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티(Tea) 이야기
높은 강도보다 잦은 빈도의 웰니스 경험이 필요할 때, 경쾌해진 차(Tea)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린다.

“여기 혹시 차 메뉴는 더 없어요?” 30대 중반에 이르자 카페 메뉴판 앞을 서성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제는 마냥 맛있게만 커피를 즐길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음식은 속도와 빈도를 조율해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이리라. 유명 바리스타의 커피 맛집을 지도 앱에 수놓던 친구들도 슬슬 다도 체험, 티 카페 탐방으로 영역을 바꿨다.
저속 노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으로 말차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우리의 음료 생활도 지속 가능한 방향을 고민할 때다. 틱톡을 비롯한 SNS에서 말차의 인기는 사그러들 줄 모른다. 말차 특유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그린 컬러, 건강한 이미지를 더한 ‘말차 코어(Matcha Core)’라는 용어까지 생겨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녹차를 가루 형태로 만든 말차는 일반 잎차보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수확 몇 주 전부터 그늘에서 재배하며, 수확 후 산화를 최소화하려고 빠른 속도로 말린 뒤 잎의 줄기와 잎맥을 제거해 연한 부분만 맷돌에 일일이 갈아 완성된다. 부드럽고 진한 텍스처와 향, 카테킨과 클로로필을 함유해 항산화와 피부 건강, 체중 관리까지 유용한 말차 트렌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말차 메뉴 없는 카페는 보기 힘들고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도 전부 초록 물결이다. 지난 9월 서울에 상륙한 일본 말차 브랜드 ‘쓰치리’의 디저트 카페 ‘교토 퍼펙트 말차’는 벌써 2호점을 준비 중이다.
말차에 대한 관심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이내믹한 한국 차 문화의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페의 등장 이후 서울의 차 공간은 더 풍부해졌다. 내추럴 와인의 열풍처럼 장인정신, 전통, 맛과 향, 몸에 끼치는 영향까지 진지하게 고려된 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차를 바탕으로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를 선보이고, 취향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오마카세 서비스, 차와 찰떡궁합의 디저트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페어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덕분이다.
다도를 위한 기물과 차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섬세하게 곁들이는 차차이테(Chachaithe), 서울숲의 싱그러운 풍경을 바라보며 티 코스, 티 클래스, 요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맛차차(Matchacha), 홍차에 망고와 파인애플, 오렌지 등을 블렌딩하고, 라테 같은 메뉴로 진화한 이이알티(Eert) 등 차를 다채롭게 접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한다. 이 브랜드는 모두 보기 좋은 카페의 형태가 아닌 서비스와 메뉴를 대하는 태도에서 차에 대한 존중과 진심이 느껴진다. 진심과 디테일은 웰니스의 핵심이다.
국내 최초 쑥을 사용한 차 브랜드를 만든 티프(Teaf)도 그중 하나다. 티프의 박양일 대표는 쑥을 단순히 ‘먹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쑥은 늘 제 주변에 있었어요. 비염이 심한 제게 아버지는 쑥을 끓여 그 향을 맡게 하셨고, 한의학적으로 몸속 습기와 냉기를 내보내는 효과가 있어 챙겨 마시기도 했죠. 카페인이 없어 저녁 늦게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찾기도 했어요. 쑥탕, 쑥떡, 쑥버무리, 쑥전 등 쑥은 늘 제 곁에 있었죠.” 가까이 즐겼기에 쑥을 더 깊게 이해했다.
최고의 쑥을 찾기 위해 여수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은 더 가야 하는 거문도까지 탐험했고, 속성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으로 차와 입욕제를 택했다. 차는 언제 어디서나 쑥차를 편하게 즐기도록 티백 형태로 만들었다. 입욕제 역시 집, 호텔 어디서든 배수 걱정 없게 광목 주머니에 쑥과 히말라야 소금을 담았다. 광목 주머니에 담겨 입욕 후 물기를 짜 욕실 한편에 두면 반신욕이 끝나고도 은은하게 퍼지는 쑥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좋은 시간을 보다 긴밀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세심함은 포장지까지 이어진다. 환경을 생각해 유전자 재조합을 하지 않은 옥수수를 사용한 티백 필터로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이 차를 즐길 수 있다. 포장지 역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 포장재를 활용해 사용 후 퇴비화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신경쓴 이유를 묻자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덜 자극적이고, 남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저는 커피, 와인, 차 등 다양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걸 마시느냐에 따라 대화의 주제,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껴요. 음료가 내게 주는 심리적 변화, 애티튜드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그런 변화를 더 예민하게 포착하고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도’라는 긴 여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았던 차 문화는 점차 가뿐해지고 있다. 하루의 시작, 식사 후 한 잔, 업무 중 휴식을 위해 차를 선택하는 건 더 이상 논커피를 위한 차선책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커피 수혈’이 아닌 뜨거운 차를 호호 불며 맛과 향을 즐기는 일은 일상에 작은 쉼표를 만드는 일이다. ‘빨리빨리’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작고 고요한 웰니스의 순간 말이다. 굳이 멀리 떠나거나 시간을 내지 않고 웰니스를 붙잡고 싶다면 달라진 ‘차’ 세계의 문을 두드려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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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류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