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나도 얼려볼까? ‘냉동 난자’ 시술 경험담

‘냉동 난자’, 과연 유효할까? 냉동 난자 시술의 현재와 이미 경험한 여성들이 전하는 생생한 후기.

‘냉동 난자’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난자 동결 보존(Oocyte Cryopreservation)’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유방암 진단을 받고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내 산부인과 주치의는 전화로 “이게 아이를 가지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어요”라며 냉동 난자 시술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유방 절제술이라는 일생 최대의 난제를 앞둔 나는 이 상황이 몹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항상 엄마가 되기를 꿈꿔왔지만,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결혼과 임신은 아직 먼 미래라고 여겼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내 가슴에 자리 잡은 악성 종양 때문이다. “항암 화학요법을 하게 된다면 그 후엔 불임될 가능성이 있어요”라고 주치의가 설명했다. 내 병세가 항암까지 갈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난자를 동결할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난자 동결 보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될 가능성을 열어준 주치의가 있었다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수많은 20~30대 여성에게 ‘난자 동결 보존’은 한 번쯤 이야기하고 고려해본 흔한 시술이 되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고려 중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운명의 짝을 만나지 못했거나 당장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기에 점점 하락세일 가임력을 보전하는 대안으로 시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에서의 총 시술 건수는 2만4560회. 전년 대비 46%나 증가했다. 이미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ASRM)가 2012년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며 시술의 표준성을 공표했지만, 그 당시 시술 건수는 2925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당시 ASRM은 ‘난자 동결 보존’을 가임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아픈 환자에게만 권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ASRM의 입장도 바뀌었다. 학회는 ‘난자 동결 보존’의 합당한 이유로 출산 지연과 난자 기증도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나를 포함해 <얼루어 US> 에디터 7명이 모두 단체 채팅방에서 한 번 이상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이 주제는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틱톡에도 최소 하루에 한 번은 관련 영상이 올라온다. 하지만 냉동 난자는 그런 숏폼이나 지하철 광고 이미지로 설명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엄연한 내과적 시술입니다. 스파 세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선 안 돼요. 100% 성공률이 보장되는 건 아니기에 시술을 충분히 이해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생식 내분비 및 불임 전문의 엘리자베스 피노 박사의 설명이다. 5년 전, 그는 냉동 난자를 사용한 임신 성공률은 높아야 약 50%, 동전 던지기 정도의 확률이라고 말했다. 뉴욕생식의학협회(Reproductive Medicine Associates(RMA) of New York)에서 난임 전문의로 활약하는 러키 세크혼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난자가 필요할 겁니다. 난자가 배아가 될 확률은 쉽게 역삼각형 구조를 떠올리면 돼요. 35세 여성이라면 최소 15여 개의 난자를 얼려야 한 명, 운이 정말 좋으면 두 명까지도 가질 수 있죠. 35세 여성에게서 추출한 난자가 15개라면 해동 후 이론적으로 13개가 생존하고, 그중 10개가 수정되며, 6개 정도가 배아로 발전합니다. 또 이 중 4개 정도만 생존할 수 있는 배아로 남죠. 아이 한 명을 얻으려면 최소 2개의 건강한 배아는 남겨놓아야 합니다.”

난자를 얼릴지 배아를 얼릴지 또는 둘 다 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배우자가 있는지 혹은 정자 기증자 시스템을 활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따라 답은 다를 수도 있다. 또 배아라고 해서 난자보다 태아로 발전한 생존 가능성이 무조건 높은 것도 아니다. 단지 배아는 난자보다 최종 목표인 아기에 한 단계 더 가깝다는 것일 뿐. 하지만 냉동 배아가 조금 유리하기는 하다. 배아가 난자보다 해동 단계에서 생존할 확률이 조금 높고 (냉동 난자를 해동한 후 난자 생존율은 90%인 반면 배아 생존율은 95% 정도), 냉동 배아라고 해서 임신 가능성이 떨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술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환자에게 서른 즈음 난자 동결 시술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이 시점부터 난자 동결 성공률이 감소하니까요. 35~37세 사이면 성공률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피노 박사가 말했다. 또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으며, 5년 전만 해도 시술받으려고 찾아오는 여성 대부분이 30대 후반이었다면, 요즘은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냉동 난자 붐을 이끈 또 다른 변화는 비용 부담 완화다. 미국의 냉동 난자 비용은 한국의 약 10배에 달한다. 수요가 많은 데 비해 비용이 너무도 높은 것. 하지만 최근 미국 보험사들은 냉동 시술 과정 중 일부를 보장해주거나 보험 급여에 이를 포함하는 비율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책으로 냉동 난자 시술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통계와 전문가의 의견, 숫자로 시술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난자 동결 또는 소수지만 배아 동결 시술을 감행한 미국 여성 9명의 후기를 모았다. 같은 ‘난자 동결 보전 시술’이지만, 계기와 과정, 결과, 만족도 차이에서 이 시술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STEPHANIE P. / 39세 난자 동결 당시 32세

