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이 징글징글하게 쓸고 닦은 건 먼지만이 아니다. 단정한 집념으로 성실하게 갈고닦은 브라이언의 청정한 세계. 

블랙 재킷, 와이드 팬츠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재킷, 화이트 셔츠, 레더 타이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니트 톱은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육스(Maison Margiela by Yoox). 데님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데님 재킷, 블랙 데님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화이트 셔츠,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능과 유튜브, SNS까지 요즘 안 나오는 곳이 없어요. 그야말로 슈퍼스타의 삶 아닌가요?
슈퍼 청소 아줌마의 삶이죠. 사람들이 제 솔직한 모습을 인정하고 좋아해주는 게 신기해요.

원래 유튜브에 욕심이 있었어요?
어휴, 전혀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보면 주로 20~30대예요. 마흔이 넘은 저는 옛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늦었구나 싶어 마음을 접었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일단 시작해보고 반응을 보자 싶어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채널 ‘브라이언의 주브생활’을 업로드했는데, M드로메다 스튜디오에서 청소 콘텐츠를 찍자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고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사람들이 청소에 이렇게 관심 많을 줄 몰랐거든요. 제게 청소는 그냥 늘 해오던 거여서요.

성공 비결이 뭔 것 같아요?
이미 청소 콘텐츠는 많아요. 보통 ‘하우 투(How to)’나 꿀팁을 알려주는 형식이고 시청 목적은 배움이죠. 그런데 ‘청소광’은 청소 콘텐츠를 그저 재미로 본다는 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제작진도 제 모습 그대로 솔직한 반응, 하고 싶은 것, 편안함을 지향하니 저 역시 재미있어요.

맞아요. 핵심은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죠.
지금까지는 진짜 브라이언,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방송에서는 못 보여줬어요. 데뷔 때부터 이미지를 위해 이것저것 숨기라고 교육받았죠. 그래서 소위 말하는 ‘아이돌 마인드’를 오래 장착하고 있었거든요. 괜히 나 때문에 멤버가 욕먹을까, 팀에 어떤 편견이 생길까 위축되었죠. 나쁜 것도 아닌데 그동안 왜 그렇게 숨기며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나를 표현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제시나 박재범 같은 친구들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어요.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지금 아이돌 했으면 발랑 까졌을 거야.(웃음) 제시가 무대 위에서 “여러분 재미있죠!” 하면서 욕하는 걸 봤는데,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분위기를 주도하고 자기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자연스럽더라고요.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친구들 틈에 있는 제 모습은 많이 달랐거든요.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이제는 오히려 지나치게 솔직한 말이 나올 때도 있어서 컨트롤하려고 노력해요.

이미지를 깨는 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어느 순간,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에 아이돌이라는 틀을 좀 내려놓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솔직하게 가보자고요. 시대와 문화도 달라졌잖아요. 유튜브 ‘브라이언의 주브생활’이 첫 시도였던 것 같아요.

유튜브로 더 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요즘 브라이언 앞에 ‘제2의 전성기’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잖아요.
늘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미래는 모르겠어요. 장담할 수 없고요. 당장 내일 망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에 집중하고 잘해내야 미래를 생각할 수 있죠. 올라가면 내려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늘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어요. 요즘 흐름을 보면 그 주기가 더 짧아진 것 같고요. 그냥 이 흐름, 인생의 파도를 즐겁게 타자는 쪽이에요.

올해가 데뷔 25주년이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때요?
잘 참아왔다 싶어요. 평가에 동요하지 않고 건강한 방향으로 컨트롤해왔어요.

과거를 회상할 때도 있나요?
오히려 계속 잊으려고 해요. 영어로 현재는 Present, 미래는 Future, 과거는 Past잖아요. Present는 선물이라는 뜻도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 선물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집중해야 후회가 없어요.

여전히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어요?
‘브라이언은 청소만 좋아한다’요. 저는 청소라는 행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더러운 게 싫어서 청소하는 거예요.

현실에 치이다 보면 ‘더러우면 좀 어때?’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 않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집이라는 곳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돌아가는 곳이잖아요. 편안하게 쉬면서 충전해야 하는데, 더러운 집에 있으면 해야 할 걸 미루는 기분이랄까요. 제대로 충전하지 않으면 슬럼프가 오고 벗어나기도 힘들어요. 청소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요. 일상에서 조금 위로가 되는 행동, 환경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바로 제가 청소를 열심히 하는 이유이고, 또 사람들에게도 청소를 강조하는 이유예요. 매일 타는 차도 마찬가지고요.

