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인구로 점차 활력을 잃는 지역사회. 저마다의 색을 가진 청년들이 지역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가자미마을 송대말 등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청년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는 전국의 청년마을 39곳이 속해 있다. 청년마을 참가자는 단기간 혹은 장기간 머물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해당 기간에는 숙박 및 사무실 공간과 활동비를 지원한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이주를 결정해 정착할 수도 있다.

GAJAME VILLAGE

올해로 탄생 3년 차에 접어든 ‘가자미마을’은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위치한 청년마을이다. 지역 청년 9명이 운영한다. 어촌마을인 감포의 특산품 ‘가자미’를 매개로 음식,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지역 콘텐츠를 생산한다.

‘가자미마을’은 어떻게 시작됐나?
경주의 인적·환경적·인문학적 자원을 기반으로 한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 기업 마카모디의 ‘기억을 담은 목욕탕’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었다. 감포의 한 목욕탕을 지역 앵커 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인 ‘1925감포’로 탈바꿈시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좀 더 즐겁게 꾸리고 싶었다. 지역 주민의 활발한 참여와 지지도 한몫했다.

왜 감포를 택했나?
2021년 초, 홍보 영상 촬영차 감포에 간 적이 있다. 처음 본 감포의 뒷골목에는 옛날 목욕탕, 오래된 돌창고 등 지역 이야기를 담은 유휴 시설이 많았다. 이 공간을 활용하면 흥미로운 지역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감포에는 마을의 고령화를 걱정하며 젊은 세대의 유입과 마을 발전에 관심을 보이는 주민 단체가 있었기에 지역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

‘가자미마을’만의 특색은?
가자미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2022년에는 지역 특산물로 레시피를 개발해 ‘가자미식탁’과 ‘가자미식당’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2023년에는 지역 기반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가자미여행사’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특히 2023년 봄에 진행한 ‘가자미여행사-봄편’에서는 감포조선소의 목선 이야기, 송대말 등대와 관련된 오다공원 이야기 등 마을 곳곳에 숨은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낸 마을 투어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감포의 미래를 그려보는 ‘가자미상사’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초반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눈에 띄는 활동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청년들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시기도 한다. 소개팅 주선부터 온라인 판매 서포트까지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도움을 드리고 있다.

‘가자미마을’의 최종 목표는?
꼭 우리 마을에 정착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꿈꾸고 나아갈 멋진 청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THANKS, HALMAE 

‘시골할매와 도시손녀의 맛있는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할머니와 외지 청년이 함께 지내며 창업 실험을 해보는 청년 귀촌 자립 3개년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 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할머니의 훈훈한 정과 정성 어린 음식으로 위로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고마워, 할매’는 어떻게 시작됐나?
늘 ‘괘안타’고 말하며 정성이 깃든 밥 한 숟가락 떠먹여주던 할머니의 훈훈한 정과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무심한 듯 따뜻한 손길이 위로와 감동을 준다고 생각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농업인과 소상공인이 모여 결성한 ‘숲속언니들’을 주축으로, 젊은 귀농인과 귀촌인이 지역에 자리 잡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왜 함양을 택했나?
함양군민 3만7000명 중 22%가 65세 이상 여성 노인이다. 지역의 인적 자원이 가지는 이점을 살리고 싶었다.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 정착할 때 우리 할머니처럼 푸근하고 정 많은 할머니가 계시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했다. ‘할매니얼’ 트렌드도 한몫했다.

‘고마워, 할매’만의 특색은?
‘할머니’와 ‘요리’. 할머니의 레시피를 청년이 직접 배우고 요리해 판매한 ‘할매랑 팝업 식당’, 할머니의 레시피를 밀키트로 기획, 완성한 ‘할매랑 손맛배송’,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요리법과 함께 책과 영상으로 제작한 ‘할매의 레시피’는 모두 2년 차 프로젝트인 ‘할매의 부엌’의 일환이다. 수익화 모델로 작용할 수 있는지도 빼놓지 않고 확인한다. 1년 차 때는 할머니와 청년, 두 세대가 친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안녕, 할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로간의 ‘정’도 많다. 외로울 때는 다 같이 모여 각자의 고민과 일상을 나누고 공감했다. 배고플 때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모여 앉아 도란도란 식사를 한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청년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청년을 위한 공간도 크게 늘었다. 초반에는 사무 공간 겸 숙소 공간인 ‘꿈꾸랑’만 있었지만, 현재는 함양 장기 거주를 희망하는 참여자 숙소 공간 ‘이어랑’, 제철 식재료 팝업 식당 ‘함무랑’, 문화 공간 ‘우리랑’, 청년 오픈 마켓 ‘모여랑’, 사무 공간 ‘들랑날랑’까지 다양해졌다.

