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배우 남궁민의 새 작품은 늘 순수한 시청자의 마음으로 기대하게 됩니다. <결혼의 완성> 공개를 앞둔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요?
요즘은 어떤 목적에 대한 욕심이나 생각이 예전보다 적어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주관이나 목적, 꿈이 확고했는데, 어차피 그것들이 마음먹거나 욕심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 노력하려고는 하되 그거에 얽매이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 와중에도 작은 목표나 바람은 있겠죠?
건강해지자! 몸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정서적으로 부담을 주는 일 같거든요. 항상 노력은 하고 있지만, 사실 좀 그래야 좋은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인생에 대한 고찰이나 고민 없이 좋은 연기를 하기는 힘들죠.
결국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일이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너무 그러면 힘드니까, 정서적으로도 가끔씩 자신을 놔주고 편안해지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고민도 중요하고, 고뇌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만족할 줄도 알고, 생각도 비우려고 하죠.
내려놓는 중이군요. 그 와중에 만난 이번 작품은 어떤가요? ‘이혼 직전에 아내가 납치되고, 그 아내를 찾아 나서는 남편.’ 이 한 줄이 로그라인인데요.
그게 다예요. 그걸 열심히 12부 동안 합니다.(웃음) 이설 씨가 납치되고, 제가 막 찾으러 다닐 때 정말 긴장감이 넘쳐요. 몸값 준비하고, 몸값 주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범인을 쫓다가 오히려 제가 지명수배자가 되기도 해요.
이설 씨 몸값, 얼만가요?
상당하죠. 그런데 저는 없어요. 저희 처가댁에 빌려달라고 해요. 저는 8000만원밖에 없어요.(웃음) 저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고, 부자는 장인어른입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사이가 나빠졌어요. 그런 설정이에요.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테니”라는 명대사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우리 이혼하자”인 건가요?
‘안아줘야지’ 그건 참 서사와 감정이 너무나도 잘 쌓여 있는….(웃음) 둘 사이에 생긴 오해가 너무 많아요. 남자는 이혼을 결심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미워하면서 남자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제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다가 이혼하자고 요구해요. 그렇지만 납치됐으니 제 목숨을 걸어야죠.
이번에는 납치범과의 두뇌 싸움 쪽인가요?
두뇌 싸움을 많이 하려고는 하는데 범인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지 않고, 어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죠. 드라마에서 주로 등장하는 기간이 거의 사나흘 정도예요. 그래서 계속 같은 옷을 입어요. 슈트 두 벌을 똑같은 걸 맞춰서 꽤 많이 입었어요.
긴급하게 흘러가는 거군요. 근데 그런 작품이 재미있으면 다음 주를 정말 기다리게 되거든요.
기다리실 거예요! 우선 저는 보기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노린 건 그런 거였어요. 사람들이 흐름을 놓치고 다시 봐도 계속 볼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어제 바빠서 놓쳐도 오늘 봐도 이해가 잘되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어디에 매력을 느꼈나요?
맨 처음부터 좋다 안 좋다가 분명히 느껴지는 작품이 잘되더라고요. 초반 전개가 마음에 들었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일단은 쉬웠고,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긴장감이 넘쳤어요. 처음에는 부부가 현실적으로 겪어야 할 고민을 잔잔하게 다루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갑자기 너무 다른 느낌의 내용이어서 그런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가족이 납치됐는데 찾아야죠. 그렇게 생각하면 쉽네요.
<천원짜리 변호사>라든지 <검은태양> <연인> 같은 경우에는, 제게 특별한 능력이나 힘과 권력이 있는 역할이었거든요. 근데 ‘강태주’는 평범한 캐릭터예요. 싸움도 잘하지 못하다 보니까 전작의 인물과는 다르게 찌질해 보일 수 있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런 찌질함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주인공이라고 무조건 싸움이나 칼싸움 잘하고, 유머러스하고, 사랑에 있어서도 헌신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나름 꾀를 썼는데 어설프기도 하고, 아내 때문에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그런 면요.
평범함을 연기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하던데요. 어땠나요?
연기는 그냥 다 어려운 것 같아요.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하면 할수록 그래요.
