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 WISE <2>
2017년의 끝자락에서 혹시 나이가 한 살 더 들었다고 한숨 짓고 있는 건 아닌가? 노화는 사실 나이에 있지 않다. 우리 안의 태도에 있다.
그때 비로소 시간은 우리에게 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시 노화에 대한 자신만의 태도와 철학을 세워야 할 때다.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담담하게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그동안 잡지사의 에디터로 일하며 수많은 배우를 만나왔다. 배우에게도 노화에 대한 각자의 철학이 있다. 어떤 배우는 솔직하게 자신이 다양한 시술을 받고 있음을 털어놨다. 그녀는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나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는 거였다. 그녀는 노화와 싸우는 투사였다. 또한 다른 배우는 자신은 에스테틱에서 다양한 트리트먼트를 받지만 외과적 시술과 보톡스 주사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는 미세한 주름으로 연기를 해야 해요. 내가 내 얼굴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나는 할머니가 되어도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녀는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단골 스파에 들렀지만 성형외과에 가지는 않았다. 또한 다른 한 명의 스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고 하늘을 향해 일광욕을 하는 게 그녀의 일과였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도 바르라고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주름이 지고 있었는데, 아주 멋져 보였다. 나는 내가 만났던 얼굴들과, 내게 영감을 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지난여름, 72세의 배우 헬렌 미렌이 장식한 미국판 <얼루어>의 커버라인은 ‘안티에이징의 종말(The End of Anti-Aging)’이었다. 편집장 미셸 리는 더 이상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어가 노화를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존재처럼 만든다는 이유였다. 이 선언은 미국은 물론 다양한 문화권의 여성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언어는 의미를 담는다. 무심코 사용해온 ‘안티에이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화를 늦추는 것에 대한 콘텐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 미국판 11월호를 펼쳐 보았다. “우리는 우선 혈액을 채취해 특수한 원심분리기로 혈장과 혈소판을 분리한 다음 페이스 리프트 시술을 받은 환자의 피부 밑에 이것을 주입해 피부 재생 속도가 빨라지는지를 확인하죠”라는 코넬 대학의 성형외과 임상학 교수인 하이다 히르만드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포일 담요로 덮은 뒤 적외선 시술을 받을 동안 알칼리성 생수를 마시며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LA 셰이프 하우스의 적외선 스파가 있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내추라 비세(Natura Bisse)에서 제공한다는 ‘버블’ 트리트먼트는 너무나 솔깃해서 비행기표를 알아볼 뻔했다. 99.995% 순수 공기로 채워진 공간이어서 오염 물질, 공기 중 알레르기 물질을 완벽히 제거해 건강 염려증 환자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절개 없이 턱살이 사라진다는 자울 리프트는 어떤가. 그 모든 것이 과연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랬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우리 모두가 노화와 싸울 필요는 없다. 특히 어린 것은 선이고, 나이 드는 것은 악이라는 태도는 스스로에게 스트레스와 우울감만 더할 뿐이다. 하지만 시간을 멈출 수 없다면 조금 더 보기 좋게, 오늘을 조금 더 길게 하고 싶은 건 아마 모두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싸우는 게 아니라, 힘을 보태주려고 한다. 지금의 건강함을 좀 더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사이 내 주름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며, 언젠가 내가 살아낸 인생처럼 내 얼굴과 몸에 기록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는 주름에 대한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이게 멋지다고 생각되는걸요. 이런 가느다란 선들로 이루어진 두 개의 근육을 갖기 위해 그 모든 밤, 그 모든 고장, 그 모든 얼굴이 필요했잖아요. 당신은 이것을 쟁취한 거예요. 그것 때문에 활력 있어 보여요.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나는 이것들이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하고, 사람의 마음을 끈다고 생각해요.” 나는 여전히 다른 시술을 받을 생각이 없지만, 바스트 오일을 욕실 선반에 올려두었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가슴도 처진다.
최신기사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Camilla Akrans
- 스타일리스트
- 케이티 버넷(Katie Burnett)
- 헤어
- 타마스 투제스(Tamas Tuzes)
- 메이크업
- 수지 소볼(Susie Sobol)
- 매니큐어
- 알리시아 토렐로(Alicia Torello)
- 프랍 스타일리스트
- 이안 솔터(Ian Salter)
- 프랍 스타일리스트
- 이안 솔터(Ian Sa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