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 등 ‘마라맛’ 연애 프로그램들이 나타났다.

 

내가 하는 연애도 귀찮아서 도망치고만 싶은데, 굳이 남의 연애를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남의 육아, 남의 결혼생활, 남의 아들, 남의 매니저, 남의 장인장모… 등등 온통 남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행렬의 하나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하트 시그널>로 누가 유명인이 되었는지도 나만 모른 채 살게 되었다. 그런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는 그런 무덤덤한 나도 관심을 가질 만큼 설정이 악독했다. 헤어진 남녀 8명이 한곳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하고, 실제로 누가 누구의 ‘엑스(Ex)’였는지도 알 수 없다. 이들은 어색하거나 능숙하게 과거의 연인을 외면하며 새로운 데이트를 하는데, 데이트코스는 과거의 연인과 의미 있는 장소이고 밤에는 경쟁자들이 묻는 과거의 연인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이런 문자가 온다. ‘당신의 엑스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사탄도 울고 갈 법한 설정이다. 제작진이 파놓은 함정을 마주한 출연자의 감정은 요동친다. 눈물과 회한, 미련 속에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긴장과 기대, 설렘도 있다 보니 옛 생각이 난다는 소감이 많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인 <체인지 데이즈>는 아직 헤어지지도 않은 연인들이 잠시 연인관계를 멈추고 함께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한 쪽을 선택하는 설정이다. TV를 떠나 플랫폼에 자리 잡은 연애 프로그램이 ‘마라맛’으로 바뀌는 건, 화제성을 노린 전략이다. 거기다 <환승연애> 제작진은 또 다른 묘수까지 준비한 모양이다. 그 전략에 속절없이 걸려든 시청자들은 오늘도 남의 연애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