청소 말고도 ‘굿 바이브’를 위해 하는 행동이 있어요?
인테리어요.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려고 했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늘 변화를 꿈꾸잖아요. 그런데 막상 바꿀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취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쿠션 하나, 이불 하나만 바꿔도 기분이 확 달라져요. 청소에 빠진 이유도 인테리어 때문이에요. 예쁘게 꾸민 집을 늘 그 상태로 보고 싶으니까요.

청소만큼 진심을 다하는 건 뭐예요?
스킨케어요.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아이돌 병 중 하나는 영원히 젊어 보이고 싶다는 거예요. 노화하고 있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노화는 당연한 거지만 가능한 한 천천히 늙고 싶어요.

모두의 관심사죠 슬로에이징.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30대 후반부터 보톡스, 필러, 콜라겐 주사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요즘은 병원이나 에스테틱에 가기도 쉽지 않아 아무리 피곤해도 홈 케어는 꼭 챙겨요. 한창 열을 올릴 때는 스케줄표를 만들어 매일 다른 루틴을 짰어요.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부기를 빼기 위해 하이드로겔 아이 패치를 15분 정도 하고, 촬영 직전까지 주름 패치를 붙여요. 지금도 여기 보세요, 미간이랑 팔자 주름에 패치 붙여놨잖아요.

뷰티 유튜버 해도 되겠어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어떤 루틴을 선호해요?
저녁 클렌징 후에는 타월 드라이를 하고 나서 스킨, 토너, 앰풀 세럼, 아이 에센스, 아이 크림, 수분 크림 순으로 발라요. 진짜 건조하다고 느낄 때는 나이트 오일 한두 방울 입혀요. 외출을 안 한 날에는 물 세안만 하고 스킨, 에센스, 아이 크림, 라이트한 로션 정도로 마무리해요. 아침에는 가벼운 젤 클렌저, 저녁에는 폼 클렌저나 효소 클렌저를 써요.

기기도 사용하나요?
커런트바디의 LED 마스크, 아이 퍼펙터, 헤어 제품을 쓰고, 메디큐브 제품은 거의 다 써요. 이번에 부스터 프로로 진화하면서 에어샷은 친척에게 줬고요. 울쎄라와 EMS는 젤을 바르는 과정이 귀찮아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너 이제 늙었구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꾸준히 관리하는 거예요.

새해의 시작부터 청룡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있는 브라이언이 더 바라는 게 있나요?
자유요. 모두가 남 눈치 보지 않고, 서로 욕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요. 요즘 보면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지 못해 안달 난 것 같아요. 왜 남의 인생을 그렇게 걱정하면서들 사는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본인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까요? 차별, 편견, 혐오 다 사라져야 해요.

DM을 많이 읽고 때로는 답장도 하는 것 같은데, 상처받을 때는 없어요?
소통하는 건 재미있어요. 간혹 제가 불편하다고 뭐라고 하는 분들에게는 ‘보지 마시라’고 해요. 방송에서 타로를 보러 간 얘기를 한 이후 ‘독실한 크리스천이면서 왜 그런 걸 보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순전히 제 호기심에서 한 행동일 뿐이에요. 제가 좋아서 한 거고 누구나 자신의 기준에 맞춰 행복한 방식으로 살면 된다고 믿어요.

여전히 핑크 속옷을 챙겨 입어요?
그럼요. 오늘도 입고 왔어요. 미언디스(MeUndies)라는 속옷 구독 서비스가 있어요. 5~6년 이용했는데, 색과 패턴이 다양하고 귀여워요. 불과 관련된 색이 저와 기운이 맞다고 해서 분홍, 빨강, 주황을 수십 장 사뒀어요.

정말 붉은 속옷을 입고 기운이 바뀌었어요?
붉은 속옷을 입은 지 2년 됐거든요. 타로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2년 전부터 대박이 나야 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 좋은 바이브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언젠가 잘될 거다’는 믿음을 갖고요. 하루아침에 뭔가를 바란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 나의 시간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한결 편안해졌어요.