‘고마워, 할매’의 최종 목표는?
지역민과의 상생을 통해 농사를 짓지 않아도 지역에서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WALKING VILLAGE

트레킹 좋아하는 사람 다 모여라! ‘뚜벅이마을’은 해파랑길 코스 중 아름답기로 소문난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블루로드 트레킹 코스를 활용한 트레킹 마을이다. ‘걷기’를 중심으로 한 각종 여행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주도한다.

‘뚜벅이마을’은 어떻게 시작됐나?
영덕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몇 년 전, 외국인을 데리고 영덕에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한 좋은 기억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청년마을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개인적 경험과 영덕이 가진 지역적 특수성을 결합했다. 평소 바다에 대한 애정도 있었기에 고민 없이 영덕에 정착해 청년마을을 운영한 지도 3년이 됐다.

왜 영해를 택했나?
영해에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을 비롯해 마을 전체를 새롭게 단장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박에 결정했다. 지역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면 청년들도 덩달아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뚜벅이마을’만의 특색은?
‘걷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트레킹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로컬 브랜드숍 ‘덕스(DUCKS)’가 대표적이다. 1층에서는 로컬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러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2층에서는 영덕을 방문하는 트레커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 당일 트레킹부터 3박 4일 트레킹까지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밖에 블루로드 트레킹 페스티벌, 뚜벅위크, 밤에 걷는 문화재 야행, 트레킹 캠핑 축제 등 다양하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청년 유입이 늘었다. 지역에 청년 정착을 위한 원룸이 부족할 정도다. 청년이 거주하는 이동식 주택을 지어주는 경북 공모사업에 선정돼 현재 영덕에 이동식 주택 10동이 생겼다. 정착 청년을 위한 공유 오피스는 물론, 젊은이들이 즐기는 여러 이벤트도 속속 생기고 있다. 도시에서 앞만 보고 바쁘게 달리던 청년들이 지역에서만큼은 천천히 걷는 속도로 지속가능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뚜벅이마을’의 최종 목표는?
매력적인 로컬 만들기. 로컬의 미래가 곧 청년이라는 말은 왠지 부담스럽다. 청년의 미래를 로컬에 와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한 번쯤 와볼 수 있는 곳으로, 왔다가 마음에 들면 남을 수 있는 곳으로, 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DOGO ONCHEON 

충남 아산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사업가들이 청년 인구 약 700명(2021년 기준)이던 도고면에 모여 꾸린 ‘DOGO온천’. 온천 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온천과 식물원 등 도고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DOGO온천’은 어떻게 시작됐나?
2021년, 아산에서 각자 사업체를 운영하던 청년들과 교류하던 중 “다 같이 ‘영끌’해서 건물 하나 사자”라고 얘기한 게 시발점이 되었다. 월세 문제, 기업 경쟁력 등 청년 활동가로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고, 놀고, 잘 살고 싶은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왜 도고를 택했나?
아산 동부권과 서부권의 인구와 인프라 차이 때문이다. 도고가 속한 서부권은 동부권에 비해 시설이 낙후했고, 인구 격차도 매우 크다. 하지만 온천 등 도고가 가진 자연과 관광자원이 너무 소중했다. 젊은 시각으로 도고를 바라보고 알리고 싶었다.

‘DOGO온천’만의 특색은?
‘공동체’ 만들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가 말한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 작더라도 그 수가 많아지고 서로 이어지면 강하고 아름답다)’에서 영감받았다. ‘별 관측’을 비롯한 여러 취향을 짧게 체험하는 단기 지역살이 프로그램 ‘취향살이’도 공동체 속 다양한 취향과 성향을 존중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 외에 지역 청년 작가, 창업가,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고,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도고온천장 플프마켓’과 노을이 잘 보이는 마을 명소에서 요가, 마크로비오틱 피크닉, 영화 감상 등 매달 다른 주제로 열리는 커뮤니티 네트워킹 프로그램 ‘도고노을자’ 등 여러 참여형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중이다. 혼자 할 수 없는 일도 함께하면 가능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코워킹(Co-working) 인프라를 구축했다. 도고상사, 도더지굴 같은 공유 공간을 만들었고, 현재 청년 기업 7개가 모여 일하고 있다. 또 ‘DOGO’온천을 중심으로 소품숍, 사진관, 공방 같은 여러 문화 공간이 새롭게 생겼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마을에 활기가 살아나는 중이다.

‘DOGO온천’의 최종 목표는?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마을. 청년 기업 간 소통은 물론, 노을과 숲, 저수지 등 매력적인 자연과 도고온천, 세계꽃식물원 같은 볼거리도 가득하니까.

 


 

WHY NOT HADONG 

섬진강과 지리산을 끼고 있어 여러 먹거리와 문화가 가득한 화개장터를 품은 하동. 이곳이 고향인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꾸린 청년마을이다.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팔릴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하고 있다.

‘오히려 하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하동에서 장사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펴내고, 제품을 소개하는 팝업 공간을 만드는 ‘하동보물찾기’ 프로젝트가 시발점이 되었다. 여러 지역 프로젝트를 전개하다 보니 지역을 이해하는 디자인 업체가 필요해 브랜딩 기업 다른파도를 창업했다. ‘오히려 하동’은 지역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다.