후배들은 대선배를 보며 ‘저기까지 가면 수월하겠지’ 할 텐데요.
하하. 근데 좋은 캐릭터 잘 만나고 좋은 드라마 만나면 선배들보다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 게 연기죠.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캐릭터를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항상 ‘오늘 연기가 왜 이렇게 안 되지?’가 아니라 ‘원래 연기는 어려운데 오늘도 역시 어렵구나’ 해요. 그래서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좋을지 신이나 상황에 대해서 늘 고심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어떻게 헤쳐 나갔나요?
작가님과도 고민을 많이 했고요.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도, 흥미 위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많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낮과 밤> 찍으면서 만났던 감독님이라 서로 아이디어 내면서 맞춰갔죠.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방법을 찾았나요?
지금까지 저는 작품 때문에, 작품을 보고 선택했거든요. 언젠가는 캐릭터만 보고 선택하고도 싶어요. 예를 들면 캐릭터적으로는 제가 맡은 강태주보다 대명이가 맡은 납치범 역할이 더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오늘 화보 콘셉트가 배우 남궁민과 이설의 ‘이혼숙려캠프’예요. 이 부부 정말 괜찮을까?
하하하! 저 엄청 좋아합니다. 자주 보는 프로가 <이혼숙려캠프>와 <나는 SOLO>. 그걸 은진(안은진)이한테 영업 당해서 보게 되었어요. “선배님 한번 봐보세요~” 했는데, 시즌 1부터 2~3주간 집에서 그냥 그것만 계속 본 것 같아요. 보면서 회당 제작비는 얼마일까? 저런 무궁무진한 드라마가 나오는데, 우리 드라마 팀들 진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는 사람들이 걱정도, 고민도 많잖아요. 그 1시간 동안 아무 생각 안 들고 빠져들게 하는 것도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되게 좋은 프로 아닐까 해요.
늘 새로운 매체와 형식을 검토하고 있군요?
‘요즘 흐름이 이런 건가?’를 파악하려고 보긴 하죠.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제가 과장은 해봤잖아요.(웃음)
철저한 사전 준비로 유명해요. 이번에는 무엇을 준비했나요?
전에도 해봤기에 따로 의사 역할을 준비한 건 없었어요. 작가님, 감독님과 저희 이야기를 12부까지 어떻게 재미있게 끌고 갈 수 있을지를 의논하고 분석하려고 했고요. 아! 오히려 외모 준비를 잘 안 했어요.(웃음) 잠도 못 자고 범인 찾아 다니는데 얼굴이 말끔하면 이상할 것 같았거든요. 그냥 모르겠다. 어차피 맨날 쫓아다니고 밤도 새우는데 푸석푸석하게 나오면 좀 어떠냐. 편집 기사님이 <우리영화> 때랑 같은 분인데, 되게 유명한 분이에요. 그분이 두 작품 속에서 제 모습이 서로 너무 달라 보인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하하. 이설 씨와도 <우리영화>에 이어 두 작품을 이어갑니다. 부부로 같이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잘 아는, 너무 편한 후배여서 좋았어요. 납치 사건과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의 사건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남편과 아내로서의 감정 교류를 할 수 있는 신이 많이 없어서 그걸 함축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생략된 부분이 많아 얘기 나누면서 함께 잘 만들어갔어요.
또 납치범인 김대명 씨와의 긴장감이 무척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대명이가 연기를 잘해요.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전화를 아주 잘해요.(웃음) 일반적이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코패스 납치범의 모습이 아니라 의외성 있는 연기지만 빌런의 모습을 잘 표현해줘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어요. ‘연기 너무 좋다’는 말을 만날 때마다 해준 것 같아요. 우리 둘이 서로 대립하지만 더 재미있게 대립해야 시청자가 많이 볼 거 아니에요. 근데 이런 것도 저는 현장에서 편하게 ‘네가 이렇게 더 화내면 내가 더 기죽을 것 같고, 이렇게 하면 더 부딪칠 것 같다’라는 얘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에요.
드라마가 곧 공개됩니다. 설렘도 긴장감도, 또 자랑스러움도 느껴져요, 어떤 반응을 기다리고 있나요?
