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

‘새로운 도시’라는 뜻을 가진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최대 도시다. 어디를 바라봐도 초록색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부드러운 바람이 머무는 그곳에 다녀왔다.

1 치앙마이는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사계절 짙푸른 치앙마이의 풍경을 살려 지은 포시즌스 치앙마이. 2 옛 란나 왕국의 흔적인 쁘라투 타페. 쁘라투 문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주말마다 마켓이 열리는 이곳은 치앙마이 사람들의 중심 생활지다. 3 마사지숍 앞에 늘어선 의자. 4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빠이의 거리.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가득한 여행자의 천국이다.

1 치앙마이는 산으로 둘러 쌓여있다. 사계절 짙푸른 치앙마이의 풍경을 살려 지은 포시즌스 치앙마이. 2 옛 란나 왕국의 흔적인 쁘라투 타페. 쁘라투 문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주말마다 마켓이 열리는 이곳은 치앙마이 사람들의 중심 생활지다. 3 마사지숍 앞에 늘어선 의자. 4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빠이의 거리.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가득한 여행자의 천국이다.

치앙마이 공항에 내려서 시내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다. 그리고 그 시간은 치앙마이를 알아채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민트 그린, 연분홍, 크림색의 알록달록한 건물, 짙은 초록빛 나무, 녹지 위를 어슬렁대는 말과 염소, 그리고 활짝 피어난 꽃들!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같이 밝고 따스하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이 펼쳐지는 길 위에서, 난생처음 보는 꽃나무의 이름을 묻는 것이 이곳에 도착해서 한 첫 번째 질문이었다. “라차푸륵.” 앞으로 5일의 일정을 함께할 가이드 투가 답했다. 버드나무처럼 흐드러진 노란색 꽃나무 라차푸륵. 한번도 입 밖에 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음색을 읊조리면서, 그렇게 치앙마이에 당도했다.

치앙마이 탐방 시작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다. 13세기 란나(Lanna) 왕국을 세운 맹라이 왕이 치앙마이를 수도로 삼으며 도시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럼에도 치앙마이는 여전히 작다. 도심에 사는 인구는 고작 14만 명 남짓, 근교의 인구를 더해도 1백만 명 정도다. 쇼핑몰, 호텔과 카페와 레스토랑 등 뭐 하나 부족함 없는 도시지만 언제나 한적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도시로서 치앙마이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그 출발점은 당연히 님만 해민(Nimman Haemin)이어야 한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님만 해민은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치앙마이의 가로수길’로 통한다.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서 재배하는 원두커피를 사용하고, 방콕까지 진출한 ‘와위 커피(Wawee Coffee)’ 본점이 있는 곳도 바로 이곳. 탁 트인 테라스에 앉아 오후를 즐기는 현지인과 여행자들, 그리고 태국어와 영어, 중국어가 뒤섞인 풍경은 이곳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다. 최근 님만 해민의 핫 플레이스를 꼽자면 단연 ‘리스트로토(Ristr8to)’다. 호주식 라테인 플랫화이트를 아름다운 라테아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니, 늘 아메리카노를 고집해왔더라도 이곳에서는 꼭 라테를 주문하길.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에서 스파를 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 스파(Oasis Spa)’도 바로 님만 해민 근처에 있다. 스파를 받는 2시간이 천국의 시간처럼 흘러간다.
님만 해민이 주머니에 조금 여유가 있는 여행자를 위한 곳이라면, 현지 사람들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 주말에 찾는 가게들은 차른랏(Charoenrat)에 있다. 치앙마이를 가로지르는 삥(Ping) 강을 따라 레스토랑과 바가 줄지어 있는데, 가격 대비 최고의 태국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굿 뷰(Good View)’는 어디를 가도 외국인으로 가득한 치앙마이에서 현지인이 더 많은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이다. 포시즌스 리조트의 매니저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라고 추천한 ‘리버사이드(Riverside)’도 늘 손님들로 붐빈다. 식사를 슬슬 마칠 저녁 8시쯤이면 어김없이 라이브 음악이 울려 퍼지고, 강가에 빛이 내린 거리는 한층 로맨틱하다.
치앙마이를 걸을 때, 강은 훌륭한 나침반이자 지도다.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란나 왕국의 흔적인 성벽, 쁘라투 타페(Thaphae Gate)에 도착한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생활의 중심지인 이곳에는 광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상점, 게스트 하우스, 여행사가 빼곡하다. 흥미로운 것은 광장이다. 태국 최대 명절인 송끄란 기간 동안 축제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는 광장은 마침 노동절을 기념한 미스 & 미스터 노동자 선발 대회가 한창이었다. 현지인들로 가득한 이 거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4시면 북부 최대의 거대한 시장으로 탈바꿈한다. 평일에 열리는 나이트 바자나 방콕의 차투착 시장과는 달리 엇비슷한 제품은 거의 없고, 제법 질 좋은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으니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일정이 맞는다면 한 번쯤 찾아가보길. 나무를 깎아서 만든 코끼리 가족을 단돈 1백 바트(약 3천5백원)에 건질 수 있으니 말이다.

