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RULES / 캣츠아이

2026.06.25김정현

K-팝 시스템에서 빚어진 연습생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온몸에 그 노력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드레스와 힐, 네크리스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드레스와 초커는 가스파 마리니치(Gaspar Marinic). 힐은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이어링은 판코네시(Panconesi). 네크리스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재킷과 톱, 쇼츠, 니삭스는 모두 파울린 두얀코트(Pauline Dujancourt). 이어링은 제블랑크(Jeblanc). 힐은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SOPHIA & DANIELA & LARA & MEGAN & YOONCHAE

<얼루어> 한국과 미국, 필리핀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함께한 캣츠아이의 커버 촬영은 멤버들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틀간 진행됐다. 한창 촬영 중인 현장에서 만난 멤버들은 성공에 대한 열망만큼 각자 먹는 것에 얼마나 진심인지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단순히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친 소피아(Sophia), 다니엘라(Daniela), 라라(Lara), 메간(Megan), 윤채(Yoonchae)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대기실에 있는 커다란 갈색 가죽 소파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과자로 손을 뻗었다. 타키스 나초칩, 할라피뇨 칩 봉지를 거침없이 뜯으며, 밴앤제리스 쿠키도우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듬뿍 뜨는 멤버들의 모습에는 조금의 가식도 없다. 산처럼 쌓인 과자 때문인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시끌벅적한 수다 때문인지, 소파에 너무도 편하게 앉은 모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교 사교 클럽 기숙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이런 북새통에서는 인터뷰가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내 앞에 있는 이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세계적인 팝스타라면 더더욱 그렇다. 멤버들은 정신없는 분위기에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지만, 메간은 갑자기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 같다며 소피아 옆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짐작이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진 끝에, 인터뷰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비로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를 불평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들이 수다를 떨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은 오히려 또래 청춘의 일상에 가깝다. 지난 몇 년간 캣츠아이는 실험적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차세대 음악 아이콘으로서 위상을 떨치기까지 경주마처럼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두 차례 올랐고, 시상식 무대에 올라 동료 아티스트와 전 세계 1440만 명의 시청자, 아이콘즈(Eyekons, 캣츠아이 팬덤명) 앞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올해는 코첼라 무대에 데뷔해 첫 두 장의 EP <SIS(Soft Is Strong)>와 <BEAUTIFUL CHAOS>의 수록곡은 물론, 최근 발매한 ‘PINKY UP’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촬영 중 새로운 희소식이 들려왔다. 세 번째 미니 앨범 <WILD> 발매 기념 월드 투어(10개국 27개 도시에서 개최)가 단 48시간 만에 매진되었다는 보도다. 그리고 <얼루어> 촬영 이틀 뒤에는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후보에 오른 모든 부문을 석권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대표곡인 ‘PINKY UP’과 ‘Gnarly’의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아직 귀에 익지 않더라도, 멤버들의 얼굴만큼은 SNS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가능성이 크다.

캣츠아이는 이미 펜디, 라네즈, 코치, 판도라, 러쉬, 글로시에 등 굵직한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미국 청바지 브랜드 갭(GAP)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크게 바이럴됐다.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의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를 기억하는가? ‘좋은 유전자(Good Genes)’라는 문구를 둘러싸고, 우생학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던 직후 캣츠아이는 갭의 데님 캠페인을 통해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켈리스(Kelis)의 히트곡 ‘Milkshake’에 맞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춤췄고, 해당 영상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필리핀, 쿠바·베네수엘라, 가나·이탈리아·스위스, 인도, 중국계 싱가포르, 한국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멤버들로 구성된 캣츠아이는 ‘좋은 유전자’ 논란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으로 받아들여졌다.

빼곡한 일정 속에서도 멤버들은 모두 약속된 시간을 정확히 맞춰 현장에 도착했다. 단 한 명,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라라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이날 허리 통증으로 MRI를 찍고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맞고 왔다. 어쩌면 이런 일정조차 세계적인 팝스타의 일상에 포함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일을 하려면 초인적인 존재가 되어야 해요.” 소피아가 말했다. 라라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도 지금껏 여러 부상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메간 역시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3개월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적절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한 것은 멤버들에게도 꽤 큰 변화다. 병원 진료 때문에 늦은 라라는 오히려 그 사실이 더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병원에 다녀오느라 늦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저를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할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였죠.”