이번엔 저를 크게 내려놨어요. ‘채널 돌리지 마세요!’ ‘어딜 딴 데 보려고!’ 하는 느낌으로 했어요. 제가 좀 찌질해 보이더라도요. 좋은 드라마, 관심을 많이 받는 드라마가 되면 최고죠. 저희 드라마가 아니라도 같이 서너 달 정도라도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자주 나와주면 좋겠어요. 제 작품 중에서는 <스토브리그>랑 <연인>이 그런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좋은 작품을 1년에 하나 정도는 하고 싶어요.
이설
남궁민 씨와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만났어요. 지난해 <우리영화>에서는 헤어진 연인이었고, 이번에는 이혼을 앞둔 부부죠.
이렇게 바로 연달아 작품을 함께하는 일이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미 한번 호흡을 맞췄다 보니 훨씬 편안했어요. 이번에는 더 밀도 있는 관계로 만나야 했기에 그 신뢰가 도움이 됐고요.
더 가까이에서 함께한 현장은 어땠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선배님이 믿고 보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훨씬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시더라고요. 진심으로 연기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이 곧 연기이고, 연기가 곧 인생인 사람처럼요. 저 역시 그런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김정현 감독님과도 2018년 KBS 단막극 <옥란면옥>에서 만난 인연이 있었어요. 벌써 8년 전쯤인데, 감독님도 저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데에 서로에게 감사하고 기뻐했어요. 여러 인연이 한데 모여 좋았지만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혼 직전, 이설 씨가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엄청난 서스펜스와 반전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 주목해서 봐주시면 훨씬 흥미로울 거예요. 여러 사건을 겪지만 저는 이 작품이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랑일까요?
사랑밖에 없던 부부에게 절망의 씨앗이 심어지고 애증으로 피어나요. 사랑과 슬픔이 만나 증오가 되기도 하고, 애증이 되었다가 또 다른 마음으로 변하기도 해요. 세윤을 연구하며 가장 크게 잡은 감정은 슬픔이었어요.
설명되지 않은 역사가 많은 부부네요.
맞아요. 그 서사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우는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쉬는 날 남궁민 선배의 사무실에 찾아가서 같이 연습도 많이 했어요. 또 납치되어 혼자 갇혀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그때는 믿을 게 저밖에 없더라고요. 저에 대한 믿음을 견고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고세윤은 병원 이사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졌지만, 납치 사건의 피해자가 되면서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죠. 어떤 작업이었나요?
외로운데, 또 재미있었어요. 그런 상황과 감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귀한 기회니까요. 납치 이후 세윤은 체면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오로지 살고자 하는 본능만 남죠. 그 원초적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을 담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납치당하며 입는 옷에 대해서도 정말 고민 많이 하고, 피팅하고, 회의를 통해 결정했어요.
<골드랜드>의 차유진과 <침범>의 박해영을 통해 이미 이글이글하고 처절한 본능을 지닌 인물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죠.
유진은 뭔가를 탐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면, 해영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큰 인물로 해석하고 연기했어요. 둘 다 누군가를 해하지만 동기는 다르죠. 세윤은 또 달라요. 이번에는 ‘살아남고자 하는 눈빛’을 봐주시면 좋겠어요.
매 작품 낯선 얼굴이에요. 작품을 결정할 때 어떤 기준이 있나요?
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좋아요. 배우로서는 감사한 일이고요. 어떤 분은 ‘너무 고된 것만 골라서 하는 게 아니냐’ ‘혹시 어떤 의도가 있느냐’라고 묻기도 해요. 그냥 제게 주어진 선택지 중 그 순간 가장 해보고 싶은 걸 선택할 뿐이에요. ‘나는 이런 배우가 돼야지’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그 인물의 크기도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요.
요즘은 어떤 인물에 최선을 다하고 싶나요?
<결혼의 완성>에서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웃음) 악인을 해보고 싶어요. 당할 만큼 당한 이 울분을 다음 작품에서 악행으로 한번 폭발시키고 싶습니다.
