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광 해방 일지

지긋지긋한 화장실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감행한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보톡스 시술기.

45분마다 화장실을 찾는 여자 

나의 ‘방광 보톡스 여정’을 본격적으로 풀어가기 전, 어쩌다가 이 시술까지 받게 되었는지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기억나는 시점부터 나는 거의 평생을 소변 문제로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며 살았다. 식사 자리나 영화관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여행이라도 떠나면 45분마다 “다음 휴게소에서 잠시 쉴 수 있을까?”라며 양해를 구하는 처지였다. 체구가 작으니 방광도 크지 않아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게 당연하다는 농담 섞인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지난 1년간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웃어넘길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심각해졌다. 1시간 동안 소변을 보러 여러 번 가야 했고, 볼일을 본 후에도 잔뇨감 때문에 늘 찜찜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하고 낯 뜨거운 일이 된 것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뉴욕의 비뇨기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카발레르(Elizabeth Kavaler) 박사를 찾아갔다. 그는 사람의 방광 크기는 거의 비슷하다며, 나의 ‘작은 방광 이론’을 단칼에 정정했다. “세상에 ‘너무 작은 방광’은 없어요. 소변을 얼마나 잘 참을 수 있는지, 즉 방광의 기능성이 문제일 뿐이죠”라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인간은 300~500cc의 액체를 방광에 저장할 수 있지만, 내 경우엔 방광 기능 검사 결과 150cc도 차기 전부터 심한 불편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내게 내려진 진단명은 ‘과민성 방광(Overactive Bladder, OAB)’이었다. 

뜻밖의 구원 투수, 보톡스의 마법

카발레르 박사는 내게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먼저, 과민성 방광 치료제를 복용하고, 만약 약물이 소용없다면 보톡스 치료를 시도해보자고 했다. ‘보톡스’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얼굴 주름 때문에 맞은 적은 있지만, 보톡스가 ‘아래쪽’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혹시 보톡스가 생소한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Allergan)사가 최초로 개발한 주름 치료제의 제품명이며, 신경 물질을 차단해 근육 수축을 둔화시키고 주름을 개선한다. 이 원리를 방광에 적용해도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이 지나치게 민감해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빈번하게 수축하는 것이 원인입니다.” 카발레르 박사의 설명이다. 이어 “보톡스를 방광 근육에 주입하면 근육이 이완되고 긴장도가 낮아집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변을 저장할 수 있고, 갑작스럽게 화장실에 가고 싶은 ‘요절박’ 증상이 개선되며 소변을 본 후 잔뇨감도 사라지죠.” 그는 방광 보톡스의 이점을 설명하며 효과는 ‘6개월 정도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치료의 첫 단계로 세 종류의 약을 먼저 복용했지만 눈에 띄는 개선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입안이 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 부작용 탓에 길 한복판에서 심하게 기침만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다음 단계인 보톡스 치료로 넘어갈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시술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미네소타 의과대학 소속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 니스린 나키브(Nissrine Nakib) 박사의 환자였던 캐리 더킨(Carrie Durkin)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했다. 더킨은 2013년 과민성 방광 보톡스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 목적으로 10년간 정기적으로 시술을 받았고, 그전에는 허가 외 의약품(오프라벨)으로 비급여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다발성 경화증 협회에 따르면, 환자의 약 80%가 방광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 신호가 차단되거나 지연되면서 방광 기능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보톡스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예전엔 8시간을 잔다고 하면 7~8번은 화장실에 가야 했으니까요. 숙면은커녕 잠을 거의 못 자는 것과 다름없었죠. 하지만 보톡스를 처음 맞은 날 밤, 저는 한 번도 깨지 않고 처음으로 단잠을 잤어요.” 더킨은 치료 효과를 극찬했다. 

‘치료’로서의 보톡스는 뭐가 다른데?

방광 보톡스와 안면 보톡스 모두 엘러간사의 제품을 사용하며 성분도 동일하다. 하지만 부위에 따라 효과 유지 기간은 다르다. 얼굴에 주입했을 때 지속 기간은 3~4개월이지만, 방광은 6개월 정도로 더 길다.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할수록 보톡스 유지 기간은 짧아집니다. 반면 방광 근육은 얼굴만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기에 보톡스 효과가 비교적 오래 지속됩니다.” 나키브 박사의 설명이다.