1 TCDC의 잡지 코너. 2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티티 갤러리의 아늑한 공간. 3 칼라펠라는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 구마모토와 오사카에서 가져온 앤티크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4 문짝을 이용해 만든 빠이 거리의 장식품. 5 잃어버린 도시 위앙꿈깜의 흔적을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볼 수 있다. 6 엘리펀트 퍼레이드의 본점도 치앙마이에 있다.

1 TCDC의 잡지 코너. 2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티티 갤러리의 아늑한 공간. 3 칼라펠라는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한다. 구마모토와 오사카에서 가져온 앤티크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4 문짝을 이용해 만든 빠이 거리의 장식품. 5 잃어버린 도시 위앙꿈깜의 흔적을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볼 수 있다. 6 엘리펀트 퍼레이드의 본점도 치앙마이에 있다.

치앙마이의 취향 치앙마이는 꽤 세련된 취향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원래부터 수공예가 발달하기도 했지만,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치앙마이를 찾아온 유럽과 일본의 여행자와 장기 거주자들, 치앙마이 대학을 졸업한 젊은 예술가들이 한데 섞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태국 크리에이티브 & 디자인 센터(TCDC)가 방콕에 이어 두 번째 센터의 설립지로 치앙마이를 택한 것은 치앙마이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권에 6~8만원을 호가하는 디자인 서적 수천여 권이 벽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다!’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TCDC의 슬로건은 ‘Dance with Your Imagination and Change Your Life’, 디자인과 창의력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진지한 희망과 믿음이 묻어나는 문장이다.
치앙마이에 반해 정착을 결심한 사람들도 치앙마이 문화의 폭을 넓히는 존재다. 라비치(Rajvithi) 거리에 등장한 ‘칼라펠라(Kalapela)’의 두 남자처럼 말이다. 일본의 여행사에서 일하던 토모와 사케를 수입하는 방콕 출신의 조가 의기투합해서 차린 칼라펠라는 티와 와인, 사케, 그리고 수제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다. TWG, 마리아주 프레르를 비롯한 최고급 티만 취급하는데, 토모는 청담동에 얼마 전 TWG 살롱이 문을 열었다는 걸 알 만큼 서울 소식에도 훤하다. 왜 하필이면 치앙마이였을까? “풍경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해요. 문화도 훌륭하고요. 살고 싶은 도시죠.” ‘엘리펀트 퍼레이드(Elephant Parade)’의 설립자인 마이크 스피츠도 이 프로젝트의 본거지로 치앙마이를 택했다. 엘리펀트 퍼레이드는 선의에서 시작한 단순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휴가로 찾았던 태국에서 다리 없는 아기 코끼리 모샤를 만난 마이크는 코끼리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핸드페인팅한 코끼리 모형을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를 아시아 코끼리 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한다. 런던, 멜버른, 암스테르담 등 세계 도시를 돌며 매년 갖가지 디자인과 컬러를 핸드페인팅한 대형 코끼리 모형을 전시하는 이 행사에는 타미 힐피거, 케이티 페리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도 참여했다. 올해의 퍼레이드는 8월, 홍콩에서 열린다.