데뷔 초와 지금, 연기를 향한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어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요.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느끼거든요. 현장에 출근할 때마다 한계에 부딪치고 매번 무너지고, 집에 갈 때 후회하며 우울해져요. 그리고 다음 날 출근할 때는 또 소풍 간다는 생각으로 떠나요. 집에 갈 때는 또 우울해지고요.(웃음) 그 반복인데 어떻게 해요, 좋아하니까 해야죠. 내가 잘하고 있나 의심될 때는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i), 우타 하겐(Uta Hagen)의 책을 가끔 다시 펼쳐 봐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이나 동료들에게 전화해서 ‘나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묻기도 하고요. 요즘 동료 배우들의 연극무대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최근 연극 <디 이펙트>로 무대에도 올랐죠. 그곳은 어떤 소풍이었어요?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했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나 이거 하고 싶다. 이거 아는 사람? 소개해줄 사람?’ 하고 널리 소문을 내요. 당시에는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소문을 냈는데, 강승호 배우가 민새롬 연출의 새 작품을 소개해줘서 참여하게 됐어요. 그 시간 내내 내가 진짜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오히려 데뷔 초보다 지금 더 선명하게 느꼈어요.
그 확신이 언제 더 선명해졌어요?
영화 <침범>을 기점으로요. 사실 연극 <오셀로>를 하고, 드라마 <남과 여>를 찍은 후 선택의 기로에 놓였어요. ‘내가 과연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내가 배우를 할 만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침범>과 <디 이펙트>를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됐죠. 저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일을 진짜 좋아하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면 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죠. 정말 사랑하면 약자가 되기도 하고요.
맞아요. 사람이 너무 좋으면 집착하잖아요. 그래서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취미도 꼭 있어야 하고요.
평소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죠?
주로 책 읽기와 운동인데, 요즘은 펜싱을 배워요.
운동선수 역할도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펜싱이었어요?
언젠가 운동선수나 악기를 다루는 역할을 하는 게 꿈이에요. 펜싱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소설 <어둠의 속도>를 읽고 있었는데, 주인공의 취미가 펜싱이었어요. 이 스포츠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펜싱하는 친구를 알게 됐고요. 그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가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바둑처럼 상대의 수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해요. 민첩한 동시에 흥분하면 안 되죠. 무게중심도 아래로 내려가 있어야 하고요. 연기랑 연결되는 지점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운동을 다양하게 해보는 편인가요?
‘찍먹파’예요. 그냥 다 해봐요. 프로급으로 잘하는 건 없고 해본 건 많아요. 웬만한 악기도 운지는 다 해요. 그런데 곡을 연주해보라고 하면 할 줄 아는 건 없어요.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재미있을 만큼만. 잘하려면 기록에 집착하게 되잖아요.
독서광으로도 유명하죠. 여전히 많이 읽나요?
이제 독서광이 아닙니다.(웃음) 예전에는 한 달에 20~30권씩 읽었다면 요즘은 두세 권 정도 읽어요.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본 보는 시간이 늘었어요. 소설에는 사람의 심리가 글로 잘 녹아 있어서 캐릭터의 심리를 이해하거나 상상할 때 책을 읽어온 시간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과거 <얼루어> 인터뷰에서 책을 읽는 일이 해소의 경험이라고 했어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동굴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럴 때 계속 읽어요. 읽는다는 건 제게 명상 같은 활동이에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요. 그전에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엄청난 절망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고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이 깨닫고 배운 걸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창안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비극은 같지만 선택은 다르잖아요.
이야기를 써볼 생각은 없나요?
깨작깨작 뭔가를 쓰기는 하는데, 잘 안 되네요. 그래도 항상 이야기를 품고 지니고 싶어 해요. 누군가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면 메모하고 사용 허락도 받아놔요!
<사냥개들 시즌2>의 쿠키 영상에 등장한 뒤로 연락 많이 받았죠? 짧은 등장인데 강렬했어요.
진짜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되는 거냐, 시즌3가 나오는 거냐고 묻는데, 저도 몰라요.(웃음) 올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얼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의 목표는 뭔가요?
그 어느 때보다 진짜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동료에게는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고, 시청자와 관객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름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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