왜 하동을 택했나?
2004년, 환경과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의 모임이 있었다. 마을 축제도 열고, ‘구멍난 양말’이라는 밴드도 결성했다. 이 모든 게 마을 공동체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느낀 지역 공동체의 힘을 고향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오히려 하동’만의 특색은?
지역에 맞는 브랜딩. 지역의 대중적 자원을 청년의 시각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과거에는 배들이 오가던 화개장터가 하동의 ‘핫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역의 먹거리를 다루는 소매점 ‘빅페리컴즈’를 오픈했다. 최근에도 하동을 주산지로 하는 원물 가공품, 전통 식품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랜딩 외에 ‘체력 없는 체육대회’,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시골에서 돈 벌기 힘들 것 같은 직업으로 2년간 살았더니 동료가 늘었다. 청년들이 정착하기 시작해서다. 지역 청년 농업인과의 교류도 활발해져 협력 사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하동’의 최종 목표는?
하동에서 행복하게 살기. 지역 청소년이 타지로 떠나지 않고 자연스레 우리처럼 지역 청년이 되길 바란다.

 


 

SANCTUM VILLAGE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속 주인공이 수련하는 공간 ‘생텀(Sanctum)’에서 이름을 따온 ‘생텀마을’은 자연 속에서 명상, 운동, 농사짓기 같은 건전한 활동을 하는 곳이다. 건강한 삶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되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최소한의 요소만을 만들어 운영한다.

‘생텀마을’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0년, 무농약·무제초제 호두 농사를 짓던 것이 ‘생텀마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청년마을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대학원 졸업 후,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며 2년간 파견 근무를 갔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전쟁 트라우마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치유할 방법을 자연 속에서 찾고자 기획했다.

왜 예천을 택했나?
우연히 지인과 예천을 방문했는데, 자연환경 때문인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 예천을 여러 번 방문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주까지 하게 됐다. 현대사회에서 각종 스트레스를 마주하는 청년에게 치유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예천에서 경험한 힐링을 공유하고 싶었다.

‘생텀마을’만의 특색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직접 농사를 짓는 호두농장을 배경으로 타이치나 요가 같은 건강 운동과 차 명상, 호흡 명상 등을 이어간다. 깊은 산속을 지나며 정돈되지 않은 나무를 볼 수 있도록 트레킹 코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전통 구들을 개량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친환경 구들방은 아로마테라피와 좌훈요법을 즐기는 공간이 된다. 천연 색료를 활용한 염색 체험과 고추밭, 사과밭 같은 여러 농작물 밭을 각자의 시선을 담은 사진으로 찍어 전시하는 ‘아름다운 밭’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청년의 아이디어로 그간 주목받지 못한 지역의 새로운 특산품, 사과 증류주 ‘춘희’가 나왔다. 용두리 이장님의 사과 맛이 정말 좋은데, 못난이 사과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접했다. 그 사과로 지역 특산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 청년들과 개발하게 됐다.

‘생텀마을’의 최종 목표는?
지친 현대인이 언제든 쉬어 갈 수 있는 ‘힐링 타운’이 되고자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조화로운 세상까지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GWANG GWANG STORAGE

폐광을 앞둔 강원 태백시 장성동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 청년들이 모여 만든 청년마을. 빛 광(光), 광석 광(鑛)을 조합한 이름에는 텅 빈 광산을 새로운 빛으로 밝히고, 여러 광산 문화 콘텐츠를 캐낸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라지는 광산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광스토리지’는 어떻게 시작됐나?
어린 시절을 보낸 태백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을 들여다보기 위해 돌아왔다. 지역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해하면서 자연스레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게 됐다. 사람을 모아 지역을 기록하고, 문화예술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에는 청년의 관심과 힘이 필요했다.

왜 장성동을 택했나?
과거 석탄 광산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광산 관련 종사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광산업이 사라진 지금은 인구 소멸 위기에 놓였다. 약 100년간 마을 사람들을 먹고살게 해준 광산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공간의 중요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광광스토리지’만의 특색은?
잊히는 광산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광산 프로듀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을의 빈 공간을 열어 그 안에 마을과 닮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비엔날레 날땅’을 열고, 광부들이 먹던 도시락을 콘셉트로 한 ‘광부의 딸’ 도시락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광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산길을 강아지와 걷는 트레킹 코스로 조성하고, 광부의 작업복을 페인팅해 노동의 가치를 축제 속 퍼레이드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살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광산이 문을 닫으면 그 마을의 경제도 멈춰버린다. 미래를 꿈꾸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다음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광산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실행할 기회를 계속 가질 수 있다는 것,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광광스토리지’의 최종 목표는?
회색빛 장성동을 광산문화골목으로 활성화하는 것. 골목 곳곳에 광산과 관련된 영화관, 방송국, 매장, 광장을 구성하고 축제를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