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크리에이티브 K-POP 프로듀서, 샤넌 배

창작부터 제작까지. 자신만의 웨이브를 만들어가는 90년대생 K-팝 프로듀서 4명.

샤넌 배 1999년생 플레디스 소속 프리스틴 멤버로 17세이던 2017년, ‘성연’으로 데뷔했다. 뉴이스트와 세븐틴의 음악을 만든 범주(BUMZU)와의 인연으로 뮤직 퍼블리싱 그룹인 ‘프리즘필터’에 일찍이 합류했다. 케플러, 세븐틴, 백호, 아이들(i-dle), 예나, 베리베리, 트리플 S, 투어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에 참여했다. 가사 작업은 물론 보컬 디렉팅 부문에서까지 활약하고 있다.

오늘 프리즘필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 공간을 소개한다면?
내 20대 전체를 보낸 공간이다. 방끼리 가깝다 보니 뭔가 막혔을 때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창립자인 ‘범주’,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의 음악을 만드는 팝타임(Pop Time), 우즈와의 작업으로 알려진 네이슨(NATHAN) 등이 함께 소속된 프리즘필터는 어떤 조직인가?
가족 같다는 말이 가장 맞는 것 같다. 정말 재밌게 작업한다. 케플러(Kep1er)의 데뷔곡 ‘WA DA DA’를 작업할 때는 새벽인데도 비트를 ‘빵빵’ 때리면서 신나게 춤추고 텀블링하며 만들었을 정도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뮤직 퍼블리싱에서 더 나아간 프로듀싱 회사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상이나 의상이 어울릴지, 이 파트는 어떤 멤버가 부르면 좋을지 등 외부에 곡을 전할 때 다양한 아이데이션까지 제안하고자 한다.

프리스틴의 메인 보컬이자 데뷔곡 ‘WEE WOO’를 비롯해 곡 작업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프로듀싱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초등학생 때부터 어버이날이나 엄마 생일 때 기타로 곡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곡을 개사하는 걸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작곡에 관심이 갔고, 연습생 때도 그냥 원곡을 부르는 것보다 우리 방식으로 편곡해 보여주자는 욕심이 멤버 모두에게 있었다. 나다운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프로듀싱으로 이어진 것 같다.

‘WA DA DA’의 성공은 그룹 해체 후에도 음악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재밌게 만든 곡의 에너지가 사람들에게도 잘 전달됐구나 싶었다. 서바이벌 쇼를 통해 치열하게 데뷔한 친구들인 만큼 좋은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컸다.

곡이 상상대로 구현되는 기쁨을 느낀 적은?
최근 작업한 곡 중에서 꼽자면, YENA(최예나)의 ‘너만 아니면 돼’(Feat. 미료 of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아이들의 ‘Mono’(Feat. skaiwater)가 떠오른다. 특히 작곡과 작사는 물론 보컬 디렉팅으로도 참여한 ‘Mono’는 디렉팅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꽃 그림을 끄적였는데, 비슷한 이미지가 뮤직비디오에도 나오더라. 

듣고 ‘정말 좋다’고 처음으로 생각한 K-팝 곡은?
샤이니 선배님의 ‘Ring Ding Dong’. 심한 감기로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아팠는데, 그 무대를 보고 싹 나았다. 진짜다!(웃음) ‘에너지가 엄청나구나, 이게 K-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프리즘필터 내에서 가장 많이 상호작용하는 사람은 역시 범주 프로듀서일까?
그렇다. 워낙 어릴 때부터 작업을 같이해왔다. 아직까지도 ‘오늘 이 노래 만들었어!’라며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싶다. 가장 크게 배운 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겁이 많은 편인데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하던 내 한계를 많이 깨줬다.

겁이 많다고 하기엔 개인 싱글인 ‘이거나 드세요’ 같은 곡은 아주 과감했다.
다른 아티스트 곡을 만들 때와 달리 내 음악은 좀 자유로워도 되지 않나. ‘Chicken’이라는 노래도 있었고, 만들어둔 게 많았는데, 막상 싱글을 내려니까 두려웠다. 아마 아이돌을 하면서 모든 걸 조심하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도, 사람으로서도 솔직하고 자유로워야 계속 나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사가로도 맹활약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YENA의 ‘Drama Queen’. ‘이불 정리도 못하는 나인데 다들 사랑을 하고 나보고 사랑을 하래’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영어 가사 작업 참여도도 높다.
처음 K-팝 곡의 영어 작사를 한 게 세븐틴의 ‘Darl+ing’이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펜타곤 키노의 영어 앨범에도 참여했다. 가사가 좋은 음악이 드물고, 좋은 가사를 쓰기 힘들다는 걸 나날이 느낀다. 요즘은 멜로디만큼 가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지금 K-팝은 크레딧을 한 명이 가져가는 경우가 없다. 이런 작업 방식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처음 곡 작업부터 프리즘필터 구성원과 같이하기도 했고, 다른 나라의 다양한 작곡가를 만나며 생각의 틀이 깨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게 흥미롭다. 어쨌든 내가 참여한 부분에서 나는 모든 걸 쏟아부었고, 모두 함께 만든 곡이지만 결국 또 내 역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곡은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건 어떤 강점이 있나?
톱라인과 가사를 주로 쓰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기타에 가사와 멜로디를 입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이거 같이 만들어보자’ ‘발전시켜보자’ 어필하고는 한다.(웃음) 피아노도, 기타도, 내 생각을 뻗어내는 훌륭한 스케치 도구다.

최근 K-팝 신에서 흥미롭게 보고 있는 움직임은?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 메인 보컬과 랩, 댄서 같은 파트의 경계가 흐려지거나 없어지면서 아티스트들이 우리 그룹은 어떤 그룹이야, 솔직하게 표출하기 좋은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더 재밌어질 것 같다. 예전에는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상상치 못했다 그런데 에스쿱스×민규, 키노와 작업한 래퍼 ‘레이 뱅크즈(Lay Bankz)’와 내 이름이 곡에 같이 들어가기도 하고, 국경을 비롯한 모든 경계가 흐려지는 것 같다.

최근 가장 영감을 주는 것.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  유튜브에 ‘자기소개하는 법’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 같은 걸 쳐본다. ‘눈을 마주치고 3초 동안 아이 컨택을 해보세요’ ‘안녕이라고 말해보세요’ 같은 솔직하고 담백한 문구를 보다 보면 내 경험이 연상되면서 떠오르는 게 있더라.(웃음) 그리고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Rumours>! 1970년대 앨범인데도 ‘Songbird’나 ‘Dreams’ 같은 곡은 그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지지 않는다.  환기가 필요할 때 꺼내 듣는 앨범이다.

    포토그래퍼
    유동근
    헤어
    박은빈
    메이크업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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