 같은 혜택도 제공한다. 내 경우에는 카약 체험 자체가 보상이었다. 늦여름 햇살이 쏟아지던 날 오후, 운하를 따라 바비큐와 피크닉을 즐기는 현지인, 배 위에서 굴을 까는 커플의 모습을 보며 덴마크가 추구하는 변화가 얼마나 특별한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코펜페이는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사업자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펜페이’라는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 중 한 곳이 저희였어요”라고 그린 카약의 대변인 브리짓 설리번(Bridget Sullivan)은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의 취지와 의도가 저희 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맞았죠. 듣자마자 바로 우리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린 카약은 설립 후 봉사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무려 100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유럽의 수로에서 걷어냈다.

이제는 덴마크를 넘어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독일, 일본 등지에서도 파트너십을 맺고 정화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고작 카약 한 대가 다였죠”라며 잠시 회상에 잠긴 설리번은 “하지만 이제 우리의 ‘카약 정화 프로그램’은 여름 내내 예약이 꽉 찰 만큼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어요”라며 뿌듯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린 카약과 마찬가지로 코펜페이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불필요한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한 간소함이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코펜페이의 커뮤니케이션 총괄 리케 홀름 페테르센(Rikke Holm Petersen)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관광이라는 행위를 선한 영향력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도 참여할 수 있지만, 여행객에게 자신이 방문한 장소와 맺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페테르센은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직접 체험하기를 바랍니다. 현지인처럼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비며, 운하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지역 주민과 함께 식사하는 그런 일상요. 그리고 제가 본 바로는 여행객 역시 그런 경험을 원해요. 내게 즐거움을 준 도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대의에 참여하고 싶은 거죠”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코펜페이 같은 프로그램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포용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객은 자신이 방문한 지역과 도시의 안녕을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격려받고 있지 않은가.

비록 짧은 기간이라도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치 공동체의 일원처럼 느끼며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이 사업은 한 명소에서 다음 명소로 정신없이 이동하는 일반적인 관광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기차, 보트, 자전거에 올라타 도시만이 가진 특유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현지인이 그러하듯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코펜하겐에서는 택시를 타고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신 유유자적 흘러가는 배 위에 앉아 정박소와 보트 창고를 지나며 휴식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세워두고 재래시장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도시 풍경을 채운다. 코펜페이를 계기로 쏟아진 여러 숫자는 사업의 성과를 뒷받침한다.

2024년 첫 시행 당시 자전거 대여 건수는 29%나 치솟았고, 무려 7만5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25년 9월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만 보면 이미 과거와 맞먹는 성과를 달성했고, 심지어 실제 참여율이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를린과 브레멘, 헬싱키 등 이미 유럽의 다른 도시도 덴마크의 뒤를 이어 비슷한 시범 사업을 준비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만약 코펜페이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선구적인 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그 비결은 여행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꾼 데에 있다. 이름 없는 관광객이 아닌, 잠시 머무는 ‘현지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점 말이다.

    PETER MATTHEWS
    일러스트레이터
    신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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