크고 작은 상처와 부상에도 캣츠아이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이들은 처음부터 그런 운명을 위해 탄생한 그룹인지도 모른다. 캣츠아이는 BTS를 탄생시킨 소속사 하이브와 미국 음반 레이블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의 야심 찬 협업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전 세계 12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멤버들은 K-팝 시스템 기반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글로벌 슈퍼스타로 빚어졌다. 처음에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연습생 동료였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멤버들은 글로벌 오디션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되면서, 하룻밤 사이 한 팀의 동료에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최종 선발을 위한 고군분투는 유튜브, 위버스, 아베마(Abema)를 통해 공개됐다. 6명의 최종 멤버가 발표된 피날레는 2023년 11월 17일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이 과정은 이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팝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로도 제작됐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20명의 연습생이 팬 투표와 멘토 평가를 거쳐 최종 6인으로 추려지는 전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멤버들은 그때를 돌아보면 어떨까? “힘든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라라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이어 “방송을 본 사람들은 ‘정말 많은 일을 겪었구나’라고 말하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하죠. 방송에 나온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요”라고 덧붙였다. 다른 멤버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 편집본에 담기지 않았지만 데뷔조 멤버 상당수가 부상에 시달렸고,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야 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던 시간이었다. 팀의 유일한 한국인 멤버 윤채에게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찍이 아이돌 데뷔를 목표로 연습생 생활을 해온 그는 캣츠아이에 합류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다. “항상 혼자 레슨을 받거나 연습했어요. 밥도 매일 혼자 먹었고요. 정말 외로웠어요.” 윤채는 당시를 담담히 떠올렸다. 한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라라가 멘토에게 강한 성격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피드백 이후 라라는 데뷔를 위해 스스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캣츠아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참가자들은 저와 비슷한 고충이 있었죠. 하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었기에 스스로를 억눌렀고, 분명 그럴 가치가 있었죠. 그럼에도 영혼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을 느꼈어요”라고 고백했다.

캣츠아이의 초기 정체성과 성장해 가는 멤버들 사이의 간극은 그룹뿐 아니라 멤버 개개인에게도 큰 전환점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첫 라이브 방송에서 욕을 하지 않았거나 자유롭게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 거예요. 어떤 분야에서든 영향력이 생기려면 규칙을 깰 수 있어야 해요. 음악 업계에서도 규칙만 따르는 사람은 새로운 역사를 쓰지 못하죠. 원하는 게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 해요!” 메간이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물론 이들의 자기표현은 음악이나 창작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뷔 후 메간과 라라는 라이브 방송 중 성소수자임을 밝혔고, 퀴어인 자신의 성정체성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PINKY UP’ 라이브 무대에서 라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을 지원하는 의미의 문구 ‘인형을 지켜라(Protect the Dolls)’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해당 티셔츠는 미국 디자이너 코너 아이브스(Conner Ives)가 제작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영국의 성소수자 단체에 기부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비비안 제나 윌슨(Vivian Jenna Wilson), 멜 포에버(Mel 4Ever), 새턴 라이징(Saturn Risin9), 벡스(Vhex), 카탈리나(Katalina) 등 여러 트랜스젠더 아티스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저는 누구든 사랑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공개된 연애 상대를 기준으로 타인의 성정체성을 규정하려고 하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저는 지금까지 많은 여성과 연애했어요. 여성과 연인 관계가 되는 건 아름다운 경험이고, 제 인생과 정체성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라라는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혔다. 메간 역시 라라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는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했지만, 남성과 교제한다고 해서 그 정체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팬들은 잘 모르지만, 제 첫 연인은 여자였어요. 인종이든 정체성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게 당신의 모습이라면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면 돼요. 그 누구도 그것을 부정할 권리는 없으니까요.”

드레스와 뮬, 브레이슬릿은 모두 디올(Dior). 이어링은 사울레 라벨(Saule Label).
드레스는 그레테 앙리에트(Grete Henriette). 스트랩 힐은 지안비토 로시. 뱅글은 모두 마아베(Maabae). 링은 디올.