란나 왕조의 흔적을 따라서 세계사 시간에 배운 태국 역사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 지 오래지만, 자전거를 타고 유적지를 볼 수 있는 기회라면 언제든지 안장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치앙마이 도심으로부터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잊혀진 고대도시라고 불리는 위앙꿈깜(Wiang Kum Kam)을 둘러보는 자전거 투어처럼 말이다. 맹라이 왕이 치앙마이 이전에 수도로 삼았던 위앙꿈깜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 도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 도시는 그 비밀을 드러낸다. 홍수 피해 상황을 조사하려고 나온 공무원이 유적지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중간중간 자전거를 세우고 천천히 돌아봐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 이 유적지에 대해 여전히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치앙마이 출신인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유적이 있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라고 한다. 다만 태국 사람들은 소중한 물건을 사원이나 불탑에 숨겨두는 습관이 있기에, 그 보물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국가에 신고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20세기 초반, 이곳엔 일본 사람과 유럽 사람이 많았어요. 그중 태국 여자와 결혼한 한 유럽 남자는 담이 아주 높은 커다란 집을 지었죠. 그 안에서 보물을 캤는지 누가 알겠어요? ” 이쯤 되면 치앙마이 버전 <인디아나 존스>가 따로 없다. 막상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그 집의 담 높이는 2m도 채 되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빠이로 가는 길 코사무이, 파타야, 푸껫 등 태국의 유명한 여행지들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치앙마이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워낙에 산이 많다 보니 현지인들도 그 이름을 모르거나, 이름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눈앞에 보이는 산 이름이 뭐냐고 레스토랑 주인에게 물었다가 ‘도처에 산인데 이름이 있겠냐’며 면박 아닌 면박을 당한 적이 있을 정도다. 치앙마이에 자리한 작은 마을, 빠이(Pai)로 가는 길은 태국 북부의 산을 탐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로 3시간이 걸리는 길다면 긴 여정 동안 총 792번의 고갯길을 굽이굽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치앙마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40분 만에 빠이 공항으로 착륙하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여행하기로 한 이유는 ‘후아이 남 당 국립공원(Huai Nam Dang National Park)’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아래위로 펼쳐진 후아이 남당 국립공원은 위로는 미얀마 국경과 맞닿아 있다. 그중 모험심 넘치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빠이와 근접한 ‘키우롬 전망대(Kiew Lom View Point)’다.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이기도 한 이곳에는 안개 가득한 일출을 보기 위해 야간 캠핑을 하는 여행자도 많다. 대부분 치앙마이에서 출발해 이곳에서 밤을 새운 후, 아침 일찍 빠이로 떠나는 모험가들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조성된 나무 계단, 나뭇잎으로 만든 지붕, 통나무 게스트하우스까지 원래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곳은 일출 시간이 아닌 낮에 들러도 변함없이 아름답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온천이 있는 뽕 두에드(Pong Duead) 지역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다. 원천수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드무니까. 산 속에서는 더더욱!

1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갈로는 프로포즈를 앞둔 연인들에게 인기다. 이곳에서 디너 코스를 즐길 수도 있다. 2 매일 오후 5시, 하루 일과를 마친 농부들이 귀가하는 ‘파머스 퍼레이드’는 포시즌스 치앙마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3 매일 아침 7시, 호텔 로비에서 시주를 받아가는 스님들의 뒷모습. 4 갖가지 꽃과 풀, 나무, 그리고 새 소리로 가득한 산책로. 5 허브 가든 옆의 세면대. 란나 왕국의 터치가 가미되어 고풍스럽다. 6 포시즌스 치앙마이의 쿠킹스쿨은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날의 메뉴는 태국식 누들 샐러드인 얌운센.

1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갈로는 프로포즈를 앞둔 연인들에게 인기다. 이곳에서 디너 코스를 즐길 수도 있다. 2 매일 오후 5시, 하루 일과를 마친 농부들이 귀가하는 ‘파머스 퍼레이드’는 포시즌스 치앙마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3 매일 아침 7시, 호텔 로비에서 시주를 받아가는 스님들의 뒷모습. 4 갖가지 꽃과 풀, 나무, 그리고 새 소리로 가득한 산책로. 5 허브 가든 옆의 세면대. 란나 왕국의 터치가 가미되어 고풍스럽다. 6 포시즌스 치앙마이의 쿠킹스쿨은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날의 메뉴는 태국식 누들 샐러드인 얌운센.

빠이, 여행의 밤 여행자들의 도시, 빠이. 도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멋쩍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 어떻게 여행자들의 천국이 됐을까? 빠이에 오랫동안 머물며 써 내려간 노동효의 여행기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를 보면 조금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10여 년 전, 도시 생활에 한계를 느낀 태국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빠이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에 이끌린 여행자들이 빠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백인 여행자로 가득한 이 거리를 누군가는 방콕 카오산 로드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빠이의 밤은 카오산 로드의 그것처럼 흥청망청하거나, 위태롭지 않다. 활기찬 저녁 시간에도 대부분의 가게들은 10시, 11시 정도면 문을 닫는 데다가, 술병을 들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인 것처럼 떠드는 여행자들도 없다. 그저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기가 맥주잔과 함께 흐를 뿐이다. 이런 빠이에도 위기는 있었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마을 사람들 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산과 숲이 파헤쳐지기 시작한 거다. 그러자 주민들은 관청에 도시계발계획 입법을 건의했고, 태국 국왕 역시 개발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죽일 수 없다며 빠이 사람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찾음에도 여전히 고갯길을 792번 돌아와야 하는 것은, 개발 제한으로 인해 고속도로 공사가 중지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온갖 가게가 몰려 있는 중심가를 제외하고도 빠이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고산족인 리수(Lisu) 족의 거주지도 멀지 않고, 빠이의 전역을 바라볼 수 있는 빠이캐니언 등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야말로 인적을 찾기 힘든 자연이 드넓게 펼쳐진다. 치앙마이처럼 툭툭이나 택시를 찾아보기 힘든 빠이에서 많은 여행자가 이용하는 것이 오토바이다. 여권만 맡기면 단돈 100바트에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니, 경비를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겐 최고의 교통수단임에 틀림없다.
날이 어둑해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저녁이 되면 진짜 빠이가 얼굴을 드러낸다. 낮 동안 숙소에서 망중한을 즐기거나 떠나 있었던 여행객들이 거리로 나오고, 상점은 문을 열며, 거리는 노점들로 가득 찬다. 노천 바에 앉은 사람들은 맥주잔을 부딪치고, 순한 눈을 한 개와 고양이들은 식사 중인 여행자의 발치를 맴돌며 한입 얻어 먹기를 고대한다. 어딘가를 떠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에서, 그렇게 여행의 밤이 깊어간다.

