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시작된 지 벌써 24년. 3세대 커플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가 결혼을 인정한 2026년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스파이더맨의 연인들을 소환했다.
사랑해 나의 MJ

젠데이아의 생일은 9월 1일. 날짜를 기억하게 된 건 2021년 9월 1일에 톰 홀랜드가 SNS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고 있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사진을 찍는 젠데이아. 톰 홀랜드는 “나의 MJ,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내. 깨어나면 전화해”라고 적었다.
<스파이더맨> 신작 홍보였냐고? 아니, <스파이더맨: 홈커밍>으로 시작된 3세대 스파이더맨과 MJ의 현커 인증이었다. 오랜 시간 따라 다닌 열애설에 “친한 친구 사이”라며 선을 그었던 두 사람.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 키스하는 파파라치 사진이 공개되고 두 달 뒤였다.
한동안 이 사진을 앨범 폴더에 넣어두고 조카 사진 꺼내 보듯 때마다 들여다봤다. 이렇게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이라니. 역대 스파이더맨 커플을 모두 좋아했지만 ‘톰데이아’를 향한 애정은 중증이었다. 젠데이아의 매력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얼루어 웹사이트를 도배할 수 있지만 톰데이아 커플 한정, 가장 좋아하는 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톰을 뒤에서 안고 있는 젠데이아의 사진이다. 아, 이 설레는 키 차이라니!
결혼 축하해 톰데이아!


어린 시절,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보기 드문 키 차이에 설렌 적도 있었지만 이 둘의 꽁냥꽁냥은 세상 삐딱한 사람도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든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에 퍼진 결혼식 사진은 AI로 만든 가짜였지만) 두 사람이 정말로 결혼했다는 기사를 보고 젠데이아의 이모라도 된 것처럼 눈가가 촉촉해졌을 정도.
영화 홍보를 위해 방문한 로마에서 톰이 젠데이아를 “마리!’라고 부르는 영상을 보고는 나도 ‘마리!’라고 불러야지 다짐했다(젠데이아의 본명은 젠데이아 ‘마리’ 스토이머 콜먼이다). 성지 순례 리스트도 추가. 로마에 간다면 젠데이아가 톰에게 가게 이름을 확인시켜 준 ‘지오리티’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어야지!
<스파이더맨> 시리즈 여주 가운데 최애는 역시 젠데이아. 그런데 막상 적고 나니 미안해진다. 최애는 최근에 빠져서 최애 아닌가? 돌이켜 보면 나는 스파이더맨의 연인의, 오랜 추종자였다.
원조 MJ 커스틴 던스트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원히 소녀의 몸으로 사는 뱀파이어 ‘클로디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1982년생. 다음해 MTV 어워즈에 참석할 당시 하늘색 드레스에 하얀 타이즈를 입고 ‘젤리 슈즈’를 신은 본투비 패셔니스타.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쇼핑을 자극하는 할리우드 파파라치 사진 속 단골 셀럽, SNS도 PPL도 없던 시절의 원조 ‘꾸안꾸’. 1대 MJ 커스틴 던스트 이야기다.
한일 월드컵을 기다리며 들떠 있던 2002년 5월, <스파이더맨>이 개봉했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가 유전자 조작 슈퍼거미에 물린 뒤 도시의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 커스틴 던스트는 그가 짝사랑하던 ‘메리 제인’이었다. 커스틴은 원작 코믹스 캐릭터처럼 빨간 머리로 염색하고 등장했는데, ‘빨간 머리 앤’의 지독한 콤플렉스였던 머리색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빨강이 받지 않는 퍼스널 컬러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카메라 테스트에서 스파크가 튀었던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는 피터와 MJ처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2편 촬영을 앞두고 헤어졌고, 샘 레이미 감독은 둘의 결별이 영화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고 한다. 그 여파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촬영 전, 제작사 소니픽처스가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을 불러 놓고 한 말은 매우 유명하다. “절대 연애 금지!”
샘 레이미 감독의 원조 <스파이더맨> 3부작부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거쳐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2017년에 시작됐으니 요즘 ‘애기들’은 원조 MJ를 모를 터. 두 해 전 커스틴 던스트는 SNS에 ‘스파이더맨’ 우산을 쓰고 있는 아이의 (발만 나온) 사진을 올리며 자조했다. “엄마가 MJ였다는 걸 전혀 모른다.”
스파이더맨의 첫사랑, 엠마 스톤