다섯 멤버 모두 팝스타로서의 삶에 적응하며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의상이나 메이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주저 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덕분인지 현장에서는 놀라울 만큼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다시 평범한 20대로 돌아간다. 수다 중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구석에서 셀카를 찍고, 스피커에서 비욘세의 정규 앨범 <RENAISSANCE>가 나오자 볼륨을 높여 떼창하는 싱그러운 청춘으로 말이다.
촬영을 위해 난생처음 눈썹 탈색을 감행한 메간과 다니엘라는 이를 확인하자마자 비명을 질렀고, 다른 멤버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대기실 쪽을 돌아봤다. 다행히 그 소리는 비명보다 환호에 가까웠다. “분위기를 확 살려주는데요!” 메간이 새로운 모습에 흡족해한다. 다니엘라 역시 아빠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새로운 스타일을 자랑한다. 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대학생 시절 6명의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며 살 때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통계학 수업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다 목요일 저녁 해피아워를 즐겼던 우리와는 다르다.

이들은 거대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움직이는 핵심 구성원으로, 그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각자가 짊어진 역할이 막중하다. 현재 팀의 리더는 소피아다. 당초 멤버들의 투표로 선출된 인물은 라라였지만, 팀과 소속사 사이의 조율자 역할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를 양보했다. “제가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편이라 멤버들이 저를 리더로 뽑아준 것 같아요. 하지만 리더의 자리는 단순히 의견을 내는 것 이상의 다양한 자질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회사 측 입장도 좀 더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어야 해요”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팀 내 역할은 비교적 분명하다. 라라는 그룹의 창의적 방향성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메간은 팀 분위기를 이끌며, 윤채는 K-팝과 글로벌 멤버를 잇는 가교다. 팀 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다니엘라는 이내 “음, 전 잘 모르겠어요. 멤버들이 저를 어떤 포지션으로 생각하는지 듣고 싶어요”라며 자세를 고쳐 앉고, 멤버들을 쳐다봤다. 소피아는 다니엘라가 무대를 압도하는 뜨거운 에너지를 더하는 존재라고 설명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그가 빠진다면 엄청난 공백이 생길 거라고 입을 모았다.

민감한 주제지만 팀 내에는 실제로 한 명의 빈자리가 있다. 바로 캣츠아이의 여섯 번째 멤버인 마농(Manon)이다. 여섯 멤버가 완전체로 공식 활동에 나선 마지막 무대는 지난 2월 4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다. 이후 20일,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는 마농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농은 지난 4월, ‘소속사와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지만, 향후 행보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 모두 오늘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도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도 마농의 복귀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멤버들은 인터뷰 내내 캣츠아이를 ‘6인조 그룹’이라고 말했다. 마농의 복귀 계획에 대해 묻자, 소피아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가장 중요한 건 마농의 건강과 안녕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를 비롯한 다른 누구도 재촉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농에게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떤 추측도, 섣부른 결론도 내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마농을 위해 우리는 언제나 그 자리를 남겨두고 있어요. 멤버들과 팬들 모두 마농을 사랑해요. 캣츠아이 완전체를 사랑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팬이어도 무척 궁금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 마음을 이해해요. 하지만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계속해서 사랑과 응원, 인내심을 가지고 지지해주셨으면 한다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이후 SNS상에는 마농과 관련된 의문이 끊이지 않았고, 이 중 몇몇 추측은 굉장히 날이 서 있었다. 멤버들은 온라인상의 이런 의견에 어떻게 대응할지 어느 정도 자신만의 방법을 익힌 듯 보였다. 모두 SNS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고, 필요하다면 완전히 차단하기도 한다. 라라는 최근 3주간 틱톡 앱을 삭제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캣츠아이는 오는 8월 공개될 새 앨범 <WILD> 발매 기념 월드 투어 준비에 한창이다. 멤버들은 첫 EP <SIS>와 비교해 음악적 방향성과 비주얼 콘셉트가 완전히 다를 거라고 입을 모았다. 소피아는 “그때의 우리는 전혀 우리답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WILD>는 ‘진짜’ 캣츠아이에 가까운 작품일까? “새로운 음악을 발표할 때마다 점점 더 솔직해져요. 좀 더 날것의 우리로, 우리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어요”라고 메간이 답했다. K-팝의 전형적인 색과는 다르지만, 캣츠아이의 DNA에는 K-팝이 새겨져 있다. 다니엘라는 “저희 음악이 K-팝은 아니지만, 많은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라고 설명한다. 이에 팀 내 유일한 한국인 멤버인 윤채는 “아마 우리에게 가장 K-팝스러운 부분은 트레이닝 시스템일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소피아는 필리핀 출신이며, 라라와 다니엘라, 메간은 모두 미국에서 자랐다. 다만 이들은 각자의 인도·라틴·중국계 문화적 배경을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음악이 여러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듯, 멤버들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두 세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니엘라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인과 백인 사이에서 저는 충분히 백인이 아니죠. 라틴계 사람에게도 완벽한 라틴계로 보이지 않고요. 저처럼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중간에 있는 듯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그런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메간 역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혼혈인으로 자라며 온전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제 자리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미국에서의 혼혈인이 느끼는 극심한 정체성 혼란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캣츠아이 멤버가 되고 나서도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죠. 내가 어떤 인종을 대변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요. 하지만 혼혈이라고 해서 제 뿌리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중국계라는 사실은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라고 덧붙였다.

