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집을 살 수 있을까? ‘내 집 마련’ 신화가 넘쳐날 때, 청년세대가 꿈꾸는 ‘내 집’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방법이 없을까?

 

작년부터 부동산 매매시장에 2030세대가 ‘영끌’까지 하며 뛰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주식에 이어 왠지 나 빼고는 다 집을 사는 듯한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는데 통계는 기분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전체 거래량의 40.4%에 달하며, 역대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미스터리한 것은 청년 세대가 집을 사느라 난리인 와중에 하필 나도 청년세대에 속한다는 사실이고, 내게는 끌어모을 영혼조차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작년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는 8억5천만원대였다. 서울의 8억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주택담보대출로 40% 대출을 받고, 신용대출로 1억까지 받는다고 해도 현금 3억8천만원이 당장 있어야 한다. 여기에 가산되는 2천여만원의 취득세와 부동산에 지불해야 할 중개수수료, 일명 복비는 별개이다. 그러면 대체 현금이 얼마나 있어야 해? 포기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청년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평생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수능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수능이 어렵든 쉽든 1등급은 늘 같은 비율로 존재하니까요. 주거 문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집을 사요. 다만 집을 사는 소수가 전체를 대변하거나 대표하는 건 아니잖아요. 나머지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지수의 말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주거상담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온 연대체다. 도대체 그럼 내 친구와 동기들은 어떻게 집을 사고 있는가? 다양한 선택과 형태가 있다.

 

친구 A의 부모론

우스갯소리로 ‘부모론’이 있다. 만약 당신이 요즘 말로 금수저이고 다주택자인 부모를 두고 있다면 다주택자 세금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가 증여를 선택했을 수 있다. 실제로 작년 3~4분기 증여 신청건수는 9726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 이 경우에도 증여세는 만만치 않다. 또는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부모에게 차용증을 써서 부족한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아파트 구입 시에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쓰게 되어 있다. 즉, 어떻게 주택매수자금을 마련했는지 소명할 의무가 있다. 부모에게 주택자금을 빌렸다면 차용증에 빌리는 금액과 기간, 이자를 기재하고 다달이 이자와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아파트는 포기, 오피스텔로 간 친구 B

당장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려 한다면 굳이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제로 청약을 포기한 2030세대는 주거형 오피스텔과 빌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8% 올랐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오피스텔까지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아파트보다 높아 초기 자금이 부족해도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훨씬 열려 있는 셈이다. 현재 주거비용과 오피스텔을 구입했을 때 필요한 비용을 비교해보고, 후자가 낫다면 오피스텔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최근의 경향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수요자들이 오피스텔 수요자로 돌아서면서, 기존 원룸보다는 투룸 오피스텔이 훨씬 인기이다. 선호도가 높은 것을 구매해야 나중에 처분하기 쉽다.

 

‘몸테크’ 중인 친구 C

과히 아름답지는 않은 말인 ‘몸테크’는 이른바 ‘영끌족’이 만들어냈다. 20대의 종잣돈은 30대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살 수 있는 가장 저평가된 집, 즉 실거주에 단점이 많아 저렴한 집을 구입한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이나 재건축을 기다려, 집값이 상승하면 ‘갈아타기’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교통 등 인프라가 불편하거나 아주 오래돼 낡은 집 등을 구매한 후 불편을 참고 훗일을 도모하는 것을 ‘몸테크’라고 하며. 주로 3~5억 이하의 저렴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적은 종잣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올랐지만 여성은 주거에 있어서 안전함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에 주변 환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세 안고 투자한 친구 D

“2억으로 ‘갭투’할 곳 없을까요?” 회사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부동산 관련 오픈챗방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있는 힘껏 2억까지 모았지만 2억으로 살 수 있는 집이 거의 없다 보니 당장 거주할 수 있는 곳 대신 집만 사고 전세입자를 구해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뜻이다. 최근 7년째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보니, 지금이라도 사두지 않으면 이것마저도 살 수 없다는 공포심과 실물경제가 급상승하면서 현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심이 ‘갭투자자’를 만들어낸다.현재 주택담보대출은 실거주일 경우만 가능하기에 갭투자자들의 자금은 모아둔 현금과 약간의 신용대출이 전부이다. 그럼 전세를 안고 사는 경우 집주인인 나는 어디에서 살까? 회사 기숙사, 부모님집에 캥거루로 거주, 저렴한 월세룸 등 살 곳을 따로 구해야 한다.

 

보금자리론을 신청한 친구 E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의 조건을 줄줄 읊고 있다면 당신은 최소한 부동산 꼬꼬마는 아니다. 2030대 비혼 1인가족, 또는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데 가장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디딤돌대출은 소득이 연 6천만원 이하이고 매매가 및 전세가가 5억원 이하일 때, 2억원 내에서 집값의 70%까지 약 2%대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단 만 30세 미만 미혼세대주는 제외되며, 만 30세 이상의 미혼세대주도 대출조건이 강화된다. 보금자리론은 소득이 연 7천만원 이하일 때, 6억원 내의 집값의 최대 70%까지 신청할 수 있다. 대출받은 날부터 만기까지 금리가 고정되며, 대출한도는 7월부터 기존 3억에서 최대 3억6천으로 확대됐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친구 F

처음 독립하거나, 비혼의 형태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경우 세대주가 아닐 확률이 높기에 세대주 대상의 대출 및 정책을 이용하기 어렵다. 대신, 세대원을 위한 정책은 사회주택, 행복주택, 역세권청년주택 등 아예 다른 성격의 주택을 지원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이런 주택에서 최대한 돈을 모아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주택은 민간 공급 주택의 시세 8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최대 6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1인가구의 경우 2020년 기준 소득이 월 3백90만원대 이하라면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커뮤니티를 조성하고자 하는 사회주택도 늘고 있어, 친근한 동네 공동체를 경험할 수도 있다. 최근 청년세대의 입주 조건이 완화되어 주목받고 있는 행복주택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한 기간이 5년 이내이고 월평균 소득 합계가 전년도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2020년 기준 약 2백60만원대)라면 지원할 수 있다. 2년 단위 갱신으로 총 6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역세권청년주택은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던 공적임대주택과 달리 수요 높은 도심 내 역세권에 위치한 것이 큰 장점이다. 소득순위에 따라 시세 대비 85%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다. 시세 대비 30%에 달하는 공공임대도 존재하지만 한정적으로 공급된다. 단, 모두 경쟁은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