“32세에 3번의 시술로 총 14개의 난자를 채취했어요.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기분이 널뛰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가임력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도 느꼈죠. 시술 시작 당시는 총 15개의 난자를 동결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15개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해동, 수정, 염색체 검사 등 채취 후 단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랬다면 나이가 어릴 때 더 많은 난자를 얼리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요.”

“저는 35세에 남편을 만났고 그 후 2년 뒤 본격적으로 임신을 시도했어요. 수개월간의 노력에도 아무 소식이 없어 결국 불임 치료를 시작했죠. 제가 든 보험은 IUI(‘자궁 내 정자 주입술’, 즉 ‘인공 수정’으로 운동성을 높인 정자를 여성의 자궁 내로 주입해 자연 수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시술)를 3번 시도한 후에도 실패했을 경우에만 IVF(‘시험관 아기 시술’, 즉 ‘체외수정’을 통해 인공적으로 수정된 난자를 배양시킨 후 자궁에 다시 넣는 시술)를 통해 보장해줬어요. 세 번째 IUI시술까지 실패하자 우리는 냉동한 14개의 난자를 보관 시설에서 옮겨 배아로 만들려고 했죠. 하지만 난임 클리닉으로 운반된 난자는 해동 후 절반만 살아남았죠. 그 절반 중 60%만 수정에 성공해 배아가 되었어요.”

“결국 저는 신선 배아 이식으로 임신에 성공했어요. 나머지 배아는 필요한 발달 과정까지는 도달하지 못해 폐기되었고요. 임신 10주 차, 38번째 생일을 맞은 직후에 유산된 걸 알았죠. 냉동 배아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어요. 30대 초반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모아둔 난자가 물거품이 된 거죠.”

“유산 후 수일간 통증과 과다 출혈이 계속되어 자궁경관 확장 소파술을 받았어요. 이때 배아가 비정상이라 유전적 결함 때문에 유산되었음을 알았죠. 난자를 동결할 당시 비정상 배아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어요. IVF시술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인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

“첫 번째 시험관 아기 시술 후로 어느덧 1년이 지났네요. 우리 부부는 막 7회 차 난자 동결을 마쳤어요. 지금 우리에겐 착상 전 유전 검사까지 마친 정상 배아 4개가 있어요. 그동안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고, 어떤 때는 이 과정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도 들어요. 하지만 두 번째 배아 이식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또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AMBER V. / 39세 난자 동결 당시 37세

“코로나로 제 인생 일부가 증발해버렸어요. 어느 날 갑자기 37세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선택적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해줬어요.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시작 전에는 2주간 격일로 반복되는 채혈과 질 초음파를 예상하지 못했죠. 쿡쿡 쑤시고 찌르는 것의 연속이었어요. 눈앞에 놓인 수많은 바늘을 보면 정신이 아찔하더군요. 하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대신 과배란 유도 주사를 놓아 주기도 했고요.”

“전체 과정은 2주 정도 걸렸어요. 제가 겪은 유일한 부작용은 부기였어요. 채취 전까지는 평소 생리할 때의 2배 정도, 비교적 양호했죠. 그런데 채취 후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어요. 2~3일은 4개월 차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었고, 변비도 심했어요. 당분간 이 얼린 난자를 사용할 확률은 없지만, 미래에 자연 임신이 어려울 때는 대안이 될 난자 36개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SHARA S. / 38세 난자 동결 당시 35세

“전 연인과 이별 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맙소사 35세나 됐는데, 또 싱글이군. 이제 새로운 연인을 만날 가능성은 없겠지’라는. 그때부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그게 난자 동결이었죠.”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은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클리닉에 방문해 진료를 받고 이틀에 한 번꼴로 아침에 채혈하는 것도 가능해졌어요. SNS를 통해 난자 냉동 경험을 공유하는 게시물을 자주 보았고. 제가 신뢰하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 자신은 냉동 난자 스타트업에서 시술을 받았고, 만족한다는 후기를 남겼더군요. 이 모든 것이 시술 결정에 영향을 미쳤죠.”