3대 스파이더맨과 함께 여주들은 3대 MJ로 묶이기도 하는데, 리부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엠마 스톤의 극중 이름은 메리 제인이 아니라 ‘그웬 스테이시’였다. 이전까지 빨간 머리로 여러 작품에 등장한 엠마 스톤이 원래 머리색인 금발로 등장한 이유. 그웬은 피터 파커의 아픈 첫사랑이었다.
뉴욕 최고 과학 기업 ‘오스코프’의 수석 인턴이자 뉴욕 경찰청장 딸,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다 일진에게 얻어 터지는 피터 파커를 도와주는 똑똑하고 당차고 정의로운 인물. 하지만 히어로라는 직업의 가장 슬픈 점은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 2편에서 시계탑 아래로 떨어진 그웬을 끌어안고 피터가 우는 장면은 팬들의 눈물 버튼이다.
어쨌거나 소니픽처스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 역시 사랑에 빠졌다. 1대 커플이 비밀 연애를 했다 헤어진 것과 달리 교제 사실을 인정, 파파라치들은 벽을 타고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기술이 없는 대신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눈 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렸다.
어쨌거나 소니픽처스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 역시 사랑에 빠졌다. 1대 커플이 비밀 연애를 했다 헤어진 것과 달리 교제 사실을 인정, 파파라치들은 벽을 타고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기술이 없는 대신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눈 앞에서 플래시를 터트렸다.
원작에 가장 충실한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흥행으로 2편에서 막을 내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엠마 스톤과 앤드류 가필드는 4년간의 교제 끝에 헤어졌지만 결별 후에도 서로를 응원하는 ‘굿 굿바이’ 커플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스톤필드’ 하면 떠오르는 선명한 장면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대응법에 한 획을 그은 사진.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카메라들을 향해 그들이 들어 보인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우리는 관심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이 훌륭한 자선 단체들은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어메이징 커플이 쏘아 올린 선한 영향력. 당시 웹사이트 주소까지 적어둔 단체들은 실제로 방문자 수와 후원금이 일시적이나마 급증했다.
다시 MJ, 젠데이아


집 나갔던 스파이더맨이 마블로 다시 돌아왔음을 대대적으로 알린 <스파이더맨: 홈커밍>. 피터 파커 주변을 맴돌며 팩폭을 던지는 아싸로 등장해 신 스틸러인 것처럼 굴던 인물은 영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은 나를 MJ라고 불러.”
메리와 그웬이 했던 것처럼 스파이더맨에게 안긴 채 나를 수 없는 큰 신장, 유명 미제 살인 사건에 매료돼 ‘블랙 달리아’를 좋아하는 다소 섬뜩한 취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파커는 물론 전 세계 관객들은 수다쟁이 스파이더맨에게 빠져 든 것처럼, 시니컬한 MJ에게 빠져 들었다.
그리고 오는 7월 29일, 3세대 스파이더맨의 네 번째 솔로 무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개봉한다. 팬들은 예고편에서 ‘망가진’ 블랙 달리아 목걸이를 하고 있는 MJ만 봐도 울컥.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으로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피터는 MJ와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옷찢 헐크(마크 러팔로)보다 시선을 뺏는 건 이젠 어떻게 해도 미모를 가릴 수 없는 화이트 셔츠 차림의 젠데이아.
블랙 달리아 목걸이가 굿즈로 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