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세계로 날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선전하고, 한류 드라마가 아시아를 점령했지만 이렇게 세계 곳곳의 시청자를 사로잡은 적은 없었다. 456명의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을 두고 경쟁하는 <오징어 게임>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했고, 세계 곳곳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게임이 벌어졌다. <오징어 게임>은 46일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 자리를 차지했는데. <퀸스갬빗>과 동일한 기록이다. 황동혁 감독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성기훈(이정재)이 돌아올 것”이라는 시즌2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을 하면서, <오징어 게임2>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승자는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가 빛을 본 것일까? 세계로 날아가버린 <오징어 게임>에 묻힌 듯하지만 <D.P.> 역시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뒀다. 한소희를 전면에 내세운 <마이 네임> 역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선전했다.

 

올해의 발견

Mnet이 벌인 여자 댄서들의 춤판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뜨겁고 떠들썩한 화요일 밤이 이어졌다. 8개 댄서팀이 보여준 것은 화려한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갔다. 각 팀의 개성과 훌륭한 리더의 모습,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여성들 간의 존경과 사랑. 2개월에 거친 길지 않은 방영 기간 동안 회를 거듭할수록 커졌던 화제성의 기반에는 그 모든 것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탈락이 야속했던 서바이벌이 또 있었던가? 댄스 신에 비로소 물이 들어왔으니, 정말로 언니들은 이제 시작이다.

 

돌아온 드라마퀸

전도연
JTBC <인간실격>. 삶의 의미를 잃은 이부정을 연기했다. 아버지 창숙(박인환)과의 호흡이 더없이 좋았다. <굿 와이프> 이후 5년 만에 복귀했다.

 

고현정
JTBC <너를 닮은 사람>. 모든 갈등의 중심인 정희주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이후 2년 7개월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전지현
tvN <지리산>. 김은희 작가의 신작으로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 역을 맡아 기묘한 사건을 파헤친다. <푸른 바다의 전설> 이후 4년 9개월 만에 출연한 드라마.

 

이영애
JTBC <구경이>. ‘게임폐인’이면서 누구보다 뛰어난 수사관 이이경. <사임당, 빛의 일기> 이후 4년 5개월 만의 복귀작이다.

 

GUILTY PLEASURE

남의 연애를 보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파격적인 콘셉트의 연애예능이 쏟아졌고, 자극적일수록 화제를 모으며 출연진의 근황까지 관심거리가 됐다.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제주도에 모인 <체인지데이즈>는 잊고 있던 설렘을 찾기 위해 서로의 파트너를 바꾸어 데이트를 하는 자극적인 콘셉트다. MBN <돌싱글즈>는 결혼을 경험하고 돌아온 싱글을 모아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공통된 경험을 통한 빠른 공감대와 거침없는 표현으로 인기를 끌어 시즌2가 방영 중이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연애리얼리티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다. 헤어진 커플 네 쌍이 함께 모여 생활하며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각자 저마다의 연애를 떠올리며 몰입한 끝에 최종 두 커플을 떠올리며 엔딩. 성공적이었던 만큼 시즌2가 기대된다.

 

주요 드라마 최고시청률

KBS 오! 삼광빌라 33.7% 

SBS 펜트하우스 29.2% 

SBS 원더우먼 17.8% 

tvN 철인왕후 17.4%

TV조선 결혼작사이혼작곡2 16.6% 

tvN 모범택시 16% 

tvN 빈센조 14.6%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14.1% 

tvN 갯마을 차차차 12.7%

 

올해의 캐릭터

빈센조 까사노
선한 편에 섰으되, 악당의 방식을 버리지 못한 빈센조 까사노. <빈센조>의 박재범 작가는 지금까지 없던 캐릭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고, 송중기가 그 캐릭터의 매력을 그 이상 살려냈다.

 

윤혜진
<갯마을 차차차>는 시청률과 화제성까지 모두 거머쥐었다. 치과의사 윤혜진으로 분한 신민아가 해사하게 웃을 때면 공진, 실제로는 포항 구룡포뿐만 아니라 세상이 다 밝아졌다.

 

오미주
<런온>의 오미주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과 삶에 최선을 다하는 요즘 여성들을 대변한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대신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나간다.

 

한호열
군 가혹행위, 탈영 등을 다룬 <D.P.>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던 것은 상병 한호열의 힘이 크다. 구교환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과묵한 이등병 안준호(정해인)와 좋은 밸런스를 이루었다.

 

오일남
보호본능 일으키며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할아버지가 세계관 내의 흑막이라니. 연극 배우 오영수가 연기한 일남의 대사들은 밈으로 발전해 <오징어 게임>을 대표하는 중.