“제 시술 결과는 좋지 않아요. 단 4개의 난자를 얻었죠.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최소 10개의 난자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전보다 통증이 심하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울감에 휩싸였죠. 두 번째 시도에도 단 4개의 난자를 채취했는데, 그중 3개만 정상이었어요.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죠. 지금 제 생각은 이래요. ‘지금까지 2만5000달러를 썼군. 냉동한 난자를 영원히 못 쓸 수도 있겠어.’


난자 동결 성공률

2022년 7월 대규모 대학 병원의 난임 클리닉에서 누적된 15년간의 난모 세포 해동 결과.

39% 대형 난임 센터의 환자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동결 난자의 출생 성공률
51% 환자가 난자를 동결할 당시 38세 미만일 경우 난자의 출생 성공률
70% 환자의 나이가 38세 미만인 동시에 20개 이상의 난자를 해동했을 시 동결 난자의 출생 성공률


CHANDLER R. / 32세 배아 동결 당시 31세

“제 남편은 저보다 6세 연상이에요. 원래 우리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는 이혼 가정에서 자랐기에 배우자와의 신뢰가 견고하지 않다면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자랐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아이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는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을 설명했고, 부모가 되기로 했죠.”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호르몬 검사를 받았어요. 이때 제가 조기 폐경이 올 것이란 걸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주치의의 추천으로 난자 동결보다 가능성이 높은 배아 동결을 선택했죠. 결국 난자 4개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그중 하나를 정상 배아로 발달시켜 동결 보존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두 번째 시술을 준비 중이죠.”


NICOLE S. / 38세 난자 동결 당시 34세

“난자 동결을 결심하기까지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어요. 26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이야기는 시작됐죠. 그때 의사는 미래의 임신 확률을 높이려고 난자보다는 배우 동결을 추천했지만, 당시 저는 싱글이었고 정자 기증은 내키지 않았어요. 다행히 가임 능력을 손상시킬 정도의 치료는 불필요했기에 난자나 배아 동결 이야기는 없었던 것이 되었죠.”

“8년이 지나고 동결 난자를 이용한 출산 성공률이 과거보다 확연히 개선되었음을 알았어요. 제 건강과 별개로 2가지 이유로 난자 동결을 결심했죠. 첫 번째는 언젠가는 한 아이의 생물학적 엄마이고 싶어서였고, 두 번째는 제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아이도 그런 인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었어요. 검사 후 정상 배아만 선택할 수 있도록요.”

“난자 동결을 결심한 8개월 뒤 유방암이 재발했고, 이번에는 가임 능력을 손상할 정도의 공격적인 항암 화학요법이 필요했어요. 운 좋게도 저는 더 칙 미션(The Chick Mission)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도움을 받았죠.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받기 전 가임력 보존 치료 비용을 후원하는 단체였어요. 제 시술 비용뿐 아니라 1년간의 난자 보관 비용도 단체에서 전액 부담해줬죠.”

“시술은 감정적으로 힘들었어요. 유경험자들은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했지만, 제 경우엔 예상보다 난자 수가 적어서 걱정과 실망이 컸어요. 다행히 두 번째 난자 채취 후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지만, 시술을 진행하는 12일 동안은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희망, 절망, 두려움 그리고 그 끝엔 감사함이 있었어요.”


JANET C. / 31세 난자 동결 당시 30세

“저는 성형외과 전임의이자 두경부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어요.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죠. 레지던트 시절 제 멘토는 노련한 여성 외과 의사였는데, 그분이 출산 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하셨어요. 만약 당장 아이를 가질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난자 동결을 고려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셨죠. 그런데도 20대 중반인 당시엔 가볍게 듣고 넘겼어요. 그 후에도 여자 동기 사이에서 그 주제는 종종 화제에 올랐죠. 제가 가입한 보험이 난자 동결 보존 시술 1회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30세 생일에 결단을 내리고 시술을 했어요.”

