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 만드는 남자
그는 런던에서 여전히 손으로 프리미엄 캔들 조나단 워드 런던(Jonathan Ward London)을 만든다. 조향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직접 하는 조나단 워드가 서울에 왔다.
당신이 만든 최초의 향초는 어떤 것이었나.
‘Dance in Summer Rain’이다. 어릴 적 가족들과 캠핑하던 기억을 되살려 향을 디자인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텐트 문을 열고 나와 이슬 맺힌 풀밭을 맨발로 걸으며 느낀 상쾌함을 담았다.
술을 즐기는 영국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캔들 컨테이너도 언더락스 잔을 닮은 것을 쓴다던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코냑과 위스키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술잔과 비슷한 용기를 디자인한 것도 내 취향일까? 조나단 워드 런던의 향 중에는 이미 진한 코냑 노트를 사용하는 향이 많다.
당신의 향초가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단일 노트가 아닌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향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향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또 과잉재배되는 남미산 소이왁스 대신 북미산 소이왁스를 사용하고, 여기에 ‘왁스의 캐시미어’라고 할 수 있는 비즈왁스를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공정 자체도 매우 정교하다. 향초는 물론 용기 제작 등 모든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한다.
당신의 향초에는 항상 두 개의 심지가 있는데?
비교적 단시간 안에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두 개의 심지를 쓴다. 향별로 다른 굵기의 심지를 쓰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순간까지 새 초를 켰을 때와 동일한 향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조나단 워드는 향초도 있고, 디퓨저도 있다. 각각의 장점을 설명한다면?
불꽃과 향이 어우러지는 순간은 정말 멋지다. 매일 저녁 집에 돌아와 향초와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가? 디퓨저는 향을 좀 더 손쉽게 사용하기 위해 만든다. 낮 시간 동안 향기를 유지해줄 수 있고 아이들이나 애완동물이 있는 경우 더 안전하다.
조향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많을 것 같다.
실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패션과 다르게 반드시 시즌별 마감을 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았다고 느낄 땐 출시하지 않는다.
향초를 사용하는 당신의 노하우를 말해준다면?
향초를 불어서 끄면 연기가 생겨 잔향을 망친다. 스너퍼가 없으면 집에 있는 사기 그릇 등으로 초의 윗부분을 덮어두면 연기 없이 초를 끌 수 있다. 또 때와 장소에 맞는 다양한 향초를 쓰는 게 좋다. 오전과 오후. 집중할 때와 즐길 때. 지금 그것에 관한 라는 책을 쓰고 있다.
당신은 여행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다. 만약 ‘서울’에서 영감을 받은 향초를 만들게 된다면, 어떤 재료를 넣고 싶은가?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느끼는 중이지만 아직 노트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좀 더 고민을 해야겠다!
‘조나단 워드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단시간 안에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사업적 노력은 자제하고 싶다. 내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향을 출시하거나, 내가 생각했을 때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제품군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빨리 늘리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세상에 이미 수만 가지의 향 제품이 있는데 의미가 담기지 않은 향을 하나 더 늘리는 게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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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