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듯 기억해야 할 2024년의 환경 뉴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1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 2024년 

“지구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지구가 끓는 지구열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이상기후와 관련해 ‘지구가 끓고 있다’는 선언을 했다. 2024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예정이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지구온난화와 적도 주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엘니뇨가 정점에 이르고, 2023년의 기록을 넘어설 확률이 높아졌다. 

 

2 기후공시 세부안 공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세부안 공개로 여러 기업이 분주해졌다. 상반기 중 공개될 기후공시 세부안에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와, 기타 기후 문제를 보고해야 한다. 재무제표만큼 하나의 투자 지표가 되는 셈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중 ‘지속가능 금융공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의무화에 들어간다. 홍콩증권거래소 역시 올해부터 상장사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했다. 

 

3 기후테크 전성기 

올해로 24회를 맞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발표한 2024년 10대 혁신 기술에 기후테크가 3개나 꼽혔다. 이들이 주목한 기후테크는 초효율 태양전지, 진화한 지열 시스템, 히트 펌프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국내 주요 기업 역시 다채로운 기후테크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수소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솔루션을 공개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원으로 주목받는 소형 모듈원전 제작 역량을 소개하고 무탄소 발전용 수소터빈을 전시했다.

 

4 자발적 실천이 답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사용 금지법을 철회했다. 1년의 계도 기간을 거쳤지만 결국 무산됐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역시 업체의 자율에 맡겼다. 아쉬움을 남긴 시도를 뒤로하고 환경부는 자발적 문화 확산을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 17곳, 패스트푸드점 5곳, 제과업체 2곳과 함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협약을 맺었다. 다회용 컵 사용을 유도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고객의 요구 시 제공하며, 종이 빨대 같은 대체품 사용을 권장, 분리배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환경을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인지하고 실천해야 하는 셈이다. 

 

5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말 많고 탈 많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6월부터 시행된다. 집중형 전력 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 같은 개인의 소규모 발전 시설부터 여러 기업이 전력을 소유하고 운영하며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다양해진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볼 수 있는 변화다.

 

6 유엔 플라스틱 협약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에 전환점이 될 예정이다.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 환경 유출까지 생애 전 과정을 관리하는 협약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어 정부간협상위원회를 꾸려서 긴밀히 협상 중이다.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된 논의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5차 회의를 끝으로 완성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종식을 목표로 하는 첫 국제 협약으로서 175개국이 참여하며, 회의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7 기후동행카드의 도약

1월 27일 출시된 기후동행카드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월 6만5000원에 서울 지하철과 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 교통카드는 개시 2주 만에 33만 장이 판매됐고, SNS에는 각종 인증이 쏟아졌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정책인 만큼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을 함께 다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오는 5월부터는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 인천의 ‘I패스’, 국토교통부의 ‘K패스’까지 더해져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8 기억하세요, 기후유권자

올해 4월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2026년 지방 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까지 이제 기후를 주요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 기후 이슈에 반응하는 유권자가 나날이 증가하고 관련 조사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2일 로컬에너지랩,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17개 시도별 1000명씩,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 위기 인식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기후 정치’ ‘기후 유권자’ ‘기후 선거구’ 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할 전망이다.

9 새로운 지질시대가 온다 

어쩌면 올해부터 우리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는 온실가스의 급증, 비료로 인한 토양 오염 등 지구의 물리적·화학적 체계가 변화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지질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새로운 지질시대는 인류세(Anthropocene)로 명명되며,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최초로 제안했다. 인류세가 공식화되면 1950년대 이후 생존한 인류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문명이 발전한 ‘홀로세’ 이후를 사는 것으로 기록된다.

10 관광세의 확대

지난해 홍수와 산불 등 극심한 자연재해를 입은 그리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 회복 세금을 징수한다. 숙박 시설 등급에 따라 금액은 상이하다. 기후와 환경 문제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그리스만은 아니다. 발리 역시 2월 14일부터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15만 루피아(약 10달러)를 부과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시 올해부터 여행 성수기인 4월부터 7월까지 당일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부과하고, 단체 관광객 규모를 25명으로 제한한다. 아이슬란드, 몰디브,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가 관광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11 동물권의 순풍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도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 식용 종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에 이어 동물권에 반가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반려동물지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오는 하반기 농림축산식품부 주관하에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시험이 최초로 시행된다. 우후죽순 생긴 민간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을 국가자격시험으로 일원화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1급과 2급으로 구분되는 시험 중 1급은 2급 자격 취득 후 반려동물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실무 경력 혹은 10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보유해야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롭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시행된 야생생물법 개정에 따라 동물원과 수족관을 비롯해 연구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생물자원관,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을 제외한 곳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법안도 유예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12 합시다, 환경 공부

보고 듣고 읽는 환경 콘텐츠가 보다 가까워졌다. 환경부는 오는 5월부터 “인공지능 홍수 예보 체계를 도입하고, 홍수 재해 위험에 대비해 한강권역을 포함한 ‘도시침수지도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고와 피해에 빠르게 반응하고 영민하게 대처하겠다는 포부다. 기상청 역시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개발해 지난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부터 100년 후까지 원하는 지역의 기온, 강수량, 바람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기후변화 교육과 현황을 파악해볼 수 있다.

13 해양 쓰레기를 구하라

폐어구가 해양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무책임하게 폐기하고 유실해 쓰레기화되는 어구의 자발적 회수를 위해 1월 25일부터 어구보증금제도를 시행했다. 어구를 판매하는 단계에서 일정액을 보증금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수명을 다한 어구를 반환소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나아가 해양수산부는 49억원을 투입해 생분해 어구 보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유실 시 각종 사고를 유발하고, 소각 시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나일론 어구 대신 생분해 수지를 사용한 어구 활용의 확대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