그리고 또 다른 치앙마이 치앙마이의 도심에서 30분가량 떨어진 지역을 매림(Mae Rim)이라고 부른다.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터전이던 이곳은 치앙마이에서도 가장 푸른 곳이다. 그리고 포시즌스 치앙마이는 바로 그 푸르름의 한복판에 있다. 80여 개의 객실, 16채의 레지던스를 갖춘 포시즌스 치앙마이의 객실은 티크 목재와 태국산 면직물, 불교적 요소를 가미한 란나 왕조 스타일로 꾸며졌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것은 뜻밖에도 ‘벼’다. 농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논을 리조트 가운데에 그대로 남겨둬 지금도 농부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을뿐더러 1층 객실의 뷰를 ‘Rice View’, 2층 객실의 뷰를 ‘Upper Rice View’라고 부르는 데다가, 레스토랑의 흰 식탁보 위에 놓인 꽃병에는 꽃 대신 연둣빛 벼가 청초하게 담겨 있을 정도다.
치앙마이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 더 가까이 뛰어들고 싶다면 포시즌스 치앙마이의 자랑인 쿠킹 클래스에 참석해야 한다. 수업은 아침 7시, 근처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현지 사람들이 직접 만든 향신료와 태국의 쌀, 흰색, 분홍색 빛깔의 달걀, 레몬그라스와 갈랑가의 향기, 그리고 색색의 과일과 생선, 고기까지, 놀랍도록 저렴하고 소박한 현지 식재료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노련한 요리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줄 테니 부디 요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부엌에서 요리하는 기회를 놓치지는 말길! 식사가 끝난 후 선생님과 스태프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마스터 셰프 증명서’를 수여받는 기분도 꽤 좋았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여행지 <더 콘데나스트 트래블러<가 세계 최고의 스파로 선정한 스파도 반드시 체험해야 할 것 중에 하나다.
이곳을 떠나는 마지막 날 밤의 식사는 리조트 내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테라스(Terraces)’에서 할 것을 권한다. 매주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리는 선데이 런치로 가장 유명하지만, 언제 가도 최고의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밤의 리조트 풍경을 바라보면서 천국 같았던 이곳에서의 나날들을 고요히 음미하자. 그리고 레스토랑을 떠날 무렵이면, 능숙한 매너의 스태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 또 치앙마이에 올 건가요?” 차마 ‘내일 당장이요!’라고 답하지는 못했다.

MUST SEE
Tita Gallery 포시즌스 치앙마이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기념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카페다. 10년 가까이 이 아늑한 공간을 꾸려오고 있는 갤러리의 주인은 치앙마이 대학을 졸업한 티타. 홈메이드 케이크와 치앙마이의 니키 스피릿(Ni ikki Spirit)으로 만든 모히토인 니키토를 맛볼 수 있는데 특히 아보카도 케이크는 놓치지 말 것. 와위 커피도 판매한다.
Think Park 치앙마이에도 대형 쇼핑몰이 연달아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마야 쇼핑센터 바로 앞에 들어선 싱크 파크는 카페, 와인바, 레스토랑, 디자인숍 등 단독 상점이 모여 하나의 공원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다. 치앙마이 아트신의 중심인 님만 해민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숍들이 주를 이룰 예정으로 입구에 자리한 커피숍 & 와인바인 ‘카페 비노(Kafe Vino)’는 이미 여행자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안형준
    기타
    취재협조 | 태국 관광청, 아비아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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