현재 라라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독립해 생활하고 있지만,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멤버는 윤채로 보였다. 캣츠아이 데뷔조에 참여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캣츠아이가 되기 위해 미국에 왔을 때 이곳에서의 생활이 무척 혼란스러웠어요.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버전의 윤채를 만들어야 했죠. 여전히 힘들지만, 그 당시에는 마음고생이 훨씬 심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고백을 이어가던 그는 한 팬의 이야기를 꺼냈다. “트위터에서 우연히 한 아이콘즈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미국에 온 유학생이었는데, 저처럼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했죠. 따돌림도 당하는 등 힘든 일을 겪고 있었대요. 그러던 중 캣츠아이에 합류해 성장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저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어요. 그 글을 읽는데 마치 저 자신을 보는 것 같았죠. 그분이 저를 보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저 역시 아이콘즈의 솔직한 이야기로 위로받았어요.” 이야기가 끝날 무렵, 결국 윤채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모든 멤버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몸을 돌려 엄마 같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휴지를 건넸다. 이 자리를 비롯해 여러 인터뷰에서도 막내를 보호하려는 멤버들의 애정은 실로 각별하다. 윤채가 영어로 표현하고 싶은 말을 찾지 못할 때면 대신 문장을 이어주거나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었다.

“우리 우정은 절대 가식이 아니에요.” 소피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캣츠아이의 성공에는 팬들이 이들의 우정을 ‘진짜’라고 믿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직접 지켜본 멤버들의 관계는 분명 특별했다. 이들의 유대감은 친구라기보다 가족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서로의 절친이에요. 멤버들은 저에 대해 모르는 게 없고 항상 붙어 있기 때문에 서로를 단순한 직장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가족, 쉬는 날에도 같이 노는 자매인 거죠. 훗날 제 결혼식 들러리까지 서줄 존재예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설탕이 잔뜩 든 과자를 먹고 한껏 흥이 오른 멤버들의 대화는 ‘결혼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메간은 “그때쯤이면 우리 중 몇 명은 이미 아이가 있겠죠? 그럼 그 아이들이 화동을 하면 되겠네요!”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소피아 역시 맞장구치며 즐거워했다. 메간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이다.

미래에 대해 한바탕 호들갑을 떤 뒤 멤버들은 캣츠아이로 활동하며 배운 것에 대한 성찰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저는 외동으로 자라서 저 스스로에 대해 무지한 부분이 많았어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었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형제가 없으면 제 눈높이에 맞는 조언이나 충고를 해줄 존재가 없었으니까요.” 함께 일하는 경험이 스스로를 변화시켰다는 다니엘라의 말에 멤버들 모두가 동의했다. 다만 멤버들 모두 그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알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린 시절의 저는 팀 활동을 선호하지 않았어요. 학교 조별 과제는 질색이었죠. 언제나 혼자 하는 게 더 좋았어요. 하지만 이제 협동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됐죠. 팀워크는 정말 가치 있는 능력이에요. 그리고 그룹으로 활동하는 것만큼 팀워크를 배우기 좋은 기회는 없는 것 같아요.” 라라의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독할 정도로 힘들었던 훈련과 폭발적 관심 속에서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고, 누군가는 타인과 함께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깨달은 사실은 캣츠아이는 단순한 멤버 개인의 합 이상의 그룹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아직도 더 많은 것을 꿈꾸며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Elizabeth Gulino
    포토그래퍼
    Charlotte Rutherford
    스타일리스트
    Lisa Jarvis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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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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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an Alv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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