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 왁자지껄함이 공존하는 서울 대표 시장 6곳에서 탄생한 미식 공간.

포이키친 | 용문전통시장


1965년 탄생한 용문전통시장에는 야채, 청과, 정육, 수산부터 각종 잡화가 즐비하다. 편안한 차림으로 각자의 단골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사이로 잔뜩 차려입은 젊은이들을 발견한 시장 상인들은 일제히 ‘포이키친’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방인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옮기게한 주인공은 프렌치 레스토랑 수마린과 토프의 헤드 셰프로 경력을 쌓은 차지민 대표다. 식재료를 향한 열정이 그를 시장으로 이끌었고, 포이(FOI, Focus On Ingredients)키친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다. 생동하는 에너지를 품은 식재료와 그걸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모두 시장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포이키친은 오후 6시에 문을 열지만 최지민 셰프의 하루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가락시장과 용문시장을 돌며 그날 사용할 재료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다른 구성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철 재료에 숯불과 궁극의 맛을 응축한 소스에 집중한 요리는 숙성을 통해 완성한 사케와 마리아주가 훌륭하다. 용문시장에서 구입한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맛본 손님이 해당 가게에서 과일을 구매하기도 하고, 셰프가 즐겨 찾는 분식집의 순대와 비법 소스가 만나 파인 다이닝 뺨치는 메뉴가 완성되기도 하는 등 포이키친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건강한 시너지가 일어난다.

ADD 서울 용산구 새창로 128-9 INSTA @foi.kitchen

히든아워 | 광장시장

빈대떡, 육회, 마약김밥, 대구탕 등 가성비 훌륭한 맛의 성지로 불리는 광장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장 상인과 상생을 도모하는 동시에 다양한 연령층을 유입할 수 있는 식음 공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광장시장에서 식자재를 판매한 할머니와 ‘박가네 빈대떡’을 운영해온 부모님의 뒤를 이어 3대째 시장 상업을 이어오고 있는 ‘히든아워’가 대표적인 예다. 와인 바 히든아워는 주류, 음료, 신선 가공식품 등 국내 로컬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이 들어선 건물 4층에 자리 잡았다. 투박한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로 꾸민 메인 홀과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 다이닝 공간, 단독으로 분리된 히든 룸, 남산타워가 훤히 보이는 루프톱까지. 번잡한 광장시장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조성해 이색 경험을 선사한다. 감칠맛을 더한 갈비에 잘게 간 녹두와 갈비찜 소스를 곁들이는 ‘히든 우대갈비’는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빈대떡의 재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뉴다. 샤퀴트리와 피자를 주제로 한 메뉴 라인업을 선보인 히든아워 시즌1에 이어 현재는 한식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ADD 서울 종로구 종로32길 21 4층 INSTA @hidden_hour

동일문 | 새마을전통시장

잠실새내역에서 도보로 5분. 새마을전통시장은 여러 학교와 크고 작은 공원, 잠실종합운동장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송파구 한복판에서 40여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순댓국, 닭강정, 전, 떡볶이 등 종류별 음식점과 노포, 저렴한 가격대의 고깃집이 즐비해 동네의 먹자골목으로도 통한다. 시장의 메인 거리에서 살짝 눈을 돌리면 고즈넉한 골목 초입에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와인 바 동일문을 만날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수흑염소’ 간판부터 앤티크한 가구와 오브제까지 곳곳에 예스러운 멋이 묻어난다. 메뉴는 한식을 기반으로 구성했다. 다짐육을 오랜 시간 졸여 만든 라구 소스에 된장을 가미해 느끼함 없이 구수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화이트 라구 된장 파스타’, 모차렐라 치즈를 품은 제육볶음 미트볼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는 ‘지리산 제육 아란치니’ 등 한국의 식재료를 양식에 접목해 색다르게 해석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함께하기 좋은 와인은 국적과 품종별로 다양하게 들였다.

ADD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17길 38 1층 INSTA @bigbites_dongilmoon

동묘830 | 동묘벼룩시장

요즘 대세가 된 온라인 중고 거래 이전에 동묘벼룩시장이 있었다. 의류, 액세서리, 전자제품, 고서, 음반 등 다양한 물건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떠난 쇼핑의 짜릿한 쾌감은 일찍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동묘830은 동묘시장을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탄생한 사랑방이다. 지도를 켜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골목에 자리한 만큼 타인의 은밀한 취향이 켜켜이 쌓여 있다. 빈티지 마니아인 김국진 사장은 15년간 동묘시장을 다녔지만, 쇼핑 중 마땅히 쉴 만한 카페 하나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쉬웠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설계한 공간은 장장 7개월에 걸쳐 태어났다. 80여 년 된 한옥을 뜯어고치고,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히 발품 팔아 수확한 동묘시장의 아이템으로 동묘830을 채웠다. 바 메뉴에는 모두의 취향을 고려해 와인과 칵테일, 맥주, 위스키, 전통주 등 폭넓게 준비했다. 동그랑땡과 반찬 6종, 떡꼬치 등으로 구성된 술상과 러프한 칵테일 레시피는 공간의 멋을 완성하는 요소다. 동묘시장 이웃의 생활을 고려해 밤 12시 전에 문을 닫으니 동묘의 얼을 경험하고 싶다면 부지런을 좀 떨어야 한다.

ADD 서울 종로구 난계로25길 76-11 INSTA @dongmyo_830_

장생건강원 | 영동전통시장

숨은 맛집이 가득한 강남의 영동전통시장은 일찍이 ‘맛잘알’의 성지였다.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 장생건강원은 가장 거대한 진화를 맞은 가게다. 20년간 한약방으로 운영하던 공간은 특급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서정현, 윤상엽 대표의 품에서 전통주와 시장을 키워드로 새로운 리그를 개척하고 있다. 시장에 자리한 만큼 상생과 공생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은 매달 시장 내 상인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작 칵테일을 선보이고, 모든 재료를 시장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실천하는 중이다. 그렇게 탄생한 ‘냉면 칵테일’과 ‘똠양 칵테일’ 등은 장생건강원의 시그너처 메뉴가 됐다.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메뉴일지라도 일단 맛을 보면 바텐더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만다. 지난해에는 한식 칵테일로 넷플릭스 시리즈 <미드나잇 아시아>에 소개되며 미식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가 저희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는 서정현 대표의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곳에서 탄생할 세계적인 맛이 영동시장에 있다.

ADD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3 INSTA @bar_ jangsaeng

라까예 | 신당중앙시장

최근 몇 년간 맛과 멋의 지역으로 급부상한 신당동 중앙시장은 익숙한 것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찬집과 분식집 사이로 숨은 멕시코의 맛 라까예도 그중 하나다. 스페인어로 ‘거리’를 뜻하는 라까예는 타코를 전문으로 판매한다. 라까예는 멕시코 음식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F&B 그룹 몰리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엿한 퀴진으로서 컨템퍼러리 멕시코 음식을 소개하는 엘몰리노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이다. 현지의 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 라까예는 토르티야부터 특별하다. 멕시코 음식의 근간이자 시작점인 토르티야는 옥수수 원물에서 시작해 분쇄부터 성형까지 직접 한다. 살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소스까지 만드는 정성은 진우범 대표의 유난한 타코 사랑에서 출발했다. 이국적인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클래식 타코’를 비롯해 ‘소 곱창 타코’와 ‘와규 타코’ 등 한정 메뉴 역시 놓치지 말 것. 고수를 비롯한 향신료를 낯설어한 주변 상인들 역시 술안주로 자주 찾는다.

ADD 서울 중구 퇴계로85길 42 INSTA @la.call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