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을 좋아하는 마음으로부터 내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 사람들이 있다.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가장 나다운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을 선물해준 속옷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르리프> | 서애실 디자이너

<얼루어> 독자들에게 르리프에 대해 소개해달라. 
르리프는 오가닉 코튼으로 브라렛과 노와이어 속옷을 만드는 친환경 라이프 웨어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인 르리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릴리프(Relief)와 리프(Leaf)의 합성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담고 싶어 두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속옷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면 소재 속옷을 입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속옷이 너무 한정적이더라.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속옷 만드는 것을 공부하고 직접 만들어보면서 흥미를 느꼈다. 나처럼 소재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한 속옷을 만들고 싶었다.

저자극 봉제법을 적용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르리프의 오가닉 코튼 브라렛 세트.

오가닉 코튼의 장점은 무엇인가?
화학 비료와 농약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목화로만 만든 것이 오가닉 코튼이다. 그래서 피부에 닿았을 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소재라는 것이 장점이다.

소재뿐 아니라 봉제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다른가?
봉제할 때 어떤 실을 사용하는지, 어떤 봉제법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피부를 자극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봉제가 피부에 닿는 느낌이 싫어서 브라렛 안감은 아예 봉제선 없이 만들었다.

르리프의 속옷을 입을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이 있나?
합성 물질이 배제된 소재이기 때문에 세탁이 제일 중요하다. 천연 소재에 합성 세제를 사용하면 결국엔 오가닉이 손상된다. 천연 세제로 세탁을 하거나 단독으로 사용이 어렵다면 다른 세탁물은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주는 세탁망을 이용하면 오래도록 입을 수 있다.

디자인할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
주로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는 편이다. 이번 시즌에 주로 사용한 핀턱 디자인은 나뭇잎의 주름에서 영감을 받았다. 핀턱 디테일이 디자인적인 요소도 있지만 주름이 자연스럽게 지면서 BP점이 가려지는 장점도 있다. 이렇듯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도 자연의 요소에서 영향을 받는다.

나뭇잎에서 영감을 받은 핀턱 주름 디자인.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봉제에 신경을 많이 쓴 것. 봉제의 느낌이 당연한 것인 줄 아는 사람이 많더라. 르리프는 다른 무엇보다 편안한 착용감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장점이다.

르리프의 속옷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 환경에 관심이 있고 의식 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오가닉 코튼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포장할 때 테이프 대신 종이풀을 사용하는 등 우리 브랜드도 환경에 해가 덜 가기 위한 방법을 항상 강구하고 있다.

르리프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철학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브랜드일 것.

새해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 
올해는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우리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소통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오가닉 속옷 제품개발과 함께 오가닉 원사를 이용한 심리스 제품 준비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베크부> | 박지혜 디자이너

아베크부는 어떤 브랜드인가?
레이스 홑겹 브라를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다. 아베크부는 불어로 ‘당신과 함께’라는 뜻이다. 사회에서 만들어낸 정형화된 미의 틀에서 벗어나 내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일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레이스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레이스의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여자들의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편안한 것도 중요하지만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영화나 노래. 이번 시즌은 영화 <어톤먼트>의 세실리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풀숲에서 들꽃을 꺾어 뛰어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는 그 순간 어떤 속옷을 입었을지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아베크부만의 섬세한 레이스.

아베크부는 프랑스어로 당신과 함께라는 뜻을 지녔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레이스를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아베크부만의 레이스를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고객들에게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내 몸을 긍정하는 보디 포지티브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일단 내가 한국 사회에서 지향하는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그것과 조금 어긋난 사람들을 이리저리 평가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생겼다. 그러던 중 영국 유학을 갔는데 한국과는 달리 정말 속옷이 많더라. 한국에서 유행하던 뽕브라, 코르셋과 다름없는 브라들과 다른 다양한 속옷을 접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속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게 내가 실행한 첫 번째 보디 포지티브다.

아직 브라렛을 부담스러워하는 독자가 많다.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실제로 아베크부 고객들의 문의가 가장 많은 부분이 BP노출이다. 아베크부는 물론 다른 브랜드에서도 패드를 내장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으니 부담스럽다면 패드를 착용하는 것을 권한다.

아베크부를 대표하는 순수하고 깨끗한 릴리알 컬러 속옷.

아베크부의 속옷을 입었으면 하는 대상이 있나?
자신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인지하지 못한 분들이 아베크부를 입으면서 본인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면 좋겠다.

속옷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예쁘고 편해서 이제 다른 브랜드는 못 입겠어요.’ 혹은 ‘가지고 있는 속옷을 다 아베크부로 바꿔야겠어요.’ 이런 리뷰들을 보면 뿌듯하다.

아베크부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사랑하는 것.

새해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아베크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체화시키고 싶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좀 더 탄탄히 해서 아직 자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텍스테> | 박아름 디자이너

텍스테를 독자들에게 소개해달라.
텍스테는 란제리를 통해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브랜드다.

고객들과 블로그로 소통하고, 사이즈에 대해 같이 고민을 나누는 게 인상적이었다.
텍스테는 블로그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만든 블로그가 결국엔 브랜드로 발전했다. 그래서 아직 블로그에서 사람들의 치수에 대한 고민을 듣고, 각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치수의 다양성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있나?
다양한 사이즈가 있는 것이 공평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성 사이즈로 판매하긴 하지만 그 이상인 경우 오더 메이드를 진행하고 있고, 최대한 사이즈 범위를 넓히는 것이 브랜드의 목표다.

라벨을 속옷 바깥쪽에 붙인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는 라벨이 몸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두 번째 이유는 ‘Always Behind’라는 자수 라벨을 통해 텍스테는 언제나 당신 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두의 뒤에서 응원한다는 마음을 담은 텍스테의 라벨.

텍스테의 속옷을 담아주는 종이 패키지.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을 받는 매개체가 있나?
어떤 공간에 있는 여자들을 생각하면서 속옷을 디자인한다. 예를 들면 요리를 하는 여자가 하얀 브라에 파자마를 입으면 예쁠 것 같다든지, 그런 상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 일단 내 스스로 텍스테가 되려고 하는 것이 다른 브랜드와 다른 것 같다.

일과 내가 구분되지 않으면 힘들 때도 있지 않나?
요새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없어지는 거니까. 아무래도 나의 관심사가 모두 텍스테에 녹아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올해부터는 천천히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서 텍스테를 제외한 내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내 몸을 긍정하는 보디 포지티브에 관심을 가진 것이 언제부터인가?
20대 초반, 스스로 속옷을 선택해서 입어보고 내 몸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텍스테의 속옷을 담아주는 종이 패키지.

최근 내 몸을 긍정하고 사랑하자는 움직임이 많지만 실제로 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나는 다이어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행동들이 남들의 시선, 사회적인 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살을 빼고 속옷을 산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살 빼고 난 후의 나를 예뻐하기보단 지금의 나에게 예쁜 속옷을 입히면 나를 더 사랑할 힘이 나지 않을까?

텍스테의 속옷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
한 번도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몸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 나는 사람들 모두가 적당한 나르시시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화장이 잘됐을 때, 옷을 예쁘게 입었을 때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지 않나? 텍스테의 속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나를 예쁘게 바라봐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새해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나의 삶에 텍스테 이외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 쿠킹 클래스나 도자 수업 등 새로운 취미 생활을 만들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