 

올해의 게스트 

지난 도쿄올림픽은 사뭇 특별했다. 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선수들의 활약, 팀스포츠에서 보여준 우정과 선의의 경쟁이 눈에 띄었고 덕분에 메달보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 조명받았다. <유퀴즈 온 더 블록>은 발빠르게 국가대표 선수를 대거 섭외해 올림픽 특집을 편성했다. 양궁 대표팀을 비롯해 여서정, 안창림, 럭비 대표팀 등 화제의 인물들이 직접 올림픽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탁구 신동으로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신유빈은 올림픽 스타가 되어 <놀면 뭐하니?>를 방문했고 펜싱 국가대표팀은 <아는 형님>을 찾아 돈독한 팀워크를 증명했다.

 

어쩌면, 이 드라마

아직 보지 못했다면 ‘정주행’을 권한다.

괴물
중요한 건 범인이 아니다. <괴물>은 범인 찾기가 아닌 사람들의 심리에 집중하는, 진짜 심리 추적 스릴러였다. 신하균과 여진구는 물을 만난 듯했고, 조연 배우들 역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신하균), 작품상, 극본상 수상.

 

라켓소년단
“나에게 집중해. 내게 귀기울여 봐.” 커피소년의 주제곡이 농촌 풍경을 흐를 때면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해남의 ‘민턴이들’이 ‘소체’에 도전하며 우정과 풋풋한 첫사랑을 나누는 이 성장드라마는 여름 내내 선물 같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퇴근했는데 또 회사 이야기를 봐야 하나?’ 싶다가도 회사에서 성장하고 일로써 꿈을 이루고, 나가라고 해도 나갈 수 없다고 버티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는 뜨겁게 와 닿았다. 사표를 날리지 못하고 내일도 출근하는 모두를 위하여.

 

우리 안의 ‘금쪽이’

육아 카운슬링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의 열렬한 시청층은 2030이다. 누구에게나 돌봐야 하는 어린 아이가 있으니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사연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이고 잊고 있었던, 혹은 외면하고 있던 유년의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이들에게 오은영 박사의 말은 육아 조언을 넘어선 심리 치료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진솔하게 다가가는 아이와 부모를 보다 보면 어느새 함께 울기 마련이다. 코를 팽 풀고 난 후의 카타르시스를 한번 맛보고 나면 이번 주의 금쪽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오은영 박사는 이 프로그램으로 국민 멘토로 떠올랐다.

 

올해의 유행어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약자 지목 배틀에서 만난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를 단번에 끓게 만든 허니제이의 꿀멘트.

“어? 예쁘다…”
카페 사장 최준의 인사말이나 다름없다. 눈이 마주치면 3초쯤 그윽하게 바라보다 비음을 가득 섞어 말하는 것이 포인트.

“무야~호~”
유행어에도 역주행이 있다. 2010년 3월 MBC <무한도전> 알래스카 특집에 출연한 할아버지의 외침이 밈으로 돌고 돌더니 다시금 살아난 것. 유재석의 부캐로서 <놀면 뭐하니?>를 이끈 ‘탑텐귀’ 제작자의 이름 또한 ‘유야호’였을 정도!

 

올해의 얼굴

예능을 빛낸 얼굴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홍진경
공부예능이라니, 상상도 못했던 걸 홍진경이 해낸다. 카카오TV의 웹예능 <공부왕찐천재>에서 그는 공부 준비만 9시간을 하는가 하면 별안간 툭, 세상 기막힌 질문을 쏟아낸다. 그의 눈빛, 표정, 주변의 공기마저 웃기다. 그야말로 예능의 ‘찐천재’다.

 

김연경
지난 올림픽에서 세계 1위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김연경의 센스와 재치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올림픽 이후 쏟아지는 러브콜을 고사하며, 다른 선수들과의 동반 출연을 위해 국내 리그가 끝나길 기다렸다고. 식빵 언니는 다 계획이 있다.

 

이미주
누가 여자 아이돌을 청순가련의 틀에 가두려 하는가. 거침없는 텐션과 솔직함이 터질 때마다 미주는 빛난다. <식스센스2>에서 명예희극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 데 이어 단독 웹예능 <런웨이2>를 도맡았고, <놀면 뭐하니?>에서도 연일 활약 중이다.

 

최준
개그맨 김해준의 ‘부캐’로 비대면 소개팅 콘텐츠로 처음 등장했다. 쉼표 앞머리와 치명적인 비음, 끈적한 눈빛과 멘트까지. 질색을 하다가도 어느새 계속 보게 된다. 코맹맹한 라이브를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니 ‘준며든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OTT 대전

구독해야 할 OTT 서비스가 늘었다. 드디어 한국에 론칭한 디즈니 플러스는 막강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디즈니의 오랜 콘텐츠뿐만 아니라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타 등 쟁쟁한 디즈니 브랜드의 콘텐츠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런닝맨>의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강다니엘의 드라마 데뷔작 <너와 나의 경찰수업> 등 오리지널 시리즈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TV플러스도 SK텔레콤과 손잡고 국내에 상륙하며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를 공개했다.