사용 용량도 다르다. 의료 서비스 센터 UCLA 헬스에 따르면, 방광 보톡스는 보통 100~200U(유닛)을 사용한다. 이는 부위당 정량이 20~40U인 안면 보톡스와 비교하면 훨씬 많은 양이다. 안면 근육은 얇고 면적이 좁아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하지만, 방광 근육은 면적이 훨씬 넓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 가격 면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안면 보톡스는 미용 목적이라 실비 청구가 불가능하고 지역이나 의료진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지만, 방광 보톡스는 ‘치료’ 목적이기에 보험 적용 대상이다. 나는 병원 측의 도움으로 보험사 사전 승인을 얻어 실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한 회당 1400달러(약 205만원)라는 아찔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과민한 근육을 잠재우는 21회의 주사

방광 보톡스 시술은 외래 센터에서 수면마취로 진행하고 당일 퇴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국소마취를 택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으면, 간호사가 요도를 통해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용액을 주입해준다. 말만 들으면 무척 불쾌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잠깐 꼬집힌 정도의 가벼운 불편함이었다. 마취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0분 정도 기다리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카발레르 박사는 주사 한 번당 약 0.5cc, 총 100U(10cc)의 보톡스를 요도를 통해 방광 벽 21곳에 나누어 주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차례 바늘이 깊숙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깊은 심호흡을 해야 했지만, 대부분 약간 뻐근한 정도라 견딜 만했다. 시술이 끝난 뒤 사용한 주삿바늘을 보여달라고 했다. 주사기 공포증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확인하고 싶었다. 무시무시한 바늘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짧고 가늘었다. “방광 벽 두께가 5mm 정도라 바늘도 3mm면 충분합니다”라고 카발레르 박사가 설명했다. 그는 “방광 내시경을 병행할 때 얇은 연성 내시경 안으로 주사기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바늘이 가늘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술 후 효과는 빠르면 5일, 늦어도 2주 뒤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으며, 감염과 혈뇨 예방을 위해 3일 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최후의 수단, 천수신경 조절술

카발레르 박사에 따르면, 환자의 약 5%는 약물과 보톡스의 효과를 모두 보지 못한다. 이럴 때 고려하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천수신경 조절술(Sacral Neuromodulation)’. 이는 방광 내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장치를 삽입해 신경을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등허리 쪽에 장치를 삽입하는데, 그곳에는 골반 전체를 관장하는 제3 천골 신경이 있습니다. 신경 주위를 전기 자극기인 가는 와이어로 감싸고 엉덩이 부위에는 소형 배터리를 삽입하죠. 이 장치가 방광에서 뇌로 가는 비정상적인 신호를 차단합니다. 뇌가 신경 신호를 받아들이는 회로 자체를 조절하는 셈이죠.” 나키브 박사가 수술 과정을 설명했다.

신경 조절용 배터리는 충전식과 비충전식이 있다. 비충전식 영구 배터리는 수명이 약 10년이며, 수명이 다하면 기기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반면 재충전식 배터리는 피부 위에 벨트 형태의 무선 충전기를 대고 자력으로 충전하는데, 수명이 15~20년으로 더 길지만, 6~10개월마다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키브 박스는 보톡스 시술 전에 천수신경 조절술을 먼저 테스트해보는 걸 권했다. 임시 배터리로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서다. “보톡스를 먼저 맞았는데 효과가 없다면, 보톡스 성분이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임시 배터리 테스트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임시 배터리를 먼저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다면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보톡스를 맞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하게 되죠.” 어떤 치료법을 택할지는 결국 개인의 취향과 선호에 달렸다. 내 경우 보톡스가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 조절술까지 감행할지는 미지수지만,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를 테니. 

마침내 화장실로부터 자유로워지다

그래서 방광 보톡스 효과는 어땠느냐고? 솔직하게 단점부터 말하겠다. 카발레르 박사가 경고했듯, 효과가 있더라도 몇 달 간격으로 주기적인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건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또 국소마취를 했음에도 통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실제로 아산화질소를 사용해 불편함을 덜어주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시술 후 출혈은 없었지만 하루 정도 아랫배가 뻐근하고 쓰라린 느낌도 들었다.

이제 좋은 점을 말할 차례. 시술 받은 지 3주가 지났고, 효과가 정점에 도달하려면 한 달은 걸린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벌써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느껴진다. 최근 해수욕장에서 무려 2시간 반 동안 느긋하게 바다를 즐겼고, 4시간짜리 기차 여행 중 단 한 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 쾌거를 이뤘다. 볼일을 본 후 그 지긋지긋한 잔뇨감이 사라진 것도 큰 차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내게는 눈물겹도록 놀라운 성과다. 방광 보톡스, 과연 그 고생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좀 더 지켜보겠다고 답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과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이제는 화장실 때문에 삶이 휘둘리지 않도록 내 방광의 건투를 빈다. 

    BETH SOBOL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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