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글램 룩과 90년대 그런지 룩이 만나 탄생한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 트렌드로 떠오른 반항적이면서도 섹시한 그 매력에 대하여.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1990년대 그런지, 고스, 펑크 룩의 부활을 알렸다. 패션에서 비롯한 흐름은 이제 메이크업 신까지 뒤덮는 중. 틱톡에서는 #GRUNGE, #GRUNGEMAKEUP 해시태그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각각 조회수가 70억과 2억에 달하고, 매일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런지에 글램 룩을 결합한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이 트렌드다. 자칫하면 어둡고 답답한 느낌을 주는 그런지 룩에 글래머러스하고 화려한 글램 무드를 더해 세련되고 쿨한 무드로 완성한 것이다. “과감한 Y2K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패션, 뷰티 룩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이에 따라 메이크업도 자로 잰 듯한 완벽한 룩보다 러프한 그런지 글램이 대세가 된 거죠.” 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민지의 말이다.
이 흐름은 2023 F/W 런웨이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샤넬을 비롯해 디올, 지방시, 에르뎀, 로베르토 카발리, 디젤 등 수많은 디자이너의 런웨이에서 모델들은 자로 잰 듯한 고운 메이크업 대신 번진 듯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났다. 도자 캣, 줄리아 폭스 등 요즘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메이크업 룩의 주인공도 그런지 글램 콘셉트를 즐긴다. 도자 캣의 가는 눈썹과 줄리아 폭스의 눈두덩을 덮은 어두운 컬러의 아이섀도부터 결점을 굳이 가리지 않은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 누드 또는 블랙 톤의 입술 컬러까지 모두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의 일부다. 그들의 룩에서 배우는 포인트는? 정교하고 예쁘게 하려 애쓰지 말고 신경 쓰지 않은 듯 ‘툭툭’ 얹을 것.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일수록 섹시해지는 것이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의 매력이니까!

 

ALL ABOUT SMUDGE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머지드 아이 메이크업이다. 번진 듯한 아이라이너, 눈두덩을 뒤덮은 아이섀도야말로 그런지 글램 무드를 자아내는 가장 큰 요소인 것. 매트하고 선명한 블랙 컬러 섀도가 기존 그런지 메이크업의 상징이었다면, 그런지 글램은 어두운 컬러에 펄을 더한 새틴 또는 시머 피니시의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툴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눈두덩에 쓱쓱 펴 바르기만 하면 끝! 여기서 글램 무드를 더욱 살리고 싶다면 퍼플, 실버 등의 컬러에 도전해보길. 더불어 그런지 글램 메이크업을 할 때는 기존의 아이라인 공식은 모두 잊어도 좋다. 점막을 촘촘히 채울 필요도 없고, 번질수록 더 좋다. 스머지하기 좋은 젤이나 콜 타입 라이너로 아이라인과 언더라인을 그린 후, 총알 브러시나 면봉으로 가장자리를 살살 펼쳐보자. 단 10분 만에 금요일 밤을 위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LIPS ARE DARKER AND DARKER

‘쎈 언니’의 전유물이었던 블랙 립이 그런지 글램 트렌드를 타고 진화하기 시작했다. 풀 립으로 꽉 채운 새까만 블랙 립 외에 다양한 형태가 등장한 것. 시네이드 오드와이어의 런웨이 룩을 살펴보면 블랙에 가까운 플럼 컬러를 촉촉하게 발랐고, 킴 수이는 립 중앙은 레드 컬러로 채우고 라인을 따라서는 블랙 컬러를 그러데이션한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이는 볼륨감 있고 섹시한 립으로 정평이 난 카일리 제너와 대담하고 트렌디한 룩을 즐기는 도자 캣이 자주 하는 메이크업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 블랙 립이 어렵다면 챗 로의 런웨이 룩을 참고하길. 맨 입술에 투명하게 빛나는 흑도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런지 글램 무드를 표현할 수 있다. 또 이번 시즌에는 글로우 피니시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쿨해 보이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