 

내가 보는 웹예능

웹예능은 또 다른 시장으로 개척된 지 오래다. 방송 규제와 형식의 제한에 있어서도 자유로워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다. 올해 잘 본 웹예능.

<SNL코리아>
SNL이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4년 만에 돌아왔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안영미, 정상훈, 김민교, 권혁수 등 반가운 얼굴들 사이사이 뉴페이스 크루도 대거 합류했다. 회마다 화려한 호스트의 연기력은 물론, 특유의 말투로 단번에 조회수를 올린 인턴기자 ‘주기자’의 인터뷰를 기대하게 된다.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tvN <놀라운 토요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티빙을 통해 공개됐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출연해 활약을 보였던 부승관, 최예나, 이미주, 카이 등의 아이돌 출연진과 케이팝에 특화된 재재PD가 함께했다. 기존의 안정적인 포맷을 기반으로 에너지가 좋은 멤버들의 새로운 합이 더욱 돋보였다.

 

<더듬이TV: 우당탕탕 안테나>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모여 있는 안테나가 본격적인 웹예능에 나섰다. 페퍼톤스, 루시드폴, 샘 김, 김진아 등 쟁쟁한 아티스트가 안테나 로고송 대회에서 맞붙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대표 유희열을 잠재우기 위해 대결한다. 우스갯소리로 음악보다 웃기기에 진심이라는 그들의 은은한 광기에 묘하게 빠져든다.

 

2021 SURVIVO

어김없이 꾸준하게 방영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저마다의 잘한 점도, 아쉬운 점도 확실했다.

<고등래퍼4>
사나운 견제보다는 훈훈한 화합이 함께한 힙합 유망주들의 ‘착한 경쟁.’
이전 시즌과 비교해 한 풀 꺾인 화제성과 시청률은 역시 아쉽다.

<킹덤: 레전더리 워> 
뮤지컬 못지않은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다양한 무대 콘셉트와 여섯 그룹의 동반 성장.
무대는 화려했지만 멤버별 매력을 느끼기엔 분량이 부족했다.

<미스트롯2> 
30%가 넘는 압도적 시청률과 새롭게 생긴 초등부의 놀라운 재능.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전 시즌과 <미스터트롯>에 비해 부진한 인지도.

<슈퍼밴드2> 
여러 장르의 음악 천재들이 예선부터 화제를 모았고, 밴드음악만의 매력을 증명했다.
연주, 프로듀싱 참가자에 비해 보컬 참가자가 많아 다소 혼란스러웠던 팀 결성.

<쇼미더머니10> 
10년째 이어지는 유서 깊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음원 파워는 녹슬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들 사이 새로운 루키를 찾는 재미는 현저히 떨어진다.

 

예능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순위

32.9% 
KBS <트롯전국체전> 12회

19% 
KBS <트롯전국체전> 12회

16.6% 
SBS <미운 우리 새끼> 238회

16.1%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1회

15.8%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 46회

15.8% 
MBC <트로트의 민족> 10회

⁎출처 닐슨코리아

 

여성예능의 도약

늘 남자 출연진들만 나오던 예능이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게스트가 아닌 호스트로서, 프로그램의 중심에 여성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약진.

SBS <골때리는 그녀들>
연초에 방영됐던 파일럿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6월부터 정규 편성되었다. 각기 다른 일을 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함께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달린다. 난생처음 공을 차볼지언정 그들이 보여준 순수한 투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곧바로 시즌2가 결정되어 새로운 리그전을 앞두고 있다.

E채널 <노는 언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노는 언니>는 9월부터 시즌2를 시작했다. 도쿄올림픽을 거치며 국가대표선수에 대한 관심이 커진 후 더욱 흐름을 탔다. 맏언니인 박세리를 중심으로 멤버들의 입담과 케미스트리는 나날이 발전 중이다.

 

기나긴 평화

성공적이었던 <삼시세끼> 시리즈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지만 동어반복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슬의’ 99즈의 우정 여행을 담은 <슬기로운 산촌생활>, 시골 슈퍼의 사장이 된 차태현과 조인성을 담은 <어쩌다 사장>은 나란히 6%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심야주점 콘셉트의 <우도주막>은 김희선, 유태오, 카이 등 화려한 라인업에 비해 2%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장 좋은 성적인 11%대의 시청률을 거둔 프로그램은 연초에 방영되었던 <윤스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