“바쁜 일, 잦은 클리닉 진료, 호르몬 주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정 조율은 만만치 않았어요. 놀라운 건 시술 자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는 거예요. 감정적으로 지치고 일정 조율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제 선택이 만족스러워요. 출산과 관련된 선택권을 주체적으로 통제하는 데서 오는 든든함과 마음의 평화는 제가 예상치 못한 이득이고요.”


AMANDA K. / 39세 난자 동결 당시 34세

“곧 40대에 진입할 사촌 언니들이 입을 모아 난자 동결을 추천했기에 아이에 대한 확신 없이 시술을 시작했죠. 제 경험은 긍정적이지는 않아요. 의사들이 제게 처방한 약물 농도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서둘러 제 난자를 채취했고 36개의 난자가 나왔지만, 저는 환자 중 1%만이 경험한다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을 겪었어요. 난소 채취 후 8일 넘게 아무것도 먹거나 마실 수 없었죠. 무언가를 먹으려고 하면 담즙이 역류했고, 앉은 채로 잠들어야 했어요. 입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염에 취약한 상태였고요. 매일 통원 치료를 했고, 임신 6개월 차로 보일 정도로 몸이 부었죠. 그러다 결국 몸속 체액을 배출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거의 7kg이 빠졌고, 몸이 쇠약해졌죠. 부작용을 알았다면 절대 시술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제는 진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도 사라졌고, 쓸데없는 낭비였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CARISSA S. / 34세 난자 동결 당시 34세

“대도시에 사는 30대 중반 여자에겐 성취의 기준이 가혹하게 높고 압박도 상당해요. 하지만 저는 성공의 척도를 곁에 남을 친구, 가족 그리고 미래에 있을 행복한 가정이라 여겼죠. 항상 엄마가 되기를 꿈꿨고 강한 모성애가 있음을 알았어요. 하지만 모두가 커리어에 목매는 뉴욕에서는 싱글 여성 수가 남성보다 20만 명이 넘어요. 남자를 만나기가 무척 어려웠죠.”

“난자 동결은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였어요. 패션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했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보험으로는 난자 동결 같은 가임력 보존 시술을 받을 수 없었어요. 난자 동결 시술이 평균적으로 1만8000달러 정도가 든다는 글을 봤기에, 개인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비용임을 알고 있었어요. 결국 가임 지원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제안이 와서 다른 업계로 이직했죠.”

“검사를 통해 저한테서 8개 정도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주변 친구들은 보통 20개를 채취했기에 실망했죠. 시술 중 제 일상 루틴인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화가 났어요. 반복되는 주사로 살이 쪘고, 복부는 온통 멍 자국에 계속된 혈액검사로 팔의 혈관이 파열되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도 고작 8개라니!”

“2번의 시술 후 총 30개의 난자를 얼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 중 일부만 배아로 성장하고, 그 가운데 정상 배아는 또 일부이기에 마지막 단계인 시험관 아기 시술에 사용하는 배아 수는 극히 일부일 거예요. 그러니 이 과정은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죠.”


ANNE D. / 29세 난자 동결 당시 29세

“처음 난자 동결 보존을 고려한 건 23세 무렵이었어요. 동료 중 한 명이 당시 그 시술을 받는 중이었죠. 그 친구의 자세한 경험담을 들으며 이 시술은 하루라도 빨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알았어요. 비용이 문제였죠. 저는 링크드인을 통해 접한 스플릿 프로그램으로 무료 시술을 받았어요. 난자 냉동 시술을 희망하는 여성과 난자가 필요한 부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인데, 부부가 매칭된 여성의 시술 비용을 부담해요. 그 대신 저는 채취한 난자 중 절반을 부부에게 기증하고요. 저와 연결된 의뢰인 부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응원해주고 있어요.”

“난자를 기증받는 부부는 자신들의 시술 과정 내내 계속 연락하며 진행 상황을 알려줬어요. 이건 제가 동결한 난자의 성능을 미리 알 수 있는 고마운 정보죠.”

PAIGE STABLES
포토그래퍼
KRISTINE LA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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